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253화 (253/341)

# 253

레벨이 갑이다

253화

마을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서우는 마을 경비대에게로 곧장 갔다.

어느 마을이든 NPC와 유저들의 공간은 나뉘어져 있었다. NPC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명성이 상당히 높아야만 했다.

명성이 높아도 NPC들과 친분이 없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서우는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곧장 경비대장에게로 갈 수 있었다.

“영웅님, 어서 오십시오.”

“과한 예는 거둬 주십시오.”

“아닙니다. 카이젠을 구하신 영웅이시고, 우리 제국의 수호기사신데 어찌 과하다 하십니까.”

격식을 제대로 차리는 경비대장을 보며 이서우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저렇게 나오는 NPC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 이곳에서 뭔가 특이한 것이 발견되지 않았나, 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최근 그런 물건이 발견되었습니다. 수호기사님의 땅에서 나온 것이라 제가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발견자에게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국 법이 그러니까요.”

“네. 괜찮습니다. 보관하고 계신 걸 제가 받을 수 있을까요?”

“네. 그리 덩어리가 크지 않습니다.”

“혹시 그 근처에서 다른 게 발견되지는 않았는지요?”

“주머니 하나가 발견되기는 했는데, 마법이 걸려 있는지 열 수가 없더군요. 저희가 함부로 취급할 게 아닌 것 같아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것까지 다 저에게 주십시오.”

“네.”

경비대장은 아무런 의심없이 이서우에게 발견한 모든 물건을 건네주었다.

수호기사는 제국에서도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다. 오직 황제 외에는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기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잘 보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 다른 게 나오면 지금처럼 보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맡겨만 주십시오!”

“네. 그럼 경비대장님만 믿겠습니다.”

“네!”

이서우가 부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대답하는 경비대장의 얼굴에 짙은 만족감이 담겨 있었다.

주머니를 발견한 정확한 위치를 전달받고, 격려를 한 뒤 이서우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어떤 물건인지 확인했다.

‘아다만티움도 조금 더 있고. 마법 주머니 안에는 뭐가 있지?’

마법 주머니는 본인이 아니면 열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지금 당장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서우도 그것을 잘 알기에 살짝 보기만 하려고 집어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란셀이 당신을 위해 남긴 마법 주머니입니다. 넘겨받으시면 당신의 소유가 됩니다. 넘겨받으시겠습니까?

“헉. 뭐야?”

생각지도 못한 일에 이서우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마법주머니를 넘겨받았다.

그러자 너무 쉽게 마법주머니가 열렸다.

안에는 각종 아이템과 책이 있었는데, 하나씩 뒤지니 서신도 나왔다.

이서우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붙잡고는 읽어 내려갔다.

-펠렌의 후예에게. 아마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난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구나.

‘란셀 님…….’

죽음을 이야기하는 란셀의 편지에 이서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래, 죽음을 확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셨어. 편지 내용부터 끝까지 확인하자.’

이서우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편지를 읽었다.

-말년에 널 만나서 참으로 즐거웠는데, 다시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어떻게 되든 너무 슬퍼 말아라. 그리고 펠렌 님의 뒤를 이어 대륙 최강이 되어다오.

내용이 더 있을 줄 알았는데, 편지는 거기가 끝이 났다.

‘아직 예단豫斷하긴 일러. 일단 가보자.’

이서우는 경비대장에게 전해들은 곳으로 갔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서우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지? 이건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안 되는 건데.’

이서우는 투로스산의 초입에서 말라비틀어진 약초 잎을 발견했다.

보통 사람들은 그게 약초 잎인지도 모르지만 약초꾼인 이서우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란셀 님이 빵부스러기처럼 떨어뜨리고 간 것 같은데. 일단 따라가 보자.’

이서우는 말라 버린 약초 잎을 따라 천천히 산으로 들어갔다.

약초 잎의 흔적은 산 중턱에서 사라졌다.

이서우는 마나를 끌어올려 모든 감각을 활짝 열었다.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확실히 이곳에 언데드들이 있었어. 조금 더 확장시키자.’

마나를 절반 가까이 소모해 산속뿐 아니라 땅밑까지 샅샅이 뒤졌다.

‘생명 반응이 느껴져!’

이서우는 대검을 뽑아들고는 움직임이 느껴지는 방향을 깊게 팠다.

마나 탄을 몇 차례 사용하니 100미터가 넘는 구덩이가 생겼다.

혹시라도 생존자들이 다칠 것을 염려해 마나 탄을 거두고 대검을 직접 휘둘러 조금씩 파 들어갔다.

쿵!

단단한 벽이 느껴지자 이서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벽을 부수자 긴 복도가 나왔다.

이서우는 거침없이 복도를 따라 달렸다.

오른쪽으로 꺾인 복도를 따라가자 거대한 철문이 나왔다.

이서우는 마나 블레이드를 일으켜 가볍게 철문을 잘라 버렸다.

발로 살짝 밀어내니 육중한 문이 힘없이 무너졌다.

쿵!

이서우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벽쪽을 타고 둥근 모양으로 쇠창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이서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서우는 먼저 란셀을 찾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보이지가 않았다.

쇠창살을 뜯어내 일일이 확인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감옥으로 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뭐가 이리 소란스러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감옥 안을 뒤덮었다.

이서우는 익숙한 목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란셀 님!”

“야 이놈아, 왜 이리 늦게 왔어? 기다리다가 늙어죽는 줄 알았네.”

“죄송합니다.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그리고 아직 100년은 더 사실 테니 걱정 마세요.”

“100년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것보다 빨리 이거나 좀 치워.”

“네!”

이서우는 기분 좋게 쇠창살을 뜯어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이 갇혀 있는 쇠창살도 모두 제거했다.

“일단 안전한 곳에 가서 이야기하자.”

“네. 란셀 님.”

이서우는 그들을 서른네 번째 마을로 안내했다.

고레벨 NPC들이 아니어서 이동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인원도 적었고,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반나절 만에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하자 갇혀 있던 NPC들은 이서우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서우는 자신의 저택으로 란셀을 안내했다.

“누군 감옥에 갇혀서 구질구질하게 지냈는데, 그사이 넌 부자 됐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농담이다, 농담. 예전엔 곧잘 받아치더니 왜 이리 물러졌어?”

의기소침해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이서우의 모습에 란셀은 괜한 핀잔을 주었다.

그 말을 듣고 이서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 말 후회하실 겁니다.”

“왜? 늙은이 구박이라도 하게?”

“에이, 제가 감히 어떻게……. 구박은 못 하지만 깐죽거리는 건 자신 있습니다.”

“크크크. 이제야 좀 너답구나. 일단 앉자.”

“네.”

거실로 가서 화려한 탁자에 앉았다.

“나도 인제는 이런 데서 살아야 할까 보다.”

“그러세요. 제가 멋지게 하나 지어 드릴게요.”

“요 옆에 그럼 하나 지어 봐라.”

“네.”

이서우는 허름한 의원에서 지내는 란셀이 안쓰러웠는데, 먼저 이야기를 꺼내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마법 주머니는 네가 가지면 된다.”

“이제 전 필요없습니다.”

“아니다. 필요한 때가 올 게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나저나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이제 초월의 문을 두드릴 때가 됐어.”

“그걸 어떻게…….”

“이놈아 펠렌 님을 곁에서 모신 나다. 그걸 모를 것 같으냐. 단지 네가 실력이 되지 않아서 말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랬군요.”

“정진, 또 정진하거라.”

“네.”

이서우는 란셀과 오랜만에 긴 이야기를 하고는 저택을 빠져나왔다.

란셀은 집이 완성되기 전까지 이서우의 저택에 머물기로 했다.

“란셀 님도 구했으니 일단 500렙부터 찍어야겠어.”

이서우의 레벨은 463이다. 언데드를 통해 엄청나게 레벨을 올렸다.

4차 전직까지 이제 37레벨밖에 남지 않았지만 단순한 사냥만으로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퀘스트가 없는 상황에서 이서우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일명 ‘닥사’라 불리는 사냥 밖에 없었다.

“닥사는 안 하겠노라고 다짐을 했건만, 다른 방법이 없네. 그래도 관리자 녀석들이 있으니 그리 나쁜 조건은 아냐.”

이서우는 가장 가까운 관리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을이 생성된 곳인 만큼 근처에는 관리자가 없다. 최소 100킬로미터 이상은 되어야 안전하기에 이서우는 가속화 상태로 이동했다.

‘이제 가속화는 아무리 써도 마나가 많이 안 줄어드네. 4차 전직을 하면 초월 가속화로 이동해도 되겠는걸?’

초월 가속을 시간 단위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현재 초월 가속은 사냥에만 쓸 수 있었다. 마나 소모가 워낙 심해서 연속으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발휘해야 된다.

하지만 4차 전직을 하면 능력치가 대폭 상승할 것이기에 기대감이 컸다.

‘얼마나 강해질까.’

벌써 생명력은 500만을 넘겼다. 마나도 300만을 넘기면서 정예 몬스터급이 되어 있었다.

3차 전직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기에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달리던 이서우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운데 가속화를 멈추었다.

‘이거 뉴 월드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나네. 그땐 뭐든 다 혼자 했었는데.’

혼자 사냥하고, 혼자 정보를 찾고, 혼자 퀘스트를 하고.

뭐든 다 혼자 했었다. 그게 어색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혼자 뭔가를 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혼자가 되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했다.

‘그럼 신명나게 사냥을 해 보실까나.’

이서우는 관리자 영역을 초토화시킬 계획이었다.

지금 능력이라면 중심부에 있는 관리자가 아닌 이상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이서우는 스페셜 등급의 약초액을 무기와 모든 방어구, 액세서리에까지 발랐다.

스페셜 마나 회복 물약에, 스페셜 마나 비약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그러고도 모자로 이서우는 란셀에게 얻은 최고급 신선초 차를 복용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10퍼센트씩 증가했고, 모든 스텟이 50씩 증가했다.

대부분의 독에 면역 상태가 되었고, 마나와 생명력이 10만씩 증가했다.

이서우는 증가한 능력치를 확인하고는 가속화를 펼쳤다.

“쿠어어어어!”

“흐어어엉!”

“쿠케케켁!”

다양한 몬스터의 비명소리가 온 대지에 울려 퍼졌다.

이서우가 미친 듯이 사냥에 매진하자 주변 일대를 관장하는 관리자가 종속자들을 대거 이끌고 나타났다.

하지만 향상된 초월가속을 쓰는 순간 추풍낙엽처럼 종속자들이 쓰러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다린의 검을 획득하셨습니다.

-키튼의 활을 획득하셨습니다.

-조카탄의 지방이를 획득하셨습니다.

……후략……

수많은 메시지들이 들렸고, 그 음성에 더욱 힘을 얻은 이서우는 신들린 듯 몬스터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풀 접속을 한 뒤 종료를 하고, 3시간 40분 동안 미친 듯이 운동에 매진한 뒤 잠을 청했다.

4시간 만에 깨어난 이서우는 다시 풀 접속을 하고 종료하기를 반복했다.

이설아는 이서우가 4차 전직을 앞두고 열심히 사냥하는 것을 알고 방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박민수와 류종명, 이서우가 빠진 자리를 김소연이 대체해서 풀 파티를 만들어 던전을 원 없이 돌았다.

그동안 던전을 많이 다니지 못해 꼭 가고 싶었는데, 이서우가 이주일 내내 닥사를 하는 틈에 쉬지 않고 갈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강행군을 했지만 이서우는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16시간 풀 접속도 힘든데, 종료하면 4시간 가까이 운동을 한다.

먹고 싸고, 잠깐의 휴식을 제외하면 잠자는 시간이 겨우 3시간을 약간 넘기는데도 피곤하지 않다니.

자신의 늘어난 체력을 피부로 느끼며 2주간의 여정을 끝냈다.

“드디어 500이다!”

무려 관리자 셋을 처치했다. 수천의 종속자와 관리자 영역 일대에 있는 수백만의 몬스터를 사냥했다.

뉴 월드 시간으로 거의 3개월을 오직 사냥만 해서 37레벨을 올렸다.

평범한 유저였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500레벨이 되자 메시지가 떴다.

-직업 스킬을 모두 최고 등급으로 상향해야만 4차 전직이 가능합니다.

-약초액 제조가 최고 등급에 도달했습니다.

-물약 제조가 최고 등급에 도달했습니다.

-영약 제조가 최고 등급에 도달했습니다.

-모든 제조가 최고 등급에 도달했기에 전직이 진행됩니다.

-모든 스텟이 300씩 상승합니다.

-보너스 스텟 3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공격력 50,000이 증가합니다.

-방어력 30,000이 증가합니다.

-생명력 500,000이 증가합니다.

-마나 250,000이 증가합니다.

-마나 심장이 완벽해집니다.

-공격력, 방어력, 생명력, 마나가 100퍼센트 상승합니다.

-통찰력이 진화해 신의 눈이 됩니다.

-모든 장기들이 마나를 완벽하게 받아들일 상태가 되었습니다.

-모든 장기에 마나를 한계까지 담으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잠재력의 한계가 확장되었습니다.

-가속화가 진화합니다.

-초월 가속이 진화합니다.

-공간 장악을 깨우칩니다.

-순간 이동을 깨우칩니다.

-펠렌의 장비가 진화합니다.

-칭호가 변경되었습니다.

이서우는 자신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캐릭터 창부터 살폈다.

그리고 너무 엄청난 변화에 한동안 입만 떡 벌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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