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
레벨이 갑이다
209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접속하자마자 생각했던 바를 실행에 옮겼다.
이설아와의 대화에서 얻은 해답은 바로 필살기인 가속도였다.
순수 스텟이 증가하면서 가속도가 5배까지 상승했고, 초월가속이라는 것으로 진화했다.
이번 제작의 실마리를 찾기 전까지는 가속 기술을 전투에서만 쓰는 거라 생각했다.
아마 다른 누구라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가속 기술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고, 제작은 정적인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서우는 이설아와의 대화에서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
-초월 가속 상태에 돌입합니다.
-초월 가속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느려지기 때문에 같은 초월 가속자가 아니라면 당신의 움직임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하이 레벨 육체 최종진화 단계를 이루셨기에 마나만 있으면 초월 가속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단, 격렬한 공격 기술일수록 마나 소모가 크고, 마나 부족으로 겪게 되는 페널티가 크게 때문에 잘 조절하셔야 합니다.
‘초월 가속은 어렵지 않게 돼. 문제는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는가야. 만들어 둔 마나 약은 많으니 모자랄 일은 없어. 성공만 하면 그야말로 대박이야.’
초월 가속을 발휘한 이서우는 주변 사물이 느려지는 것을 느끼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이내 긴장한 모습으로 제작 창을 열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제작이 가능하다면 이서우는 엄청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자, 간다!’
이서우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초월 가속 상태에서 제조를 시작했다.
‘된다! 돼!’
아무런 막힘없이 제작에 성공하자 이서우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이 상태라면 제한 시간 안에 제조 기술을 마스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느려진 상태에서도 영약 제조 스페셜 단계를 마스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약속한 날까지 12시간이 남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제조에 몰입하는데, 이서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조금만! 됐다!”
-영약 제조 스페셜 단계를 마스터하셨습니다.
-근력, 민첩력, 체력 외에 다른 스텟도 영약 제조가 가능해졌습니다. 기존의 세 가지 기본 스텟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올 스텟 증가 영약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단, 특정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보유한 직업 제작 스킬 레벨을 모두 마스터하셨기에 새로운 능력이 개방됩니다.
-‘영혼 부여’ 기술을 습득하셨습니다.
-영혼 부여 능력으로 모든 아이템에 원하는 영혼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영혼 부여 능력은 모든 생산 기술과 접목이 가능합니다.
-영혼 부여 능력은 사물에 영혼을 깃들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전설의 약초꾼이 가지는 기본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사용해야만 전설의 약초꾼이 될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각 스텟에도 영혼 부여 능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영혼 부여 능력이 발전하면 신급 영혼의 힘을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영혼의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는 영혼 부여 능력 상세 정보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초급 기술을 마스터하셨기에 제조 가능한 물품들이 대거 늘어납니다.
-각종 치료제, 독성 제거나, 암흑 물질 제거제 등 육체를 회복하는 것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단, 정신 계열의 회복은 경증 상태만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드디어 다른 스텟을 올려 주는 영약도 만들 수 있구나. 하지만 그것보다 더 대단한 건 바로 올 스텟 영약이야. 이게 가능하면 진짜 대박이겠어. 그나저나 영혼 부여도 엄청 좋은 것 같은데, 어디 보자…….”
이서우는 모든 스텟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도 상당히 좋아 보여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 상세 정보를 통해 살펴보았다.
한데, 영혼 부여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술이었다.
“대, 대박! 이거 완전 사기 기술이잖아! 와, 이런 개사기가…….”
아무리 생각해도 영혼 부여 능력은 역대급 사기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서우의 입꼬리는 귀밑까지 찢어질 정도로 올라갔다.
초급 영혼 부여 능력은 고대에 존재했던 힘의 종족과 스피드의 종족, 지치지 않는 체력의 종족 등의 능력을 부여할 수 있었다.
“레벨이 상승하면 더 강력한 종족들의 영혼이 깃들면서 강해지는구나. 펠렌의 장비세트도 영혼 부여 능력이 깃들어 있는 거겠네.”
이서우는 어떻게 펠렌의 장비 세트가 진화하고, 강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차차, 얼른 회복제부터 만들자.”
이서우는 제조 관련 기술 창을 열었다.
“헉, 더럽게 많네.”
항목별로 제작 가능한 물약의 종류가 어마어마했다.
이서우는 암흑 계열을 회복시킬 수 있는 항목을 살폈다.
“있다! 역시 있어!”
언데드에게 중독되었을 때 회복하는 물약이 있었다.
이서우는 망설이지 않고 재료를 찾아 제조했다.
몰디나가 주고 간 마법 배낭에는 재료들이 정말 산더미처럼 많아서 필요한 모든 것이 있었다.
제조가 완료되자 쏜살처럼 몰디나에게로 갔다.
“됐습니다! 드디어 완성했어요!”
황제의 거처로 들어가자 몰디나와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리아가 보였다.
이서우는 기쁜 마음에 소리쳤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리 줘. 내가 할게.”
“네!”
이서우는 조심스럽게 물약을 건넸다.
환의 형태가 아니어서 복용하기에는 편했다.
몰디나는 조심스럽게 황제에게 다가가 물약을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모든 물약이 사라지자 몰디나와 아리아는 염려가 가득 담긴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효과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1분1초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황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폐하, 폐하!”
황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몰디나가 황제를 불렀다.
“으흠.”
황제의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움직임도 조금씩 많아졌고, 손도 느리지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한 달 가까이 누워만 있었으니 몸이 제 상태는 아닐 것이다.
마법의 힘으로 수분만 겨우 제공되고 있어 몸 상태가 말이 아닐 것이다.
드디어 황제가 눈을 떴다.
-‘황제를 호위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고급 강화석 1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10만이 증가합니다.
-‘몰디나의 간절한 부탁.’을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중략……
-레벨이 올랐습니다.
-30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최고급 강화석 1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30만이 증가합니다.
황제 앞이어서 정신없이 떠오르는 메시지에도 이서우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폐, 폐하!”
“내가, 내가 살아 있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폐하. 서우군 덕분에 살아나셨습니다.”
“그랬구먼. 그랬어. 꿈에서 서우 군이 나타나 날 꼭 살려주겠다고 했었는데, 정말 그랬구먼.”
볼이 헬쓱해진 황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폐하, 이걸 좀 드셔 보십시오. 기력이 조금 날 것이옵니다.”
“오오, 역시. 어서 주게.”
“네, 폐하.”
보통 때라면 몰디나에게 받아 올 것을 지시했겠지만, 이번 일로 이서우를 철석같이 믿게 된 황제는 그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허락했다.
몰디나와 아리아도 이서우라면 그럴 자격이 된다 여기고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황제는 힘겹게 이서우가 건넨 물약을 복용했다.
“허허허, 이거 참 신기한 약이로구먼. 정말 마시자마자 기력이 돌아왔어. 이렇게 신기한 약이 있다니!”
“워낙 귀한 것이라 저도 그것밖에 없지만, 효과는 확실할 것이옵니다.”
“맞네. 자네 말처럼 정말 탁월한 효과를 지녔구먼. 당장이라도 몬스터를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야.”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그러다가 또 앓아누우십니다.”
“하하하, 농담이네, 농담이야.”
옆에서 듣고 있던 아리아가 말리자 황제는 기분 좋게 소리 내어 웃었다.
“이런, 아리아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이제는 푹 쉬도록 해라.”
“아닙니다. 전 이제 괜찮습니다.”
“아니다. 날 위해 애쓴 널 계속 고생시킬 수야 없는 일이지 그만 가서 쉬도록 해라. 난 서우 군과 할 이야기가 있다.”
“네, 폐하.”
황제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몰디나와 아리아지만 그들 또한 황제에게 무례를 범할 수는 없었다.
예를 갖추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던 둘은 황제의 명령에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나가는 아리아를 붙잡은 이서우는 기력을 북돋워 주는 물약을 건넸다.
그 모습을 황제도, 몰디나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이서와 황제만 남게 되었다.
만약 이서우가 황제를 구하지 않았다면 결코 몰디나와 아리아는 자리를 비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이서우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었다.
“다시 한 번 자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폐하.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닐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을 자네가 한 것이야. 의식을 잃기 전, 나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네. 오랜 경험을 통해 죽음을 직감했지. 그런데도 자네는 날 살려 냈어.”
이서우는 몸 둘 바를 몰라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사실 황제가 몰디나와 아리아까지 물린 것은 이서우를 그들만큼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물질적인 것 외에 그렇게라도 이서우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자네를 왜 남으라고 했는지 아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제국의 수호기사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라네.”
“네?”
이서우는 처음 듣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수호기사는 나 외에는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네. 어떤 귀족들도 자네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지. 그것이 대공이나 황세자라도 마찬가지일세.”
“…….”
“물론 사병을 둘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차피 자네는 홀로 영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않았나. 게다가 수호기사는 상징적인 의미여서 자네의 자유를 침범하지는 않을 것이네. 단지, 카이젠의 위기에 나서 주기만 하면 된다네. 매달 꼬박꼬박 자네에게 골드가 지급될 것이고, 여러 가지 편의들을 제공받게 될 것이네. 너무 많아서 다 나열하기도 힘들구먼.”
“…….”
수호기사의 장점을 열거하자 이서우는 마음이 기울었다.
자유를 침해받지 않으면서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제국이 힘들 때 나서는 것은 어차피 퀘스트가 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왜 그러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겐가?”
“아, 아닙니다. 저만 너무 많은 혜택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지 않네. 자네는 날 구했고, 제국을 구했네. 그런 자네에게 솔직히 너무 약한 대우가 아닌가 염려스럽다네. 그래서 난 자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느 땅이든 줄 용의가 있네. 물론 너무 영토가 크면 대귀족들의 반발도 있을 테니 백작령 정도면 될 것이네.”
“…….”
오늘 이서우는 여러 번 말문이 막혔다.
백작령의 영토는 남한보다 더 크다.
땅이 큰 만큼 거기서 나오는 수익도 엄청나다. 그런 곳을 흔쾌히 준다고 하니 이서우로서는 기쁠 수밖에.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이서우는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족한 제가 수호기사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허허허, 잘 생각했네. 자네가 우리 카이젠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네.”
황제는 기꺼운 미소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특수 칭호 ‘카이젠 제국의 수호기사’를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이 수호기사가 되었다는 것이 제국 곳곳에 선포되었습니다.
-수호기사는 황제 이외의 그 어떤 사람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됩니다.
-매주 10만 골드의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백작령에 준하는 땅을 획득할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가장 큰 규모의 백작령과 동일한 땅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전설의 수호기사 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전설의 수호기사 세트는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황궁무고를 비롯해, 황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제외한 모든 곳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수호기사임을 증명할 패가 지급되었습니다. 황금판에 각종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것으로 거래 불가, 파괴 불가의 아이템입니다.
-수호기사의 혜택에 관한 것은 상세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가 이어질수록 이서우의 얼굴은 정오의 태양처럼 밝아졌다.
“마음에 드는 것 같으니 다행이구먼.”
“감사합니다, 폐하!”
이서우가 다시 한 번 고개를 깊숙이 숙이자 황제는 흡족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참, 이미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리치 킹 녀석을 날 이렇게 만들었어. 그래서 말인데, 그놈을 꼭 좀 처리해 주게.”
“그렇지 않아도 관라지급 녀석들을 잡기 위해 움직이려던 참이었습니다.”
“관리자 이상도 중요하겠지만 언데드 자체의 씨를 말려 주게. 이 땅에서 언데드를 모두 몰아내야 마음이 편하겠어!”
-언데드를 제거하라.
황제는 리치 킹에게 극도로 분노해 카이젠 제국에 있는 언데드를 몰아내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되었다.
하나, 전쟁의 위협과 블랙드래곤의 위협도 있기에 병사들을 투입할 수가 없다.
마침 수호기사를 수락한 당신에게 황제는 중책을 맡기려 한다.
난이도 : A
완료 조건 : 카이젠 제국에 있는 언데드 절반 이상 제거.
보상 : 언데드 1만 마리마다 1레벨 업 경험치, 50만 골드, 최고급 강화석 20개, 명성 1만.
‘헉. 1만 마리마다 1레벨이 올라가면 초고속으로 레벨 업이 가능하겠는데? 시간제한도 없고, 언데드를 싹 죽이고 리치 킹을 처리해도 되겠어. 놈이 최대한 천천히 나서 줘야 유리한데 말이지.’
이번 퀘스트는 이서우에게 무조건 이득이 되는 퀘스트였다.
1만 마리가 꽤 많은 숫자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언데드였기에 이서우에게는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게다가 관리자급 이상은 마리당 1레벨이 오르고, 일반 언데드까지 보상을 받게 되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그때였다.
몰디나가 황제를 찾았다.
“황제 폐하, 쿠아노 후작이 폐하를 뵙기를 청합니다.”
“쿠아노 후작이?”
“네, 폐하. 폐하의 부재가 이 이상 길어지면 대귀족들이 이상히 여길 것 같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긴, 그럴 테지. 서우 군의 약 때문에 기력도 회복이 되었으니 잠깐 만나는 것은 괜찮겠지. 서우 군도 바쁘지 않으면 함께 있어도 되네.”
“네, 폐하.”
이서우는 그냥 가려다 말고 쿠아노 후작이라는 말에 함께 있기로 했다.
‘헤라클레스 길드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했었지? 뭔가 수상하단 말이야.’
황제의 곁에 바짝 붙어서 쿠아노 후작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