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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317화 (317/341)

# 317

레벨이 갑이다

317화

“주인님, 분부하신 명령을 수행하고 왔습니다.”

“말해 봐.”

“네. 그것이 최근 모험가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주변이 시끄러웠습니다. 관리자들이 상당수 목숨을 잃었고, 계속해서 깊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주인님이 계신 곳까지는 1년 안에 당도할 것 같습니다.”

“쓰레기 같은 모험가들에게 죽었단 말이더냐!”

“죄, 죄송합니다.”

“멍청한 관리자 녀석들. 그래, 통치자 녀석들은?”

“의외로 잘 버티고는 있는데, 몇 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

“통치자들까지 모험가에게 죽었다는 것이냐?”

“……네.”

“병신 같은 것들, 어찌 그런 하찮은 놈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자꾸 호통을 치는 존재는 바로 지배자였다.

하이 레벨 지역의 일곱 지배자 중 가장 서열이 낮은 자였다.

서열은 낮지만 그도 초월 레벨에 오른 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났기에 1만 살의 드래곤쯤은 한 손으로도 이길 수가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존재도 꽤 강한 통치자였는데, 지배자 앞에서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어찌할까요?”

“그런 곳에 한가하게 시간을 쏟을 수는 없지. 통치자들에게 맡겨둬라. 만약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내 손에 죽는다는 걸 확실히 알려주도록.”

“네, 주인님!”

명령이 떨어진 이상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 지배자란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고상한 척 초월 존재가 되겠다고 설치더니 너희들 이제 좆됐다.’

무릎을 꿇고 있던 통치자는 고개를 숙인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도 통치자였지만 다른 통치자들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지배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노예가 되었을까.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통치자는 미소를 짓고는 지배자의 거처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그가 나가고 나자 지배자는 손가락을 튕겼다.

딱, 소리와 함께 그의 앞에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하늘 길은 별일이 없겠지?”

“네, 주인님. 조용합니다.”

“그렇겠지. 아무나 발견할 수 없는 곳이니까. 하지만 최근 통치자까지 위협하는 모험가들이 나왔다고 하니 더 주의를 기울이거라.”

“염려 마십시오, 주인님. 목숨을 다해 지키겠습니다.”

“다른 지배자 녀석들의 동향은?”

“다음 하늘 길이 열릴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을 심산인 것 같습니다.”

“하긴, 나도 이러고 있으니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겠지.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말고 하늘 길을 지키고, 다른 놈들의 동향도 살피거라.”

“네, 주인님. 저희 오형제, 목숨을 다해 명령하신 바를 이행하겠습니다!”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너희 형제들에게 상을 내리겠다.”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래. 그만 가 보거라.”

“네, 주인님!”

의문의 사내는 왔던 것처럼 소리 없이 사라졌다.

홀로 남은 지배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씨팔, 하늘 더럽게 맑네. 나도 미쳤지. 이런 개떡 같은 곳에서 30년 가까이를 수련만 하다니. 아무도 날 찾지 않겠지. 하긴, 천하의 고아 새끼를 누가 찾을까.”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은 너무 쓸쓸하고 슬퍼 보였다.

* * *

이서우는 부지런히 영웅 포인트를 모았고, 1,000만 점이 되자 상급 족장이 되었다.

상급 건물들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이서우는 꾹 눌러 참았다.

조금 더 포인트를 모아서 여유 포인트가 있을 때 건물을 짓기로 했다.

종족끼리 피터지게 싸우는 동안 이서우는 부지런히 실리를 취했다.

상급 족장이 되니 부족 전체에 버프를 쓸 수 있었다.

‘이거 영웅 포인트가 소모되니 함부로 쓰지도 못하고,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1천만이라는 포인트가 모였지만 이서우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웅 포인트를 팔려는 사람이 없어서 거래가 잘 되지 않아 이서우를 제외하고는 300만 점을 넘긴 사람이 없었다.

아직 상급 족장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버프를 쓸 수 있다는 걸 모르니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겠지만, 3주 후면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될 거란 말이지. 하긴, 족장이 되도 굳이 버프가 가능하다는 걸 말 안할지도 모르지. 괜히 말했다가 버프 안 쓰면 원성만 자자할 테니까.’

이서우에게는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 빨리 높은 등급의 족장이 되어 건물부터 짓고 싶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같은 부족원의 노력으로 영웅 포인트 10이 상승합니다.

-같은 부족원의 노력으로 영웅 포인트 10이 상승합니다.

-같은 부족원의 노력으로 영웅 포인트 10이 상승합니다.

……후략……

“헛!”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에 이서우는 놀란 눈으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것인지 살펴보니 상급 족장이 되면 얻는 혜택이었다.

이서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영웅 포인트가 쌓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상급 족장부터 보너스를 얻게 되다니. 패치 내용에 있었으면 조금 더 빨리 상급 족장이 되었을 텐데.”

게임 회사들은 시시콜콜 패치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일명 잠수 패치라고 해서 유저들 모르게 손을 보는 게 있다.

물론 글로벌사가 잠수 패치를 한 것은 아니다.

족장 메뉴가 있다는 것을 언급했으니 그들로서도 훗날 생길 분쟁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어쨌든 이것 또한 게임의 재미를 위해 도입한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이서우가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해 냈고 말이다.

이서우는 영웅 포인트를 확인해 보았다.

“어라. 내가 얻은 것 말고는 따로 카운터가 되네.”

처음에 없던 칸이 생겼다. 기존에 있던 1,000만 포인트 옆에 숫자가 계속 바뀌고 있었는데, 부족원들의 노력으로 얻은 포인트가 합산되고 있었다.

“그럼 이걸로 건물을 지으면 되겠는데?”

이서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1만 포인트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험 삼아 재료 상점을 구입했다.

-업그레이드까지 염두에 두고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뒤 ‘재료 상점 제작’이라는 명령어를 통해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오, 그렇단 말이지?”

이서우는 개인 땅이 어마어마해서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업그레이드까지 고려해서 충분한 공간을 만들라고? 어디보자…….”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은 이서우는 ‘재료 상점 제작’이라는 명령어를 실행했다.

-파란선이 보이시면 ‘제작 실행’이라는 명령어를 사용하십시오. 하지만 빨간색 테두리가 있다면 제작이 불가능하니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제작 실행.”

투당, 투당, 투당. 탕탕탕!

-재료 상점이 완성되었습니다.

순식간에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헉. 규모가 엄청 크네.”

대지면적만 500평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 컸다.

높이도 10미터에 육박했는데, 외벽이 탄탄해 보였다.

-재료 상점을 이용하시려면 재료 상점 전문 NPC를 고용하셔야만 합니다. 영웅 포인트 1,000점을 사용해 NPC를 고용하시겠습니까?

“그래!”

건물을 짓는 동안 벌써 1천 포인트가 모여 거침없이 제작을 했다.

“재료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족장도 못 알아보나.”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초보여서 실수를 했습니다. 족장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용인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가?”

“네, 족장님, 영웅 포인트를 활용하시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 등급 높이기 위해 꽤 많은 영웅 포인트가 소모되니 신중히 결정해 주십시오.”

“업그레이드가 되면 뭐가 좋지?”

“더 높은 등급의 제품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오, 그래?”

“네. 한데, 건물 등급에 따라 달라지니 건물과 고용인의 등급을 맞추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건물을 지어 보고 싶었는데, 이서우는 드디어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었다.

이서우는 이후로도 무기, 방어구, 악세서리, 잡화점, 물약, 소모품 상점을 차례로 지었다.

“헉! 뭐, 뭐야. 설마 이것도 하루 10만 점밖에 못 얻는 거야?”

한창 건물 짓는 일에 빠져 있는데, 포인트가 더 이상 모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계산을 해 보니 딱 10만 점이었다.

“에휴, 그러면 그렇지. 그럼 업그레이드는 물 건너갔네.”

아쉽지만 무턱대고 건물부터 지은 이서우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알았기에 후회는 없었다.

“그래, 어차피 공짜로 얻은 건데, 뭘. 상급 상점에서 영웅 장비까지 살 수 있다는 걸 알아낸 걸로도 충분해.”

제조 등급을 초월 등급까지 본 그였기에 상급에 영웅 장비를 살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고무되었다.

“영웅 하급이랑 중급 옵션이라 영 불안하지만 그래도 아직 단계가 많이 남아 있으니 신화까지는 분명 판매를 할 거야.”

상급위에 최상급, 고급, 최고급, 스페셜이 있다.

하급과 중급 옵션이 먼저 등장한다면 스페셜 등급에 올랐을 경우 신화 아이템이 나올 확률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확률이지만 가능성이 꽤 높아서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아, 내일은 버프 한 방 날려 줘야겠네. 소문나면 우리 종족 인지도가 급상승할 테니.”

다음 날 아침.

이서우는 족장 기술 중 종족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 기능을 이용했다.

-지금부터 정확히 1시간 후 1시간 동안 공격력과 방어력이 5퍼센트 상승하는 종족 전용 버프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각 직업군의 고유 스킬과 중복이 가능하니 1시간 동안 즐거운 사냥하시기 바랍니다!

이서우의 메시지를 받은 바손 종족들은 이게 갑자기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웅성거렸다.

하지만 곧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손 부족의 족장인 이서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시지의 주인공이 시스템인지 아니면 다른 존재인지 알아만 보면 되니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사람들은 서둘러 길드원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공격력과 방어력 5퍼센트면 상당히 크다. 엇비슷하던 싸움이 뒤집힐 정도다.

버프를 받은 대상은 4억 명이 넘었는데, 1시간 동안 이서우의 말처럼 정말 즐거운 분위기로 사냥을 했다.

종족 간 전쟁은 죽음 페널티도 없기 때문에 아주 신나게 싸웠다.

그리고 1시간 뒤 미친 듯이 마나를 쓰던 사람들은 나가서 이 소식을 퍼다 날랐다.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씨팔, 어쩐지 갑자기 강해지더라니 그런 버프가 있었어?

-와, 왜 우리 족장은 그런 버프 안 써 주지? 나 바손으로 갈래.

-공방 5퍼센트면 일일 영웅 포인트 1천 점 정도는 더 먹을 수 있는 데 이거 너무한 거 아님?

이와 같은 글들이 인터넷 공간에 난무했다.

하지만 적대적인 종족은 그 글을 볼 수 없었다.

누군가가 중국으로 가서 중국어로 말을 해 준다면 모르지만 적어도 온라인 공간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열심히 전화로 소식을 퍼다 날랐다.

10억 명이 종족 특성 버프를 쓰라고 난리를 치자 중국과 인도 측 족장은 결국 자신의 포인트를 써 가면서 버프를 사용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바손과 동맹인 첼란의 족장도 자신의 포인트를 써서 버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두 족장은 평생 아이템을 살 수 없었으리라.

덕분에 이서우는 승자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남들은 자신의 포인트를 쓰는데, 이서우는 보너스 포인트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한동안 이서우는 족장 메뉴를 통해 건물을 짓고 업그레이드 하는 데 재미를 붙여서 남는 시간을 보냈다.

* * *

“민후야, 정말 뉴 월드를 하지 않을 생각이더냐?”

“네. 그냥 이대로 살래요.”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 할아비는 도무지 모르겠구나. 그동안은 널 배려해서 그냥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만, 이제는 걱정이 되기 시작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별로 재미가 없어졌으니까요. 그것보다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회사를 경영하면 재미있어요?”

“재미라. 어떤 재미를 말하는지 모르겠구나.”

“재미에도 종류가 있나요? 그냥 재밌으면 재밌는 거 아니에요?”

“허허. 당연히 재미에도 종류가 있지.”

정 회장은 손자가 기업 경영에 관심을 보이자 기분이 좋으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함께 지었다.

아마 정민후가 식물인간이 되기 전이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손자를 잃을 뻔한 경험을 하고는 회사 경영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아들에게 맡기고 정민후만 돌보았겠는가.

한데, 어릴 때는 그렇게도 경영 공부를 거부하더니 지금은 스스로 언급을 하고 있었다.

“뭐가 다른 거죠?”

“그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단다.”

“그건 그렇죠. 그래서 저도 여쭤본 거고요.”

“그러냐? 그럼 작은 기업부터 한 번 운영을 해 볼 테냐?”

“그래도 돼요?”

“그럼. 당연히 되지.”

“네. 그럼 한 번 해 볼게요.”

정민후는 오랜 고민 끝에 도대체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나쁜 마음까지 먹게 된 것일까.

처음에는 할아버지에게 모두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 볼까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그러자꾸나.”

정 회장은 늦었지만 손자가 경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기뻐했다.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손자가 기업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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