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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84화 (184/341)

# 184

레벨이 갑이다

184화

이서우는 며칠 동안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안개 길드원들을 모조리 쓸어 버렸다.

이서우를 적대시했던 암살자들의 응징도 빼놓지 않았다.

보이는 족족 죽였고, 심지어는 마을에 있을 때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NPC들은 이서우의 편이었다.

안개 길드와 암살자들이 카이젠의 영웅과 적대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을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했다.

이때부터 안개 길드와 암살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마을에도 들어가지 못하자 거래중개소나 경매장 등 아무것도 이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벤트 기간인데 남들은 열심히 레벨을 올리고 있는데, 자신들만 뒤처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안개 길드에 분열이 발생했다.

그때 안영훈이 꺼내 든 카드는 골드였다.

수천만 골드를 쏟아부어 상위 랭커에 있는 길드원들을 달랬다.

길드를 탈퇴하면 아이템을 회수한다는 계약을 했기에 그들도 열심히 안개 길드를 위해 싸웠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 하다 보니 접속 페널티에 자꾸 걸려서 뉴 월드에 접속하는 게 즐겁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받았던 아이템을 모조리 돌려주고 안개 길드를 탈퇴했다.

안개 길드에게 의뢰를 받았던 검은 장미 길드도 계속 된 암살 실패에 이번 일에서 손을 뗐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갔지만 안영훈은 어떻게든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개 길드를 뒤흔드는 사건이 하나 터졌다.

부길드마스터인 조동찬이 길드 자금을 들고 튀어 버린 것이다.

회수된 아이템을 모두 자신의 인벤토리에 넣고, 남아 있던 골드마저 가져가 버리자 안영훈은 미친 사람처럼 발광했다.

“이러려고 그런 짓을 한 거야?”

“이, 이놈, 네놈 때문에 반년을 넘게 이뤄 온 게 날아가 버렸어! 죽어라!”

하이 레벨 지역에서 미친놈처럼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온 이서우는 산발을 한 채 발광하는 안영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안영훈은 이서우를 보자마자 발광을 하며 무기를 휘둘렀다.

전쟁을 유도할 때는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감에 빠져 있더니 지금 모습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날카로운 모습이 사라지고 독기만 남아 있는 안영훈의 한 수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했다.

이서우는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대검으로 안영훈의 옆구리를 찔렀다.

털썩.

생명력이 절반 이상 빠져나가니 온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네가 그렇게 만들어 온 길드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걸 보니 어때?”

“…….”

“지금 캐릭터는 어차피 앞으로 사용 못 할 테니 또 다른 걸 만들겠지. 그땐 조용히 숨어서 게임해. 괜히 나서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이서우는 안영훈을 베어 버렸다.

-안개 길드 안영훈 마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안개 길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전쟁 보상금으로 50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더킹 길드가 안개 길드와의 전쟁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개인 메시지와 함께 뉴 월드 전체 메시지가 떴다.

사람들은 이번 전쟁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전장의 지배자 한 명과 수십 만 길드원을 거느린 서열 5위와의 싸움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단 일주일 만에 이서우가 압도적인 차이로 이긴 것이다.

이번 일로 전장의 지배자가 뉴 월드 최강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설아는 자신이 찍은 것과 이서우, 김소연이 저장한 영상으로 또 한 번 대박을 터트렸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직접 두 눈으로 보면서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본방송을 결제해서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처음으로 1억을 넘었다.

중국과 인도도 정식으로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얻은 쾌거였다.

한편, 중국과 인도에서는 놀랍게도 이벤트 일주일 만에 2차 전직유저들이 생겨났다.

일반 지역보다 5배나 많은 경험치를 주는 데다가 이벤트로 2배 경험치 적용이 되면서 과거보다 레벨 업 속도가 10배나 빨랐다.

2차 전직 유저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거래중개소와 경매장이 크게 요동쳤다.

“중국과 인도의 파워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그러게. 골드값이 벌써 1만 원 가까이 올라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 언니 생각은 어때?”

“3차 전직까지는 오를 것 같은데? 4차 전직까지는 아무래도 좀 기니까 그때가 되어야 안정화되지 싶어.”

“하긴, 일주일 만에 100레벨을 넘겼으니 200레벨까지도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아이템을 엄청 사대겠지. 그 뒤부터는 똑같이 레벨 업이 힘들 테니 안정이 될 테고.”

“내 생각도 그래.”

이서우가 생각해도 3차 전직까지는 골드 가격이 미친 듯이 상승할 것 같았다.

셋은 주로 3~5천 원 사이에 골드를 대량으로 사들였기 때문에 지금 당장 팔아도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3차 전직이 될 때까지는 기다리기로 했다.

“그나저나 안개 길드와의 전쟁도 끝났고, 다시 드래곤 숲으로 갈 거지?”

“그래야지.”

이서우는 당분간 펠렌의 흔적을 찾는 일에만 몰두할 생각이었다.

“그럼 거긴 둘이 다녀와. 난 종명 씨와 민수 씨랑 커플 데이트를 즐길 계획이거든.”

“광렙 중이라 쉴 틈이 없다더니 벌써 휴식을 취할 만큼 레벨이 오른 거야?”

“250찍었더라고. 장비가 되니 30~40레벨 높은 몬스터를 죽도록 잡으면서 아예 뉴 월드에서 살았거든.”

“대단하다. 금세 치고 올라오겠는데?”

“이벤트여서 다른 사람들도 빠른 속도로 레벨이 올라가니 아직은 멀었지. 평균 레벨도 거의 270까지 올라서 아직은 많이 부족해. 그래서 이참에 내가 좀 서포트해 주려고.”

“나중에는 다 같이 사냥하면 재밌겠다.”

“그런 날이 곧 오겠지. 서우도 인제는 레벨 업이 많이 힘들어졌으니 이럴 때 부지런히 따라가야지.”

더킹 길드의 평균 레벨은 250까지 올라갔다.

대부분 레벨이 낮은 상황에서 가입을 했기에 아직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김소연이 전폭적으로 그들을 돕고 있어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50레벨 단위마다 빵빵한 장비를 지원해 줘서 길드 원들도 신나게 뉴 월드를 즐겼다.

물론 주 업무인 정보를 얻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다른 길드와 달리 더킹 길드는 길드원들끼리만 사냥하는 것을 피했다.

정보를 모으려면 다른 길드원들과 섞여서 사냥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길드원이 70명이 되면서 최대 두 사람씩 붙어 던전이나 하이 레벨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레벨업과 함께 정보 수집도 병행했다.

일도 하고, 열심히 즐길 수 있으니 대부분 만족도가 높아 성과도 좋았다.

“그럼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또 으쌰으쌰 해 보자!”

“응, 언니.”

“누나, 너무 힘이 들어간 거 아냐? 그러다 애들 잡겠다.”

“잡긴 누가.”

“에이, 완전 스파르타식으로 사냥 시킬 것 같은데? 민수랑 종명이한테 미리 말해 둬야 하나.”

“쉿! 그런 건 미리 알리는 거 아냐. 넌 애가 어째 나의 유일한 낙을 뺏어 가려고 하니?”

“스파르타식으로 굴릴 거라는 거 인정하는 거네?”

“여튼 난 간다. 즐잠 해.”

김소연은 대답을 회피하고는 휑 하니 나가 버렸다.

“하여튼 언니도 짓궂다니까.”

“똑똑한 사람들 중에 괴짜가 더 많다던데 누나가 딱 그 과인 듯해.”

“호호호, 그건 인정!”

두 사람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침대로 갔다.

전쟁 때문에 매일 거의 한계 접속 시간까지 강행군을 펼치느라 두 사람은 일주일가량 관계를 하지 못했다.

일이 해결되니 이서우도 마음이 편해져서 인지 침대에 들어가자마자 한 마리 짐승이 되어 이설아를 덮쳤다.

* * *

이설아는 운동 시간을 1시간 더 늘이기로 하고 일주일 전부터 개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요가는 몇 달 배워서 혼자 할 수가 있었지만,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경험이 없어 트레이너를 쓰는 게 나았다.

그와 함께 이설아는 몸매를 보다 예쁘게 가꾸는 데도 시간을 투자했다.

이설아는 대한민국 평균 여성의 가슴 사이즈보다는 조금 더 컸다.

하지만 힙이 약간 부족해 간단한 근력 운동과 함께 애플 힙을 만드는 훈련도 병행했다.

애플 힙을 만드는 첫 번째 훈련은 의자를 이용한 것이었다.

바퀴 없는 의자를 준비한 뒤, 양손으로 등받이를 잡고 한쪽 무릎을 의자에 올린다.

이때 골반이 틀어지지 않게 양팔과 다리의 균형을 잘 맞춘다.

그리고 바닥에 닿아 있는 다른 다리를 펴서 위로 천천히 올리고 내리면 된다.

다리를 바꿔 가며 각각 15회 3세트씩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세라밴드를 활용해 조금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할 수도 있었다.

두 번째로는 고양이 자세를 한 뒤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한 쪽다리를 위로 올려 주는 동작이었다.

이때 허리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역시 15회 3세트를 다리를 바꿔 하면 된다.

그 외에는 바벨이나 가벼운 아령을 이용한 방법들이었는데, 꾸준히 하는 게 관건이었다.

벌써 일주일째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운동량을 늘이니 확실히 효과가 나타났다.

착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었을 때 S자 몸매가 더욱 도드라졌다.

그동안 요가를 해 왔기에 빠르게 몸이 달라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체중도 살짝 늘어 50킬로그램을 찍었다.

조금만 더 근육이 붙으면 더 탄력 있고, 건강미 넘치는 몸매가 될 것이다.

이설아는 변하고 있는 자신의 육체를 보며 오빠가 이 맛에 운동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드래곤 숲으로 가기 위해 접속한 두 사람은 먼 길을 가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정비할 게 생각보다 많네.”

“먼 길 가는 거니 꼼꼼하게 준비하는 게 좋지. 빠진 건 없지?”

“다 준비했어. 넌?”

“나도.”

“그럼 출발할까?”

“응!”

이서우는 드디어 약초액 바르기를 상급까지 끌어올렸다.

이제는 공격력이나 방어력 500이 상승하는 약초액을 제조할 수 있다.

물약 제조는 고급이 되어 상급 마나 물약과 중급 마나 비약도 제조할 수 있었다.

마나 물약은 중급과 마찬가지로 지속 시간은 20분이었고, 비약은 5,000의 마나까지 즉시 채워 줄 수 있어 아주 유용했다.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니 준비할 것도 많아 시간이 꽤 지체되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최근에 찾아온 변화 중 가장 고무적인 것은 바로 밸런스 숙련도였다.

어느새 9레벨 88퍼센트가 되어 있었다.

10레벨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되었다.

‘그나저나 네크로맨서 지팡이는 매물이 없고, 켈베로스 목걸이와 동급인 아이템도 없네. 이건 나중에 처리해야겠다.’

길을 나서려는데,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이 생각났다.

아이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기에 최대한 빨리 처분하는 게 낫다.

하지만 매물 자체가 없는 아이템이어서 가격 책정이 어려워 보류하기로 했다.

‘지팡이가 450이고, 목걸이가 400이니 떨궜던 놈 말고는 사갈 사람이 없겠네. 자기가 차던 걸 다시 자기가 사야 되면 얼마나 억울할까.’

이서우는 네크로맨서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장난기 담긴 미소를 지었다.

‘자업자득이지. 일단 기회 봐서 비싼 값에 올려야겠네.’

이서우는 미련을 버리고 드래곤 숲으로 향했다. 그의 얼굴에는 강한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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