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
레벨이 갑이다
201화
-‘리치 킹의 전력을 약화시켜라.’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서우는 얼른 퀘스트를 확인했다.
내용은 이미 똑같으니 보상 부분만 따로 집중해서 보았다.
-성공 시 보상 : 관리자급 하나 처치시마다 1레벨 경험치, 10만 골드, 최고급 강화석 10개, 명성 1만.
실패 시 : 10레벨 다운. 카이젠 제국의 대귀족들과 친밀도 하락.
‘헉! 대, 대박!’
이서우는 A급이라는 것에서 엄청난 보상일 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관리자급이 많지는 않겠지만 최소 수십에 이를 것이다. 찾는 것이 문제지만 모든 관리자를 처치하면 엄청난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왜 부족한가?”
“아닙니다. 저를 이렇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닐세. 더 많은 보상을 줘야 하지만 놈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해서 어쩔 수가 없었네. 조세프 백작님이 자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쓰셨다네.”
“감사합니다.”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그 말은 백작님께 직접 하게.”
“네, 자작님.”
이서우는 리치 킹을 잘만 이용하면 4차 전직 레벨에 도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여겼다.
‘관리자들을 왕창 다 잡고, 리치 킹 처치 퀘스트까지 꼭 받아서 마무리 하면 금세 500레벨에 도달할 거야.’
관리자급을 처치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리치 킹까지 제거하려면 뉴 월드 시간으로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퀘스트가 없었다면 500레벨에 오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내가 전달할 말은 그게 끝이네. 혹시 다른 할 말이 있는가?”
“아, 참. 자작님께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뭐든 말해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들어주겠네.”
“다름이 아니라 개척자 도시에 높이 50층 규모의 호텔을 지었으면 합니다.”
“50층 규모의 호텔을?”
“네. 물론 호텔뿐 아니라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들을 만들 겁니다. 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그런 거라면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영지민들의 생업만 침해하지 않는다면 뭐든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네.”
“감사합니다, 자작님.”
“아, 그럴 게 아니라 나머지 도시에도 땅을 주겠네. 그리고 앞으로 도시가 생기면 아예 자네를 위해 땅을 떼 놓을 테니 잘 발전시켜 보게.”
“네?”
“어차피 도시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네. 모험가와 영지민들이 쓸 수 있는 땅이 확실히 구분이 되어 있어 발전에 한계가 있지. 서로 섞이기가 힘드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한데, 자네는 모두에게 존경을 받고 있지 않나. 자네가 사업을 하면 다들 거부하지 않을 테니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네.”
사이먼 자작은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도시를 어떻게 개발해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서우가 그 고민을 해결해 주니 그로서는 오히려 고마웠다.
이서우는 갑자기 일이 커져버려서 어리둥절했지만 5만 평에 가까운 땅을 서른두 곳에서 각각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고무되었다.
“자네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꾸며 보게.”
“감사합니다, 자작님.”
“아닐세. 오히려 자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게 아닌가 걱정이야. 그렇지 않아도 리치 킹 때문에 바쁠 텐데 말이야.”
“괜찮습니다. 저야 사람을 구하고, 그들에게 일감을 나눠주면 되니까요.”
“자네 덕분에 하이 레벨 지역이 더 활발해지겠구먼. 좋은 일이야.”
모험가와 NPC들이 잘 섞여서 지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는 게 사이먼 자작과 조세프 백작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서우가 나서 준다면 그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도시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
리치 킹과 블랙드래곤에 대항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이니 이서우가 먼저 제안한 것이 고마울 정도였다.
사이먼 자작의 허락까지 떨어지자 이서우는 본격적인 작업을 착수하기로 했다.
자작 성을 나온 이서우는 개척자 도시에 소문을 냈다.
사이먼 자작의 배려로 대부분의 일꾼들을 NPC로 뽑았지만 20퍼센트 정도는 유저들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서우가 뽑는 유저들은 대부분 건축과 관련된 생산직군들이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생산직 유저들은 너도나도 이번 일에 뛰어들겠다며 문을 두드렸다.
이벤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더 적극적이었다. 유저들의 의뢰를 받아 제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는데, 대규모 공사라면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벤트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게 아쉬웠지만, 남은 시간만이라도 2배 경험치를 받기 위해 생산직 유저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뉴월드는 현실과 달라서 건축법도 없고, 까다로운 도면도 필요가 없었다.
기초 공사부터 시작해 50층 건물을 완공하는데 뉴 월드 시간으로 두세 달이면 충분해서 빠르게 결과물을 볼 수 있었다.
“주인님, 정말 서른두 곳에 동시에 건물을 지으실 생각이십니까?”
“네. 어차피 시작한 거 빨리 마무리 하면 여러모로 좋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텐데요.”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이서우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럼 전 사람들을 뽑겠습니다.”
“네. 그래 주세요. 워낙 대규모 공사니 아마 영지민들의 숫자로는 부족할지 모릅니다. 부족한 인원은 모험가들로 채우면 되니 생산과 관련된 직종이면 모두 뽑아 주세요.”
“네, 주인님.”
“그럼 자작님을 뵙고 다시 오겠습니다.”
“네.”
이서우는 소문을 내는 동안 어떤 식으로 건물을 지을지 구상했다.
초고층에 관한 샘플들이 있어 건물을 어떻게 꾸밀지 결정하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안에 무슨 시설들을 넣을지였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있어 우선 사이먼 자작부터 찾았다.
“자주 봐서 좋네만,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라 제가 32개의 도시에 동시에 건물을 짓기로 결정을 내렸기에 자작님께 부탁을 드릴 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모든 마을에 동시에 건물을 짓겠다니. 허허, 역시 자네는 통이 크구먼. 그래, 무슨 부탁인가?”
“되도록 영지민들을 쓰려 했지만 워낙 대규모 공사다 보니 모험가들을 배제할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영지민들을 배려해 줘서 고맙네만, 모험가를 쓰는 문제는 자네가 결정하면 되네.”
“그렇긴 한데, 효과적인 공사를 위해 자작님께서 이번 공사에 참여하는 모험가들에게 임무를 부여하시는 게 어떨까요?”
“오호라, 그거 좋은 생각이구먼. 그렇게 되면 다들 의욕적으로 일을 할 테니 도시도 빨리 개발이 되겠군.”
“네. 제가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겁니다!”
“알았네. 내 그렇게 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자작님.”
이서우는 고개를 숙이면서 자작이 보이지 않게 진한 미소를 지었다.
사이먼 자작이 퀘스트를 주게 되면 유저들에게는 따로 보수를 줄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NPC들은 임금이 싸. 그러니 수십 만 명이 모여도 그다지 많은 돈이 안 든단 말이지.’
NPC들은 10골드에서 많게는 30골드 정도의 임금만 줘도 열심히 일한다. 조장 급은 조금 더 많이 받지만 공사 기간이 두 달 밖에 되지 않아 공사비용은 5000만 골드 안쪽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수수료만 해도 벌써 수백만 골드 이상이 모였어. 두 달이면 공사비용의 절반 이상은 뽑을 수 있고. 그러니 난 무조건 남는 장사야. 근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머리가 잘 굴러갔지?’
자재는 주변에 널려 있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순수하게 인건비밖에 없었다.
식사도 따로 비용을 책정해서 주면 굳이 제공하지 않아도 되니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이서우는 만족해하며 사이먼 자작과 헤어졌다.
‘말 한 마디에 천만 골드 이상을 아꼈으니 상인으로 나가도 되겠어.’
기분이 좋아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서우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회를 잡아 이득을 얻은 존재도 있었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중 이서우는 그를 보게 되었다.
* * *
“좋았어! 드디어 복구 다 했네. 진짜 이게 무슨 고생인지. 뭐, 그래도 서우 님 덕분에 복구라도 했지. 그때 모든 걸 다 잃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야.”
인벤토리에 있는 골드를 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사람은 바로 프랑드였다.
그는 이서우와 헤어지고 엄청난 노력으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
처음에는 절반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십만 골드를 날려 버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용을 회복하는 대가로는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프랑드에게는 전 재산이나 다름이 없어 한동안은 좌절에 빠져 있었다.
가만히 손을 놓고 있는다고 해서 기회는 오지 않는다. 뉴 월드를 하며 뼈저리게 느낀 바다.
프랑드는 한동안 일을 하지 않고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에게 기회가 왔다.
그는 유저들이 하이레벨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것은 바로 레벨 업이었다.
5배에 달하는 경험치를 주니 시간을 쪼개서라도 사냥에 매진하려 애를 썼다.
그것을 본 프랑드의 머릿속에 밝은 빛이 켜졌다.
프랑드는 유저들을 대신해 잡템을 팔아 주는 일을 했다. 10퍼센트 정도의 수수료를 남기고 신속히 아이템을 정리해 주었다.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 거둬들인 잡템의 2배를 피해보상금으로 설정했다.
강제성이 있는 것이었기에 유저들은 믿고 그에게 잡템을 맡겼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프랑드는 사업을 더욱 확장했다. 임금이 싼 NPC들과 계약해 대리상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업이 한창 물이 오를 때 마침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프랑드는 빠른 속도로 돈을 불렸다.
그렇게 짧은 시간 손해를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 번창하면서 다른 유저들도 대리 상인을 두었고, 경쟁자가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수익은 줄어들었다.
물론 선두주자로서 다양한 변화를 꾀하며 여전히 대리상인계의 1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수료도 5퍼센트로 낮아졌고, 갈수록 많은 돈이 되지 않아 고민이 되었다.
그때 마침, 프랑드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래, 이거야!”
프랑드는 거대한 저택으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원래는 유저들이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지금은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다.
“제발 좀 들여보내 주십시오. 이곳의 주인과 전 아는 사입니다.”
“이보시오. 당신처럼 말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 줄 아시오? 일을 하려면 계약서나 작성하시고 추후 일정을 기다리시오!”
“하, 하지만, 난 꼭 그분을 만나야 하오!”
“아, 거 참. 귀찮게 하네. 우리 주인님은 당신 같은 사람과 만날 정도로 한가한 분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자꾸 귀찮게 하면 이번 일에도 빼는 수가 있소!”
“그, 그런 법이 어디 있소. 그러지 말고 말이라도 전해 주시오. 프랑드가 왔다고 하면 분명 만나 주실 거요.”
“프랑드인지, 프랑크인지 한 번만 더 떼를 쓰면 정말 쫓아낼 거요!”
아무리 말해도 문지기는 프랑드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보시오. 볼일 다 봤으면 빠지시오. 우리도 빨리 계약을 해야 된단 말이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1분이면 됩니다.”
뒤에 줄을 선 유저들이 프랑드를 보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프랑드는 꼭 이 저택의 주인을 만나야 했다.
하지만 문지기는 절대로 프랑드를 들여보내 주려 하지 않았고, 유저들은 점점 짜증이 나서 언성을 높였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프랑드는 축 늘어진 어깨로 어쩔 수 없이 줄에서 이탈했다.
터덕터덕 걸어 사람들과 떨어졌다. 괜히 근처에 있으면 또 시비가 붙을 것 같아 멀리 벗어났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저택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기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빨리 가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저택과 거리가 있어 그냥 두었다.
“어라, 프랑드 님이 여긴 어쩐 일입니까?”
“서, 서우 님!”
“이렇게 격하게 반겨 주시다니.”
“아, 죄송합니다. 너무 반가워서 그만.”
“아닙니다. 한데, 여기서 뭐 하고 계시는지.”
“아, 서우 님을 만나러 왔는데, 문지기에게 막혀서 못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귓말을 보내지 그러셨어요.”
“그게 응답이 없으셔서…….”
“아, 그러셨군요. 귀찮은 귓말이 많이 와서 제가 차단을 해 놨나 봅니다.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이서우는 북적거리는 곳에서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내키지 않아 프랑드를 이끌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프랑드는 문지기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대머리 문지기! 이래도 날 무시할 거야! 너 나중에 나갈 때 보자. 확!’
눈빛으로 문지기에게 소심한 복수를 한 프랑드는 유저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유유히 저택 안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