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265화 (265/341)

# 265

레벨이 갑이다

265화

“젠장! 이 자식이 감히 내 뒤통수를 쳐? 절대 가만둘 수 없다!”

“중국 유저와 기존 유저간의 지루한 싸움은 인도까지 개입하면서 벌써 한 달을 넘기고 있었다.

이서우의 활약은 돋보였다.

유저만 상대하고서도 한 달 만에 무려 50레벨을 올렸다.

하이 레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단순히 놀랍다는 반응이지만, 그걸 아는 몇몇 사람들은 아예 괴물 취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서우가 중국과 인도 유저들을 많이 처치할수록 그들의 레벨이 빠르게 올라갔다.

이서우에게 당하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레벨 업을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중국과 인도가 레벨 업 과열 양상에 빠지자 기존 유저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수개월을 늦게 시작한 중국과 인도에게 뒤처지는 것이 싫어서 거품을 물면서 풀 접속을 했다.

기존 유저들 중에서 4차 전직을 이룬 사람들의 숫자가 백만 단위에 이르렀고, 중국도 곧 10만 명의 벽을 돌파할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서우는 하이 레벨 지역의 땅을 2배나 확장시켰다. 관리자들도 벌써 10명이나 처치해서 엄청난 영역을 확보했다. 마을도 무려 서른두 곳이 더 생겼다.

이로써 이서우는 총 예순여덟 곳의 마을에 대형 빌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7천 원까지 떨어졌던 골드가 중국과 인도 대 기존 유저의 전투가 과열되자 9천 원까지 올랐고, 1주년 행사를 앞두고 다시 1만 원을 회복했다.

그럴수록 이서우의 재산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제는 그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본인도 모를 정도였다.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서우의 재산은 어느새 5조를 넘어섰다. 그것도 소유한 골드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로써 이서우는 대한민국 재산 순위 8등에 랭크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서우가 뉴 월드에 있는 골드를 팔면 단숨에 5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근거로는 이서우 소유의 빌딩을 들었다.

최근 마을 수수료가 조금 내려갔지만 이서우가 소유한 빌딩은 오히려 2배 이상 늘어나 68채가 되었다.

전쟁이 과열되면서 하이레 벨 지역을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하루에도 1억 명이 넘었다.

그 많은 인원 중 10퍼센트만 이서우의 빌딩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수익이 생길까.

어쩌면 5위가 아니라 3위에 오를 수도 있을 거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글로벌사로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중국과 인도 유저 연합과 기존 국가 유저 연합의 분쟁이 과열되면서 골드 값도 오르고, 신규 유저들이 증가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1주년 행사가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전쟁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어서 자칫하면 1주년 행사가 흐지부지 끝날지도 몰랐다.

물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그들이 예상한 만큼의 관심은 받지 못한다는 내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용자가 많이 늘고, 뉴 월드의 이름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1주년 행사가 성공할지에 대한 확신을 이제는 글로벌사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김 실장,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지금으로서는 그냥 놔두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1주년 행사를 그냥 지나치자는 뜻인가?”

“그건 아니지만, 지금은 두 연합이 너무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어서 뭘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포기하자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글로벌사의 대표 안재훈은 김승조 실장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안 될 것 같아 보여도 될 방법을 찾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뉴 월드를 성공시킨 것도 그런 그의 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데, 대체 유저들은 왜 그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최근에 사람들 사이에 이 분쟁이 뉴 월드 1차 대전이라고 말하던데, 알고 있겠지?”

“네. 저도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과 인도는 주변 사람들을 더 끌어 모아서 전폭적인 지원으로 레벨을 빠르게 올리고 있다더군요.”

“뉴 월드가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일 줄은 몰랐군.”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1주년 행사가 진행되고 한 달쯤 지나면 12억 명이 될 거라 여겼는데, 벌써 그 수준이 되었을 정도니까요.”

“종전은 절대 불가능할 것 같고, 어떻게 휴전이라도 좀 해 볼 방법이 없나?”

안재훈은 피터지게 싸우는 양쪽 연합을 생각만 해도 답답한지 책상을 툭툭 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절대 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휴전인데, 머리가 비상한 안재훈에게도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김승조라고 해서 해법이 보일까.

안재훈도 잘 알지만 하도 답답하니 절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일이 이렇게까지 골치가 아파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아니야. 나라고 어디 예상을 했겠나. 처음에는 전장의 지배자가 쉽게 승리할 줄 알았는데, 중국과 인도가 이렇게 집요할 줄은 몰랐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놈의 접속 제한 시간 때문에 전장의 지배자가 종료를 하면 아주 중국과 인도 연합이 난립니다. 그 때 확 밀고 들어가고, 전장의 지배자가 접속하면 또 밀리고를 반복하다 보니 끝이 없는 것이죠.”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네?”

“이번 전쟁의 양상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할 방법을 찾았어.”

“정말이십니까?”

“그래. 어서 공지 올려. 내용은…….”

공지 내용을 들은 김승조는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대표님, 하지만 그건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시기상조는 무슨. 이미 안전성은 확실히 확보했잖아. 그냥 공지 때려. 1주년 행사를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뉴월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중요해. 이용자가 늘어나는데도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결국 뉴 월드는 온통 전쟁판이 되고 말아.”

“그건 그렇지만…….”

김승조는 안재훈이 떠올린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동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수 베드도 이미 제작 다 해 놨잖아! 이번 기회에 접속 베드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전쟁도 막고 좋구먼, 뭘. 얼른 공지 올리라니까!”

“……네, 대표님.”

김승조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안재훈 대표의 말대로 공지를 올렸다.

김승조가 사라지고 나자 안재훈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드디어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말인가? 하지만 아직 몇 달 더 준비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는데, 전장의 지배자 덕분에 몇 달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먼. 최대한 박차를 가해 보겠네.

-얼마나 걸릴까요?

-올 연말까지는 부지런히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곧 세 개의 공장이 더 가동되면 가능할 것이네.

-공장을 더 늘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럼 두 곳 정도는 더 늘여 보도록 하지. 어차피 공장은 한 달이면 만들어지니 두어 달 정도 더 단축될 수 있을 거야.

-네, 회장님,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한데, 정보 활용 동의는 받을 수 있겠나?

-6개월 계정료 무료 이벤트를 하면 동의를 할 겁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이 빠져 버릴 텐데.

-그건 저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뭐, 어쩔 수 없겠지. 일단은 알겠네.

-네, 회장님,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제가 회장님께 입은 은혜가 더 많은데요, 뭘.

안재훈은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종료했다.

* * *

“오, 오빠!”

이서우는 열심히 전쟁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낸 뒤 접속 제한이 걸려 종료를 했다.

요즘은 풀 접속이 일상이어서 종료를 하자마자 얼른 샤워를 하고 나왔다.

한데, 이설아가 심각한 얼굴로 이서우를 불렀다.

“무슨 일인데 그래?”

“오빠, 글로벌사에 공지가 떴어. 일단 읽어 봐.”

“공지? 1주년 이벤트 때문인가. 지금 전쟁 때문에 난린데 이벤트가 되려나.”

“일단 확인부터 해 봐.”

이설아는 이서우를 휴게실 의자에 앉히고는 얼른 홀로그램을 실행했다.

곧 글로벌사의 홈페이지가 떴고, 공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어서 금세 읽어 내려갔지만 이서우의 시선은 좀처럼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 이건…….”

“대박이지? 아니, 쪽박인가.”

“인생을 조금 더 편하게 살려고 다짐한 우리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 하지만 이렇게 될 걸 대충 예상은 했잖아.”

“예상은 했지. 하지만 이렇게 빨리 실행할 줄은 몰랐어. 게다가 특수 베드까지 사야 한다니.”

“아무래도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지.”

“그러게. 안전이 최고니까.”

“휴우, 그나저나 앞으로 어쩌지?”

“내 말이. 접속 제한이 풀려 버리면 24시간 게임만 하는 인간들이 많을 텐데 괜찮을까?”

“특수 베드가 신체 변화를 감지하고 몸이 안 좋으면 강제 종료를 한다고 하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하지만 20~40대 비율이 전체 이용자 숫자의 절반 이상이니 며칠씩 게임을 할 거란 말이지.”

“글로벌사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접속 제한을 푼 걸까?”

이설아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한창 전쟁 중인데 접속 제한을 푼다? 아예 박 터지게 싸우라는 뜻인가.

아니면…….

“오빠, 혹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아닐까?”

“접속 제한을 풀어서 전쟁을 끝낸다고?”

“응. 오빠가 며칠 내내 접속해서 쓸어 버리면 중국과 인도도 항복하지 않을까?”

“보름 전만 해도 그게 가능했을 텐데, 지금은 중국과 인도도 4차 전직 유저가 엄청 늘었어. 장비들도 다들 빵빵하고.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니 진짜 황당하더라. 마나가 절대 마르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아껴 써도 마르더라니까.”

“그러면 오히려 전쟁이 더 극에 달하게 되겠네?”

“그럴 가능성이 높지.”

“글로벌사가 이런걸 알까 모르겠어. 하긴, 오빠가 천하무적인 줄 알고 있을 테니 이런 패치를 하는 거겠지?”

글로벌사라고 해서 개인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이설아는 전쟁 양상이 더 치열해질 거라고 생각하자 얼굴에 수심愁心이 가득했다.

전쟁으로 인해 이서우와 이설아는 엄청난 이익을 얻었지만 점점 심해지니 이제는 짜증이 났다.

전쟁이 시작되고 한 달 이상 이서우와 함께 여행을 가본 기억이 없었다.

데이트도 아주 잠깐씩만 해야 했고, 같이 있을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다.

한데, 24시간을 접속 가능하게 한다고?

이설아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것도 이해가 갔다.

“설아야, 우리 차라리 한 보름 휴가나 갈까?”

“뭐? 보름씩이나?”

“솔직히 그동안 개고생한 거에 비하면 보름도 적지. 마음 같아서는 1주년 이벤트 전까지 휴가 가고 싶다.”

“에이, 그건 안 돼. 너무 오래 방송 쉬면 감 떨어져.”

“그런가? 뭐, 어쨌든 이번 기회에 차라리 좀 쉬었으면 해. 특수 베드 주문도 해야 되고.”

“난 괜찮은데, 오빠 정말 괜찮겠어?”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돈도 많이 벌어 놨고. 원 없이 사냥도 했으니 좀 쉬어도 돼.”

이서우의 말에 이설아는 반색했다.

사실 그녀가 먼저 쉬자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서우가 없으면 기존 유저들이 많이 밀릴 것이 걱정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서우가 괜찮다고 하는 이 시점에서도 이설아는 그게 걱정이었다.

“근데 오빠, 오빠가 빠지면 밀리지 않을까?”

“아냐. 4차 전직 유저도 100만 명이 훨씬 넘었어. 중국과 인도는 합쳐 봐야 겨우 10만 명이고.”

“하지만 곧 4차 전직이 되는 유저의 숫자가 만만치 않잖아. 이대로 진행되면 1주년 이벤트 때는 절반 수준까지 따라올걸?”

“그래도 고수의 숫자는 우리가 훨씬 많으니 그리 걱정 안 해도 돼.”

“하긴, 오빠가 만드는 제조 물품들은 최근에는 우리 쪽에만 제공하기로 하면서 오빠가 없어도 조금씩 유리한 상황이 연출되기는 했어.”

“이번 기회에 그동안 모아 뒀던 소모품이랑 쌓아 뒀던 장비들도 싹 팔아 버리면 돼.”

“아! 기존의 유저에게 아이템 풀고 쉬면 되겠네. 그러면 나도 안심이야.”

이설아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

4차 전직 유저들이 늘면서 스텟의 중요도가 한 번 더 부각되었다.

레벨 업 속도는 현저히 더뎌지는데, 새로운 아이템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스텟이 간절할 수밖에.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모품 중에서도 성능이 뛰어난 아이템들은 인기를 얻었다. 전쟁이 심화되면서 그 양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이서우는 레벨이 오르면서 새로운 소모품 아이템을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소모품들의 효능도 증가했다.

그 덕분에 기존 이용자 연합은 이서우의 소모품 아이템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바로 전설의 비약과 전설의 약초액이었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두 소모품 아이템 덕분에 기존 유저들의 연합이 버틸 수 있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등급도 전설이어서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난 전설을 막 쓰는 사람이야’라는 말이 유행을 하기도 했다. 평범한 유저가 언제 전설 아이템을 써 보겠는가.

물론 평범한 유저들은 급할 때가 아니면 100골드에 육박하는 아이템을 함부로 쓸 수 없었지만 부유한 유저들이 워낙 많아 불티나게 팔렸다.

이익도 많이 남았다. 재료비가 다른 것들에 비해 조금 비쌌지만 이윤이 70퍼센트 이상이었다. 제조 속도가 300퍼센트로 빨라졌고, 마나가 차고 넘쳐서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어쨌든 이서우는 보름 동안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결심이 서자 김소연과 박 대표에게 말했고, 여행지는 평소 가고 싶었던 하와이와 유럽으로 정했다.

박 대표와 김소연은 아직 장길수가 잡히지 않아 걱정했지만, 이서우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서우가 보름 동안 휴가를 간다고 하자 난리가 났다.

기존 유저들의 연합은 죽을상이었고, 중국과 인도는 아주 신이 났다.

하지만 이서우는 엄청난 양의 소모품 아이템을 기존 유저들 연합에 풀어 버렸고, 그제야 불만이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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