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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88화 (188/341)

# 188

레벨이 갑이다

188화

본드래곤이 사라지자 주변이 밝아지며 정면에 있는 벽이 열렸다.

이서우는 본드래곤의 이야기가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에 발걸음을 옮겼다.

“어라, 오빠, 난 안 들어가져.”

“주인님, 저도 들어갈 수 없어요.”

“펠렌의 후예만 들어오도록 되어 있나 보네. 다녀올 테니 이곳에 있어.”

“응.”

“네.”

이서우가 방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자 벽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여기까지 온 걸 보니 가속화를 이루었겠구나.

‘펠렌은 이미 알고 있었네.’

-가속화는 자이언트의 전유물이지만 그들은 완벽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술을 잘 활용하지 못했지. 그래서 내가 습득한 뒤 보완점을 가르쳐 주려 한 것인데, 너무 강한 자부심 때문에 오히려 발전하지 못한 안타까운 종족이야. 어쨌든 가속화는 매력이 있는 기술임에는 틀림이 없어. 하나, 나의 뒤를 잇지 않고는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없지. 가속화를 경험하면서 대단하다고 했겠지만, 항상 잊지 마. 하늘 밖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음을.

펠렌의 음성이 잠시 멈췄다.

“뭐야, 설마 이게 끝이야?”

-성급한 녀석. 이제 막 이야기를 마저 하려 했으니 너무 조급해 마. 이곳에 남겨 둔 것을 취하면 넌 육체의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거야.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기다려. 인내의 열매는 그만큼 달달한 법이니까.

목소리가 다시 중단되면서 주변이 푸른빛으로 휩싸였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몽환적인 느낌마저 주었다.

-인간의 인체는 그 어떤 생명체 보다 신비해. 난 연구 끝에 신에 범접할 수 있는 힘을 내는 방법을 깨달았지. 내가 사라지면 그 방법도 사장 될 것 같아 난 그 힘을 내 후예에게 남기기로 했어. 그 방법은 간단해. 드래곤처럼 몸에 마나로 응집된 드래곤하트를 생성시키면 되거든. 맞아, 말은 쉬운데 그 경지를 이루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그래도 넌 행운아야. 오늘 가장 중요한 마나 심장을 얻게 될 테니까.

펠렌의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 주변을 환하게 밝히던 푸른색 빛이 이서우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막대한 기운이 빨려 들어가자 이서우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가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이서우의 몸은 마치 거대한 조명이라도 된 듯 푸른빛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참 그렇게 변화가 진행되더니 어느 순간 빛이 모두 사라지고, 이서우의 몸도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마나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나 심장에 다량의 마나가 집약되어 있습니다.

-마나 심장은 4차 전직 이후에 100퍼센트 활용 가능합니다.

-마나 심장은 다른 장기들이 마나화가 진행되면 능력이 더 상승합니다.

-마나화된 장기가 늘어날수록 마나 심장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마나 심장을 획득해 모든 스텟이 각각 50씩 상승합니다. 4차 전직을 만족하면 더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잠재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4차 전직 이후 잠재력이 폭발하며 무한으로 가는 길을 엿볼 수 있게 됩니다.

-통찰력이 보다 우수해집니다. 4차 전직 이후 신의 눈을 가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서우는 놀라운 메시지에 한동안 할 말을 잃고 돌처럼 서 있었다.

“아아!”

메시지가 끝나기 무섭게 이서우는 한없는 상쾌함을 느꼈다.

온몸에 힘이 넘쳤다.

지금 상태라면 단 한 수에 본드래곤을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심지어는 드래곤이라고 해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펠렌은 자신의 후예가 지금처럼 자만감에 빠질 거라는 것을 알았는지 몇 마디 덧붙였다.

-지금 느껴지는 기분이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거라 여기겠지. 하지만 무턱대고 드래곤을 찾아가면 후회하게 될 거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해. 더 많이 발전해라. 그리고 내가 남긴 흔적을 찾아라. 그러면 성룡이된 드래곤뿐 아니라 드래곤 로드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다.

“흔적이라…….”

-그러니 그전까지는 항상 신중해라. 그리고 세상은 균형있게 발전하는 법. 날 시기하고, 견제하는 존재가 있다. 내가 또 나타날까 봐 전전긍긍해서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 존재들이지. 그들은 내 흔적을 쫓아 자기들의 부하를 분명 심어 놓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놈과 벌써 만나서 한바탕했습니다.”

이서우는 본드래곤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이곳에도 분명 대적자의 흔적이 있을 거다. 그래야 내 후예가 언제 나타나는지 알 수가 있을 테니까. 아마 네가 이 힘을 얻음으로 인해 그들은 내가 이 대륙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조만간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겠지. 넌 그들과 부딪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결국 널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 나의 흔적을 찾아 모든 힘을 얻어라!

장난기가 약간은 섞여 있지만 지금까지 중에서는 가장 진지한 음성이었다.

이서우는 본드래곤이 했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누가 자신에게 도전하든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래. 이런 경고를 들었음에도 그런 자신감이야말로 내 후예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지.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뽑았다니까. 그럼 더 열심히 훈련하고, 이곳에서는 그만 썩 나가라. 아, 나머지 흔적은 네가 오늘 얻은 마나 심장을 열심히 수련하면 자연스럽게 네게 드러날 것이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이서우는 그 방에서 튕겨났다.

“오, 오빠?”

“주인, 님?”

“어, 그래. 근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그게, 주인님의 몸에서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요. 이건 마치…….”

“드래곤 같다고?”

“네!”

“드래곤 맞아.”

“네?”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드래곤이라니.”

“아, 펠렌이 남긴 게 마나 심장이라서 그래.”

“헐. 정말? 그럼 오빠 진짜 드래곤이 된 거야?”

“아, 아니. 진짜 드래곤이 된 건 아니고. 드래곤처럼 마나를 엄청나게 잘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야.”

“놀래라. 난 또 드래곤으로 전직한 줄 알았네.”

“드래곤으로도 전직이 가능할까?”

“모르지. 워낙 특이한 게임이니 그것도 가능할지.”

“어쨌든 일단은 나가자.”

“응, 오빠.”

원하는 것을 끝낸 이서우는 왔던 길을 되돌아 밖으로 나갔다.

폐허가 된 곳은 이서우가 이곳에 올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주변 일대의 생기가 많이 줄었네.”

“그래? 난 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래도 마나 심장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미묘하지만 분명히 달라.”

“그렇구나. 지금이라면 암살자들도 멀리서 발견할 수 있겠네.”

“그럴지도 모르지. 그때 조금 귀찮았는데, 앞으로는 암살자 때문에 신경 쓸 일은 없겠어.”

느끼려 하지 않아도 주변의 기운이 고스란히 몸에 닿았다.

의식하지 않는 데도 기운을 잡아 낼 수 있는 경지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마음껏 하이레벨 지역에서 사냥을 해 볼까?”

“광렙 모드에 돌입하는 거야?”

“4차 전직까지는 달려야지.”

“헐, 오빠. 4차 전직 500렙이잖아.”

“500이지.”

“그때까지 닥사만 하자고?”

“사냥을 하려면 원래 그 정도는 끈덕지게 해야지.”

“그, 그래.”

이설아는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을 사냥만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

그들은 모든 것을 제치고 하이 레벨 지역으로 갔다.

하지만 이서우는 닥사만 하고 있을 운명이 아니었다.

* * *

“오오오, 드디어 왕이 깨어나시는구나! 모두 왕께 경배하라!”

허리 높이의 재단 앞에 십여 명이 납작 엎드려 절을 했다.

시커먼 옷을 입고 있던 사람들은 미동도하지 않고 엎드린 상태로 기다렸다.

재단 위에는 가로 2미터, 세로 5미터의 커다란 석관이 있었고 석관으로 시뻘건 피가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피 속에 은은한 푸른색과 검붉은 색이 섞여 있었다.

피가 모두 빨려 들어가자 석관이 흔들렸다.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은 그그그 하는 소리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잠시 후, 석관 뚜껑이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신장 3미터에 달하는 언데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 같이 시커먼 뼈가 아주 단단해 보였다.

한데, 특이한 것은 그의 머리에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리치 킹이었다.

“크하하하하하, 나의 종들아, 드디어 내가 깨어났다!”

“오오, 왕이시여! 이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하하하하하. 충성스런 종이여, 수고했구나. 제물은 저들이냐?”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힘을 보충하셔야 큰일을 도모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역시 충성스러운 종이로구나.”

리치킹과 대사제의 대화 소리에 이곳에 모여든 열 명의 사제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리치킹이 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시커먼 기운이 열 명의 사제들을 덮쳤다.

검은 기운이 몸에 닿다 사제들이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아아악! 왕이시여……. 제, 제발…….”

“사, 살려 주십…….”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잠시 들렸지만 그들의 생기가 모조리 리치 킹에서 흡수되자 뼈까지도 사라지고 검은 사제복만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좋구나. 아주 좋아.”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아주 좋았다.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야.”

뼈밖에 없는 리치 킹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스스로는 매우 만족해했다.

표정이 없을 것 같은데, 대사제는 그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었는지 리치 킹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대륙의 상황은 어떠하냐?”

“네. 지금 대륙은 세 개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세 개의 세력? 내가 있던 때와는 조금 다르구나.”

“그렇습니다. 최근 사라진 줄 알았던 세력이 발견이 되었습니다.”

“어떤 세력이냐?”

“절대자들의 대륙입니다.”

“흥! 절대자? 내가 있을 때 빌빌거리던 녀석들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주인님이 안 계신 틈을 타서 자신들만의 세력을 견고히 한 것 같습니다.”

“그놈들도 손을 봐줘야겠구나.”

“벌써부터 흥분이 됩니다.”

대사제의 눈은 초롱초롱해졌고,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드는지 리치 킹은 고개를 기분 좋게 끄덕였다.

“그럼 다른 세력은 어떠냐?”

“현재 인간들에 의해 통치가 되고 있습니다. 북쪽은 엘사둔이라고 하고, 남쪽은 카이젠이라고 합니다. 제국이라는 이름이 아까운 녀석들이죠.”

“그럼 그 녀석들부터 본보기로 쓸어 버리는 게 좋겠구나.”

“네. 하지만 현재 주인님의 군단이 사라진 상태여서…….”

“나의 충성스런 종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몇 달이면 끝날 테니 너는 어떻게 놈들을 처리할지 고민하거라.”

“네, 주인님!”

대사제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 * *

“누가 나의 잠을 깨운 것이냐!”

“주, 주인님. 그자의 후예가 나타났습니다.”

“뭣이? 그자의 후예라고 했느냐?”

“네. 펠렌, 그자가 분란의 불씨를 살려 냈습니다.”

“원하던 단계를 코앞에 두고 있었거늘! 감히 그놈이 날 방해를 하다니!”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거대한 블랙드래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사내의 목소리가 떨렸다.

“배신자들은 어디에 있느냐?”

“그들은 깊은 산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멍청한 것들, 힘을 모으면 충분히 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을.”

10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블랙드래곤이 날개를 크게 저으며 화를 냈다.

바짝 엎드린 사내는 미동도 하지 않고 블랙드래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륙의 상황은 어떠하냐?”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었습니다. 과거 주인님께 아양을 떨던 자들이 지금은 강력한 힘을 얻어 거대한 대륙을 다스리고 있고, 다른 대륙에서는 두 제국으로 나뉘어 힘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버러지 같은 것들. 나의 군단은 어찌 되었느냐?”

“그것이…….”

“멍청한 놈들, 몇백 년을 못 버티다니. 내가 네게 힘을 주마. 가서 나의 군단을 모아 오라.”

“네, 주인님!”

사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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