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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04화 (204/341)

# 204

레벨이 갑이다

204화

“젠장!”

텔레포트로 신전으로 간 이서우와 몰디나는 대신관이 간 길을 물어 뒤를 쫓았다.

한데, 아무리 길을 따라가도 대신관이 보이지 않았다.

이서우는 통찰력을 발휘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란셀 님도 그렇고, 대신관님도 그렇고 죽일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겠지. 죽일 거라면 란셀의 집에도, 이곳에도 시체가 있어야 할 테니까.”

“대체 왜 납치를 한 걸까요?”

“황제폐하를 고치지 못하게 할 목적이겠지. 하지만 죽이지 않고 납치를 한 이유는 짐작이 안 돼.”

이서우도 몰디나와 마찬가지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황제를 고치지 못하게 방해를 하려면 죽이는 게 확실하다. 한데, 왜 그러지 않은 것일까.

“일단 다시 돌아가자.”

“네.”

몰디나는 다시 황제에게로 갔다.

“몰디나?”

“미안해. 치료사도 대신관도 납치를 당했어.”

“뭐?”

아리아는 너무 놀라 집중력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황제에게 신성력을 계속 보내야 했기에 얼른 정신을 차렸다.

성스러운 기운이 아리아의 손에서 흘러나와 황제에게 닿았다.

평상시라면 황제의 손을 함부로 잡을 수 없지만 신성력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가 편하게 신성력을 보낼 수 있도록 몰디나와 이서우는 그녀의 맞은편으로 갔다.

“말을 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신성력 낭비도 있을 테니 고개만 끄덕여 줘.”

끄덕.

“이렇게 된 이상 혼자 감당해야 해. 네 생명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 얼마나 버틸 수 있어? 15일?”

절레절레.

“그것보다 더 짧아?”

절레절레.

“20일? 25일? 25일보다 적어? 그럼 22일 정도?”

끄덕끄덕.

적의 공격을 염두에 둔다면 혼자서는 10일도 버티기 힘들지만 대신관이 없는 상황이니 가진 힘을 쥐어짜 내서라도 버텨야 했다.

그렇게 버틴다는 아리아 홀로 최대 22일 정도가 한계였다.

이서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최고급도 아니고, 스페셜 등급까지 가야 하는데, 22일 만에 가능할까?’

몰디나가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가능하겠어?”

“일단 하루 정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여기는 아무도 접근을 하지 못하니까 저쪽 방에 가서 해 봐.”

“아니에요. 어차피 어디서든 상관없어요.”

“뭐? 너 설마 펠렌의 직업에 대해 모르는 거야?”

“네?”

이서우는 자동 제조가 되기 때문에 한 말이었는데, 몰디나는 크게 놀란 모습이었다.

“펠렌조차도 약을 제조할 때는 집중했어. 한데, 너 정도의 실력으로 어떻게 산만한 상황에서 기술 레벨을 올린다는 거지?”

“펠렌 님도 집중을 하셨다고요?”

“그래.”

“전 모험가예요.”

“펠렌의 직업은 모험가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냐.”

“그러면…….”

“멍청한. 전설의 약초꾼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가벼운 건 줄 알았어?”

“그냥 약초꾼 아니에요?”

“그냥 약초꾼이 아니라 전설의 약초꾼이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단 하나밖에 없는?”

“그래.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약초꾼. 덤으로 무력으로는 드래곤도 쌈 싸 먹을 정도로 대단한 약초꾼이지.”

“그, 그게 덤인가요?”

“몰랐어? 펠렌의 장비 세트도 약초 기술로 탄생한 거야.”

“…….”

이서우는 말도 안 된다는 눈빛으로 몰디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장비 세트가 약초 기술로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인가.

“뭐, 나중에는 워낙 강해져 아무 무기나 써도 다 이겨 버려서 장비 세트는 딱히 필요가 없게 됐지만, 그 전까지는 유용하게 썼지.”

“그 정도로 강했나요?”

“당연하지. 드래곤들이 수십 마리가 몰려와도 펠렌에게는 상대가 안 됐어. 혼쭐이 나고부터는 펠렌의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으니까.”

“헐. 엄청 나네요.”

“그게 다 약초 기술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럴 수가…….”

이서우는 약초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키면 그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몰디나는 그의 표정을 읽고 말을 이었다.

“지금 제조 가능한 게 뭐지?”

“물약 제조, 약초액 제조, 영약 제조가 가능해요.”

“그래도 다행이네. 우선 세 개의 기술을 스페셜 단계까지 올려서 마스터하면 새로운 게 나타날 거야. 그때부터가 전설의 약초꾼이 되는 첫 스타트라고 할 수 있어.”

“그때부터 시작이라고요?”

“그래. 평범한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거라면 전설이라는 말이 붙지 않겠지.”

“그것도 그러네요. 한데, 그 세 가지를 스페셜 등급까지 올리는 건 22일 만에 불가능해요.”

“집중력을 발휘하고 마나를 쓰는데도 불가능하다고?”

“자동으로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집중력은 필요 없어요.”

“그래서 성장이 늦은 거네. 펠렌의 기술은 고도의 집중력과 마나가 결합되어야만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마나를 결합시켜야 한다고요?”

마나가 들어간다는 것은 아는데, 고도의 집중력은 또 뭐란 말인가.

그냥 자동 제조를 걸어 놓는 거랑 다르다는 뜻인가.

이서우는 몰디나의 말에 강한 궁금증이 일었다.

“너, 진짜 헛배웠구나. 펠렌이 사용하는 모든 기술에는 고도의 집중력과 마나가 깃들어야 돼.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부러진 검을 들고 싸우는 기사와 마찬가지 신세야. 설마, 지금까지 집중해서 제조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거야?”

“……네.”

“쯧쯧쯧. 사냥에만 빠져서 제조를 소홀히 했군. 실수한 거야. 펠렌의 기술은 제조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큰 효과를 발휘해. 등급을 올려 보면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게 될 거야.”

“그럼 재료부터 좀 사 와야겠네요.”

“아냐, 재료는 내가 구해 줄 테니 넌 집중해서 레벨부터 올려.”

“네!”

“저쪽 방을 이용하면 될 거야.”

이서우는 몰디나가 가리킨 방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너무 내 직업에 대해 무지했구나. 이제라도 제대로 해야겠네.’

이서우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는 생산 기술 창을 열었다.

‘마나가 많이 쓰일 테니 일단 물약 제조부터 스페셜 등급으로 올리자.’

마나가 많이 소모될 테니 마나 비약을 많이 만들어 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이서우는 물약 제조부터 스페셜 마스터를 하기로 결정 내렸다.

‘마나야 제조할 때 원래 소모되니 그렇다 치고, 어떻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거지?’

“사냥할 때처럼 제조에 마나를 집중하면 돼.”

마치 이서우의 고민을 알고 있었다는 듯 몰디나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해답을 툭 던졌다.

“고맙습니다.”

“재료는 여기 마법 배낭에 두고 갈 테니 편하게 꺼내 쓰면 돼. 양이 꽤 많으니 한꺼번에 다 털어 내면 움직이기 불편하니 참고하고.”

“네.”

지금 이서우가 있는 방은 30평이 넘는 넓은 공간이었다. 천장의 높이도 5미터가 넘어 엄청난 양의 물건을 쌓아 둘 수가 있는데도 조심하라고 하니 ‘대체 얼마나 양이 많은 거야?’라는 의문이 절로 일어났다.

하지만 이서우는 제조 레벨을 빠르게 올려야 했기에 물약제조에 집중했다.

‘사냥할 때처럼 집중해야 된다는 거지?’

이서우는 눈앞에 적이 있는 것처럼 물약 제조를 생각하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시행착오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서우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적응했다.

-물약 제조에 고도의 집중력이 깃듭니다. 제조 속도가 2배 상승합니다.]

‘된다! 마나가 깃드는 것만 생각했지 얼마나 집중해야 하는지는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어.’

이서우는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제조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지가 되었다. 정말 빠른 적응력이었다.

‘2배라면 꽤 빨리 오르겠네. 하지만 영약도 올려야 하니 2배 속도 가지고는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8시간은 접속을 종료해야 한다.

게임 시간으로 나흘을 접속하고 이틀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풀 접속을 딱 네 번 할 수 있는 시간밖에 없었다.

‘아, 맞다! 그러면 되겠구나.’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해지자 머릿속을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이서우는 마나를 더 많이 끌어올려 제조에 집중했다.

-물약 제조에 더 많은 마나와 집중력이 깃듭니다. 제조 속도가 3배 상승합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비약을 빨면서 한계까지 몰아붙여 보자.’

마나를 더 많이 쏟아붓고, 집중력까지 높이자 이서우의 예상대로 제조 속도가 빨라졌다.

마나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지만 마나 물약과 비약은 이미 수만 개가 있었기에 쿨마다 풀로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제조 속도가 빨라지면서 계속 만들어지니 마나 걱정은 없었다.

-물약 제조에 더욱더 많은 마나가 깃듭니다. 제조 속도가 4배 상승합니다.

-물약 제조에 엄청난 마나가 깃듭니다. 제조 속도가 5배 상승합니다.

-물약 제조에…….

-물약 제조에…….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제조 속도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습니다.

‘10배가 한계구나. 뭐, 이 정도면 기간 안에 올릴 수 있겠지.’

이서우는 물약 제조 경험치가 쭉쭉 올라가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자 반가운 메시지가 떴다.

-물약 제조가 고급 3레벨에 도달했습니다.

‘와, 엄청난 속도네. 이대로 쭉 가자!’

그동안은 제조가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속도로 경험치가 오르니 신이 났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니 레벨 업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7레벨부터는 쉽지 않구나. 접속 전까지 스페셜 5레벨까지 찍을 수 있으려나?’

이서우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접속 종료까지 스페셜 3레벨 밖에 올리지 못했다.

“휴우, 일단은 종료부터 해야겠네.”

접속 한계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느라 너무 힘이 들었다.

사냥을 쉬지 않고 한 것 같은 느낌이어서 당장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밖으로 나가니 이설아와 박 대표가 함께 있었다.

“오, 오빠, 괜찮아?”

“응? 어, 난 괜찮은데? 근데 무슨 일 있어?”

“오빠, 지금 아침 7시야.”

“아!”

이서우는 그제야 하루를 꼬박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종료가 이렇게 늦은 거야?”

“퀘스트를 하나 받았거든. 그래서 당분간은 풀 접속을 해야 할 것 같아.”

“그랬구나. 얼마나 그래야 하는데?”

“나흘 정도?”

“꽤 기네. 그럼 나흘 동안은 운동 쉬는 거야?”

“혼자서라도 당분간 운동을 해야지. 사범님께는 내가 말해 둘게.”

“응.”

이서우는 꾸준히 하던 운동이어서 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럼 난 운동 좀 하고 잘 테니 테스트 결과에 대한 자료 좀 부탁해.”

“응. 내가 확실히 알아 둘 테니 적당히 운동하고 어서 가서 자.”

“고마워.”

이서우는 이설아의 입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는 훈련실로 갔다.

밤을 샜으니 운동은 쉬어도 될 법한데, 기어이 2시간 동안이나 하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접속하면 16일이 남겠네. 다음 접속에서는 확실히 물약 제조는 스페셜 마스터를 할 수 있겠고. 그 다음은 영약을 제조해야겠지?’

이서우는 다음 제조를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미리 계획을 세워 두는 게 좋았다.

물약 제조 중에는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 생각을 정리해 두었다.

이서우가 영약을 선택한 것은 순수 스텟을 올려 능력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였다.

능력이 향상되면 마나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더 유리했다.

‘어떤 새로운 힘이 생겨날까?’

이서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빠듯한 시간이어서 긴장이 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 그의 표정에는 어떤 고민도 없었다.

방송용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었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다.

오직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더 강해지고자 하는 강한 열정만 존재했다.

잠자리에 드는 이서우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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