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6
레벨이 갑이다
276화
안 대표가 제시한 것을 들은 이서우는 딱 2시간 자고 다시 뉴 월드에 접속했다.
“크흐흐흐. 1퍼센트란 말이지.”
이서우가 제시받은 것은 바로 글로벌사 주식 1퍼센트였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이서우가 딱 거기에 속했다.
최근 K사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의 주식도 대박을 치면서 이서우는 주식 사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렇다고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사들이지는 않았다. 그가 제일 자신 있는 뉴 월드 관련 주식만 관심을 가졌다.
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곳은 바로 글로벌사였다.
글로벌사의 미래는 밝다. 그런 점이 반영되어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이미 시가 총액이 300조에 달해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아마 미래가치에 비중을 둔다면 훗날 대한민국 1등 기업은 글로벌사가 될 거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가상현실 게임이 대기 중이어서 미래가치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뉴 월드를 깊이 즐기는 이서우는 많은 사람이 추측하는 것보다 미래가치가 훨씬 높다고 확신했다.
전 세계 1위 기업은 1,500조에 달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하면 아직 대한민국 기업들은 어린아이 수준이지만, 글로벌사가 희망을 보여 주었다.
이서우는 확신했다. 3년 안에 글로벌사의 기업 가치가 최소 1,000조에 육박할 거라고.
그런 기업의 주식 1퍼센트면 엄청난 것이다.
안재훈이 그것을 몰랐을까.
알지만 그에게는 이번 1주년 기념행사가 훨씬 중요했다.
이서우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박 대표에게 물었다.
“왜 안 대표는 이번 1주년 기념행사에 그렇게 목을 매는 거죠? 이미 유저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주식도 많이 올랐잖아요.”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싶은 거지. 대표들은 그런 생각이 있거든. 나도 첫 1년은 그랬고. 물론 사업이라는 게 1년 만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어. 오히려 망할 수도 있고. 하지만 뉴 월드는 소위 말하는 초대박을 쳤지. 그래서 안 대표로서도 더 1주년 기념행사에 공을 들이는 거야.”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이해가 잘 안 되네요.”
“본인이 아니면 절대 이해 못 하지. 내가 너랑 설아와 계약을 할 때를 생각해 봐. 다른 경쟁사에서 보면 미쳤다고 했을 걸?”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서우는 자신과 연관이 되자 조금 더 납득이 되었다.
박대표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계약을 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안 대표도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일 수도 있었다.
“뭐, 이렇든 저렇든 어차피 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추가로 이익을 얻는 거니 전혀 손해가 없다는 말씀.”
이서우는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시 뉴 월드에 접속했다.
소생의 정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드래곤 하트를 구하려 블랙드래곤의 흔적을 열심히 찾았다.
힘든 일인데도 이서우는 시종일관 미소 띤 얼굴이었다.
그가 미소 짓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크흐흐흐, 어떤 멍청한 놈인지 몰라도 그걸 즉구가로 사가다니. 3일 풀로 채울 줄 알고 신경도 안 쓰다가 마나 심장 때문에 10일을 보내서 깜빡했는데 말이야.”
이서우는 마나 심장에 대해 연구한다고 유일한 신화활을 경매로 올려놓은 것도 깜빡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접속해서 불현 듯 떠올라 확인해 보니 1조 원에 팔린 게 아닌가.
이서우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 재접속까지 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하지만 다시 확인해 봐도 진짜였다.
골칫거리를 처리하고 덤으로 받은 액수치고는 엄청나게 컸다.
“요즘 운발이 터지네. 행운 스텟이 있으면 이럴 때 몰빵하면 딱인데 말야.”
이서우는 싱글싱글 웃으며 열심히 하이 레벨 지역을 뒤졌다.
하지만 시간은 지나는데 도무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거의 일주일이 되었지만 변변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그나저나 이놈은 어디로 숨었지? 당장이라도 대륙을 집어 삼킬 것처럼 말하더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숨어 버렸네.”
신의 눈이 극한에 이르러 어떤 몬스터가 낸 흔적도 다 파악이 가능했는데, 도무지 블랙드래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멀쩡한 드래곤들을 찾아가자니 전쟁에 휩쓸릴 것 같아 그것도 꺼려졌다.
‘이놈을 들쑤셔 놔야 전쟁이 조금 주춤할 텐데 말야. 설마 하이 레벨 지역에 없는 건 아니겠지?’
정민후 덕분에 통치자 영역이 어딘지 정확하게 알게 되어 그 지역을 제외하고 살폈다.
아무리 블랙드래곤이라도 힘을 되찾지 못한 상황에서 통치자와 맞서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한데, 가속화 20배속으로 뒤졌는데도 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땅으로 꺼졌나, 아니면 하늘로 솟았나. 아오, 잡히기만 해 봐라.”
그때였다. 바닥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하늘의 도시에 대해 아시나요?
“응?”
-자연의 향기를 간직한 존재여, 방금 하늘로 솟는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누구지?”
-여기예요, 여기.
이서우가 시력에 집중하자 풀 사이로 숨은 개미 한 마리가 보였다.
“육성으로 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텔레파시를 쓰는 건가.”
-맞아요. 자연의 향기를 간직한 존재여, 난 지금 당신의 머릿속으로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거예요.
“아니, 어떻게 개미랑 대화가 가능하지?”
-어머, 자연의 향기를 간직한 존재여, 그걸 정말 모르시나요? 당신은 자연에 있는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있어요.
“뭐? 내가?”
-네. 몸에 자연의 향기를 품고 있는데, 당연히 가능하죠. 아! 혹시 이제 막 자연의 향기를 몸속에 담으신 건가 봐요?
“자연의 향기? 아까부터 계속 자연의 향기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어머, 어머. 정말 자연의 향기를 담은 지 얼마 안 되신 분이군요. 자연의 향기는 인간들의 말로 마나를 뜻해요. 온 몸 곳곳, 세포 하나까지도 자연을 담아야만 ‘자연의 향기를 간직한 존재’라 불릴 수 있답니다.
“…….“
이서우는 낯선 상황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개미와 대화를 하는 것도 모자라 가르침까지 받고 있다니.
‘설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분명 뉴월드에 접속을 했으니 꿈은 아니다.
‘아, 세포 하나하나라고 했으니 초월 레벨을 뜻하는 건가 보네. 펠렌 님도 이런 능력을 가지셨던 걸까? 하긴, 신에 필적한 힘을 가졌다고 했으니 이런 현상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
이서우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했다.
“여튼, 내가 너랑 대화가 가능하다는 거지? 너뿐만 아니라 자연에 있는 모든 존재와도 가능하고.”
-네. 당연히 가능하답니다!
“여기 있는 풀이랑도?”
-그럼요. 자연의 향기를 간직한 존재시니 가능하죠. 집중해 보세요.
“근데 너에게는 집중 안 했는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했던 거지?”
-아, 전 하늘의 도시를 찾고 있는 개미거든요. 평범한 개미가 아니라 개미를 초월한 개미라고나 할까요?
“개미를 초월한 개미? 설마 개미들도 초월 레벨이 있어?”
-어머, 잘 아시네요.
“…….”
이번에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닫았다. 아니 하이 레벨도 아니고 초월 레벨이라니. 그것도 개미가!
‘그동안 난 대체 뭘 했단 말인가. 개미도 오른 경지를 이제야…….’
이서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개미가 정곡을 찌르고 들어왔다.
-어머, 설마 개미를 무시하는 건 아니시죠? 개미의 세계도 참으로 오묘하답니다.
“그, 그래. 그렇지. 당연히 오묘하지.”
-역시 자연의 향기를 간직한 존재시네요.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보시다니. 제게 큰 깨우침을 주셨으니 저도 보답을 해드리고 싶네요.
“깨우침? 보답?”
이서우는 그냥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었다니. 개미와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도를 닦는 도사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미는 자신의 말을 했다.
-네. 물질세계는 항상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한답니다.
“기브 앤 테이크다 이거지?”
-말하자면 그런 거지요.
이서우는 대화를 나누는 개미가 진짜 초월 레벨 개미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내게 뭘 줄 수 있지?”
-조금 전에 언급한 하늘의 도시에 대한 거죠.
“하늘의 도시? 난 별로 관심 없는데?”
-어머, 어머. 하늘의 도시에 대해 관심이 없으시다뇨! 자연의 향기를 간직한 존재들은 전부 하늘의 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어요. 이제 막 그 경지에 다다르셔서 잘 모르시나 본데,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지금 난 더 중요한 일이 있거든.”
-자연의 향기를 간직한 존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늘의 도시를 찾아야만 해요. 신을 이길 만큼 강해지기 위해서는 말이죠.
“신을 이길 만큼 강해진다라. 그게 가능한 건가.”
-그럼요. 하늘의 도시를 찾으시다 보면 길이 보일 거예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해 봐. 어떻게 강해지는 건지.”
-강해지시려면 일단 세포 하나하나에 마나를 담아야 해요. 제가 담는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건 충만하게 하는 것과 또 다른 개념이에요.
“뭐가 이리 복잡해져? 간단하게 말 좀 해 줄래?”
-전 이걸 이해하는데 당신보다 몇 배나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쨌든 자연의 향기를 제대로 담기 전, 엄청나게 많은 자연의 향기를 몸에 지니고 계셨죠?
“그랬지.”
-그 경지를 초월해 지금에 이르렀고요.
“맞아.”
-그게 바로 시작이에요. 신을 이길 만큼 강해지기 위한 시작. 하늘의 도시를 찾으세요. 찾으시다 보면 아마 가야 할 방향이 보일 거예요.
“그게 끝이야?”
-기억하세요. 세포 하나하나에 마나를 충만하게 담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면 길이 보일 거예요.
이서우는 깨달음이 담긴 개미의 말을 듣고, 세포 하나하나에 마나를 주입해 보았다.
‘헉. 뭐야. 꿈쩍도 안 하네.’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세포 단위로 마나를 움직일 정도의 숙련도는 그에게는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각 장기들이 마나가 충만하게 되는 데는 금방인데, 세포 단위는 도저히 못하겠어.’
처음에는 좌절했지만 어려움이 눈앞에 있으니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이서우는 수련을 미친 듯이 하다 보면 반드시 경지에 오를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어쨌든 네 말은 세포 단위로 마나를 충만하게 하려면 하늘의 도시로 가야 한다, 이 말이지? 여기서는 힘드니까.”
-바로 그거예요! 여기서는 힘든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힘들어요. 자연의 향기를 엄청나게 품고 있는 존재를 아세요?
“자연의 향기를 엄청나게 품고 있는 존재?”
-네.
“자연은 마나라고 했으니 마나를 엄청나게 품고 있는 존재겠네. 그런 존재가……아, 있네. 드래곤을 말하는 거야?”
-네! 역시 아시네요. 세포 단위로 마나를 충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드래곤이 가진 마나를 다 흡수해야 해요. 한데, 드래곤은 무시무시한 존재예요. 자칫 잘못하면 그냥 골로 간다고요.
“뭐, 이미 각오한 바야. 그리고 드래곤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어?”
-자신감은 정말 대단하세요. 그 자신감만큼이나 좋은 성과 거두길 바랄게요.
이서우는 개미의 설명에 이제는 푹 빠지고 말았다.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말이다.
초월 레벨에 대해 알 때부터 이서우는 개미가 하는 말을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이제 좀 관심이 생기시나요?
“아니. 지금은 아니야. 해야 할 일이 있거든.”
-네? 아니, 지금 세포 단위로 마나를 충만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그러세요? 당신에게 가장 시급한 건 바로 그거라고요.
“그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드래곤 하트를 찾는 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거든.”
-드래곤하트요? 그게 왜 필요하신데요?
“만들어야 할 물건이 있어.”
-설마 소생의 정수는 아니죠?
“헐! 네가 그걸 어떻게…….”
-에이, 벌써 잊으신 거예요. 저도 초월 개미라는 걸.
“아, 그, 그랬지.”
이서우는 개미가 자신보다 먼저 초월 레벨에 도달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근데, 소생의 정수는 왜 만드시려는 거예요?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든.”
-말씀하시는 걸 보니 생명과 직결된 문제 같네요.
“당연하지. 소생의 정수가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건데!”
-헤헤. 그 점을 제가 깜빡했네요.
이서우는 어이없어서 개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한데, 개미도 부끄러웠는지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여튼, 내겐 중요한 문제야.”
-충분히 당신의 마음이 느껴져요. 그렇다면 더더욱 하늘의 도시로 가야 해요.
“드래곤 하트를 구해야 된다고 말했는데 벌써 잊은 거야?”
-그러니까 하늘의 도시로 가야 한다고요.
“당최 모르겠네. 왜 그렇게 하늘의 도시를 강조하지?”
-왜냐면 거기에는 드래곤 하트와 똑같은 성질을 가진 게 존재하니까요.
“뭐? 그게 정말이야?”
-초월 존재는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아요.
단호한 개미의 말에 이서우는 수긍하고 말았다.
드래곤 하트와 같은 성질을 가진 게 뭘까.
이서우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