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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86화 (286/341)

# 286

레벨이 갑이다

286화

“내놔.”

“대표님은 진짜 못 당하겠습니다.”

“그러니 내가 대표고 네가 실장인 거야.”

“에휴, 부하 직원 돈 뺏어가니 좋으십니까.”

“뺏다니, 엄연히 내기인데.”

안재훈 대표는 익살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김승조가 내민 10만 원권 지폐를 얼른 가져갔다.

안재훈에게 10만원은 아무것도 아닌 돈이지만 돈의 가치보다 내기에 이겼다는 것이 더 즐거웠다.

“한데, 어떻게 그렇게 큰 홍보 효과가 나올 거라 예상하신 겁니까?”

“영화 속 영웅이 현실로 나오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 특히나 뉴 월드 유저라면 말이지.”

“단순히 그 이유였습니까?”

“원래 세상은 단순하게 살아야 되는 거야. 넌 너무 머릿속이 복잡한 게 탈이야.”

“대표님이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전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뭐, 어쨌든 앞으로는 좀 단순해지려고 노력해 봐.”

“단순해져도 향후 수조 원의 가치가 있는 주식이나, 출연료로 1시간에 250억이나 지불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처음 이서우는 1시간당 200억을 제시했지만 안재훈 대표가 해외 일정을 잡으면서 몸값이 올라갔다.

전무후무한 엄청난 고액 출연료에 사람들은 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그 많은 돈을 지불하는지 궁금해 뉴 월드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결과 이용자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최근 15억 명을 넘어섰다.

처음 김승조는 초고액 출연료를 반대했었다. 아무리 이서우의 인기가 높아도 수천억 원의 가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한데,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이서우의 가치는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이용자 1명이 뉴 월드와 관련해서 쓰는 돈이 접속 베드를 제외해도 최소 수십만 원에 달한다.

게임을 하면서 골드를 사고파는 것을 감안한다면 100만 원 이상 사용하는 이용자가 절대 다수였다.

레벨이 증가할수록 거래액은 늘어나고 그에 따른 수수료 수익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 돈이 모두 글로벌사의 매출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NPC에게서 구매하는 것은 대부분 글로벌사의 이익이 되기에 40퍼센트에서 많게는 50퍼센트까지 이윤이 발생한다.

접속 베드 수익까지 생각하면 이벤트로 증가한 유저들에게서 수조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아쉽지?”

“뭐가 말입니까.”

“모른 척하기는. 이서우의 가치가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캐릭터 판매나 영상물 저작권 등을 계약 사항에 미리 넣을 걸,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잖아.”

“제, 제가 언제 그랬다는 겁니까?”

“괜히 흥분해서 목소리 높이는 걸 보니 딱 그 생각하고 있었네.”

“…….”

안재훈이 정확히 짚었다. 김승조는 이서우와 다른 계약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K사가 발 빠르게 움직여 최근 이서우의 영상물과 캐릭터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영상물의 경우 홀로그램 보안 인공지능까지 영역을 확장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너도나도 적용하겠다고 난리여서 관련 업체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캐릭터 산업은 더 대박이었다. 전 세계로 이서우의 컵과 지금은 거의 잘 쓰지도 않는 문구류, 티셔츠, 주얼리 등 수많은 곳으로 퍼져 나갔다.

특히 문구류가 대박이었다.

요즘은 문구류를 사용하는 곳이 거의 없다. 전시용이나 취미로 수집하는 것이 전부여서 관련 사업자들이 다 사업을 접는 분위기였다.

한데, 이서우의 존재로 인해 갑자기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서도 이서우는 사업 파트너들에게 로열티로 주식을 일부 받으면서 많은 이익을 보았다.

파트너들이 주식을 주면서도 불만을 가지지 않은 것은 주식이 올라야 이서우도 손해를 보지 않기에 더 많이 신경 써 줄 거라 믿기 때문이었다.

“대규모 업데이트 때도 이서우를 활용할 방안을 생각해 봐.”

“하지만 1주년 행사보다 훨씬 더 몸값을 불릴 텐데 가능할까요?”

“하긴, 500억쯤 불러 버리면 답이 없긴 해.”

“500억씩이나 부를까요?”

“지금 이서우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

“제가 알아야 하나요?”

“쯧쯧쯧. 세상 돌아가는 거에 관심 좀 가지라고.”

“저야 뉴 월드가 잘만 돌아가면 되는데요?”

“어쨌든 벌써 20조를 넘겼어.”

“네에?”

김승조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서우가 등장한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한데, 벌써 재산이 20조를 넘었다니.

“주가가 올랐으니 아마 재산은 더 불어났을 거야. 게다가 최근 돈 되는 주식을 싹 거둬들이고 있어서 얼마나 될지 감도 안 잡혀.”

“어, 엄청나네요.”

“뉴 월드에서 땅을 그렇게 많이 가지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 지금 속도라면 내년에는 올해 보다 2배는 벌어들일 테니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겠지. 그나마 올해니까 활용할 수 있는 거야. 어쩌면 500억을 불러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부르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관련 사업에 대해 권한을 부여받는다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그렇게 되면 몸값을 절대 감당할 수 없어. 알지?”

“네. 하지만 지난번처럼 정 회장님이 도와주시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1퍼센트가 한계야. 그마저도 이서우가 정민후를 살려 낸 거에 대한 대가고. 그냥 주면 안 받는다고 그런 식으로라도 넘기자고 하신 거니 더 이상은 기대하지 마.”

“주식은 대규모 패치 때문에 넘긴 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이유도 있지만 회장님 손자 문제도 있었어.”

“안타깝네요.”

글로벌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정 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의 참여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 회장과 친분이 있었던 안재훈은 사업 설명을 치열하게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정 회장이 5대 그룹의 오너들을 설득해 투자금을 마련한 것이었다.

홀로 부담하기에는 버거운 규모여서 그렇게 한 것인데, 지금에 와서는 그때 홀로 투자하지 못한 걸 정 회장은 많이 후회하고 있었다.

현재 글로벌사 주식은 안재훈이 10퍼센트, 정 회장 9퍼센트, 그리고 나머지 5대 그룹 회장들이 각각 8퍼센트씩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15퍼센트는 외국인 자본이고, 나머지는 국내 투자자들이었다.

“어쨌든 한 번 기획이나 짜 봐. 혹시 모르잖아. 또 대박을 칠지.”

“대박을 쳐도 웬만해서는 안 되는 거 아시죠? 자칫 출연료도 못 뽑아낼지도 모릅니다.”

“이번 대규모 패치는 분열이 핵심 키워드야. 거기에 부합하는 존재가 이서우 말고 또 있어?”

“그건 그렇지만…….”

“이번 업데이트가 발표되면 아마 난리가 날 거야. 게다가 향후 나올 패치까지 살짝 떡밥으로 풀면 1년은 거뜬하게 보낼 수 있어. 무한의 탑까지 있으니 더욱 상승효과가 생기겠지. 쩝, 그렇게 생각하니 이서우가 더 부럽네.”

“대표님.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그래도 부러운 걸 어쩌냐.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뉴 월드를 좀 더 치열하게 하는 건데.”

안재훈은 씁쓸한 얼굴을 하고는 테이블 위에 화려한 입체로 그려진 뉴 월드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미련 갖지 마세요. 대표 님이 하셨으면 아마 그 자처럼 되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아주 초를 팍팍 쳐라.”

“개꿈을 빨리 깰수록 좋은 거잖아요.”

“시끄럽고. 여튼 어떻게 활용할지나 잘 고민해 봐.”

“네, 대표님!”

김승조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뉴 월드의 발전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졌지만 적정선을 잘 지키는 게 중요했다.

김승조는 머릿속 가득 부담감을 안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 * *

-무한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사냥용입니다. 대전용으로 입장하시려면 오른쪽 끝으로 난 문을 통해 나가시면 됩니다.

-사냥용이든 대전용이든 시작과 동시에 주어진 횟수가 소모되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들어올 때는 문이 없었지만 나갈 때는 문이 존재했다.

이서우는 오른쪽 끝을 힐끗 보고는 다시 시선을 전방의 석상에게로 고정시켰다.

아름다운 여신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평화의 신 에이네였다.

왜 전투가 빈번히 벌어지는 곳에 평화의 신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편안해 보이는 것이 마음이 포근해지는 기분이었다.

‘대전용이라……. 근데, 나랑 대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나?’

이서우는 문득 그것이 궁금했다.

석상을 보던 시선을 옮겨 대전용 문을 바라보았다.

저벅, 저벅.

사냥용이든 대전용이든 하루 한 번은 입장이 가능하니 당장의 호기심부터 채우고 싶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메시지가 떴다.

-대전용 무한의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그래.”

이서우의 대답과 함께 몸이 흰 빛에 휩싸이더니 이내 사라졌다.

“뭐야? 별로 다른 게 없잖아.”

뭔가 다른 공간이 나타날 거라 여겼는데 사냥용 무한의 탑과 완전히 똑같았다.

가운데 있는 여신상이나 주변의 텅 빈 공간까지.

여신상만이 외롭게 홀로 서서 넓은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은 대전용 무한의 탑입니다. 사냥용으로 입장하시려면 오른쪽 끝으로 난 문을 통해 나가시면 됩니다.

-대전용이든 사냥용이든 시작과 동시에 주어진 횟수가 소모되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괜찮아. 먼저 이곳부터 경험해 보고 싶으니까.”

-석상 가까이 오셔서 ‘입장’이라는 명령어를 떠올리시거나 육성으로 말하시면 1층으로 안내가 됩니다. 빠져나오고 싶으시면 ‘탈출’이라는 명령어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숨겨진 보너스가 있습니다. 대전도 펼치고, 보너스 혜택도 누리세요!

“보너스라……. 뭐, 100층까지 돌파하면 알아서 얻어지겠지.”

보너스가 본 상품보다 좋은 경우는 없다. 이서우는 보너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100층을 돌파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차분히 여신상으로 다가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입장.”

작게 속삭이자 다시 이서우의 몸은 흰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하얀색 공간이었다.

-대전 공간은 각 층에 따라 달라집니다. 패배하기 전까지는 무한의 탑에서 계속 머무를 수 있습니다.

-3승을 달성하시면 도우미가 등장해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승리시마다 포인트가 쌓입니다. 패배 시에도 소정의 포인트가 지급되니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대전 상대를 찾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몇 가지 메시지가 뜨더니 대기음이 들렸다.

“대기음을 사라지게 해 줘.”

-대기음이 사라집니다. 대전 상대가 정해지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서우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거 너무 늦는데.”

10분은 지난 것 같은데 도무지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기다린 만큼의 시간이 더 지났다. 드디어 메시지가 들렸다.

-대전 가능한 상대를 찾을 수 없습니다. 보정을 통해 대상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에휴, 그러면 그렇지. 근데 보정이라고?”

-그렇습니다. 상대를 당신의 힘과 비슷하게 맞추거나 당신이 상대와 비슷한 힘이 되도록 조정하는 것입니다.

“오, 그래?”

-보정 기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상대를 나와 맞추는 쪽으로 선택하겠어.”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보정이 진행됩니다.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1분 후 대전이 시작됩니다.

“엄청 빠르네.”

대전에 참여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 금세 상대가 정해졌다.

곧 대전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승부 펼쳐 봅시다.”

“서, 설마 전장의 지배자?”

“어차피 보정 기능이 실행 중이니…….”

“져, 졌습니다.”

“네?”

-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져, 졌다고요!”

대전이 시작됐다는 말과 동시에 사내는 다시 한 번 항복 선언을 했다.

-대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1,000 무한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승리까지 0.1초 소요되었습니다.

-최단시간 승리자가 되셨습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1만 무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혜택으로 스페셜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세 설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메시지가 끝나자 대전 상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서우는 황당한 표정으로 사라진 상대가 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것 참.”

1승을 챙긴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너무 어이없게 이긴 게임이어서 찝찝한 마음이었다.

-대전을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하시면 2층으로 안내됩니다.

“끝까지 가야지.”

-2층으로 이동합니다.

시야가 흐려지며 곧 2층에 도착했다.

-2층부터는 ‘꾸미기’를 통해 공간을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습니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더 다양한 물건들로 꾸미는 것이 가능합니다.

-1,000 꾸미기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별게 다 있네. 그나저나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전투가 펼쳐졌으면 좋겠네.”

이서우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대전 상대를 찾았다.

하지만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모두가 이서우를 보자마자 패배를 시인했다.

힘의 보정이 이뤄졌지만 그들은 한 번도 강력한 힘을 써 본 적이 없어 겁을 먹고 패배를 시인하고 만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이서우의 전투를 영상으로 정말 많이 접했다. 영상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서우를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싸울 엄두가 날까.

그렇게 10승을 챙긴 이서우는 재미없는 대전을 그만둬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판이 거듭될수록 더 뛰어난 유저들이 연결되고 있어 기대감을 가졌다.

그리고 드디어 상대다운 상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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