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305화 (305/341)

# 305

레벨이 갑이다

305화

-카이젠 제국 수호기사 칭호가 해제되었습니다.

-명성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카이젠의 황제를 비롯해 황제파의 모든 귀족들과 적대치가 상승합니다.

-앞으로는 사유 재산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단, 지금까지의 재산은 유지가 가능합니다.

“헉! 이게 대체 무슨…….”

이서우는 시스템 메시지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메시지가 끝나기가 무섭게 귓말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길드 채팅 창을 끄고 있어 귓말을 보내는 것이다.

서둘러 길드 채팅창은 켜니 메시지가 주르르 올라왔다. 병사와 기사들이 갑자기 헤븐 길드와 모든 연락을 끊고, NPC 지역에서 쫓아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서우는 일단 개인 저택으로 가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지금까지 얻은 땅은 이서우의 소유여서 NPC들도 어찌하지 못하니 그리 지시를 한 것이다.

“수호기사의 지위가 모두 사라지다니.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됐어.”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근데, 안재훈이 했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그놈도 뉴 월드에 캐릭터가 있거든. 운이 좋게도 백작에게 잘 보여서 자작에 오른 녀석이지. 별달리 하는 일이 없어 그냥 놀고먹는 일이 많아 자주 접속도 안하는데, 그 놈이 접속해서 뭔 일을 저질렀다고 보고가 들어왔거든.”

“일을 저질렀다고요?”

“그래. 그것 때문에 아마 네가 곤란한 일을 겪게 된 걸 거야. 문제는 무슨 수로 수호기사 호칭이 사라지게 했냐는 거겠지만.”

“뭐, 그깟 호칭 사라진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지만 황제가 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게 좀 신경이 쓰이네요.”

“그게 문제지.”

“황제가 아니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없는데, 대체 어떻게 황제의 마음을 돌린 걸까요? 크게 약점 잡힌 것도 없는데.”

“나도 정확한 건 모르겠는데, 네게 불리한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수호기사의 칭호가 사라질 리가 없거든. 일단 반역죄는 아닌 것 같으니 어느 정도 안심해도 돼.”

“반역죄였으면 벌써 난리가 났겠죠.”

“난리가 나도 단단히 났지. 하지만 안심하지 마. 놈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는 모르지만 널 반역죄로 몰고 가려고 할지도 몰라.”

“일단 전 제 저택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 월드에서는 조용히 지내시고, 현실에서는 제가 드린 돈으로 필요한 걸 하고 계세요. 부족하면 더 말하시고요.”

“벌써부터 내 어깨가 무거워지는 건 왜일까?”

“통을 좀 키우세요. 여튼 전 갑니다.”

“그래. 조심하고.”

“네.”

이서우는 인사를 하고는 곧장 개척자 도시로 갔다. 다행히 마을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이서우는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택으로 가니 길드원들이 모여 있었다.

대박 길드가 헤븐에 흡수되면서 떠난 사람들이 많고, 현재 접속 해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 저택에 모두 머무를 수 있었다.

류종명과 박민수, 이설아, 김소연은 뉴 월드에 접속해 있지 않았다.

‘설아가 열심히 일을 시키고 있나 보네. 접속 시간을 절반으로만 줄여도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이기적이라도 어쩔 수 없어.’

접속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당장은 어떻게든 접속 시간만 줄여 보자는 게 이서우의 생각이었다.

만약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접속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이서우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때 초대박이 말했다.

“길드 마스터님,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저도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떠서 알게 되었습니다. 초대박님도 메시지가 떴나요?”

“네. 마스터님의 수호기사 칭호가 사라진다는 메시지가 우리 모두에게 떴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NPC들이 우리를 배척했고요. 공격하거나 체포하지는 않았는데 적대감이 느껴졌습니다. 거칠게 반항하면 죽일 것처럼 말이죠.”

“흠, 그렇군요. 일단은 각 도시에 있는 제 빌딩을 이용하세요. 거긴 제 소유여서 함부로 하지 못하니까요.”

“그러면 다행이지만, 만약 거기까지도 영향을 미치면 어떻게 하실 거죠?”

“어떻게 하긴요. 그때는 카이젠 제국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

이서우의 자신감에 간부들은 혀를 내둘렀다. 어찌 혼자서 대제국과 맞서 싸운단 말인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이서우는 계속 부활이 되지만 NPC들은 죽으면 끝이다.

물론 죽더라도 다른 NPC들이 계속 생겨나기는 해도 홀로 수십만을 상대할 수 있으니 카이젠 제국도 섣불리 이서우에게 싸움을 걸지는 못할 것이다.

“여튼 최대한 NPC들과 접촉을 피하시고, 접속하는 길드원들을 좀 챙겨 주세요.”

“네, 마스터님. 하지만…….”

“하실 말씀이 있나요?”

“그게, 아무래도 이번 사태로 탈퇴하는 길드원들이 있을 겁니다.”

“그건 상관없습니다. 저는 저를 떠난 사람까지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는 않으니까요.”

“네, 마스터님.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네. 초대박님이 잘 이끌어 주세요. 전 아무래도 이번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마스터님.”

간부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이서우가 그동안 한 일이 워낙 화려해서 그가 이번 일을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물론 바람 앞의 촛불처럼 언제 꺼질지 모르는 믿음이었지만 말이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이서우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사이먼 자작을 먼저 찾아가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한데, 그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주인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그게, 사이먼 자작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은밀히 만나기를 원하셔서 다른 분들이 다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주시고, 자작님을 이곳으로 모셔오세요.”

“네, 주인님.”

그렇지 않아도 사이먼 자작을 찾아가려 했는데, 알아서 찾아와 주니 이서우로서는 고마웠다.

잠시 후, 집사의 안내를 받고 사이먼 자작이 들어왔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상태였는데, 이서우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굴을 드러냈다.

“자작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오랜만에 봤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는구먼.”

“죄송합니다. 워낙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알고 있네. 솔직히 나도 납득이 안 돼. 백작님께 이야기는 들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어서 내가 직접 온 거라네. 백작님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신다고 직접 황제폐하를 알현하러 가셨고.”

“대체 무슨 일이기에 납득이 안 된다는 말씀까지 하신건지…….”

“그게 말일세. 상황이 정말 심각하게 흐를 것 같네. 어떤 명령이 내려왔냐 하면…….”

사이먼 자작의 얼굴이 평소와 달리 심각했다.

마치 엘사둔 제국과 전쟁을 벌이던 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서우는 귀를 쫑긋 세운 채 사이먼 자작의 말에 집중했다.

* * *

하진우가 한창 황제 때문에 고민하는 사이 김명국이 김소연을 찾아와 안재훈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소연은 새로운 사실을 전해 듣고 놀란 눈으로 물었다.

“오빠, 그게 정말이야?”

“그래. 그 새끼 질이 아주 안 좋아. 이곳의 이미지는 다 조작된 거고.”

“어떻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지?”

“모르는 게 당연하지. 뉴 월드의 인기에 가려져서 그 놈에 대해 아무도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았으니까.”

“오빠는 찾았잖아.”

“나야 루트가 있으니까 그런 거고. 권한도 좀 있고. 나도 이번에 김승조 사건만 아니었으면 그 자에 대해 찾아볼 생각을 못했을 거야.”

“김승조에게서 정보를 얻은 거야?”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놈이 너무 순순히 자백을 하더라고.”

“죄를 저질렀으니 자백했겠지.”

김소연은 그게 뭐가 이상하냐며 반문했다. 김명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김승조가 감당해야 할 식구들이 몇 명이나 되는 줄 알아? 증조부, 증조모까지 살아계셔. 게다가 친가 외가 다 그자가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고, 최소 10명이 그를 의지하고 있는데 그렇게 순순히 자백한다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무슨 식구들이 그렇게 많아?”

“나도 놀랐다. 그가 그렇게 많은 식구들을 감당하고 있을 줄은. 어쨌든 너무 일이 쉽게 풀려서 좀 조사를 해 봤지.”

“거기에 안재훈 대표가 끼어 있었던 거고?”

“그렇지. 그놈 그거, 초딩 때부터 아주 가관이었더라. 소년법 연령이 만 8세로 낮아진 걸 이용해 아주 화려하게 범죄를 저질렀더라고.”

“그럼 기사가 나왔을 텐데, 찾아봐도 아무것도 안 나오던데?”

“기사가 안 나가게 돈으로 다 입막음 했지. 근데 개 버릇 남 주겠어? 중고딩 때도 계속 사고를 치니 결국은 해외로 보냈는데, 집안이 망한 거야. 부자는 망해도 3년은 산다더니 대가리는 좋아서 정 회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글로벌사를 꿀꺽 삼켰지.”

“그런 자가 지금까지 착한 척 코스프레를 한 거네?”

“그렇지. 아마 성격 많이 죽이고 있었을 거야.”

“서우와 함께 갔을 때는 표정이 아주 가관이던데, 다 연기였던 건가.”

“왜? 무슨 일 있었어?”

“아, 그게…….”

김소연은 해킹 시도 이후, 이서우와 안재훈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해 주었다.

해킹 사건 때문에 김명국에게 도움을 청하고는 안재훈과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하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의구심이 들어 언급하는 것이다.

“연기가 아니라 화를 눌러 참은 거지. 과거 성격이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설쳤을 텐데, 이서우에게 그랬다가 역풍을 맞을 게 뻔하거든. 그러니 참는다고 그런 거야. 아마 어떤 식으로든 분명 복수를 하려 할 거야?”

“안재훈이 서우에게? 착각도 유분수지.”

“그놈 밑에 음지에서 일하고 있는 놈이 분명 있어. 그 자들을 이용하면 아무리 서우 군이라도 조심해야 해. 지금까지는 조용히 지낸다고 그들을 움직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괜찮아. 서우 곁에는 경호원도 많고. 서우는 오빠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

“그래 봐야 인간이야. 칼이나 총을 이길 수는 없어.”

“총? 에이, 설마 총까지 쓰려고?”

“그것만 쓰면 다행이지. 각종 화학물질이나 다양한 첨단 무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돈만 있으면 웬만해서는 다 구입할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한민국이 치안 하나는 끝내주잖아.”

“물론 제약도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할 게 없다는 뜻이야.”

“이제 오빠가 알았으니 그럴 일은 없겠네.”

김명국을 칭찬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이서우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그녀도 걱정이 되는 것이다. 말 한마디 한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니 그녀는 열심히 김명국을 띄워 주었다.

“여튼 서우 군 나오면 꼭 전해 줘. 조심하라고.”

“알았어. 가게?”

“가서 좀 더 파 볼 생각이긴 한데, 별건 없을 거야. 김승조가 도와주면 일이 편한데, 뭔가 둘 사이의 모종의 계약이 있었던 게 분명하니 입을 열지는 않을 거야.”

“안재훈 대표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거네?”

“지금으로서는 그렇지.”

“알았어. 오빠도 조심하고.”

“그래. 수고해.”

김명국과 대화를 끝낸 김소연은 서둘러 이설아에게로 갔다.

* * *

“김승조는 어때?”

“약속은 지키고 있습니다.”

“딸린 식구들이 주렁주렁이니 주둥이를 닥치고 있는 게 현명하지.”

“그냥 처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멍청한. 그놈은 안전장치를 확실히 준비해 뒀어.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마.”

“하지만 그렇게 되면 놈이 다시 나오게 됐을 때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때는 이미 원하는 거 챙겨서 훌쩍 떠나면 그만이야. 돈만 있으면 왕 노릇하면서 살 곳은 널렸으니까. 그것보다 그 자식을 엿 먹일 방법은 찾았어?”

“그게 워낙 경호원들도 많고, 외부로 잘 나오지 않다 보니…….”

“내 앞에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주둥이 털던 새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응징해야 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아봐. 단, 나와의 연관성은 철저히 배제해야 할 거야. 알겠어?”

“네. 염려 마십시오.”

안재훈은 이서우에게 망신을 당한 일을 떠올렸다.

뉴 월드 생명력을 연장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손을 쓰다가 역풍을 맞았지만 김승조의 희생(?)으로 일단락되었다.

해킹 사건 때문에 되도록 조용히 있어야 하지만 안재훈은 이서우의 행동을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씨팔, 조용히 좀 살아 보려 했는데, 하여튼 별 거지같은 새끼가 다 사람 귀찮게 한다니까. 목표가 코앞이었는데.”

안재훈은 수년간 뉴 월드를 발전시키는 데 애쓰며 어떻게든 돈을 모으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단번에 치고 빠져도 되지만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들여 차곡차곡 모아 둔 뒤 뉴 월드가 정점에 올랐을 때 엄청난 값에 팔아 버릴 생각이었다.

“참, 중국 쪽에 대해서는 알아봤어?”

“네. 지시하신 대로 알아보았습니다.”

“어때?”

“예상하신 대로 뇌를 속이는 기술을 얻지 못해 어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성과는 좀 있고?”

“아닙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2년 내에는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네.”

안재훈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2년이라. 딱 안성맞춤이야. 그동안 중국 쪽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잘 살펴봐. 변동 사항이 있으면 바로바로 보고하고.”

“네, 대표님!”

사내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힘주어 대답했다.

“그나저나 현실에서가 안 되면 뉴 월드에서라도 엿을 먹이고 싶은데, 방법이 없나.”

안재훈은 이서우를 응징하는 일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냥 가만히 당하고만 있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한참 생각하던 안재훈의 눈빛이 번쩍였다.

“그래! 그 방법을 쓰면 되겠어. 어디 한 번 맞좀 봐라.”

“대표님. 좋은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있지. 암. 있고 말고. 아무튼 넌 애들 단속 잘 시키고, 당분간은 그놈과 그놈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 아마 그동안 몇몇 일들이 있으면서 보호를 더 철저히 하고 있을 테니 조심하고.”

“네, 대표님!”

허리가 직각이 될 정도로 허리를 숙인 사내는 얼른 집무실 밖으로 사라졌다.

“크흐흐흐. 뉴 월드에서 능력치로는 네가 더 강할지 모르지만 나도 꽤 괜찮은 캐릭터가 있는지는 몰랐을 거다. 어디 한번 제대로 당해 봐라.”

안재훈의 웃음소리가 방안에서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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