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
레벨이 갑이다
278화
“이것 참, 자네 꼴이 말이 아니네.”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그렇다기보다 그냥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야.”
“휴우, 나라고 이러고 싶겠어. 하지만 놈이 리치 킹까지 잡아 버릴 줄은 몰랐단 말이지.”
“인간이라고 했지?”
“그래. 왜 자네가 손 좀 봐 주게?”
“내가? 너야말로 날 놀리는구먼.”
“대체 왜 여기에 그렇게 구속되어 있는지 모르겠어. 그냥 나가면 되는 일이잖아.”
“넌 드래곤이니 그런 속 편한 소리를 하는 거지.”
“지금 초월 존재에 근접했다고 유세 떠는 거냐?”
“유세는 무슨. 초월 존재도 못 됐는데. 그보다 동족들에게 알리지는 않을 생각이야?”
“놈들도 다 배신자들일 뿐이야. 도마뱀 새끼 같은 놈들. 배짱이 그렇게 없어서야 원. 하여튼 블랙드래곤 망신은 그 놈들이 다 시킨다니까.”
잔뜩 화가 난 상태로 투덜거리는 사람은 바로 이서우가 그렇게 찾는 블랙드래곤이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여러 통치자 중 하나였는데, 초월 존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매진하는 중이었다.
통치자가 되고, 열심히 서열을 높여 가면서 자연스럽게 초월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초월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다른 것은 관심 밖이 되고 만다.
그만큼 초월 존재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초월 존재가 되는 과정은 너무 험난해서 꽤 많은 통치자 중에서 아직 도달한 존재가 없었다.
블랙드래곤과 마주 앉아 있는 사내도 벌써 수백 년을 초월존재가 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거의 초월 존재에 다다랐다는 정도일까.
하지만 거의 이룬 것과 초월 존재가 된 것은 완전히 다른 의미였다.
“후우.”
통치자의 한숨이 더 깊어졌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블랙드래곤은 답답한지 혀를 찼다.
“그러다 땅 꺼지겠네.”
“자꾸 잔소리하려면 나가. 안 말려.”
“와, 타난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잔소리 몇 번 하면 인연 끊자고 하겠다?”
“이봐 다크. 자꾸 속 긁을 거야?”
“알았다, 알았어. 나도 답답해서 그러지. 힘 한 번 제대로 모으려면 똥줄이 타는데, 얼마나 답답하겠냐.”
“그러게 왜 힘도 되찾기 전에 적을 만들고 그러냐.”
“인간이라서 가볍게 본 거지. 난들 뭐 그 좁쌀만한 놈이 그리 강할 줄 알았겠냐.”
“너도 말년에 참 불쌍하다. 펠렌한테 당한 거 갚아 주려고 나왔는데 그 후예 놈이 방해해서 제대로 힘도 못 써 보고.”
“내 말이 그 말이다. 쩝, 뭐 좋은 방법 없냐?”
“너도 초월 존재나 돼 봐.”
“초월 존재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 지겨운 걸 내가 왜 하냐. 잠은 몇백 년 잘 수 있어도 그 짓은 1년도 못 해.”
다크는 진저리가 나는 얼굴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왜? 나랑 같이 하면 되잖아. 그러면 나도 덜 심심하고, 서로 경험을 나누면서 도움도 되고.”
“그게 말처럼 쉬우면 누구나 다 초월 존재가 됐겠지. 게다가 난 드래곤이라서 그것도 안 돼.”
“지금은 인간이잖아.”
“겉모습만 인간이지.”
“겉모습만 인간도 인간이지.”
“끼워 맞추기는.”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야. 초월 존재는 원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
“그건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거냐?”
“내가 한 말이다.”
“그러면 그렇지.”
다크는 여전히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꿈을 이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곳에 틀어박혀 생을 마감할 수도 없었다.
‘아놔, 진짜 이 모습으로 도전해 봐야 하나. 어휴, 내가 무슨 생각을…….’
다크는 도무지 방법이 없으니 가만히 앉아서 명상이라도 해 봐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잠자는 것을 제외하면 가만히 있는 일은 그에게 전혀 맞지 않았다.
‘이럴 때 드래곤 하트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은데. 어린놈들 건 영양가도 없고, 5천 살은 돼야 한다는 게 문제란 말야.’
과거의 힘을 완벽하게 회복할 수는 없지만 80퍼센트 이상 회복하려면 5천 살 이상의 드래곤 하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같은 동족을 죽였다가는 공공의 적이 될 수 있어 섣불리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시간만 죽이자니 그것도 성미에 맞지 않았다.
결국 지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타난카와 함께 수련에 매진하는 것뿐이었다.
‘안 돼. 그것만은 절대 안 돼.’
잠깐 마음이 약해지려 했지만 다시 다잡고 버텼다.
결국 다크는 타난카와 영양가 없는 대화만 이어 가며 시간을 보냈다.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대화를 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다크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아아, 복수하고 싶다. 복수하고 싶어! 복수가 정말 하고 싶다고오오오!”
“말했잖아. 같이 수련하자고.”
“수련한다고 강해지겠어?”
완강하게 버티던 다크가 관심을 보이지 타난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지금까지 완강하게 거부를 했는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 타난카는 ‘슬슬 입질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다크를 쳐다보았다.
‘크크크. 조금만 더 밑밥을 뿌리면 홀랑 넘어오겠네. 그래 혼자 보다는 역시 둘이 낫지. 다크를 잘만 활용하면 나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
타난카는 같이 수련을 하자는 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 동안 다크의 비위를 맞춰 줬다.
평소였다면 더 많이 화를 낼 일도 적당한 선에서 끊고 자존심을 살살 긁어 놓았다.
드래곤 하면 자존심, 자존심 하면 드래곤이다.
인간에게 쫓겨 오다시피 도망 왔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상기시켜 주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자존심을 긁으면 역효과가 난다. 반발심을 사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했다.
하지만 다크는 타난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인내력이 좋지 못했다.
미끼를 덥석 물자 타난카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여기서 잘 해야 확실히 수련에 동참시킬 수 있었다.
“나 봐. 인간인데 너랑 비슷한 힘을 내잖아. 네 전성기 때랑 말이지.”
“그건 그렇지.”
“그래. 이게 다 내가 수련을 통해 얻은 거라니까. 혼자 수련해서 그렇지 누군가 같이 했다면 아마 달라졌을걸? 어쩌면 벌써 초월 존재가 됐을지도 몰라.”
“에이, 설마.”
“아니라니까. 내가 듣기로는 같이 수련한 통치자들이 더 빨리 초월 존재가 됐다고 하더라.”
“그래? 그럼 너도 다른 통치자랑 함께 수련하면 되잖아.”
“그게 가당키나 해? 진짜 통치자 둘이 마음이 맞는 경우는 드물어. 오죽하면 서로 피 터지게 싸워서 아예 결계를 딱 쳐 놨겠냐. 어휴, 지독한 것들. 영역 관리는 하여튼 철저히 해요. 넘어가기만 해도 아주 죽일 듯 달려올 거다.”
“너희들도 우리랑 비슷하게 그런 건 철저하지.”
“내 말이. 그런 놈들이랑 어떻게 같이 수련을 해? 너처럼 지성이 넘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존재라면 모를까.”
“하긴, 내가 좀 지성과 외모도 겸비했지. 거기다 능력까지 좋고. 알아주니 고맙네.”
“당연하지. 그러니까 내가 너랑 친구가 된 거잖아. 안 그랬으면 이렇게 같이 있지도 않는다니까.”
타난카 인생 최고의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다크를 설득해 같이 수련에 참여시켜야 했다.
사실 둘은 피 터지게 싸우면서 친구가 되었다. 서로의 목적이 맞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타난카는 세계 정복 따위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은 케이스였다.
“나는 물론 좋은 친구지만 너도 정말 좋은 친구야. 이렇게 오갈 데 없는 날 받아주고, 같이 고민도 해 주잖아.”
“그치? 역시 친구밖에 없어.”
“그러니까.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 같이 힘을 합쳐서 초월 존재 한번 되어 보자. 까짓 거 둘이서 힘을 합치면 뭐라도 되겠지.”
“바로 그거야! 초월 존재가 못되더라도 아주 근접한 경지까지는 갈 수 있다니까!”
“넌 벌써 근접했잖아.”
“에이, 아냐. 약간 근접한 것뿐이야. 아주 근접한 거랑은 차이가 있다고.”
“아, 그래? 그것만으도 실력 차가 커?”
“당연하지. 하늘과 땅 차이라니까!”
“그렇구나.”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차이가 아주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한 말은 과한 평가였다.
하지만 다크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더 과한 말도 할 수 있었다.
타난카는 기다렸다. 지금 재촉하면 그동안의 수고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을까. 다크가 미끼를 꽉 물었다.
“그래. 하자. 오늘 당장 수련해서 빨리 강해지자!”
“정말?”
“그래! 드래곤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좋아! 아주 좋아. 그럼 서둘러 수련의 방으로 가야지.”
“응? 수련의 방?”
“그래. 수련의 방. 그럼 여기서 수련할 줄 알았어.”
“여기서 하는 거 아녔어?”
“여긴 집중이 잘 안 되잖아. 따로 준비해 둔 방이 있어. 그럼 간다.”
“어, 어. 야! 자, 잠깐만…….”
타난카는 다크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바로 수련의 방으로 이동했다.
수련의 방은 아무것도 없는 깔끔한 방이었다.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색의 방이었다.
다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야, 이런 데서 수련을 한다는 말은 없었잖아!”
“어쨌든 수련을 한다고 했으니 무르기 없기야. 드래곤의 이름을 걸로 한 약속인 거 알지?”
“젠장! 내가 미쳤지. 왜 그런 약속을 해서는.”
드래곤의 이름을 걸면 게임 끝이었다. 만약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드래곤 하트에 균열이 가서 힘을 절반이나 잃게 된다. 그걸 회복하려면 몇백 년이 걸리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같이 수련을 하는 게 나았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이제 1천 년의 시간도 채 남지 않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같이 잘 해보자고. 서로 도와 가면서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약속했으니까.”
“자, 그럼 시작할까?”
“알았다, 알았어.”
다크는 투덜거리면서도 타난카와 함께 수련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이서우가 블랙드래곤을 찾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결계가 처진 공간에서 통치자와 함께 수련을 하고 있었으니 어찌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지나갔다.
타난카와 다크의 수련 성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좋아! 다크,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어. 이대로만 가면 서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대단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순간에 드래곤 하트가 이 정도나 회복될 수 있지?”
“그러니까 내가 같이 수련하자고 했잖아. 이런 식으로 몇 년만 같이 수련해도 넌 과거의 힘을 되찾을 수 있어. 난 초월존재가 될 수 있고.”
“그러면 이렇게 시간 죽이고 있으면 안 되지. 어서 수련하자고.”
“좋지! 응?”
“왜? 무슨 일 있어?”
“그게, 누군가 결계 안으로 들어왔어.”
“뭐? 누가?”
“몰라.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결계로 들어와서 빠르게 이곳으로 오고 있어.”
“다른 통치자 아냐?”
“아냐. 통치자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서로 초월자가 되려고 바쁜데, 왜 이런 곳에 오겠어.”
“그럼 누구지?”
“설마, 상급 관리자인가?”
“상급 관리자?”
“어. 그놈들도 하이 레벨이 되고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통치자 영역을 넘보거든.”
“관리자 주제에?”
“통치자가 코앞인 녀석들은 상당히 강해. 작정하고 왔다면 위험할 수도 있고.”
“에이, 그래도 그렇지 급이 다른데.”
“관리자라도 강한 녀석들은 부하 녀석들까지 전부 하이레벨이야.”
“너답지 않게 그 정도 녀석에게 겁을 먹냐.”
“겁을 먹긴 누가! 혹시라도 하급 통치자일수도 있으니 그러는 거지?”
“너랑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하급 통치자에 그 밑에 있는 부하들까지 강력한 하이 레벨 능력자들이면 곤란하다고. 그놈들을 처치하고 힘이 빠졌을 때 다른 놈들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찝찝해.”
“나도 어느 정도 힘을 회복했으니 다른 놈이 나타나도 쉽지 않을 거야. 걱정 말고 수련이나 하자.”
“언제는 하기 싫다고 난리더니.”
“여튼, 빨리 수련하자니까 그러네.”
수련에 재미가 들렸는지 지금은 오히려 다크가 더 난리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타난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수련이 중요한 게 아냐. 아무래도 나가 봐야겠어.”
“그렇게 상황이 안 좋아?”
“어. 이놈 이거, 보통 놈이 아냐. 이대로 있다가는 노예 녀석들이 다 죽겠어.”
“알았어. 그럼 후딱 처리하고 다시 오자. 수련해야지.”
“으이고.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됐고. 빨리 가자니까.”
“알았어. 자, 간다.”
타난카와 다크는 그렇게 수련의 방을 벗어났다.
* * *
통치자 영역에 들어선 이서우는 생소한 경험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뭐지? 분명 이런 경치가 아니었는데.’
경계 지역 밖에 있을 때는 분명 평범한 숲이었는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그것도 잠시, 살기를 띤 존재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종속자들이었다.
이서우는 거침없이 종속자들을 베어 넘기며 빠르게 중앙으로 이동했다.
중앙으로 갈수록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400레벨 정도 되더니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자 60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이 때로 덤벼들었다.
‘완전히 노가다 지역이네. 하이 레벨 때 왔으면 진짜 애 많이 먹었겠어.’
지금은 쉽게 상대를 하고 있지만 하이 레벨이었다면 결코 지금처럼 편하게 몬스터를 처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있는 모든 몬스터나 종속자가 다 하이 레벨이었다.
처치 메시지가 뜰 때마다 하이 레벨이라는 것을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초월 레벨이 돼서 그런가 레벨 더럽게 안 오르네.’
하이 레벨이었다면 벌써 2레벨은 올랐어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소식이 없었다.
하지만 베고, 베고 계속 베다 보니 원하는 메시지가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좋았어! 스텟이 빵빵하게 오르니 레벨 올릴 맛이 난다니까.”
랜덤 스텟 5, 보너스 스텟 10.
하이레벨은 1레벨에 총 스텟이 7개였는데, 지금은 그 두배가 넘는 수치였다.
스텟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활짝 웃는 모습이 마치 로또라도 당첨된 사람 같았다.
이서우는 사냥에 대한 의욕이 더욱 샘솟았다.
미친 듯이 대검을 휘두르며 계속해서 중앙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를 움직였을까. 드디어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라. 하나가 아니네? 설마 통치자 둘이 연합을 한 건가. 아냐. 기운 하나는 조금 약한데? 뭐, 차라리 잘됐어. 신화템 얻을 확률이 높아졌으니 오히려 잘 된 거야. 오늘 싹 정리하고 최소 신화템 3개만 얻자. 흐흐흐.’
이서우는 벌써부터 신화템을 얻은 사람처럼 기분 좋은 얼굴로 강한 기운이 느끼지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중에도 몬스터는 그를 괴롭혔다. 통치자가 이서우의 힘을 조금이라도 빼놓으라고 명령을 한 것일까?
명령은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이서우는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려 하루를 꼬박 달려서 도착했다.
두 사내가 보였는데, 그중 한 사내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너, 설마…….”
“헉! 네, 네놈이 어떻게…….”
이서우는 그 기운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오, 그래 너 잘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찾고 있었는데 알아서 나타나 주네.”
“잠깐!”
이서우가 다크를 알아보고 덤비려는데, 타난카가 강력한 살기를 뿜어내며 이서우를 막아섰다.
“여긴 내구역이야. 넌 오늘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해.”
“어쭈. 똥개도 자기 집 앞마당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이거지?”
“뭐? 똥개? 이런 쳐 죽일 놈을 봤나!”
타난카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그동안 누구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했다. 같은 통치자들 중에서도 그는 상위에 속하기에 결계 근처로도 오지 않았다.
한데, 인간 따위가 나타나서 자존심을 긁어 놓으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타난카는 단숨에 끝내려고 온 힘을 끌어올렸다.
“건방진 놈, 이곳으로 들어온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이서우는 주변을 압도하는 힘에 맞서 차분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다크는 블랙드래곤으로 현신했다. 그 동안의 수련으로 드래곤 하트가 많이 회복되었고, 마나도 많이 쌓아서 10서클의 마법을 몇 차례는 충분히 쓸 정도의 힘이 생겼다.
각자 공격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