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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69화 (269/341)

# 269

레벨이 갑이다

269화

“재단 설립은 쉽게 통과가 됐습니다. 이름은 우&설 재단이고, 서우 씨가 1조, 설아 씨가 1천억 원을 기부하는 걸로 했습니다. 두 분의 공동의장제로 운영이 되며 재단의 CEO역할을 할 사람을 물색 중인데, 후보자를 추려 왔습니다. 한번 보시죠.”

주선용이 3명의 파일을 건네자 홀로그램에 영상이 떴다.

50대 둘, 40대 한 사람의 자료였는데 모두 훌륭한 사람이었다.

“이분은 시설 출신이시네요?”

“네. 아주 어렵게 사신 분인데,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 유리천장을 뚫으신 분입니다.”

“하긴, 이분이 직업 전선에 뛰어드실 때는 여성으로서 참 힘든 시기였죠. 사실, 저도 대학생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구나, 하고 말이죠.”

이서우가 재단 설립을 꿈꾼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쟁쟁한 젊은이들이 오는 학교여서 가진 자들의 세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틈에 끼어서 장학금을 받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걱정 없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만 전념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이서우의 집이 그다지 가난한 편은 아니지만 워낙 학비가 비싼 곳이어서 아르바이트는 필수였다.

자는 시간까지 줄여 가며 어떻게든 성공해 보겠다고 열심히 일하는데, 한쪽에서는 부모가 주는 돈 흥청망청 써 가며 수업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졸업장만 받아 가니 화가 나기도 했다.

어쨌든 그 당시 이서우는 내가 부자가 된다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남을 돕고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한 것이 하와이 여행에서 떠올라 즉시 주선용에게 재단 설립을 부탁한 것이었다.

“전 이분이 마음에 드네요. 나이는 가장 젊으시지만 손가락질 받을 행동도 하지 않으셨고, 바르게 살아오셨으니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역할을 해내실 것 같아요.”

“저도 오빠랑 같은 생각이에요. 많은 유혹을 받으셨을 텐데도 정도를 지키신 걸 보면 잘하실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아주 의지가 강하셨습니다. 그럼 이분으로 하겠습니다.”

“네. 사업 계획과 포부도 작성해서 다음에 한번 같이 만나도록 하죠.”

“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분께도 꼭 당부드리세요. 기부는 저희 둘이면 충분하고, 소액 기부는 정중히 다른 곳에 연결시키라고요. 거액 기부라도 저희와 뜻이 다른 사람이라면 과감히 거절하라고도 말해 주세요. 또한 직원도 최소화하고요.”

“네. 그렇지 않아도 서우 씨의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셨습니다. 소액 기부를 받게 되면 직원들을 많이 써야 하니 잘됐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서우 씨가 매년 엄청난 액수를 기부할 테니 아마 기부금은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음에 만나서 말씀드리겠지만 먼저 전해 주세요. 돈 걱정은 말고 정말 좋은 인재들, 그리고 열심히 사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돈이 쓰일 수 있도록 애써 달라고 말이죠.”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뉴 월드가 언제까지 인기를 끌지 알 수 없었지만 망하더라도 이서우는 해마다 수조 원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과거 20년 가까이 인기를 끈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의 동영상도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서우의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수십 편의 영상이 업로드 되었는데,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거기다 주식의 가치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었고, 접속 방에서도 많은 이윤이 발생했다.

“참, 서우 씨, 세금 문제는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이건 제 개인 돈으로 하는 일이니 기부금 공제는 신경 쓰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부자들의 탈세 방법 중 재단 설립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재단의 실체를 알고 국민들의 원성을 많이 샀지만 부자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재단을 운영했다.

이서우도 그들을 욕하던 때가 있었는데 똑같은 짓을 한다?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었다.

“참, 서우 씨, 접속 방은 20호 점이 최근 오픈했습니다. 정말 100호 점 이상 키워 가실 건가요?”

“네. 어차피 뉴 월드가 망해도 임대를 주거나 다른 용도로 쓰면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어차피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인걸요. 일한 만큼 벌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죠.”

“역시 주 변호사님이시네요.”

이서우도 한때는 노력한 만큼 대가를 못 받는 세상이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선용의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주식 매수에 관련된 일도 그대로 진행할까요?”

“네. 올해도 쭉 사들이세요.”

“주식 부자가 되셔서 뉴 월드 그만두시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주식보다 뉴 월드에 있는 돈이 더 많을 걸요?”

“헐. 그런가요?”

주선용은 이서우가 얼마나 많은 골드를 보유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자산을 관리해 주고 있지만 현실에 있는 돈을 주로 관리하기 때문에 뉴 월드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사로만 접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이서우가 얼마나 많은 돈을 뉴 월드에서 벌어들이는지 짐작했지만, 설마 주식보다 많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서우의 주식 가치는 5조가 넘는다. 한데, 그보다 더 많다면 최소 6조 이상이라는 소리다. 만약 5조 정도 수준이었다면 ‘더 많다’는 표현이 아니라 ‘엇비슷하다’는 표현을 썼을 테니까.

“접속 방에서도 엄청난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네요. 100호 점 이상 만들라고 하신 게 그냥 한 말은 아니군요.”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에 한정하지만 미리 말씀드린대로 100호 점을 넘기면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에요.”

“네. 미리 건물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몇몇 곳은 이미 사들였고요.”

“네. 주신 보고서는 꼼꼼하게 챙겨봤어요. 워낙 철저히 잘하셔서 제가 굳이 말 안 해도 될 정도라 마음이 편해요.”

이서우는 이미 안전장치를 모두 해 놓은 상태에서 주선용에게 일을 맡겼다.

아무리 주선용이 믿음직스럽다고 해도 돈과 관련된 일은 철저히 해야 한다.

“참, 서우 씨, 뉴 월드에 골드가 그렇게 많으시다면 조만간 현금화시키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그래요?”

“네. 지금 정부에서 골드 교환을 두고 세금을 더 많이 물릴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하긴, 너무 수수료가 싸긴 했어요.”

“교환중개업체가 생기면서 많이 싸지긴 했죠. 그래도 그 덕분에 골드 교환이 많이 투명해져서 정부도 오히려 이득을 봤을 거예요.”

“1주년 이벤트가 진행되면 골드가 더 오를 수 있으니 적정량은 남겨 둬야겠네요.”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한데, 얼마나 처분하실 건가요?”

“절반 정도가 괜찮을 것 같아요.”

“절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양인가요?”

“시세가 1골드당 거의 1만 원에 가까워졌으니 절반이면 대략 5조 이상은 되겠네요.”

“헉! 그렇게나 많나요?”

“전 골드를 쓸 일이 별로 없거든요. 아이템도 이미 다 맞췄고, 소모품은 제가 직접 제작해서 쓰면 되니까요.”

“엄청나네요.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골드를 모으시다니.”

“하이 레벨 지역에 초고층 빌딩을 많이 세운 게 컸죠.”

“대단하세요. 그것만 현금화시켜도 서우 씨의 금융재산만 해도 10조가 넘는군요. 부동산에, 남은 골드까지 포함하면 20조 이상이겠는데요?”

“그러네요. 어느새 그렇게 많이 모았네요.”

이서우는 자신의 재산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보지 않았다.

한데, 20조가 넘는다는 말에도 이서우는 담담했다.

“하긴, 하이 레벨 지역에 가지고 계신다는 빌딩의 가치만 해도 엄청나겠네요. 그러니 20조에도 담담하실 수 있겠어요.”

“빌딩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니까요.”

“대체 몇 채나 되세요? 높이는 어느 정도고요.”

“50층 이상에 70채쯤 돼요.”

“네? 그런 고층 빌딩이 70채나 된다고요?”

“네.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거예요. 현실과 달라서 높이도 하루에 한 층씩 더 높일 수 있으니 나중에는 100층 건물로 다 바뀔 걸요?”

“헉!”

주선용은 이서우를 보면 늘 놀라기 바빴다.

뉴 월드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게임 내에서의 부동산 가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예 유저들은 땅을 가질 수 없었지만, NPC와 가까워지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주선용도 뉴 월드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런 정보에 대해서는 늘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대저택은커녕 주택하나도 가지기 힘든 게 뉴 월드 내의 부동산이다.

큰 길드들도 소유가 아니라 렌트의 개념으로 쓰고 있기에 이서우가 더 대단해 보였다.

한참을 놀란 얼굴로 있던 주선용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뉴 월드 내에서 부동산의 가치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어 주 변호사님께 의뢰를 할까 했어요.”

“그럼 그 부분이 정리가 되면 다시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네. 그게 좋겠네요.”

이서우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선용과 나누었다.

지금까지의 사업,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 사업 등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한 뒤 헤어졌다.

편안한 밤을 보낸 이서우는 습관처럼 새벽에 잠이 깼다.

가볍게 운동을 하고는 아침을 먹고, 접속 베드가 있는 방으로 갔다.

“오랜만에 오니 어색하네.”

“새로운 접속 베드까지 있으니 더 어색한 것 같아.”

“난 기존에 있던 게 더 낫지 싶은데. 설아는?”

“나도 그래.”

“그럼 그냥 예전 거 쓰자.”

“응, 오빠.”

신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서우는 그동안 정든 접속 베드를 버리기가 꺼려졌다.

결국 두 사람은 기존의 베드를 사용했다. 어차피 24시간 쓰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굳이 새 베드를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오랜만의 접속이어서 그런지 두 사람은 한껏 기대감을 담은 얼굴로 베드에 누웠다.

나란히 누워 손을 잡은 채 뉴 월드에 접속했다.

“24시간 풀 접속이 된다고 해서 뭔가 느낌이 다를까 했는데 똑같네.”

“그러게. 별로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 오빤 테라칸 잡으러 갈 거지?”

“그래야지.”

“난 그럼 소연 언니랑 같이 파티할게.”

“그럴래?”

“응. 요즘 던전 도는 맛에 빠졌거든.”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던데, 이러다 버림받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몰라 조심해.”

“아이고 공주마마, 아니 되옵니다!”

“호호호. 얼른 가 봐.”

“알았어. 무슨 일 있으면 귓말 해.”

“응.”

이서우는 먼저 개척자 도시에 있는 빌딩으로 갔다. 가면서 프랑드에게 귓말을 보내 약속을 잡았다.

이서우가 간다고 하니 프랑드는 열일을 제쳐 두고 왔다.

“아이고, 서우 님,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제가 휴가 간 게 벌써 소문이 났나 보네요?”

“그럼요. 설아 씨와 함께 하는 방송에서 공지가 나갔잖아. 저도 팬이거든요.”

“이거 쑥스러운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테라칸이 프랑드 님도 귀찮게 했나 보군요.”

“테라칸요? 아, 그 중국 쪽 유저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자가 테라칸이었군요.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마을까지 와서 꼬장을 어찌나 부리든지 죽을 맛입니다.”

“그렇게 심해요?”

“심하다 뿐입니까. 중국 쪽과 가까운 마을 세 곳은 수익이 반 토막이 났습니다. 재미를 붙였는지 아주 그냥 마을마다 다니면서 꼬장을 부리고 있다니까요!”

“그래요?”

“네. 호랑이가 없으니 여우가 위세를 떤다고, 난리도 아니라니까요.”

“그 문제는 제가 깔끔히 해결하겠습니다. 그것보다 빌딩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나 들어 볼까요?”

“네.”

프랑드에게 관리 업무를 전담시킨 것은 아니지만, 직원만 아니다 뿐이지 빌딩 관리 현황에 대해 프랑드가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

이서우의 빌딩이 잘 돼야 그도 많은 이익이 발생하니 자신의 일처럼 신경 썼다.

보고를 다 받은 이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 성과가 좋네요.”

“네. 세 곳을 제외하고는 수익률이 여전히 두 자리로 상승중입니다.”

“유입되는 유저들의 숫자가 많아지니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은 높네요.”

“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쭉쭉 성장하는 구조니까요.”

“그럼 수고해 주시고, 빌딩 운영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정리해서 보내 주세요.”

“네. 서우 님.”

이서우는 프랑드에게 몇 가지 당부를 더 하고는 중국 쪽과 가까운 마을로 이동했다.

‘신화 장비를 얻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스킬을 습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 시간은 이제 끝났어.’

초월가속으로 달리는 이서우의 눈빛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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