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274화 (274/341)

# 274

레벨이 갑이다

274화

“미, 민후야…….”

“하, 할아버지…….”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힘껏 부둥켜안았다.

비록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처럼 감각이 생생하니 진짜처럼 느껴졌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떨어지기 싫어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녀석, 고맙다. 정말 고마워.”

“그런 말씀 마세요.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다. 고생은 무슨 고생이냐.”

“저놈한테 다 들었어요.”

“허, 그것 참, 아니래도.”

이서우는 대략적인 상황을 정민후에게 알려 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민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6년이다. 무려 6년 동안 정회장은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아직 정정함에도 기업을 아들들에게 물려주고 그는 오직 손자를 살리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걸 알기에 정민후는 더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랑 상의할 게 있으니 잠시 자리 좀 비켜 줘.”

“알았어. 이야기 나눠.”

이서우와 그의 일행이 자리를 비켜 주었고, 정민후와 정 회장, 최 박사가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30분쯤 흘렀을까.

정민후가 다가왔다.

“해 보자.”

“해 보자니. 아, 그거?”

“그래. 언제까지나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아냐.”

“뭐? 왜?”

“기다리면서 나도 몇 가지 생각을 했거든.”

“생각? 뭘?”

“두 분도 들으시는 게 좋겠어.”

정민후가 정 회장과 최 박사를 데려왔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네. 제가 어떻게 깨어났는지는 이미 들으셨겠지요?”

“들었네.”

“저는 그게 절 깨어나게 할 줄도 몰랐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민후는 그나마 상황이 좋아요.”

“상황이 좋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제 직업이 조금 특이해요.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죽은 지 몇 분 안이라면 되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제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그게 정말인가?”

“야, 너 구라 치는 거 아냐?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

정민후도 산전수전 다 겪었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템들도 얻었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아이템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여튼 가능하니까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게 단점이지만 일단 만들기만 하면 몇 번이고 시도할 수 있으니 네가 깨어날 확률이 더 높아져.”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그동안 도련님이 버티셔야…….”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 박사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충분히 버틸 겁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인가? 정말 그게 가능한 건가?”

“네. 누구도 만들지 못한 약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믿고 기다려 보시지요.”

정 회장이 정민후를 바라보았다. 괜찮겠냐고 묻는 것이다.

“좋아. 한 번 믿어 보지. 하지만 이곳 시간으로 1년이다. 그 이상은 안 돼.”

“마침 24시간 풀접속이 가능해져서 1년이면 충분히 가능해.”

“24시간 풀 접속?”

“그래.”

“게임이 아주 막나가네.”

“그 덕분에 여기서 보낼 시간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거야. 안 그랬으면 더 길어졌겠지.”

“뭐, 그건 그러네.”

“여튼, 그리 알고 있어. 정 회장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난 민후와 같이 있겠네. 최 박사는 나가서 민후 곁을 지켜 주게.”

“네. 알겠습니다. 제가 성심성의껏 모시고 있겠습니다.”

“고맙네. 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회장님도 건강 챙기십시오.”

“알았네. 그럼 수고해 주게.”

“네, 회장님.”

최 박사가 접속을 종료했고, 정 회장은 정민후와 함께 그의 영역으로 갔다.

이서우는 정민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 회장이 같이 있다고 하니 필요하면 귓말을 보내면 된다.

개척자 도시로 돌아온 세 사람을 종료를 하지 않고 이서우의 저택으로 갔다.

그의 거처로 간 이서우는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집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빠, 정말 가능한 거야?”

“가능해. 란셀 님이 한 번 이야기했었거든.”

“란셀님? 아, 그분?”

“그래, 그분. 약초에 대한 지식은 나보다 훨씬 뛰어나셔. 그분이 된다고 하셨으니 가능할 거야.”

“그랬구나. 한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사실, 그게 문제야. 나도 방법을 모르거든.”

“헐, 오빠, 그럼 큰일이잖아.”

이설아는 걱정이 되는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야, 너 괜히 사고 친 거 아냐? 된다고 이미 다 질러 놨는데 괜찮아?”

“1년의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할 거야.”

“그거야 방법을 알아야 가능한 거 아냐? 방법을 모르는 데 시간이 많다고 해결되겠어?”

“지금부터 찾아봐도 충분해. 나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이설아와 김소연은 걱정과 염려가 가득한 반면 이서우는 자신이 있었다.

황제를 치료할 때도 불가능하다 여겼지만 결국은 해냈다.

지금은 세 가지 제조 기술을 모두 스페셜 등급까지 마스터를 했기에 더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갑자기 손뼉을 크게 치며 이서우가 벌떡 일어났다.

이설아와 김소연은 이서우가 죽음도 비껴 갈 수 있는 물약을 만들 수 있도록 펠렌에 대해 심층 조사를 해 봐야 하지 않겠냐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데, 이서우가 갑자기 큰소리를 치며 일어나는 바람에 대화가 중단되었다.

“오빠,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거야?”

“내가 잊고 있었어.”

“뭘?”

“최근 전설 등급 비약을 만들었다는 거 말야.”

“전설 등급? 아!”

이설아도 그제야 이서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서우 네 생각은 제조 기술도 전설 등급이 있을 거라는 거지?”

“맞아. 스페셜 위에 전설 등급이 분명히 있을 거야!”

“하지만 없으면?”

“누나, 초치는 소리하지 마. 분명히 있다니까. 등급이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생성될 거고.”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스페셜 제조 아이템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더 있었잖아. 제조 등급도 분명히 있어. 그렇지 않다면 전설 등급 물약이 만들어질 리가 없어.”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 그래, 가능성이 높으면 시도해 볼 가치는 있지. 그러면 나랑 설아는 펠렌에 대한 정보부터 뒤져 볼게.”

“알았어.”

계속해서 논쟁을 해 봐야 답을 찾을 수 없다.

행동하지 않는 소리는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가 될 뿐이다.

세 사람은 각자 해야 할 일을 정하고 헤어졌다.

이서우는 생산 기술 목록부터 열었다.

‘무슨 비밀이 있을까. 스텟 증가 영약을 만들 때는 분명 제조 기술 세 개를 스페셜 등급까지 올렸어. 전설 등급이 생성되려면 또 다른 제조 기술을 올려야 하나? 하지만 더 이상은 없는데?’

이서우는 생각을 확장시켜 나갔다.

자신의 능력치부터 지금까지 익힌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하고 재검토했다.

그리고 이서우는 드디어 한 가지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그래, 마나 심장. 이거야. 이걸 이루면 한 단계 상승한다고 했어. 4차 전직과 초월 레벨을 동일 선상에 둔 걸 보면 5차 전직 전에 초월 레벨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 초월 레벨을 깨달으면 분명 길이 열릴 거야!”

초월 레벨을 이루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물약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은 할 수 없었다.

란셀이 분명히 말했다. 펠렌은 그런 물약을 만들 수 있었다고. 즉, 펠렌처럼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그 물약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펠렌처럼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을 이서우는 마나 심장에서 찾았다.

전직을 하면서 들었던 메시지를 이서우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나 심장이 완벽해진다고 했어. 그리고 모든 장기에 마나를 한계까지 담으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했고. 해 보자!’

새로운 길, 이서우는 그것을 초월 레벨이라고 추측했다.

결정을 내렸으니 이제 실행만 남았다.

“한데, 어떻게 각 장기에 마나를 한계까지 담지? 담는다? 담는다라……. 에이, 그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있는 마나를 각 장기로 다 때려부어 보지, 뭐.”

이서우는 단순하게 생각하고는 가진 마나를 심장과 폐를 비롯해 각 장기에 보내 보려고 했다.

실패하면 그때는 또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면 되는 것이다.

혹시 방해를 받을까 봐 조치를 확실히 취하고 준비했다.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으니 시작해 보자.’

그동안은 온몸으로 마나를 보냈다면, 지금은 각 장기로만 보내면 된다.

과연 변화가 있을까.

이서우는 우려와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마나를 각 장기로 퍼트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낸 곳은 바로 심장이었다.

그동안은 온몸으로 퍼트린다고 제대로 확인을 못했는데, 심장으로 마나가 상당량이 흘러들어 갔다.

그런데도 가득 찬 느낌이 들지 않았다.

‘헐, 뭐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지? 원래 이런 건가.’

벌써 100만이 넘었다.

마나 총량이 500만을 넘었으니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다른 장기에는 마나를 가득 담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내친걸음이기에 이서우는 심장에 가득 찰 때까지 계속해서 마나를 밀어 넣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마나의 양이 200만을 넘어 300만에 다다랐는데도 심장은 아직도 마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결국 이서우는 500만이 넘는 마나를 다 쏟아붓고서도 심장 하나를 채우지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마나가 텅텅 비어 버리자 이서우는 포기하고 말았다.

허망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잠시 멍하게 있던 이서우의 눈빛이 다시 살아났다.

“그래, 스텟이 있잖아!”

이서우는 캐릭터 창을 열었다.

‘좋아. 420개면 순수 스텟이 4천이 돼. 한 번 올려 보자!’

이서우는 망설임 없이 보너스 스텟을 정신력에 투자했다. 아직 남은 스텟이 있지만 천 단위로 올라가야 변화가 있을 것 같아 남겨 두었다.

-정신력 순수 스텟이 4,000에 도달했습니다.

-마나의 순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더 적은 마나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헐, 그게 끝이야?”

생각했던 반응이 나타나지 않자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서우는 서둘러 마나를 회복하고는 다시 시도해 보았다.

한데, 웬걸. 이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헉. 순도가 높아져서 그런 건가. 뭔가 더 거대한 힘이 느껴지네.’

이서우는 마나의 총량도 중요하지만 순도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물론 1천만, 1억의 마나가 있다면 더 오랜 시간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총량을 늘이기 힘든 지금 상황에서는 순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빨랐다.

‘오오, 조금 차는 느낌이 들어! 금도 순도가 높은 게 장땡인데, 마나도 마찬가지구나.’

이서우는 기분 좋게 심장으로 마나를 보냈다.

하지만 순도가 높아졌음에도 심장을 가득 채울 수는 없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누가 이기나 해 보자.’

이서우는 전설 등급의 마나 비약을 잔뜩 준비했다.

마나를 심장에 보내면서 비약을 먹는 일은 불가능하다 여겼지만 지금은 뭐라도 해 봐야 했다.

다시 마나가 가득 찼고, 이서우는 서서히 심장으로 마나를 보냈다.

그리고 마나가 떨어지자마자 비약을 먹었다.

처음에는 잘 안 되던 것이 집중력을 발휘하자 가능해졌다.

‘좋았어! 가라, 가!’

기대감이 한껏 올라갔다.

이서우는 마나 비약 재시전 시간이 돌아오면 재빨리 복용했다.

재사용 시간은 1분. 분명 그리 긴 시간은 아닌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1분이 10분 같았다.

마나가 떨어지지 않게 애쓰며 마나를 계속해서 심장으로 보냈다.

마나 비약이 점점 줄어들었다.

10개가 사라졌을 때만 해도 아직 비약이 많으니 문제없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백 단위를 넘어 1천 개의 비약이 사라졌는데도 마나 심장은 끝없이 마나를 받아들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에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집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왔다! 왔어!’

절대 차지 않을 것 같았던 심장에 마나가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드는 순간 심장에 차오른 마나가 거친 폭풍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큭.”

급기야 이서우는 신음을 냈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집사가 달려와 방해라도 하면 비약을 다시 1천 개나 써야 했다.

비약이 상당히 고가지만 비약을 쓰는 것보다 시간을 낭비하는 게 더 아까워 고통을 꾹 눌러 참았다.

고통을 참으며 이서우는 다른 장기에도 마나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집중력을 발휘하자 마나가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이, 이럴 수가!’

심장에 있는 마나들이 각 장기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신이 난 이서우는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 아직 마나가 400만 이상 남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서우는 마나를 장기로 보내면서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냥 흘려 버린다면 앞으로 자신이 발전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겹게 깨달은 것이기에 잘 기억해 뒀다가 발전의 토대가 되도록 활용해야 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서우의 머릿속으로 메시지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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