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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46화 (246/341)

# 246

레벨이 갑이다

246화

박민수와 류종명은 이서우에게 접근한 두 여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강진영은 대한민국 재계 서열 3위 그룹의 외동딸이었다. 유일한 자식이다 보니 모든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데다가 똑똑하기까지 해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게다가 김소연 정도의 천재는 아니지만 상위 10퍼센트에 들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방송을 통해 서우 씨의 활약 잘 보고 있어요. 그리고 공개적으로 고백하신 거 보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렇군요.”

구소예는 이서우가 경계심을 풀 수 있도록 이설아를 언급했다.

‘난 당신이 임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른 마음을 품고 접근한 게 아니다’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애인이 있는데도 말을 거는 건 그저 가볍게 인사나 하려는가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서우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아예 관심이 없었다.

“저랑 진영이도 뉴 월드를 하거든요. 전 힐런데, 진영인 여리여리해도 몸빵 최고의 탱커예요.”

“아, 네.”

보통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탱커를 하실 생각을 했냐면서 놀라거나 두 분 직업이 바뀌신 것 같다면서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한데, 이서우는 목석처럼 그런가 보다 하며 넘겨 버렸다.

반응이 없는 이서우를 보며 조용히 있던 강진영이 입을 열었다.

남자들은 자신만 보면 번호를 따 보려고 온갖 수작을 다 부리는데, 이서우가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서우 씨도 탱커 겸 딜러를 한다고 들었어요. 대검을 사용하실 텐데 대단하세요. 지인들과 파티를 하고 계시던데 어그로는 어떻게 관리를 하시는 거예요?”

“관리 안 하는데요?”

“네?”

“관리 안 한다고요.”

“…….”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오자 강진영은 순간 당황했다.

탱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어그로 관리다. 파티원들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몬스터들이 자신을 공격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탱커는 기본적으로 적대치를 증가시켜 주는 스킬들이 많다.

탱커 전용 스킬이어서 그 어떤 딜러도 적대치를 높여 주는 스킬을 가질 수 없었다.

탱커들은 거기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 몬스터부터 네임드, 보스, 레이드 몬스터에 이르기까지. 강한 몬스터일수록 적대치 관리는 중요해서 반드시 탱커가 필요했다.

한데, 그런 중요한 걸 관리하지 않는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구소예가 물었다.

“그러면 서우 씨는 어떻게 파티를 운영하시는 거죠? 강한 몬스터라면 힐러가 위험할 텐데요.”

“그냥 죽이면 됩니다.”

“네?”

너무 단순하고도 명료한 대답에 구소예는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티원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사냥을 하신다는 건가요?”

“제 영상을 보셨다면 아실 텐데요.”

이서우의 영상을 화려함 위주여서 일반 유저들이 진행하는 파티와는 완전히 달랐다.

주로 솔로 플레이가 많았는데, 간혹 파티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했다.

강진영과 구소예는 주로 파티 사냥을 하기 때문에 이서우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주제였다.

한데, 이서우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들이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서우 씨의 영상을 주로 화려함에 치우쳐 있어서 볼거리는 많은데, 파티 운영과 같은 실질적인 부분은 부족하더군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서우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두 여자는 상당히 놀랐다.

이서우 정도 되는 위치면 자존심이 강하다 못해 하늘을 뚫고 우주로 뻗어 나갈 지경이다.

그들은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특히 강진영은 재계 서열 3위 그룹의 외동딸로 살아오면서 잘난 집안의 사람들은 다 만나 봤다.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두가 자존심이 강했다.

문제는 자신의 실수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자존심만 내세운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싫어서 그들은 재계의 인물들과 잘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서우는 너무 태연스럽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지금 서우 씨의 실수를 인정하시는 건가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방송을 하는 건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선가요?”

구소예는 솔직한 성격답게 돌직구를 날렸다.

이서우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들을 만나고 처음으로 보이는 감정 변화였다.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두 분은 돈이 싫으신가 봐요?”

“그건 아니지만…….”

이서우는 태연하게 돈을 위해 방송한다고 말했다. 너무 당당해서 두 사람이 당황할 정도였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정서상 돈을 밝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서우가 돈을 밝힌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일을 하는데 돈이 목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사실, 꿈과 비전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들조차도 가족이 있다면 돈을 위해 그 일에 뛰어든다. 그러다가 점점 돈을 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과정을 겪는다. 홀로 사는 사회도 아닌데 돈이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부모 잘 만나서 기업을 물려받거나 엄청난 상속을 받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든, 자수성가를 한 사람이든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다는 전 이만 실례를 해야겠네요.”

“네? 아, 네.”

이서우는 친구들과 함께 안면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온 곳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데 무시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었다.

“윤하야!”

“왔어?”

“어.”

“오랜만이다?”

“서우도 왔구나. 잘 왔어. 민수랑 종명이한테 잘 지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너 방송하는 것도 잘 보고 있어.”

“그랬구나. 너도 잘 지내지?”

“그럼. 저놈들이 배신을 하는 바람에 혼자 열심히 레벨 올리고 있어.”

“야, 배신은 네가 먼저 했거든! 남자 친구 생겼다고 쪼르르 달려간 게 누군데?”

“미안하다.”

“어라, 너 표정이 왜 그래? 설마 헤어졌냐?”

“그래. 헤어졌다!”

“누가 감히 우리 윤하를 뻥 차 버렸지? 진짜 멍청하다.”

“차이긴 누가 차였다고 그래! 내가 찼거든?”

“그래, 그렇다고 치고.”

“야! 진짜라고. 뭐, 이미 지난 일이니 됐고. 참, 인사해. 너희들은 아마 잘 모를 거야. 최수연이라고, 혹시 뉴 월드에서 만나게 되면 잘 챙겨 줘.”

“안녕하세요. 최수연이에요.”

“이서우입니다.”

“박민수라고 합니다.”

“류종명입니다.”

각자 인사가 끝났는데, 최수연은 이서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 거지 싶어 최수연의 얼굴을 마주보는데, 낯이 익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최수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뉴 월드에서도 똑같은 이름을 썼고, 외모도 바뀌지 않았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 못 알아보시나 봐요.”

“누구……시더라.”

“트롤들의 조상이 남긴 곳을 찾을 때…….”

“아! 그때 그 파티 중 한 분이시군요. 반가워요.”

“어머, 두 사람 알고 있었어?”

“어. 초반에 한 번 파티 했었어.”

“와, 대단한 인연이네. 이런 곳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데.”

“그러게. 근데 수연 씨도 저희 학교를 다니셨나 봐요?”

“네. 과가 달라서 서우 씨를 보지는 못했고요.”

최수연이 속한 파티의 매너가 좋아서 이서우의 머릿속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가워요. 다른 분들도 잘 계시죠?”

“네. 열심히 뉴 월드를 즐기고 있죠. 방송으로 서우 씨 영상 보면서 늘 자극을 받고 있어요.”

“하하하, 그랬군요. 그럼 엄청 광렙하고 계시겠는데요?”

“네. 벌써 400레벨을 넘겼는걸요. 경험치 구입을 하지 않고서 올린 성과니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도움 없이 하는 건데 그 정도면 대단하신 거죠. 다들 바쁘실 텐데.”

“저희에게 좋은 날도 곧 오겠죠.”

“4차 전직 유저 영상을 보셨군요.”

“네. 그 영상 보고 힘이 나더라고요. 저도 경험치를 사야하나, 고민했거든요.”

“이젠 다들 4차 전직을 향해 달릴 테니 경험치 사기는 힘들 거예요. 오히려 버티신 게 잘하신 것 같아요. 한 번 좋은 걸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거든요.”

“맞아요. 벌써부터 경험치를 늘 사 오던 사람들은 레벨이 안 오른다고 힘들어 하더라고요.”

“아마 느리다고 엄청 투덜댈 거예요.”

이서우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대화에 집중했다.

강진영, 구소예와 대화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어머, 수연이도 왔구나.”

“어? 어, 그래.”

나타난 사람들은 바로 강진영과 구소예였다.

이서우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구소예가 강진영을 끌고 온 것이었다.

강진영은 그냥 끼어들지 말자고 했지만 자존심이 상한 구소예가 억지로 그녀를 데려왔다.

“어머, 서우 씨, 수연이와 아는 사이셨어요?”

“네.”

“그렇구나. 저희도 수연이 잘 알아요. 진영이 그룹의 하청의, 하청의, 하청업체가 바로 수연이 아빠가 운영하는 회사거든요.”

“아, 그렇군요. 죄송한데, 지금 제가 이분들과 대화를 하는 중이라서 그런데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겠어요?”

“네? 아, 네.”

이서우의 말은 정중했지만 그의 표정은 그다지 정중하지 않았다.

구소예는 하찮은 최수연 때문에 이서우가 자신들을 쫓아낸다는 생각에 최수연을 노려보고는 자리를 피했다.

“서우 씨, 괜찮으시겠어요?”

“뭐가요?”

“구소예, 저 애 자존심이 엄청 강해요. 재계 10위 그룹의 손녀이기도 하고요. 곧 쟤 아버지가 회사를 물려받게 된다고 하니 다들 잘 보이려고 난리예요.”

“혹시라도 아버님 회사에 피해가 갈까 봐 염려가 되신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이서우는 구소예 같은 유형의 사람들을 잘 안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많이 봐왔다.

어나더 월드 시절에 온갖 군상들을 봤고,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서우는 무책임하게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들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재계 서열 10위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이서우의 명성도 그에 못지않다.

가장 떠오르는 혜성 중 단연 돋보이는 사람이 바로 이서우다.

과거 한국 나이로 서른네 살에 60조 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모바일 기기로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것뿐인데,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이서우는 이제 20대 후반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동영상이 계속 팔리고 있고, 광고 수익도 상당해 많게는 하루 매출이 수백, 수천억까지 나온다.

정기적으로 하는 방송의 유료 시청자들도 수천만에 달해 이서우가 가져가는 순수입이 한 달에 수천억이 넘는다.

몸값이 올라 한 번 방송으로 K사에서 받는 돈만 해도 수십억이었다.

방송출연, 광고 수입, 방송 유료 결제 수입. 이 세 가지만 해도 1년에 매출이 최소 수조 원이다.

이서우가 절반 이상의 비율로 가져가기 때문에 이서우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앞으로의 수익은 더 대단했다. 스텟 증가 영약으로 증명이 되었듯 아이템을 팔아서 얻는 수익은 지금으로서는 짐작도 되지 않았다.

혹자는 최소 5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겠다고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10조는 거뜬하다고 했다.

하지만 중론은 아이템으로 2조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었다.

스텟 증가 영약은 본인도 복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팔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중국에서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기 때문에 국내에서보다 비율은 낮지만 덩치가 다르다.

그 모든 것을 감안해 이용자 숫자가 20억이 될 때, 이서우의 수익은 연간 10조 이상이 될 거라 내다봤다.

아주 보수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조차도 말이다.

물론 변수도 있었다. 4차 전직 유저가 나타나면서 사람들의 눈도 다른 방송으로 많이 돌아갔고, 다른 나라에서도 조만간 가상현실 게임이 나올 것이기에 이용자 숫자가 10억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스텟 증가 영약을 한 번에 3개씩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인벤토리에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꽤 많이 쌓였다는 점.

4차 전직 이후가 되면 더 강력한 물약 종류들이 나올 거라는 점. 마지막으로 하이 레벨 지역에 생기는 도시마다 초고층 빌딩을 마음대로 지을 수 있다는 점.

하이 레벨 지역에 지어진 빌딩에서 나오는 수익만 해도 엄청나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뜨거워서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그럴수록 대형 길드들과의 사이는 나빠지고 있지만, 이서우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용자가 10억에 머물러도 이서우의 수익은 늘었으면 늘었지 절대 줄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한 개인이 연간 10조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게 20대 후반의 젊은 사람이라면 어떨까.

이곳에 온 많은 사람들도 이서우의 가능성을 알기에 인사라도 나누고 싶어서 온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

팅팅팅!

서양식 파티로 편안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시간이 되었는지 주최자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와인 잔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내는 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곧 놈들이 행동을 하겠군. 대체 뭘 준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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