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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42화 (242/341)

# 242

레벨이 갑이다

242화

이서우는 리치 킹을 상대하는 것 외에도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백호를 소환했다.

“주인님!”

“오랜만이네.”

“이젠 안 불러주시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백호가 없으면 사냥할 맛이 안 나는데 그럴 리가 있나.”

“헤헤, 역시 제가 최고죠!”

“그럼. 당연하지.”

“어떤 놈이 우리 주인님을 괴롭히는 거죠? 제가 싹 처리할게요!”

“리치 킹이 직접 나타날 거야. 그래서 말인데, 백호야 다양한 각도에서 놈을 주시하도록 해.”

“네? 설마 또 그 영상인가 뭔가 찍으려는 거예요?”

“좋은 장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장인 정신! 그걸 발휘해야 하는데, 네가 안 도와주면 나 혼자 어떻게 가능하겠니. 그 임무를 감당할 존재는 너밖에 없어.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이서우는 핏대를 세우며 열의를 가지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백호를 설득하는 건 최근 알게 된 사실 때문이었다.

이서우는 이설아와 함께 파티를 하면서 방송을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저장하려고 애썼다.

한데, 어느 날 백호를 보며 김소연의 소환수를 떠올렸다.

평소 가끔 같이 파티를 하면서 소환수의 시점에서 녹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왜 그때서야 떠오른 것인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해서 한번 테스트를 해 보았다.

근데 웬걸, 정말 녹화가 가능한 게 아닌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영상을 선명하고, 깔끔했다.

그때부터 이서우는 백호를 활용해서 멋진 영상들을 많이 확보했다.

이설아도 거기에 동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펫을 활용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소용이 없었다.

지능이 그다지 없고, 주어진 일만 하는 펫이어서 그런지 쓸모가 없었다.

그때부터 백호는 싸움보다는 다양한 영상을 얻기 위해 소환되었다.

처음에는 신이 나서 펄펄 날뛰었지만 사냥보다 영상이 주목적이 되면서 백호는 서운했다.

그래도 주인이 좋아하니 묵묵히 참고 해냈지만, 중요한 순간에서까지 그런 요구를 하자 서러움이 폭발했고, 눈물까지 뚝뚝 흘렸다.

“흑흑, 주인님. 이제 제가 싫어지신 거죠?”

“아, 아니야! 너 없으면 사냥할 맛이 안 나! 내가 널 두고 뭘하겠니. 그런데 그런 섭섭한 말을 하다니…….”

“아, 아니에요. 당연히 주인님께서 절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죠. 하지만 저도 사냥을 하고 싶다고요.”

백호의 간절한 호소에 이서우는 잠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서우의 흔들리는 눈빛.

슬픈 눈동자.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꿈틀거리는 모습에서 백호를 아끼는 마음이 절실히 묻어났다.

백호는 진정성 어린 이서우의 모습을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주, 주인님…….”

“그래. 내가 널 너무 무시했구나. 우리 같이 사냥에 집중하자.”

“아, 아니에요, 주인님. 제가 조금 더 노력해서 좋은 장면을 뽑아낼게요. 그러니 염려 마시고, 리치 킹을 처치하는 데 집중하세요!”

“아니야. 네가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아니라니까요. 전 괜찮으니 리치 킹만 막아 주세요.”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백호를 보며 이서우는 잠시 뜸을 들였다.

여기서 덥석 대답을 빨리 해 버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잠시 백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 역시 우리 백호밖에 없어!”

“헤헤, 당연하죠! 저 아니면 어떻게 그런 멋진 영상을 담아내겠어요. 제가 맡겨만 주세요!”

“역시! 우리 백호, 파이팅!”

이서우는 백호를 설득했고, 이번에도 성공했다.

‘쩝. 펫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 연기까지 해야 하나.’

그냥 강압적인 명령을 할까 했지만 이서우는 고개를 저었다.

단순한 펫이라고 해도 대화가 통하는 존재이기에 명령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설득하는 과정이 갈수록 유치해지고 있어 답답한 마음도 들지만 좋은 반려 펫이어서 그 정도 노력은 할 수 있었다.

설득을 끝내고 이서우가 앞장서자 백호가 그의 어깨로 폴짝 뛰어올랐다.

일인일수는 멀리서 느껴지는 어둠의 기운을 향해 비장한 각오로 걷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석양이 지고 있어 그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언데드들이 시간을 제대로 맞추는군. 많이 힘들 거야.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네, 주인님!”

이서우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고, 백호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일은 생각대로 쉽게 진행되지 않는 법이다.

한참 뒤 리치 킹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10미터 거리를 두고 선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왔군. 죽으러.”

“인간 주제에 자신감이 대단해. 너야말로 나의 영원한 노예가 되기 위해 왔구나.”

“고작 1만도 안 되는 언데드로 날 상대하려고?”

“크하하하하하, 멍청한 놈. 내가 타이탄을 처치하기 위해 모든 언데드들을 보낸 것으로 아느냐.”

“아니. 네가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어. 날 이곳에 붙잡아 두고 다른 언데드들을 황궁으로 보냈겠지.”

“그, 그걸 어떻게…….”

“바보 멍청이가 아니면 그 정도는 알 수 있어. 하지만 거기엔 내 동료들이 포진하고 있어 쉽지 않을 거야.”

“네 동료들? 아, 그 허접한 놈들 말이군. 난 또 무슨 대단한 존재들이 있는 줄 알았네.”

이서우의 말에 리치 킹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서우의 다음 말에 리치 킹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당연히 내 동료들 말고도 꽤 강력한 존재들이 있지. 네가 얼마나 많은 언데드들을 은밀히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계획대로는 안 될 거야.”

“크크크, 강력한 존재들이라. 너 정도 되는 인물이 아니라면 황궁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절반의 병력을 잃으니 실성을 했나 보군.”

이서우는 리치 킹이 허세를 부린다고 여겼다.

만약 이서우가 상대해야 할 정도의 존재가 있었다면 리치 킹이 절반의 군사를 잃을 때까지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하지만 나의 군대가 사라질 동안 내가 놀고만 있었을 것 같으냐?”

“뭔가 꿍꿍이가 있나 보군.”

“있지. 네놈을 파멸시킬 길이.”

“어디 한번 너의 계획을 들어 볼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지?”

“아주 인간 행세는 혼자 다하는군.”

“뭐, 좋은 말은 배워야 하는 거 아니겠어? 어쨌든 듣는 것 보다 직접 보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 절망이 뭔지 알게 될 테니까.”

“절망이라. 내가 너에게 보여 주고 싶은 거군. 뭐, 곧 보게 될 테니 급할 필요는 없지만.”

서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과연 누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고, 살기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때 리치 킹이 묘한 웃음을 짓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네가 자신만만해하던 게 그 숯덩어리냐?”

“크하하하하, 뭐? 숯덩어리?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네 눈엔 이게 하찮은 숯덩어리처럼 보이느냐?”

“어둠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지?”

“어떻게 될지 직접 느껴 봐라.”

리치 킹이 어둠의 힘이 담긴 정수를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암흑 폭풍이 그의 주변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조심하셔야 해요.

-난 괜찮아. 그보다 네가 걱정이야. 잘 피해.

-저야 직접 부딪치지 않을 테니 괜찮아요.

-안전이 가장 우선이야. 명심해.

-네, 주인님.

백호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서우의 곁에서 멀어졌다. 괜히 근처에 있어 봐야 방해만 될 뿐이다.

암흑의 정수를 복용한 리치 킹의 힘이 엄청나게 증폭되었다.

“크하하하하. 힘이 넘치는구나. 힘이 넘쳐!”

“2배 정도 강해진 것 같네. 그게 끝이냐?”

“애써 두려움을 감추고 있구나. 오늘 네놈은 나의 노예가 될 것이다.”

“어디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

이서우가 대검을 뽑아 들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오래 끌 것 없이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이서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선공은 이서우였다.

그는 초월가속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갑자기 이서우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리치 킹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칠흑으로 물든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챙!

“이게 네놈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냐?”

이서우는 너무 쉽게 리치 킹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절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당황해하는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 주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었다.

‘젠장. 이놈이 진짜 아주 작정을 하고 나왔구나. 그렇다면 나도 가만있을 수는 없지.’

“표정을 보아하니 놀란 것 같군.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야. 일단 가볍게 공격해 볼까나.”

리치 킹의 암흑검이 움직였다. 이서우는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의 검을 미처 보지 못했다.

서걱!

가슴부분이 잘려 나가며 생명령이 10퍼센트나 빠져나갔다.

가볍게 공격을 한다고 했는데, 엄청난 대미지였다.

“이놈이!”

“싸움은 화만 낸다고 이기는 게 아냐. 그리고 이제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그렇게 놀라면 쓰나. 자, 다음은 뭐로 해 줄까.”

리치 킹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걸렸다.

이서우는 즉시 상태 창을 열었다.

‘아껴 두려 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힘의 차이를 보여 주마.’

430레벨이 되면서 이서우는 꽤 많은 변화를 이뤘다. 스텟이나 능력치의 변화만이 아니었다.

이서우는 영혼 부여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서우는 아껴 두었던 영혼 부여 기술을 개방했다.

-영혼 부여가 된 근력 스텟 증가 영약을 복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전부 다 복용해!’

-순수 근력이 1,200에 도달했습니다.

-근력 증가 스텟 영약에 영혼이 부여 되어 능력치가 대폭 상향됩니다.

-스텟 1당 공격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전체 공격력이 20퍼센트 상승합니다.

-영혼부여가 된 민첩력 스텟 증가 영약을 복용하시겠습니까?

‘민첩력과 체력 모두 복용한다. 전부!’

-순수 민첩력이 1,200에 도달했습니다.

-민첩력 증가 스텟 영약에 영혼이 부여 되어 능력치가 대폭 상향됩니다.

-스텟 1당 이동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가속화와 초월 가속의 능력이 대폭 상향됩니다.

-순수 체력 스텟이 1,200에 도달했습니다.

-체력 증가 스텟 영약에 영혼이 부여되어 능력치가 대폭 상향됩니다.

-스텟 1당 생명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받는 대미지의 20퍼센트가 감소됩니다.

‘자, 이제 잠재력을 올려 보실까!’

이서우는 395개의 보너스 스텟 중 288개를 올려 잠재력 스텟을 1천에 맞추었다.

그러자 반가운 메시지가 떴다.

-잠재력 순수 스텟이 1,000에 도달했습니다.

-영혼 부여를 이룬 근력, 민첩력, 체력 스텟과 융화되면서 잠재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가속화, 초월 가속의 능력이 대폭 상향됩니다.

-스텟 1당 증가하는 능력치가 대폭 상향됩니다.

-받는 대미지의 20퍼센트가 감소됩니다.

메시지가 끝이 났을 때, 리치 킹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암흑 검을 찔렀다.

“헉! 이, 이런…….”

당연히 가슴이 뚫렸을 거라 여기고 즐거워하는데, 갑자기 이서우의 모습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놀란 리치 킹은 얼른 이서우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퍼석!

“어, 어떻게…….”

“너만 숨겨 둔 한 수가 있을 줄 알았어?”

이서우는 검을 든 리치 킹의 팔을 잘라 버리고는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리치 킹은 이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강해질 수가 있는 것이냐!”

인간과 달라서 목이 잡혔다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하지는 않아 할 말은 다 했다.

하지만 말만 할 수 있을 뿐, 이서우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펠렌을 경험한 녀석이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넌 펠렌의 능력을 반의반도 얻지 못했을 텐데?”

“그건 네 생각이고. 이제 그냥 조용히 땅에 묻혀.”

“이, 이놈, 잠시 당황했지만 이대로 끝나지는 않는다.”

“또 뭔가 숨겨 둔 한 수가 있나 보지? 하지만 내 손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녀석이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크크크, 멍청한 놈. 왜 내가 이런 자신감을 가지는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네가 날 붙잡은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도 알게 될 것이고.”

“…….”

승리를 자신하는 리치 킹의 목소리에 이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위기에서 리치 킹이 벗어날 길은 없었다.

한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다음 리치 킹의 행동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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