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
레벨이 갑이다
298화
비석이 사라진 자리에 7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신장을 가진 힘의 종족이 나타났다.
뿔이 1미터에 육박하는 것을 보니 서열이 아주 높은 것 같았다.
이서우가 살기를 일으키자 힘의 종족이 우레와 같은 소리로 말했다.
“감히 내 앞에서 살기라니. 무엄하다! 무릎을 꿇지 못할까!”
“지랄하네. 너 같은 놈에게는 매가 약이지.”
타핫!
이서우는 더 이상 말을 섞을 생각이 없는지 초월 가속으로 접근했다.
챙!
거대한 쇠몽둥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대검 공격을 막았다.
이서우는 당황하지 않고 초월 가속을 20배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힘의 종족은 두리번거리며 이서우를 찾았다.
서걱!
등 뒤에서 나타난 이서우는 가차 없이 마나를 잔뜩 실어 베어 버렸다.
“원한이 사무친다. 원한이 사무쳐! 사무친 원한의 분노를 받아라!”
끼에에에에에엑!
또다시 들리는 날카로운 비명에 이서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마나로 귀를 보호했는데도 엄청난 충격이 전해져 온 것이다.
하지만 이서우는 멀뚱히 서서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다시 20배의 초월 가속을 펼쳐 공격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힘의 종족은 이서우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서우는 계속해서 마나를 뽑아내며 힘의 종족을 몰아붙였다.
“크윽. 이, 이놈. 죽어라!”
비틀거리던 힘의 종족은 최후를 직감했는지, 모든 힘을 끌어올려 이서우에게 필살기를 시전했다.
끼에에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에엑!
‘소리의 정체는 저거였군.’
귀곡성과 함께 시커먼 물체가 보였다.
이서우는 시커먼 물체야말로 원한의 집약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서우는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공간 장악! 공간 장악! 공간 장악!’
세 개의 물체가 보였기에 스킬도 세 번을 사용했다.
그러자 어둠의 물체가 이서우가 친 공간에 갇혀 버렸다.
그 틈을 이용해 이서우는 힘의 종족에게 다가가 목을 잘라 냈다.
무려 100만의 마나를 사용해서 얻어 낸 결과였다.
-힘의 종족 우두머리를 처치했습니다.
-1퍼센트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7힘의 종족 우두머리의 둔기를 획득하셨습니다.
-힘의 종족 우두머리의 힘줄을 획득하셨습니다.
-힘의 종족 우두머리의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힘의 종족 우두머리의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
-1,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휴우, 그놈 그거 진짜 사람 힘들게 만드네.”
이서우는 쓰러진 힘의 종족 우두머리를 힐끗 바라보고는 정민후에게로 갔다.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는데, 아직 죽지는 않아 얼른 회복 약을 먹였다.
“큭. 노, 놈은?”
“죽었어.”
“고, 고맙다.”
“별말씀을.”
“이거 괜히 같이 들어와서 방해만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네가 미끼가 되어 줘서 내가 편했잖아. 그러니 부담 갖지마. 그리고 여긴 5인 던전이야. 이 정도 힘든 건 당연하지.”
“어째 그 말을 들으니 화가 난다. 나 위로하려고 한 말 맞냐?”
“어.”
“쓸데없이 쿨한 녀석.”
정민후의 말에 이서우는 피식 웃고는 그를 일으켰다.
그러자 메시지가 들렸다.
-힘의 종족 우두머리의 사무친 원한을 풀었습니다.
-1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의 무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난이도 최상의 5인 파티를 최초로 2인이 클리어 하셨습니다. 추가로 1만의 무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최초 기록 보너스 혜택으로 스페셜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세 설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층 입장’이라고 하시면 바로 2층으로 이동됩니다.
“오, 최초 보상도 뜨네. 이거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 식으로 얻게 될 줄이야.”
“최초 보상이라 봐야 포인트가 다잖아.”
“스페셜 타이틀이 있잖아. 너도 메시지 떴을 텐데?”
“아, 그거?”
“너 설마 스페셜 타이틀에 대해 모르는 거야?”
이서우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엄청난 타이틀이 있었다. 그러니 다른 타이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대전용 무한의 탑에서도 무려 99개나 획득했는데도 한 번도 살펴보지 않았다.
“와, 어떻게 스페셜 타이틀을 모르냐. 대전용 무한의 탑에서 받았을 거 아냐.”
“받기는 했지. 근데, 난 타이틀 필요 없거든.”
“하긴, 그 정도 힘이면 타이틀도 넘사벽이겠지. 하지만 이것도 괜찮아. 거래도 되니까.”
“거래가 된다고?”
“그래. 대부분 대전용 옵션이 붙어 있어서 인기도 많아. 아마 분열의 대륙이 업데이트 되면 엄청 인기를 누릴 걸? 최초 기록 보유자나 특별한 기록을 세운 유저에게만 지급이 되기 때문에 숫자도 많지 않아서 희소성도 있고.”
“그렇군.”
“하여튼 잘 모아 둬. 다 쓸데가 있을 테니.”
“참고하지.”
“2층으로 가야지?”
“그래야지. 2층 입장.”
이서우의 명령어에 두 사람은 곧장 2층으로 이동되었다.
2층은 1층과 달리 마법 내성인 곳이어서 정민후는 안도할 수 있었다.
오히려 1층보다 더 쉽게 2층을 클리어했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최초 기록 보너스로 스페셜 타이틀을 획득했다.
레벨도 올라서 이서우로서는 겹경사였다.
두 사람은 9층까지는 무난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층에서 다시 물리 내성을 만나게 되었고,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 * *
“대, 대표님ㅡ 저 좀 살려 주십시오!”
“내가 널 죽이려고 한 것도 아닌데, 살려 주긴 뭘 살려 달라는 거냐?”
“하지만 대표님이 지시를…….”
쾅!
“누가 무슨 지시를 했다는 거지?”
“그게…….”
“잘 들어. 만약 내 이름을 언급하게 되면 네 가족은 길거리로 나앉을 줄 알아. 혼자 책임지면 네 가족에게 매월 1억씩 지급하겠다.”
“…….”
김승조는 안재훈의 말에 치를 떨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자신을 이용할 수 있단 말인가.
김승조는 특수수사대가 점점 범위를 좁혀오자 불안에 떨었다.
김명국 과장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고서야 그는 해커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뉴 월드에 접속한 것은 김승조다. 해커는 단지 그의 계정을 이용해 잠시 모습을 바꾼 것뿐이었다.
그러니 모든 책임은 김승조가 져야 했다.
김승조는 억울했다. 단지 안재훈이 시키는 것을 했을 뿐인데, 10년 이상을 감옥에 썩어야 하다니.
초범이라고 해도 해킹은 중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10년은 실형을 살게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자동화가 되면서 해킹은 큰 문젯거리로 여겨졌다.
다행히 양자 암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정 부분 해소가 되었지만, 그 어떤 것도 완벽할 없었다.
이번 경우도 해커는 김승조를 이용해 교묘하게 해킹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하지만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건드리면서 발각이 되어 이서우에게 처절한 패배를 당했지만, 김승조는 그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김승조는 김명국 과정이 나섰다는 말에 얼른 안재훈을 찾아왔다.
한데, 안재훈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김승조는 화가 났다.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저 혼자 죽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가족까지 내팽개치겠다는 거야?”
“가족들도 이제는 스스로 삶을 살아야지요.”
“가족을 끔찍이 생각하는 네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너 하나의 희생이면 3대가 다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어. 그런데도 거절하겠다고?”
3대가 다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에 김승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면 그렇지. 네깟 놈이 돈 앞에서 무릎을 안 꿇고 배기겠어.’
안재훈은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가에 안도가 맺히자 김승조는 좌절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처음에는 그래도 잘나갔는데.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잘못한 건 없었다. 아, 한 가지가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래. 저 인간과 가까워진 게 나의 가장 큰 실수였어. 처음에는 고상한 척하더니 게임을 위해 나쁜 짓도 서슴없이 할 줄이야. 내가 멍청했어. 내가…….’
김승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20년 동안 오직 앞만 보며 달렸다.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다.
연봉이 10억으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드디어 성공의 문턱에 올라섰다고 확신했다.
그랬는데, 지금은 범죄자가 될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김승조의 무릎이 꺾였다.
털썩!
“생각이 바뀌었어?”
“…….”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냐. 잘 생각해.”
안재훈은 끝까지 냉정했다.
‘내가 어떻게 이룬 기업인데, 너 하나 때문에 나까지 무너질 수는 없지. 넌 어차피 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거야.’
안재훈은 확신했지만 김승조의 모습을 보니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갈 곳이 없는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안재훈이 스마트 워치를 실행시켰다.
그리고는 뭔가 조작하더니 김승조를 보며 말했다.
“네 부모님 통장으로 각각 50억씩 100억을 보냈다. 그 정도면 평생 먹고 살 수 있어. 그리고 아까 말했던 대로 매달 1억씩 주겠다.”
“……결국 내가 희생을 하도록 만드는군.”
“아직 난 네 상사야.”
“어차피 이제 범죄자 신세가 될 텐데 그깟 존댓말이 중요해?”
“그래. 뭐, 어차피 나이도 비슷하니 굳이 그걸 따질 이유는 없겠지. 그것보다 결정은 내린 건가. 네가 결정을 하지 않으면 난 돈을 회수할 수밖에 없어.”
“가 주지. 가서 네가 몰락하는 걸 지켜보겠다.”
“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나올 때쯤이면 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어 있을 거야.”
“과연 그렇게 될까?”
“이제 뉴 월드는 대세야. 전 세계 인구 6분의 1이 이 게임을 하고 있어.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 텐데?”
“알지. 아주 잘. 하지만 네 그 욕심이 결국 널 파멸시킬 거야.”
“뭘 모르는군. 욕심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걸.”
“크하하하하. 욕심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어.”
“감방 신세가 확정되니 아주 정신이 나갔군. 거래가 끝났으면 나가 봐. 난 좀 조용히 있고 싶으니까.”
“거래는 확실히 지켜라. 아니면 모든 걸 이야기 하겠다.”
“그건 걱정 마. 꼬박꼬박 잘 지급해줄 테니.”
그 말을 끝으로 김승조는 힘없이 일어나 집무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는 것을 본 안재훈은 어딘가로 전화를 넣었다.
한편, 밖으로 나간 김승조는 얼른 자신의 사무실로 갔다. 잡히기 일보직전이지만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했다.
‘네가 뭘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고? 지금까지처럼 더러운 짓을 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어림없어.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김승조는 파일을 여러 개로 나눠 안전한 곳으로 보냈다. 그리고 메모를 안재훈에게 보내고는 회사 밖으로 나갔다.
메시지를 받은 안재훈은 책상이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내리쳤다.
쾅!
“이 새끼가 끝까지 사람 귀찮게 만드네. 그래, 약속은 확실히 이행해 주마. 하지만 10년 뒤엔 내 앞에 싹싹 빌게 될 거야.”
화가 잔뜩 난 안재훈은 다시 전화를 넣어 조금 전에 한 부탁을 취소했다.
김승조는 김명국의 방문을 받고 특수수사대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약속대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모든 걸 자신이 뒤집어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