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
레벨이 갑이다
195화
언데드가 출몰하는 고렙 존으로 가려 했던 이서우는 조세프 백작의 호출로 잠시 미뤄야 했다.
“블랙드래곤과 리치 킹 때문이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그것 말고는 이렇게 급히 찾을 일이 없으니까.”
백작성에 약간 변화가 있었다.
이전보다 조금 더 커졌고, 화려해졌다.
“요즘 하이 레벨 지역 때문에 돈 엄청 버시나 보네.”
“마을 수수료에 통행료까지 받으니 앉아서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걸?”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럽네.”
“오빠도 만만치 않잖아.”
“그래 봐야 난 수수료가 얼마 안 되잖아.”
“그것만으로도 아마 떼부자 될 걸? 참, 수수료 들어온 거 확인해 봤어?”
“아, 그거 확인 못 했네. 우편함으로 왔을 텐데. 어디 보자.”
성안으로 들어가면서 이서우는 우편함을 살폈다.
새로운 메시지가 많았는데, 그중에서 수수료와 관련된 메시지만 찾았다.
“헉, 엄청나네.”
“거 봐. 오빠도 인제는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게 될 거라니까.”
“돈을 많이 버는 건 좋은데, 바빠서 쓸데가 없으니 원. 쓸 줄도 알아야 경제가 잘 돌아가는데 말이야.”
“아무리 펑펑 써도 마르지 않을 테니 이왕이면 소비를 좀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단, 대기업 말고 다른 곳으로.”
“그래야지. 대기업 놈들은 염치가 없어. 국민들 때문에 그만큼 발전했는데, 어찌 된 게 다들 자국민들을 더 호구로 보냐.”
“내 말이! 진짜 너무해.”
대기업을 실컷 씹어 대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백작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들 앉게.”
“네, 백작님.”
“이거 바쁠 텐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백작님이 어련히 알아서 불렀을까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 한데, 듣자하니 자네가 블랙드래곤과 리치 킹에 대해 알아왔다고?”
“네.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서우의 전매특허 ‘겸손’이 튀어나왔다.
NPC를 상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필살기 중 하나였다.
역시 이서우의 겸손함에 조세프 백작은 껌뻑 넘어갔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서우를 포근하게 바라보던 백작이 다시 입을 뗐다.
“사이먼 자작에게 그 말을 듣고 곧장 황제폐하께 이 사실을 전달해 드렸네. 한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네.”
“뜻밖의 이야기라뇨?”
“이미 황궁은 알고 있더란 말일세.”
“네? 벌써요?”
“그렇다네. 하긴, 흔적이 있었다면 황제폐하의 기사단이 그걸 모를 리가 없겠지.”
“어디서 흔적을 찾은 건가요?”
“황궁에서 10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네. 어쨌든 꽤 강력한 흔적이어서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네. 게다가 자네가 말해 준 이야기까지 전달하니 확신을 하시더군. 그래서 자네의 보호를 받고 싶어 하시네.”
“제 보호요? 하지만 황궁엔 뛰어난 기사들이 많지 않습니까.”
“뛰어난 기사는 많지. 하지만 완벽한 기사는 없네.”
“그건 너무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닐세. 자네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네.”
재차 이어지는 백작의 칭찬에 이서우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갔다. 그만큼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황궁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네.”
“약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황궁에는 없는 게 없다네. 가면 원하는 건 알아서 준비해 줄 것이네.”
“그런가요? 그럼 잘됐네요.”
“수락하는 건가?”
-황제를 호위하라.
강력한 언데드의 힘을 찾은 황제는 뭔가 특별한 존재가 언데드를 지휘하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한다.
그런데 마침 당신에게 블랙드래곤과 리치킹에 대해 듣게 되어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고민 끝에 황제는 당신에게 자신을 호위해 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난이도 : A
완료 조건 : 황제를 한 달간 보호하라.
성공 시 : 5레벨 경험치. 100만 골드. 고급 강화석 100개. 명성 10만.
실패 시 : 7레벨 다운.
‘와, 보상 죽이네. A급이라서 그런가. 한데, 겨우 한 달 지키는 건데 A급이라니. 이상하네.’
황제를 한 달 동안 지키는 건 어렵지 않다. 한데, 왜 이토록 좋은 보상을 주는 걸까.
약간 찝찝한 것이 있어 수락하기 전에 대놓고 물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얼마든지 말해 보게. 자네가 묻는 질문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네.”
“생각보다 보상이 좋은데, 황제께서는 그곳에서 높은 위험을 감지하신 것인지요?”
“그렇다고 봐야지. 언데드는 저주에도 능하네. 그래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네. 자네같은 고급 인력을 데려오는 건데 그 정도는 써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그러면 한 달 동안 호위를 맡겠습니다. 단, 제가 하는 대로 따라와 주셔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리십시오. 그 점이 전달 안 되면 전 호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알겠네. 황제폐하께 무조건 30일 동안은 자네 말만 들으라고 하겠네.”
“감사합니다.”
조율을 끝낸 이서우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가면 몰디나 님과 아리아님이 맞아 주실 것이네.”
“네.”
“레이디께서도 부디 조심하시게.”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백작님.”
“우리 제국의 보배나 다름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지.”
“호호호. 제국의 보배. 듣기만 해도 좋네요.”
“그렇다면 몇 번이라도 해 줄 수 있네.”
“아니에요. 계속 들으면 쑥스러울 것 같아요.”
“하하하, 자네는 아주 정말 복도 많아. 상황이 정리되면 얼른 식부터 올리게.”
“네? 아, 네. 그 문제는 블랙드래곤과 리치 킹, 이 두 골칫거리부터 처리하고 진행할 겁니다. 그럼 저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게. 부디 좋은 성과 있기를 기원하네.”
“네.”
텔레포트가 작동되었고 이서우와 이설아는 순간이동으로 몰디나와 아리아가 머무는 곳에 도착했다.
이서우는 오랜만에 상태 창을 살폈다.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360
칭호 : 전설을 만들어 가는 자.
명성 : 440,350
직업 : 전설의 약초꾼.
생명력 : 1,648,8700
마나 : 1,238,080
공격력 : 799,690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625,494
마법 방어력 : 599,380
근력 : 2,085(+1,480)
민첩력 : 2,083(+1,480)
체력 : 2,080(+1,480)
지력 : 700(+200)
정신력 : 1,180(+680)
통찰력 : 1285(+680)
잠재력 : 1,374(+680)
보너스 포인트 : 45
‘몇 레벨 오른 걸로는 수치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네. 빨리 500을 찍어야겠어.’
아직 140레벨이나 남았지만 이서우는 현실시간으로 3개월 안에 4차 전직을 하고 싶었다.
“뭘 그리 멀뚱하게 있어?”
“아, 몰디나 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아리아 님도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얼굴 까먹을 뻔했어. 자주 좀 오라고.”
몰디나는 투덜거리는 반면 아리아는 가볍게 미소를 짓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바쁘신데 제가 어찌 방해를 하겠습니까.”
“방해 좀 해도 돼.”
“에이,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방해하면 많은 기사분들에게 지탄받습니다.”
“핑계는. 네가 바쁜가 보네. 하긴 명성을 떨친다고 한창 바쁘게 돌아다니더라. 블랙드래곤과 리치 킹에 대해 알아낸 것도 너라면서?”
“네. 저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한데, 황궁 근처에서 강력한 언데드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가 있다고요?”
“있지. 나도 우연히 발견했는데 확실해. 아리아까지 보증을 섰으니 더 할 나위 없지.”
“그렇군요. 한데, 왜 그런 곳을 그냥 두고 오셨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언데드의 기운이 짙어 둘이서도 어쩌면 힘들다고 판단해서 널 부른 거야. 너랑 네 연인이랑 우리 둘, 이렇게 네 명이서 가면 충분히 잘 조사할 수 있을 거라 여겼거든.”
“한데, 제 임무는 황제폐하를 보호하는 건데요?”
“알아. 그래서 네 예비신부를 데려가려고.”
“설아를요?”
“왜? 걱정 돼?”
“설아라면 오히려 안심이 되죠.”
“자신만만하네.”
“그럼요. 아마 같이 동행하면 든든하실 겁니다.”
이설아의 레벨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필살기도 막강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유저는 죽어도 접속 페널티만 있지 다시 게임을 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텔레포트 마법을 메모라이즈하고 가야겠네. 그쪽이 미끼로 황제폐하를 노릴지 모르니까.”
“폐하는 제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실력이야 잘 알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미리 대비를 해 두는 게 나아.”
“그럼 편하실 대로 하세요. 저야 황제폐하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니.”
이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몰디나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
-응.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챗할게.
-위험하면 일단 먼저 튀고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
-응. 알았어.
-근데, 별일은 없을 거야. 단지 조사만 가는 거니까.
-나도 가볍게 순찰 다녀온다 생각하고 가려고.
-그래, 그게 낫지.
“야, 너희들 둘이 뭔 대화를 속닥거려? 며칠 떨어지지도 않을 건데, 벌써부터 그렇게 밀어를 나누는 거야?”
“하하하. 몰디나 님은 그런 쪽으로는 센스가 좋으시네요.”
“쟤는 평소에는 눈치가 없는데, 남녀 사이는 기가 막히게 캐치하더라. 하여튼 신기하다니까.”
아리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핀잔을 주자 몰디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나가기나 해.”
“오빠, 그럼 다녀올게.”
“그래. 잘 다녀와.”
이설아는 정말 동네 산책이라도 나가는 사람처럼 편안했다.
모두가 사라지고, 이서우는 황제를 만나러 갔다.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그래, 어서 오게. 내 기다리고 있었네.”
“폐하께서 저를 기다리셨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허허허. 그런 허례허식은 필요 없다네. 내 성격 잘 알면서 그러나.”
“폐하만 보면 저절로 그리 되는군요.”
“자, 이리로 와서 차나 한 잔 하게.”
“네. 폐하.”
이서우는 황제의 옆에 있는 화려한 의자에 앉았다. 그의 옆에는 아무나 앉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허락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이서우를 신뢰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래. 곧 결혼을 한다고?”
“네? 아, 그게…….”
“허허. 사내가 뭘 그리 부끄러워하나. 너무 질질 끌면 여자들은 서운해한다네. 그리고 알아서 하겠지만 최대한 빨리 자빠뜨려야 하네. 식을 올리고 잠자리를 한다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야.”
“네? 아, 네.”
평민들은 그렇지 않은데 귀족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잠자리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서우가 모험가라는 것을 알기에 황제는 편안하게 이야기를 했다.
반대로 이서우는 결혼에 대해 자꾸 물어오니 목이 타는지 차만 홀짝홀짝 마시며 황제의 말에 대꾸만 하는 모양새였다.
다행히 이설아에 대한 내용은 끝나고 이번 일의 원흉인 리치 킹과 블랙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