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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52화 (252/341)

# 252

레벨이 갑이다

252화

“이 녀석아, 그건 언감생심 욕심을 부리지도 마. 절대 줄 수 없는 거니까.”

“그게 뭔데 그러세요?”

“이게 바로 희대의 금속이지. 이걸로 장비를 만들면 모든 것을 다 잘라 버릴 수 있는 보검이 된다, 이 말씀이야. 마나를 무한대로 담을 수 있어서 드래곤 본보다 더 좋다는 평가가 있어.”

“헐. 그렇게나 대단한 거예요?”

“그래.”

“그게 대체 뭔데요?”

“들어는 봤나. 아다만티움이라고.”

“아다만티움요?”

“그래.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거야. 아주 희귀한 거니 욕심은 끊어.”

“펠렌의 장비가 있는데 뭐 하러요.”

“쯧쯧, 펠렌 님의 장비가 바로 이걸로 만든 거야. 알겠어?”

“네에?”

이서우는 란셀이 얼른 집어넣는 초록 빛깔의 금속을 보며 크게 놀랐다.

펠렌의 장비를 만든 금속이라니.

솔직히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욕심이 없다가, 펠렌의 장비를 만들었다고 하니 강한 소유욕이 생겼다.

하지만 란셀은 얼른 그것을 품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당시 란셀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던 이서우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란셀 님, 지금 구하러 갑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구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아다만티움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아마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서우는 지체하지 않고 란셀을 구하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NPC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서우가 존재하기까지 란셀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

아무리 NPC라고 하지만 더이상은 미룰 수 없는 문제였다.

“프랑드 님, 그거 제게 파시죠. 아무래도 제가 잘 아는 분이 가지고 계셨던 물건 같거든요.”

“그래요? 그럼 그냥 드려야죠. 서우 씨에게 팔아 봐야 뭐 한다고.”

“아니에요. 그거 아주 귀한 금속이에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제 마음이 편해요.”

“그러면 좋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팔도록 하죠.”

프랑드도 공과 사는 구분할 수 있기에 이서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얼마나 드리면 되나요?”

“1골드만 주시면 됩니다.”

“네?”

“자고로 가격은 파는 사람이 정하는 겁니다. 전 이걸 1골드에 서우 씨에게 팔고 싶군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시잖아요. 저 돈 많은 거.”

“알죠. 하지만 저도 돈 많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얼마 못 번다면서 엄살 부리시더니.”

“하, 하, 하. 제가 그랬나요?”

“녹화해 뒀는데 영상으로 확인하실래요?”

“아, 아닙니다. 그냥 넘어가시죠.”

프랑드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이서우는 그의 진실된 태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1골드에 그걸 사도록 하죠.”

“네.”

이서우는 가볍게 1골드를 넘겼다. 그의 인벤토리에는 수천만 골드가 쌓여 있어 1골드가 빠져도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아다만티움을 넘겨받은 이서우는 인벤토리에 잘 넣어 두었다.

“근데, 이걸 어디서 발견했나요?”

“서른다섯 번째 마을에서 발견했습니다. 빌딩 공사를 잠시 감독해 달라고 해서 갔거든요.”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덕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큰 도움이 됐다니 기분은 좋네요.”

“프랑드 님에게는 별게 아니지만 제게는 참으로 귀한 거거든요.”

“그렇군요.”

“이걸 보여 주기 위해 절 찾으셨던 겁니까?”

“딱 봐도 뭔가 중요한 물건 같아서요. 제가 촉이 좀 좋잖습니까.”

“프랑드 님 촉이야 알아주죠.”

이서우의 칭찬에 프랑드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참, 그것 말고도 드릴 말씀이 있기는 합니다.”

“뭔가요?”

“현재 엘사둔 지역이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가 사정이 좀 안 좋긴 하죠.”

“사정이 안 좋은 곳에서 장사를 한다는 게 좀 미안하지만, 이윤을 조금 줄이면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익을 줄이고, 그들을 돕자고요?”

“네.”

“하지만 엘사둔은 카이젠과 적대적인 관계를 가진 제국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랬죠. 하지만 이번에 서우 씨가 아주 큰 활약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엘사둔에서 장사를 하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문젠데요?”

“대귀족들이 대놓고 서우 씨 덕분에 엘사둔은 앞으로 영원히 카이젠을 공격할 수 없다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그래요?”

“네. 이미 소문이 파다해요. 카이젠 제국의 수호기사가 되더니 전쟁까지 종식시킨 영웅이라면 NPC들 사이에서 인기가 엄청납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지금까지 해온 NPC들의 행동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소문으로는 엘사둔 제국에 있는 상인들도 큰 피해를 봐서 물량이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제국 자체에서는 이미 재건 공사만으로도 벅차서 힘들고요.”

“그렇군요. 한데, 그 일은 굳이 제게 상의를 하지 않으셔도 될 텐데요?”

“아니죠. 반드시 서우 씨에게 상의를 해야죠.”

“네?”

“서우 씨가 나서면 엘사둔도 거래를 할 게 아닙니까. 이윤을 줄이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니 서로 윈윈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흠.”

이서우는 턱을 어루만지고 고민에 빠졌다. 보상금도 엄청나게 받았는데, 물건까지 팔아서 또 이득을 취한다?

‘이윤을 줄인다면 반다이젠 후작도 받아들일 것 같기는 한데.’

생각을 정리한 이서우가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아무래도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네요.”

“네.”

이서우는 즉시 통신구로 몰디나에게 연락을 넣었다.

-몰디나 님?

-오, 이게 누구야. 우리 영웅님 아니신가.

-쑥스럽게 그러지 마세요.

-맞는 말인데 뭘. 근데 웬일이야?

-한 가지 상의할 게 있어서요?

-뭔데?

-엘사둔이 앞으로 절대 카이젠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한 거 기억하시죠?

-그랬지. 공격하게 되면 아주 난리가 나지. 그래서 매년 병력 상황을 우리에게 알리도록 한 거고.

-근데, 걔들도 재건을 해야 하잖아.

-당연히 해야지. 그 꼴로 어떻게 지내겠어. 아마 재건 사업만 해도 수십 년은 걸릴걸?

-그래서 말인데, 제가 재건에 필요한 물건을 대고 이익을 가져가는 건 어떨까요? 이윤을 조금만 남기면 반다이젠 후작도 동의할 것 같은데.

-장사를 할 거면 제대로 이윤을 남겨야지. 잠깐만 황제폐하께 말씀드려 볼게.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장사라면 네가 이익을 보는 게 우리로서도 훨씬 좋지. 후딱 다녀올 테니 잠시 기다려 봐.

몰디나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서둘러 황제에게 달려갔다.

이서우는 황제가 과연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까 했는데 의외로 쉽게 허락을 얻어 냈다.

-폐하께서 그렇게 하라셔. 하지만 이윤을 적게 보지는 말고 남들 얻는 만큼은 취하라는데?

-그래요? 잘됐네요. 그럼 그렇게 알고 추진할게요.

-그래. 이왕이면 반다이젠 후작 돈을 싹 좀 쓸어담아 버려. 궁핍해야 딴생각을 안 하지.

-딴생각을 했다가는 제가 가만히 안 있죠.

-알지. 황제폐하께서도 너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거니까.

-네.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 게요. 참, 별 일은 없죠?

-참 빨리도 물어본다. 별 일은 없어. 하지만 자주 좀 놀러 와. 아리아랑 둘 만 있으니 얼마나 심심하다고.

-네. 조만간 한번 찾아뵐게요.

-그래. 그럼 수고해.

이서우는 몰디나와 통신을 끊고, 이번에는 반다이젠 후작에게 연락을 넣었다.

-반다이젠 후작, 잘 지냈어?

-자네군. 한데 무슨 일이지?

-이거 우리 사이에 그럴 거야?

-나 바쁘니까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용건이나 말해.

-재건 사업은 잘돼 가?

-네 덕분에 아주 잘돼 가고 있다.

-그거 왠지 비꼬는 것 같은데?

-비꼬긴. 네가 리치 킹을 일찍 처치한 덕분에 절반은 무사하니 다행이라는 소린데.

-그래? 뭐, 그런 뜻이면 다행이고. 열 받아서 바로 엘사둔으로 쳐들어갈 뻔 했잖아.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반다이젠 후작은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

리치 킹을 홀로 처치한 이서우가 엘사둔을 공격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겁이 났다.

-아 참. 용건을 말 안 했네. 재건 사업을 하려면 여러 가지 물건들 많이 필요하겠네. 그치?

-많이 필요하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필요한 거 대줄 테니 나랑 거래하자고.

-뭐?

반다이젠 후작은 잘못 들었나 싶어 재차 물었다. 한데, 이서우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듣자 그제야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싫어? 이거 섭섭하네. 엘사둔 제국을 위해 쎄가 빠져라 싸웠는데 말이야.

그게 엘사둔을 위한 거였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또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 꾹 참았다.

결국 반다이젠 후작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싫기는. 근데, 물량이 꽤 많은데 괜찮겠어?

-그 정도는 문제없어. 필요한 물건 목록이나 보내 줘.

-그러지.

-참. 그리고 기존의 거래처보다 1퍼센트 정도 저렴하게 줄 테니 욕심은 부리지 마.

-아, 알았다.

반다이젠 후작은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 좀 많이 깎고 싶었지만 이서우의 단호한 말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대륙 최대 규모의 거래가 순식간에 성사되었다.

엘사둔 제국은 미국 영토보다 거의 2배나 넓다.

그 넓은 땅을 리치 킹은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어차피 폐허가 되어야 힘을 내는 언데드들이니 아주 시원하게 날려 버린 것이다.

그래서 재건 사업에 필요한 재료들도 엄청났다.

사실 재원만 있다면 10년이면 충분히 재건할 수 있다. 하지만 몰락한 제국에 돈이 어디 있겠나.

그나마 모험가들이 있으니 수수료라도 받으면서 조금씩 골드를 모으고 있지만 재건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이 레벨 지역으로 많은 유저들이 빠지면서 수수료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저런 악재가 겹치면서 반다이젠 후작은 죽을 맛이었는데, 이서우가 아픈 데를 긁어 놓았다.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네? 벌써요?”

“네. 통신구가 있으니 편하네요.”

“와, 역시 서우 씨의 파워가 대단하네요. 그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단번에 성사시키다니.”

“곧 목록이 올 겁니다. 아, 지금 도착했네요.”

이서우는 반다이젠 후작에게서 받은 목록을 프랑드에게 건넸다.

“헐! 어, 엄청나네요.”

“인건비, 수송비와 기타 경비를 모두 제외하고 남는 수익에서 20퍼센트를 프랑드 씨가 가지고 나머지는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당연하죠! 무조건 수락합니다.”

프랑드는 아무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모든 경비를 다 제외하고 순수한 수익에서 20퍼센트면 엄청나다. 아마 서른여섯 곳의 빌딩에 있는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을 것이다.

“서우 씨는 상인왕이 아니라 상인의 신입니다. 신이에요!”

뉴 월드를 하면서 거의 1년 가까이를 오직 상인의 길에만 투자했는데, 이서우는 그 모든 시간을 뛰어넘어 계약을 따냈다.

지금 이서우의 모습이 프랑드가 바라는 궁극의 상인의 길이었다.

겨우 10분 만에 자신이 그동안 해 왔던 모든 상행보다 더 큰 계약을 따냈으니 신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이서우는 계약서를 작성하고는 서른다섯 번째 마을로 향했다.

접속하자마자 한 건 제대로 해서일까. 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NPC에게 정이 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란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신경은 쓰였다.

‘납치는 분명 카이젠 제국에서 당했는데, 란셀 님의 흔적은 서른다섯 번째 마을에서 나타났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강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가속도 기술에 담겼다.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힌 이서우는 금세 서른다섯 번째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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