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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93화 (293/341)

# 293

레벨이 갑이다

293화

-대전 상대에게서 불법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뉴 월드는 불법적인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대항합니다. 또한 대전 상대가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면 규칙을 어긴 것이기에 당신을 구속하던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서우는 갑자기 모든 힘이 돌아오자 깜짝 놀랐지만 코앞까지 다가온 마나 구체에 대항하기 위해 얼른 힘을 끌어올렸다.

퍼퍼퍼퍼퍼퍼펑!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쳇. 하필이면 그 순간에……. 멀쩡한 거 아니까 그냥 나오시죠?”

“네게도 메시지가 전달이 되었나 보군.”

“그러네요.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이렇게 발각이 되어 버리다니 아쉽네요. 하지만 서우 씨를 처치할 시간은 있으니 너무 안심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전력을 다할 거예요.”

“전력? 크크크.”

“왜 웃으시죠?”

“네가 아무리 전력을 다해도 날 절대 이길 수 없거든.”

“그건 곧 알게 되겠죠.”

이서우는 이미 폭발음과 함께 펠렌의 세트를 착용했다.

아무리 대전에 특화된 아이템이지만 이서우가 가진 본연의 힘을 상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발끝에도 못미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먼저 움직인 것은 해커였다. 하지만 이서우는 물끄러미 전방을 응시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악!”

“전신의 만렙 버전이라. 아주 표현이 좋았어. 하지만 그 정도 실력이라면 난 한손으로도 처리할 수 있지.”

“어, 어떻게…….”

“네가 뉴 월드 팬이 아니라는 게 여기서 증명이 되네. 나에 대해 조금 더 알았다면 지금 같은 반응은 보이지 않았을 텐데. 더 놀아줄 마음은 없으니까 잘 가라고.”

“아아아아악! 그, 그만!”

이서우는 인중과 목, 명치와 아랫배를 강하게 후려쳤다.

그러자 해커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이서우는 그녀를 살짝 밀어내고는 대검을 들어 심장에 꽂아 넣었다.

털썩!

해커는 힘없이 쓰러졌다.

해커가 만약 하이 레벨과 초월 레벨에 대해 알았다면 이서우도 꽤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레벨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나타난 것이기에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 여자가 나타난 거지? 불법적이라고 했으나 꼭 해킹이라고 할 수는 없어. 설마 글로벌사에 조력자가 있는 건가?’

이서우는 승리를 했지만 찝찝한 마음을 떨치지는 못했다.

이어 다시 메시지가 들렸다.

-대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1,000의 무한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초로 100연승에 도달했습니다.

-연승으로 80만 무한 포인트가 추가 지급됩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1만 무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혜택으로 스페셜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세 설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00층을 정복하셨기에 앞으로는 도전자만 받게 될 것입니다. 매 시간 도전자를 받을 수 있고, 하루 최대 20번까지 가능합니다. 횟수가 적은 만큼 방어에 성공하면 포인트를 비롯한 다른 보상이 기존보다 더 많아집니다.

-100층을 정복하셨기에 하늘의 도시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나머지 무한의 탑도 정복하셔야 합니다.

‘하늘의 도시라. 초월 개미가 말한 곳인가. 뭐, 한 곳을 더 클리어하고 직접 가보면 알게 되겠지?’

“주인님, 축하드려요. 드디어 100층을 정복하셨네요. 초월존재시니 이제 하늘의 도시로 가실 수 있겠네요. 아, 아직 한 곳을 더 정복하셔야 하는군요. 대전용도 정복하셨으니 아마 그리 어렵지는 않으실 거예요.”

“하늘의 도시에 대해 알고 있어?”

“그럼요. 전설을 만든 자들이 모인 곳. 전설을 만들어 가는 자들이 모인 곳. 전설인 자들이 모인 곳이 바로 하늘의 도시죠. 하늘의 도시 위에는 또 다른 도시가 있는데, 그곳은 신들이 되기 위한 존재가 모인 곳이라고 해요. 멋지죠?”

“멋지긴 하네.”

“그냥 멋진 게 아니라 완전 짱 멋지죠. 무한의 탑이 왜 생성되었는지 아신다면 그런 시큰둥한 반응은 안 보이실 걸요?”

도우미는 팔짱을 낀 채 무한의 탑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알게 되면 놀랄 거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서우는 업데이트 때문에 생겼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NPC가 업데이트 개념을 알 리가 없었다. 도우미는 그저 프로그램이 된 대로 말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하는 말이 가치가 없느냐.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녀가 가진 지식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이서우는 그녀에게서 들을 수 있는 모든 말을 듣고 종료하기로 했다.

“무한의 탑이 생성된 이유? 그게 뭔데?”

“무한의 탑은 하늘의 도시에 사는 존재들이 자신들의 도시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 만든 곳이에요.”

“하늘의 도시를 유지시키기 위해?”

“네. 하늘의 도시에 살아가는 존재들은 근본적으로 신의 반열에 오르고 싶어 하죠. 하지만 그 길은 너무 험난해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하늘의 도시가 유지되어야 그들도 신의 반열에 오르기가 좋아요.”

“그건 왜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든요. 그들은 분쟁을 위해 뭉치는 게 아니라 오직 신이 되기 위해 모여 있는 존재이기에 그게 가능하죠. 하지만 절대적인 건 없으니 너무 안심하고 그곳에 가지는 마세요. 혹시라도 주인님을 노리고 덤벼들지 모르니까요.”

분쟁이 없는 도시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이서우는 고개를 저었다. 도우미의 마지막 말처럼 절대적인 건 없다.

그러니 하늘의 도시도 분명 그곳만의 분쟁이 있을 것이다. 단지, 이곳처럼 전쟁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 것일 뿐.

이서우는 도우미가 한 말을 머릿속에 잘 담아 두었다.

‘하긴, 이미 영상으로 다 저장해 뒀으니 나중에 다 같이 돌려 보면 되겠네.’

도우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여튼, 그들은 더 많은 초월 존재를 받아들여야만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기에 고심 끝에 무한의 탑을 만들게 되었어요.”

“한데, 초월 존재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닐 텐데 왜 이곳은 인간만 이용하도록 한 거지?”

“물론 모든 존재가 초월적 능력을 가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신이 된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죠.”

“인간만이 신이 되었다고?”

“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은 확실해요.”

“그렇구나.”

도우미는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서우는 왜 그런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뉴 월드를 만든 사람이 인간이었으니까.

“주인님도 충분히 신이 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곳을 지키며 응원하고 있을게요.”

“난 아마 자주 못 올지도 몰라.”

“두 무한의 탑을 다 정복하시면 어느 쪽에서든 하늘의 도시로 직행할 수 있어요. 직통라인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러니 하늘의 도시를 가려면 오실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늘의 도시로 갈 일이 과연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 가게 되실 거예요. 주인님은 욕심이 많으신 분이시니까요.”

“보기만 해도 아나 봐?”

“그럼요. 주인님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숙련된 하인이 아니죠.”

“더 해 줄 말은 없고?”

“지금으로서는 없어요.”

“앞으로 생기면 언제든 알려 줘.”

“네, 주인님.”

이제는 접속 종료를 할 때다.

“참, 주인님.”

“왜?”

“이곳은 어떻게 할까요?”

“이곳? 이곳이 왜?”

“앞으로 주인님께서 계속 머무실 곳인데, 꾸며야 하지 않을까요?”

“난 그런 재주가 없어서 말이야.”

“그럼 제가 꾸며도 될까요?”

“그래. 내가 없으면 네가 쭉 생활할 텐데 편하게 꾸며.”

“네, 주인님! 감사해요!”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네, 주인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이서우는 도우미의 인사를 받으며 접속을 종료했다.

“오, 오빠!”

종료를 하자마자 이설아가 안겨왔다.

“미안, 많이 걱정했지?”

“그럼. 얼마나 걱정했다고! 이틀이나 종료도 안 하고……. 괜찮은 거지?”

“물론이지. 아주 멀쩡해. 한데, 무슨 일 있는 거야?”

“오빠 걱정에 잠을 못 자서 그래.”

“나야 수면 상태나 다름없는데…….”

“농담이야. 나도 오빠 곁에서 잤어. 다른 것 때문에 그래.”

“다른 거?”

“응. 오빠가 접속해 있는 동안 엄청 많은 일이 있었거든.”

“그래? 나도 좀 이상한 일이 있기는 했어.”

“정말? 뭔데?”

“일단 네 이야기부터 들어 보자.”

“응. 그게…….”

이설아는 이서우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해 주었다.

이틀 동안 뉴 월드에 접속했기에 죽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

김소연이나 박 대표는 아직 부르지 않았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이서우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이서우는 이번에는 반대로 이설아에게 뉴 월드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헐. 정말 그 해커가 나타났어?”

“그렇다니까. 분명 그녀였어. 아마, 이곳에 침입했던 것도 그녀일 거야.”

“그렇지 않아도 소연 언니랑 그 여자가 아닐까 추측은 했었어. 외부 침입이 있고나서 언니는 김과장님께 알린다고 하던데, 성과가 있는지 모르겠네.”

“그랬구나. 김 과장님이라면 믿을 만하지.”

이서우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김과장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약속 시간과 날짜는 아직 안 잡혔지?”

“응. 박 대표님이 일단 무조건 잡아 주겠다고는 했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아직은 물증이 없으니 이야기만 해 봐야지. 하지만 이번 해커 사건을 겪으면서 글로벌사 내부에 분명 조력자가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어.”

“나도 오빠 말 듣고 나니 확신이 생겨. 뉴 월드가 지금까지 해킹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거든. 아무리 전설적인 해커라도 불가능할 거야.”

“그건 그래. 그게 가능했다면 해커 집단들이 왕창 몰려들었을 테니까.”

“일단 언니랑 대표님을 만나 봐야 하지 않겠어? 조력자가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면 대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응.”

“그럼 일단 누나랑 대표님을 부르자.”

“응.”

이서우는 김소연과 박 대표를 불렀다. 그가 접속을 종료했다고 하자 모든 일을 제쳐 두고 왔다.

“서우야!”

“무사해서 다행이야.”

김소연은 반갑게 이서우를 부르더니 뛰듯이 와서 그를 안아 주었고, 박 대표도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뭐 좀 챙겨 먹었어?”

“설아랑 같이 죽 먹었어.”

“쉬지도 못하고 이렇게 있어도 돼?”

“어차피 뉴 월드에 접속하면 자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게다가 난 오히려 뉴 월드 접속했다 나오면 더 건강하고.”

“하긴, 네가 좀 특이체질이긴 하지. 정민후는 안 그렇다는데,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니까.”

김소연도 관심이 많아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서우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비교라도 될 텐데, 지금까지 보고가 된 바가 없었으니 비교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서우는 차분히 앉아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김소연과 박대표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김소연이 다소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거 진짜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구나.”

“그러게 말이다. 나도 안 대표가 그러지는 않을 거라 여겼는데, 어쩌면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한 게 아닌지 의심이 돼. 이렇게 되면 최대한 빨리 안 대표와의 자리를 마련해 봐야겠어.”

“피하지 않을까요?”

“피하면 살짝 협박을 하면 돼.”

“협박요?”

“정 회장님께 말씀드리는 거지. 중요한 정보를 흘려 놓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아,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대주주 중 한 분이잖아. 그분의 입김이면 다른 대주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그러니 안대표도 내 요구를 거절하지는 못할 거야.”

“대표님, 그럼 최대한 빨리 약속을 잡아 주세요.”

“알았다. 너와 설아, 그리고 소연이도 같이 보도록 하자.”

“네, 대표님.”

박 대표는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는 즉시 안 대표와 약속을 잡았다.

예상대로 처음에는 만남을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정 회장 이야기를 꺼내자 안 대표도 마지못해 들어주었다.

약속 날짜는 바로 내일.

이서우는 하루를 푹 쉬기로 하고 이설아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전쟁통에도 연애는 한다더니 열정이 넘치는 이서우를 보니 그 말이 확실했다.

두 사람은 새벽 늦게까지 한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껴안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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