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
레벨이 갑이다
186화
“펠렌 님이 너희들의 기술을 훔쳤다고?”
“그렇다!”
“믿을 수 없는 말이군. 어떻게 네놈들보다 훨씬 강한 존재가 약한 존재의 힘을 훔친다는 거지?”
“그건…….”
자이언트들도 말문이 막혔다.
펠렌의 강함은 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그들이 쫓겨 오다시피 한 것도 펠렌이라는 단 한 명의 존재 때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기술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다니.
“어쨌든 그 가속화 기술은 우리의 것이 맞다. 그 말은 네놈이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뜻이지.”
“펠렌 님을 이길 수 없었던 네가 날 이기겠다고?”
“그자는 드래곤도 어찌할 수 없으니 논외로 쳐야 한다. 하지만 넌 아니지.”
자이언트는 자신감 어린 표정으로 대검을 이서우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의 육체는 마나를 많이 소모하지 않아도 가속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넌 인간이다. 아직 힘이 약하기에 넌 많은 마나를 이용해야만 가속화를 유지할 수 있겠지. 그러니 승리를 당연히 우리의 것이 아니겠느냐. 하하하하하!”
자이언트의 웃음에 이서우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거만한 태도가 싫어 이서우는 엄청난 마나를 투입해 곧바로 필살기를 시전했다.
그러자 그의 흔적이 연기처럼 꺼져 버렸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총 네 번의 공격이 이어졌고, 생각지도 못한 빠른 공격이어서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다.
자이언트의 생명력이 절반이 빠져나갔다.
화가 난 자이언트들은 가속화에 돌입했다.
가속화가 진행되자 이서우의 공격은 점점 무력해졌다.
마나를 아무리 때려 부어도 약간만 우위에 섰을 뿐 확실한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이서우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좋은지 고민했다.
그러는 중에도 마나는 줄줄 빠져나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서우의 상태를 알고 자이언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그의 머리와 다리 쪽을 있는 힘껏 공격했다.
‘젠장! 아주 잠깐 딴생각을 했을 뿐인데…….’
찰나의 시간만 주어져도 가속화 상태에서는 불가능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고민 없이 마나만 쓰고 있을 수는 없어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뿐인데, 그 틈을 노리다니.
결국 이서우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게 되었다.
거대한 대검이 이서우의 머리와 다리를 잘라 버릴 듯 무서운 기세로 날아들었다.
이서우는 억지로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급소를 피했을 뿐, 둘의 공격을 온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생명력이 절반이나 쑥 빠져나갔다.
자이언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다시 공격을 펼쳤다.
이번에는 심장과 복부였다.
이 공격마저 허용해 버리면 이서우는 생명력이 바닥이 나고 만다.
가속화 상황이어서 힐을 시전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힐이 들어올 때쯤이면 이서우의 생명력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 익숙한 메시지가 들렸다.
-밸런스 숙련도가 10레벨에 도달했습니다.
-마나 소모가 대폭 감소합니다.
-마나의 활용 폭이 더욱 커집니다.
-밸런스 숙련도가 업그레이드됩니다.
-향상된 밸런스 숙련도가 생성되었습니다.
-향상된 밸런스 숙련도는 밸런스 숙련도 10레벨을 이루어서 얻게 되는 이득보다 두 배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향상된 밸런스 숙련도 1레벨 0퍼센트.
이서우는 갑자기 들려오는 메시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당장 공격이 들어오고 있어 몸을 비틀어 피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행동을 했으면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야 정상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서우의 몸이 마치 안개라도 된 듯 대검을 가볍게 피해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잠시 멈칫하기는 했지만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서우는 모든 마나를 다 끌어와 반격을 시도했다.
당연히 공격이 성공할 것이라 여겼던 자이언트들은 이서우가 갑자기 사라지자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이서우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전에 등 뒤로 마나를 잔뜩 담은 대검이 꽂혔다.
배를 뚫고 나온 대검을 보며 자이언트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자이언트를 처치했습니다.
-200억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자이언트 대검을 획득하셨습니다.
-4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좋았어!’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레벨 업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행히 2배 경험치를 얻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레벨 업을 이룰 수 있었다.
이서우는 레벨 업으로 마나가 회복되자마자 바로 필살기를 썼다.
한데, 가속화가 진행되었음에도 10만 마나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이서우는 향상된 밸런스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재차 공격을 퍼부었다.
3만의 마나가 이전의 10만의 마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푹!
동료가 죽는 순간 이미 전의를 상실한 자이언트는 허무하게 이서우의 공격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자이언트를 처치했습니다.
-200억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자이언트의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자이언트의 가족을 획득하셨습니다.
-4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이서우는 급히 몸을 돌렸다. 백호와 이설아가 힘겹게 자이언트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서우의 필살기와 똑같은 힘을 자이언트가 사용하고 있다면 둘이 힘을 합쳐도 불리하다.
하지만 그 순간 이설아의 지팡이에서 빛이 번쩍였다.
힐러의 필살기 중 하나인 낙뢰였다.
가속화를 쓰면 피할 수 있지만 낙뢰 공격은 한 지점에만 피해를 주는 공격이 아니었다.
스플래시 대미지가 있어 완전히 멀리 피해야만 확실한 회피가 가능했다.
하나, 자이언트는 그걸 몰랐다.
스플래시 대미지가 터지면서 일순간 자이언트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때 찰나지간이지만 자이언트의 눈동자가 이서우에게로 향했다.
동료들이 죽는 것을 느끼고 쳐다본 것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서우는 그의 눈동자에서 분노를 보았다.
하지만 분노만 가지고 승리를 쟁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그 분노 때문에 백호에게 기회를 주고 말았다.
백호는 자이언트가 움찔하며 멈춰 있자 입을 크게 벌리고 목을 물어 버렸다.
덥석!
백호는 자이언트의 목에 박혀 든 긴 송곳니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자 덩치 큰 자이언트가 힘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크항!”
백호는 승리의 포효 소리를 지르고는 반대쪽 목까지 물어뜯어버렸다.
털썩!
자이언트의 육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자이언트가 죽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괜찮아?”
“응. 괜찮아. 오랜만에 짜릿한 승부였어. 근데, 이놈들 오빠랑 같은 힘을 쓰던데?”
“맞아. 나도 그것 때문에 고생 좀 했어. 이들은 그 힘을 가속화라고 하더라.”
“가속화? 말 되네. 근데 어떻게 자이언트가 그 힘을 쓰는 거지?”
“원래는 자이언트의 힘이었는데, 펠렌이 훔쳐 갔다고 주장했어.”
“자기들보다 강한 사람이 기술을 훔쳐 갔다고? 뭔가 앞뒤가 안 맞는데?”
“내 말이. 하지만 확실한 건 이들이 펠렌과 관련이 있다는 거야. 그렇다는 것은 이곳 어딘가에 그의 흔적이 있다는 뜻이지.”
“잘 찾아오긴 했네.”
“그렇지. 확실히 제대로 찾아온 거야.”
엘프들을 믿지만 펠렌의 흔적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단 한 번 본 것이어서 그들조차도 확신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서우가 드래곤 숲 중앙으로 가려한 것은 다른 대안이 없어서다.
어디서도 펠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으니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온 것이었는데, 이서우는 자이언트를 만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곳에 분명히 펠렌의 흔적이 있어. 무조건 찾아야 해!’
이서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의지를 다졌다.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응? 아, 잠시만. 나 스텟 좀 올리고.”
“응.”
이설아의 부름에 이서우는 혹시 또 다른 자이언트들이 나타날 것을 대비해 얼른 스텟을 올렸다.
드디어 정신력과 지력까지 모두 순수 스텟이 500이 되었다.
-모든 순수 스텟이 500에 도달했습니다.
-‘칭호 전설을 만들어 가는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향상된 밸런스 숙련도가 2레벨이 되었습니다.
-향상된 밸런스 숙련도 레벨이 상승해 마나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나 활용도도 상승합니다.
-잠재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잠재력 스텟 수치에 따라 향상 폭은 더욱 커집니다.
‘칭호가 바뀌었네. 뭐가 변했을까.’
칭호도 능력치처럼 전직 단계에 따라, 그리고 레벨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한데, 칭호 자체가 바뀌어서 이서우는 기대감을 안고 살펴보았다.
“헉!”
“오빠, 왜 그래?”
“아, 아냐.”
이서우는 놀란 입을 다물고 다시 확인했다.
-칭호 : 전설을 만들어 가는 자.
*제작 성공 시 높은 등급이 될 확률이 증가한다.
*제작 성공 시 숙련도 경험치가 150퍼센트 증가한다.
*제작 시간이 150퍼센트 단축된다.
*다른 생산기술을 습득해도 모든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생산기술 레벨에 따라 모든 혜택이 상승한다.
*공격력이 50퍼센트 상승한다.
*방어력이 50퍼센트 상승한다.
*생명력이 50퍼센트 상승한다.
*마나가 50퍼센트 상승한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무려 40퍼센트나 더 증가했어. 게다가 생명력과 마나까지 50퍼센트 상승하다니. 이건 진짜 초대박이야!’
제작 시간과 숙련도 경험치가 50퍼센트 상승한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만큼 능력치 상승이 엄청났다.
이서우는 자신의 상태 창을 면밀히 살폈다.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351
명성 : 440,350
생명력 : 15,488,700
마나 : 1,228,080
공격력 : 779,612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615,494
마법 방어력 : 594,380
근력 : 2,075(+1,480)
민첩력 : 2,072(+1,480)
체력 : 2,070(+1,480)
지력 : 700(+200)
정신력 : 1,180(+680)
통찰력 : 1280(+680)
잠재력 : 1,374(+680)
보너스 포인트 : 0
‘대박. 엄청나게 올라갔네. 마나 사용은 4분의 1로 줄었는데, 예전보다 1.5배가 상승했으니 가속화 지속 시간이 대폭 늘어나겠어. 이 정도라면 자이언트 다섯이 와도 충분히 혼자 상대할 수 있어.’
단순 계산으로는 8마리까지도 상대를 할 수 있지만 2명과 3명은 차이가 크다.
거기에 숫자가 하나씩 더 붙을수록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적정선을 5명 정도로 잡았다.
“주인님, 축하드려요.”
“고맙다.”
“오빠, 능력치 상승한 거야?”
“응. 그것도 상당히 큰 폭으로.”
“와, 잘됐다! 축하해!”
“고마워.”
이설아의 진심 어린 표정에 이서우의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이서우는 거칠 것 없이 드래곤 숲 중앙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