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288화 (288/341)

# 288

레벨이 갑이다

288화

-대전을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을 원하시면 다음 층으로 이동합니다.

“끝장을 봐야지. 가자고.”

-12층으로 이동합니다.

다음 층으로 간다고 해서 공간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서우가 이동하는 게 아니라 층 전체가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자동차를 탄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동차 전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꾸미기 포인트가 주어지는 것이다. 만약 이서우가 움직인다면 매 층을 꾸미게 되는 것인데, 잠시 쓸 공간을 꾸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우는 꾸미기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라도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다.

“우미야.”

“네, 주인님.”

“대전 상대 좀 찾아 줘.”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우미는 3연승을 하고 획득한 도우미였다. 이름 짓기가 귀찮아 그냥 ‘도’자는 빼고 우미라 부르고 있었다.

도우미는 이서우가 이곳에서 대전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NPC였다.

도우미는 유저를 주인처럼 여기고 따르는데, 말 한마디면 안 되는 게 없었다.

“주인님, 보정 기능이 제한되었습니다.”

“보정 기능이 제한되다니?”

“상대를 주인님에게 맞추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단, 주인님이 상대의 능력에 맞추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도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보정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들으시려면 글로벌사에 직접 문의를 하셔야 합니다.”

“연승을 하는 게 불만이었나. 갑자기 왜 보정 기능을 제한한 거지? 이거 설마 회사가 유저를 통제하려는 건 아니겠지?”

회사가 이용자를 자기들 마음대로 활용하려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각 회사들은 이용자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쓴다. 괜히 소송에 말리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글로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어 더욱 조심스럽게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었다.

“분명히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한쪽을 닫아 버리다니. 나중에 제대로 따져 봐야겠어.”

당장은 무한의 탑을 빠져나갈 수가 없으니 일단은 대전을 즐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한 것은 반드시 따져 물을 것이다.

“제가 주인님을 대신해서 문의할 수 있습니다.”

“아냐, 됐어. 따져도 내가 따질 테니 일단 진행하자고.”

“네, 주인님.”

“그나저나 일반 유저의 능력을 가지고서도 초월 가속을 쓸 수 있을까?”

어나더 월드 시절에 일반 유저로 지낸 경험이 있다.

그때는 100레벨이 한계여서 쓸 수 있는 기술이 많이 없었지만 지금은 평균 레벨이 350을 넘어섰다. 신규 유입 자가 아니었으면 400레벨까지도 올랐을 것이다.

어쨌든 레벨이 많이 상승했기에 어나더 월드 시절과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뉴 월드에서 한 번도 일반유저로 생활한 적이 없어 이서우로서도 살짝 걱정이 되었다.

“이런 느낌이었을까?”

지금까지 모든 유저들이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도록 보정이 되었다.

입장이 바뀌고 보니 그들이 왜 금세 포기하고 말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갑자기 힘이 생기든, 갑자기 있던 힘이 사라지든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이서우도 살짝 걱정이 되었다.

“주인님, 대전 상대를 찾을까요?”

“그래. 찾아 줘.”

“대전 상대를 찾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도우미의 음성에 이서우는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기다렸다. 방을 꾸미지는 않았지만 다음 대전 상대를 기다리는 동안 앉을 의자는 있어야겠다 싶었다.

이왕 쉬는 거 의자도 편안한 것을 선택했다. 포인트는 꽤 소모했지만 앉아 보니 아깝지 않았다.

“대전 상대가 지정되었습니다. 대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래. 해 보자고.”

“1분 후 대전 상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동안 대전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시고, 대전 준비를 마무리해 주십시오.”

“땡큐.”

이서우의 허락이 떨어지자 의자는 사라졌다.

연승을 하면 대전 상대가 이곳으로 소환이 된다.

곧 대전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헉! 여,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어! 저, 전장의 지배자 님이시죠?”

“그런데요?”

“저, 인증샷 좀 찍어 주세요.”

“…….”

이서우는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11연승 중 10연승이 이런 식이었다.

이서우를 알아본 사람들은 누구도 그와 전투를 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증샷을 찍어 달라는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지만 별것도 아닌 것 때문에 욕을 듣고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가볍게 인증샷 몇 개를 찍어 주자 사내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는 패배를 시인하고 나가 버렸다.

-대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1,000 무한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초로 12연승에 도달했습니다.

-연승으로 3만 5천 무한 포인트가 추가 지급됩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1만 무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혜택으로 스페셜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세 설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이서우는 상대의 능력에 맞춰 보정이 이뤄졌음에도 17연승까지 파죽지세로 내달렸다.

그리고 드디어 싸울 만한 상대를 만났다.

“흐흐흐, 오랜만이야. 이날만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오다니. 보정이 이뤄졌다지? 나의 힘에 맞춰졌으니 네 주특기도 쓸 수 없겠지. 죽여 달라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싹싹 빌 때까지 괴롭혀 주마.”

“너냐? 1조는 잘 받았다.”

“큭. 이, 이놈이 아픈 곳을 건드리다니. 내가 그것 때문에 형에게 쳐맞은 걸 생각하면……. 이, 이. 시끄럽다 이놈!”

“혼자 흥분하고, 혼자 주절대고. 그동안 많이 망가졌구나?”

이서우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눈빛으로 타라칸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돈을 들여 아이템을 진화시킨 뒤 초월강화까지 완벽하게 했는데 그걸 몇 배나 비싼 값을 주고 다시 살 때의 그 심정은 어떨까.

이서우는 타라칸을 보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 팔부터 시작해 주마!”

“마나 보호막!”

소리가 나기도 전에 이서우는 마나 보호막을 시전해 몸을 보호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보호막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피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살의 속도가 음속을 초월했다는 뜻이다.

보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초월 가속으로 간단하게 피했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 속도는 내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막이 최선이었다.

이서우는 대검을 뽑아 들고 초월 가속을 시전해 보았다.

‘역시 안 되네. 가속화는 되겠지?’

하지만 이서우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가속화마저도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진짜 완전 일반 유저가 됐네. 이런 식이면 100승까지 진짜 쉽지 않겠는데?’

이서우는 철저히 초보자 자세로 돌아왔다.

지금은 어떤 기술을 쓸 수 있고, 쓰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서우는 차근차근 하나씩 기술을 시전해 보았다.

초월레벨이 되면서 얻은 스킬들은 아예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하이 레벨에 썼던 기술은 가속화 외에는 다 사용이 가능했다. 문제는 과거보다 효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나 보호막도 충격이 일정 부분 침투해서 대미지를 입었다.

더 큰 문제는 생명력이나 공격력, 방어력들도 다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모든 능력이 약해졌지만 타라칸의 공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너 진짜 허접했구나.”

“뭣이! 이놈이 뚫린 주둥이라고 감히! 각오해라! 관통샷! 더블 관통샷! 트리플 관통샷!”

순식간에 스킬이 시전되었고, 보이지 않는 화살은 이서우의 급소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서우는 급히 마나 보호막을 쳤다.

하지만 첫 번째 공격만 막았을 뿐, 연이어 날아오는 공격은 고스란히 보호막을 뚫고 들어왔다.

이서우는 전속력을 다해 몸을 틀었다.

두 번째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피했는데, 세 번째로 날아온 트리플 관통샷이 이서우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 주었다.

세 발 중 두 발은 피했지만 한 발이 급소에 맞고 말았다.

생명력이 30퍼센트가 쑥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서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격을 당하는 그 순간 마나 탄을 수십 발이나 쏘아 보냈다.

공격 직후여서 테라칸은 미처 모든 마나 탄을 피하지 못했다.

“큭! 이놈이…….”

테라칸도 30퍼센트의 생명력이 빠져나가자 크게 당황했다.

둘 다 같은 조건이었지만 이서우가 조금 더 편안해 보였다.

그 여유가 승패를 좌우했다. 이서우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쉴 새 없이 마나 탄을 쏘아 보냈고, 테라칸은 선공을 놓쳐 계속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테라칸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고, 이서우는 제 속도를 유지하니 승패는 불을 보듯 뻔했다.

“큭, 분하다.”

“보정이 되었다고 너무 자신만만해 한 게 실수였어.”

“시끄럽다. 난 이렇게 끝나지만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널 처리할 것이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크크크. 그렇게 자신할 때가 아닐 텐데. 난 네 약점을 알아버렸거든.”

“약점? 그걸 알고서도 졌다는 건 네가 그만큼 무능력하다는 거 아냐?”

“어차피 오늘의 승부는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길 수 없다면 네놈의 약점을 찾아서 열심히 퍼트리면 누군가는 널 처치하겠지. 그리고 난 그 노하우를 공유해 다시 네놈과 만나 복수를 하면 되는 거고.”

“매번 매칭이 되지 않으니 그런 꼼수를 쓰시겠다?”

“꼼수라니. 지략이라고 해라.”

“뭐, 어떻게 될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끝까지 허세구나. 난 이렇게 가지만 내게 정보를 얻은 사람들은 널 계속해서 찾을 것이다.”

-대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1,000 무한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초로 18연승에 도달했습니다.

-연승으로 6만 5,000 무한 포인트가 추가 지급됩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1만 무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혜택으로 스페셜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세 설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테라칸은 자살을 선택했다.

18연승을 한 이서우지만 기분이 개운하지는 않았다.

“우미야.”

“네, 주인님.”

“글로벌사에 문의 가능하다고 했지?”

“네. 문의를 할까요?”

“그래. 보정과 관련해서 왜 한쪽을 막아 놨는지 문의를 해 봐. 적정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소송도 불사한다고 말하고.”

“네, 주인님. 주인님의 의지를 그대로 담아 전달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다운 보정이 된다고 해서 뭐 그리 큰 문제가 될까 싶었지만 테라칸과 싸워 보니 상황이 심각했다.

그래서 대전을 완전히 끝내기 전에 납득할 만한 대답을 듣고 싶어 문의를 하는 것이다.

“고마워.”

“저는 주인님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도우미입니다.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사용자를 배려한 것인지 묘하게 이설아를 닮아 친근함이 느껴지는 도우미였다.

이서우는 미소를 짓고는 문의에 대한 대답이 오기를 기다렸다.

* * *

“대표님!”

“또 왜?”

“그게, 서우 군이 문의를 해 왔습니다.”

“문의? 무슨 문의?”

“도우미를 통해 왔는데, 보정과 관련한 문의입니다. 왜 한쪽을 막아뒀냐고 따지네요. 만약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을 시에는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합니다.”

“뭐! 소송?”

“……네.”

안재훈은 소송 이야기가 나오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뉴 월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이서우와 소송을 벌이는 것은 글로벌사로서도 손해였다.

이기든 지든 손해인 싸움을 걸만큼 안재훈은 바보가 아니다.

“대책도 함께 세우라고 했잖아. 그대로 실행하면 되는데 왜 찾아온 거야?”

“그게 서우 군이 납득을 할지 자신할 수가 없어서…….”

괜히 답변을 했다가 오히려 이서우의 분노를 사서 소송에 들어가면 안재훈에게 제대로 찍히게 된다. 그럴 바에는 잔소리를 조금 듣더라도 미리 보고를 하는 게 낫다.

“일단 줘 봐.”

“네.”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보고를 하지 못했다.

김승조는 얼른 파일을 안재훈에게 넘겼다.

손짓 한 번이면 간단하게 파일을 넘길 수 있었다.

꼼꼼하게 확인한 안재훈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걸 지금 대책이라고 만든 거야?”

“죄, 죄송합니다.”

“서우 군과 같은 스타일은 그냥 심플한 대답이 좋아.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해 봐야 오해만 산다고. 내가 그렇게 상대를 먼저 파악하라고 일렀거늘.”

“죄송합니다, 대표님.”

김승조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한숨을 깊게 쉰 안재훈이 몸을 뒤로 쭉 뻗어 의자에 몸을 맡기고는 말했다.

“차라리 더 재미있고, 흥미 있는 대전이 되기 위해 부득이 하게 그런 조치를 했다고 해. 10연승 이상하면 나타나는 메시지라고 하면 될 거야.”

“그걸로 충분할까요?”

“내가 말했지? 서우 군은 이런 식의 대답을 더 좋아한다고. 괜히 의심을 살만 한 말은 넣지도 마. 알겠어?”

“네, 대표님.”

“그리고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어.”

“해야 할 일이라면…….”

“서우 군을 저지해야 할 거 아냐.”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동기부여만큼 좋은 방법은 없지.”

“동기부여라고 하시면…….”

“넌 지금 가서…….”

안재훈의 말에 김승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얼른 나가서 답변을 보내고, 곧장 안재훈이 시킨 일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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