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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89화 (189/341)

# 189

레벨이 갑이다

189화

“여기는 역시 사람들로 북적거리네.”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

“매일같이 확장을 하고 있으니 그만큼 사람들도 많아지는 거겠지.”

“오빠, 사냥터는 어디가 좋을까?”

“오면서 생각해 봤는데, 사냥 가기 전에 지난번에 실패했던 그 던전 있잖아.”

“아, 거기?”

“어. 거기부터 가 보고 가자.”

“이번에는 괜찮겠지?”

“실력도 많이 상승했으니 충분히 될 거야.”

“그 때 갑자기 튕겨나가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이설아는 당시 생각이 나는지 피식 웃어 버렸다.

“아직 거길 찾은 사람도 없고, 그때 드래곤 동상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응. 나도 찬성. 그때 많이 아쉬웠는데 잘됐네.”

이서우는 폐허가 된 유적으로 다시 갔다.

역시나 사람들은 아직 이곳을 찾지 못했는지 조용했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하이 레벨 지역으로 왔는데, 이곳은 못 찾았네. 신기하다. 그치, 오빠?”

“그러게. 아마 몬스터가 있는 곳만 가서 그럴 거야. 그리고 우리나라 땅 덩어리보다 훨씬 큰 면적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도 이 지역은 찾기 쉽지 않을 거야.”

“하긴, 다들 돈 되는 곳에서만 열심히 활동하니 그럴 수도 있겠네.”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지역이어서 사람들은 모험을 하기보다 확실한 곳에서 사냥에 매진했다.

이벤트 기간이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아 다들 사냥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이서우도 레벨 업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레벨을 올린 방법은 새로운 모험을 통해서였다.

미친 듯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곳이 있다면 그곳에 더 관심이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보니 던전은 리셋이 되어 있었다.

“겁대가리 없이 감히 이곳에 침입하다니. 한 번 들어오면 절대로 나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온 것이겠지?”

“오랜만이야. 인간도 아니고, 인간이 아닌 것도 아닌 저주 받은 인간아.”

“어, 어떻게.”

“빨리 몬스터나 보내지?”

“이, 이놈, 죽인다!”

눈을 치켜뜨고는 살기를 잔뜩 끌어올린 석상은 몬스터들을 대거 풀어 놓았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삭!

가속화를 이용해 순식간에 몬스터 수백 마리를 처치했다.

석상은 깜짝 놀라 얼른 드레이크와 데스나이트까지 소환했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삭!

“…….”

순식간에 몬스터가 사라지자 석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이서우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토, 통과.”

“통과? 아직 한 놈 더 남았는데?”

“전투를 끝낼지 말지는 내가 정한다. 무조건 통과!”

“아, 그래? 아쉬운데.”

“아, 아쉬워도 통과다!”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근데, 보상은?”

어차피 때려 봐야 대미지도 들어가지 않으니 이서우는 입맛만 다시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상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가져라. 난 이렇게 보내지만 그분께서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

-제1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지난번 하고 다르게 2레벨밖에 안 오르네.”

“그러네. 우리 레벨이 올라서 그런가 봐. 그래서 1관문 클리어했다고 2렙이나 오르는 던전은 이곳이 유일해.”

“일반 던전하고 다른 곳이니까. 일단 다음 관문으로 가자.”

이서우는 1관문을 넘어 2관문의 문을 열었다.

혹시 또 튕겨 나갈까 염려를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1관문지기를 처치하고 왔구나. 하지만 너희는 이곳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

20미터에 달하는 드래곤 석상이 입을 열었다.

이서우는 이번에도 1관문지기와 비슷한 수수께끼를 내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한데, 이서우가 생각했던 그런 수수께끼가 아니었다.

“제 1관문지기가 어떻게 네가 펠렌의 기술을 썼다는 것을 알았을까?”

“그게 이번 관문의 수수께끼냐?”

“그렇다.”

이서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놈이 어떻게 펠렌의 기술을 아는지 어찌 안단 말인가.

이서우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본 드래곤 석상은 로봇처럼 날개를 움직이며 즐거워했다.

석상 상태에서 풀리면 드래곤 형상의 몬스터가 되지만 그 전까지는 그냥 흔한 석상일 뿐이다.

다행인 것은 석상 드래곤이 실제 드래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덩치부터가 알려진 드래곤보다 작았다.

2천 살 이상이라면 최소 30미터는 되어야 했다.

2천 살 이상부터는 10서클의 마법 시전이 가능하지만 무작정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횟수의 제한이 있다.

그리고 그 이하의 나이대에서는 9서클이 한계였다.

물론 8서클과 9서클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지만 지금이라면 이서우는 충분히 자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풀지 못해서 페널티라도 얻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대체 그놈이 어떻게 펠렌의 힘을 알아봤을까? 당시 살았던 녀석이라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넌지시 물어보았다.

“만약 답으로 1관문지기가 펠렌과 같은 시대를 살아서라고 말하면 틀린 건가?”

“당연하다. 그런 식으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나 다 맞췄겠지.”

“자세히 말해야 한다는 건데, 정답을 말했는데도 네 마음대로 판단을 내리면 그걸 어떻게 구분할 수 있지?”

“깐깐한 놈이군. 좋다. 그러면 정답을 이 가죽에 적어 두겠다. 적고 앞에 덮어 둘 테니 네가 와서 직접 확인해 보면 되지 않겠느냐.”

“그거 좋은 방법이네. 좋아. 받아들이지.”

이서우는 드래곤 석상이 혹시 모를 꼼수를 부리는 것을 차단했다.

드래곤 석상은 가죽에 글자를 적어 바닥에 엎었다.

‘그리 문장이 길지 않았어. 그러면 그리 구체적이지는 않다는 건데. 아니면 오히려 문장이 짧기 때문에 핵심을 적은 걸까.’

“시간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10분 주겠다.”

“뜬구름 잡는 문제를 10분 만에 풀어라? 그냥 여기서 내보내라.”

“까탈스러운 인간이군. 좋다. 30분을 주지. 그때까지 맞추지 못하면 너희들은 아주 강력한 페널티를 얻을 것이다.”

이서우는 드래곤 석상이 어떤 페널티를 줄지 대충 짐작을 했다.

-설아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게. 너무 질문이 개인적인 것 같아서 해답 찾는 것도 쉽지 않네.

-개인적인 것 맞아. 저놈과 1관문지기가 오래 알고 있어야만 물을 수 있는 거지.

이서우는 알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해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없고 계속 겉돌 뿐이었다.

‘아, 뭔가 잡힐 듯 것 같은데, 애매하네.’

대화를 하면서 해답을 찾는다고 했던가.

이설아와 대화를 하다 보니 조금씩 실마리가 보였는데, 문제는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래곤 놈들이 꼭 말썽이네. 아, 드래곤!’

이서우는 드래곤 석상을 보며 본드래곤을 떠올렸다. 그러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본드래곤이 펠렌과 적대시했지. 이놈도 분명 펠렌을 적대시하고 있어. 1관문지기와 같은 라인을 가고 있으니 이곳에 있을 거고. 그래, 그렇다면 해답은 그거야!’

이서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상당히 재미있는 수수께끼였어.”

“기다린다고 지루했는데, 드디어 찾았나 보군. 어디 한 번 들어볼까.”

“답을 말하기 전에 1관문지기가 펠렌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너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야.”

“나와 관련이 있으니 이곳을 지키고 있는 거겠지. 그 당연한 걸 생각한다고 그 시간을 보낸 건가?”

“그냥 하나씩 짚어주는 거야.”

“그렇다 치지. 그래서?”

“내가 최근에 참 재미있는 놈을 만났어. 아마 너도 알 거야. 본드래곤이라고.”

“그게 어쨌다는 거지?”

석상 드래곤은 태연한 척 했지만 이서우는 그가 살짝 당황했다는 것을 간파했다.

‘마나 심장을 얻으면서 통찰력이 월등히 증가한 덕분이군.’

너무 미미한 변화라 마나 심장을 얻기 전이었다면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반응에 이서우는 더욱 확신을 가지고 말을 이어 갔다.

“본드래곤이 그랬지. ‘그분’이라고. 너나 1관문지기도 분명 놈이 말했던 ‘그분’을 따를 터. 그를 따르면서 펠렌을 만났으니 알고 있는 게 당연하겠지. 안 그래?”

“…….”

드래곤 석상은 이서우의 정확한 지적에 대답을 못했다.

“역시 내 말이 맞군. 네놈들이 따르는 ‘그분’이라는 녀석이 펠렌과 어지간히도 원수지간이었나 봐.”

“…….”

드래곤이 여전히 침묵하자 이서우는 저벅저벅 걸어 가죽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역시!”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혔다.

“자, 이제는 어떻게 할 거지?”

“이놈, 고작 문제 하나 맞췄다고 기고만장이구나!”

이서우가 이미 승리한 것처럼 굴자 드래곤이 목소리에 분노를 잔뜩 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서우는 자신감 넘치는 음성으로 말했다.

“페널티 없이 과연 네가 날 이길 수 있을까? 너도 그건 알 텐데. 모른다면 진짜 내 상대가 안 되는 거고. 그나마 안다면 몇 수 정도는 섞을 수 있는 수준이겠지.”

“…….”

당당했던 드래곤 석상이 이서우의 날카로운 지적 앞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너와 나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난 그 차이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각오해라!”

쿠오오오오오오!

드래곤 석상의 포효에 온 방안에 강한 살기가 맺혔다.

그러자 그의 주위로 10마리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평소 자주 보던 몬스터들이었는데, 하나하나가 다 보스급이었다.

오우거 킹, 드레이크 사령관, 데스나이트 장교, 심지어는 본드래곤도 있었다.

“아주 보스 잔치네, 보스 잔치.”

“놈을 가루로 만들어라!”

드래곤 석상의 명령에 보스급 몬스터들이 덤벼들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설아야!

-응, 오빠!

이설아는 이서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그녀는 즉시 지팡이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모든 적에게 형벌을 내려라. 광역 낙뢰!”

이설아의 말과 동시에 방안을 다 덮을 정도의 낙뢰가 쏟아졌다.

그러자 일시적으로 모든 몬스터들이 움찔했다. 전투에서 1초는 생과 사를 가르는 엄청난 시간이다.

그 틈에 이서우는 가속화를 시전했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이서우는 열 마리의 몬스터 각각에 세 번의 공격을 펼쳤다.

보스급 몬스터여서 생명력은 한 번의 공격당 10퍼센트밖에 빠지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몬스터들은 크게 당황했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한 지역을 주름 잡는 보스였다.

인간들을 가지고 노는 게 그들의 일이었는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30퍼센트의 피가 빠져나가 버렸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거의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엄청난 일이었다.

쿠오오오오!

“정신 차리고 적을 쳐라. 이 머저리들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며 호통을 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이서우가 가속화를 극대화해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했다.

마나 심장을 얻기 전의 가속화와는 완전히 다른 경지에 접어든 가속화였다.

사사사사사사사삭!

푹, 푹, 푹!

서걱, 서걱!

가장 강력해 보이는 몬스터에게는 더 큰 공격을 펼쳤고, 비교적 약한 몬스터들은 스피드 있게 공격을 했다. 하지만 모든 공격에 마나를 더 많이 실었다.

그러자 단 몇 초 만에 생명력이 50퍼센트가 더 빠져 버렸다.

이쯤 되면 몬스터들은 필살기를 써야 하는데, 혼비백산하다 보니 그런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서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오우거 킹을 처치했습니다.

-160억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오우거 킹의 갑옷을 획득했습니다.

-16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드레이크 사령관을 처치했습니다.

-320억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드레이크 사령관의 하의를 획득했습니다.

-64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데스나이트 장교를 처치했습니다.

-400억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데스나이트 장교의 장검을 획득하셨습니다.

-8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후략……

한 번에 메시지가 주르르 떴다.

드래곤 석상은 허무하게 죽어 버린 부하들을 바라보며 탄식을 터트렸다.

“자, 이제 우리 둘이 남은 건가?”

“이, 이놈. 기고만장하지 마라. 내 반드시 너를 죽이고 말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이서우의 기분 나쁜 미소가 드래곤 석상을 분노케 했다.

쿠오오오오오!

석상에서 깨어난 드래곤이 날개를 활짝 폈다.

20미터의 드래곤이 날개까지 펼치자 엄청난 위압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유저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고, 이서우는 무덤덤하게 그 행동을 바라보았다.

“안 오면 내가 먼저 가지.”

드래곤 석상이 원래의 모습을 찾자마자 긴 포효 소리를 낸다고 바쁠 때 이서우는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도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다. 이서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브레스를 시전했다.

“죽어라, 인간!”

방안을 모두 날려버릴 것 같은 거대한 브레스가 이서우를 덮쳤다.

이서우가 날아오는 브레스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어, 어떻게…….”

믿을 수 없게도 브레스가 너무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이서우는 가속화를 극대화해 드래곤을 몰아붙였다.

처음 등장했던 10마리의 보스급 몬스터를 합친 것보다는 확실히 강했다.

하지만 5분의 혈투 끝에 이서우는 드래곤 석상을 처치했다.

-드래곤 석상을 처치했습니다.

-1,000억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드래곤 본을 획득했습니다.

-드래곤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드래곤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2,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5,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수수께끼 던전 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을 열 수 있습니다. ‘수수께끼 상점 오픈’명령어를 사용하십시오.

‘이벤트라서 그런지 진짜 대박이네.’

보스급 10마리와 레이드급에 해당하는 몬스터 1마리를 처치했다.

하이 레벨 지역에 이벤트까지 더해지니 보상이 엄청났다.

“오빠, 진짜 경험치 엄청나!”

“다음 관문은 더 엄청나겠지.”

“응!”

하지만 두 사람의 바람은 무너졌다.

본드래곤 때처럼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안개가 모여들어 만들어 낸 형상 같았다.

드래곤 석상이 이서우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비웃음을 한껏 담아 소리쳤다.

-크흐흐흐, 이놈, 넌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열었다. 고통의 지역으로 가서 실컷 고생이나 해라. 하하하하하!

“뭐? 고통의 지역? 그게 무슨…….”

그 순간, 이서우와 이설아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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