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319화 (319/341)

# 319

레벨이 갑이다

319화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시간이 늦어 김소연은 돌아갔고, 이설아는 이서우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이냉국을 하고 있었다.

이서우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어서 최근에는 항상 떨어지지 않게 그녀가 직접했다.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오이를 채썰고, 양파와 파프리카도 잘 손질했다.

그다지 어려운 요리는 아니어서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마무리를 하는데, 이설아에게 영상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이서우인가 싶어서 확인을 하는데 이설아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오, 오빠, 어떻게…….”

이설아는 영상에 나오는 내용을 믿을 수 없어 몇 번이나 돌려보았다.

한데, 분명 이서우가 맞았다.

그녀를 불안하게 한 것은 이서우의 품 속에 있는 윤슬아의 존재였다.

‘아니야. 오빠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누군가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걸 거야. 그래, 오빠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서로 믿고 신뢰하는 사이잖아. 그래, 오빠에게 직접 들어야 해.’

이설아는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다잡고 식탁에 앉아 이서우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고 이서우가 나왔다.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는데, 이설아는 그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석상처럼 앉아 있었다.

“어, 설아야, 안 잤어?”

“응? 아, 오빠 기다리고 있었지.”

“너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오빠, 그게…….”

이설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이서우는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

“대체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아, 아니야. 그게 아니고, 오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무슨 일인데 그래?”

“오빤 항상 나에게 솔직하지?”

“그럼. 당연하지.”

“알았어. 그럼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나 오빠 기다리면서 이런 거 받았어.”

이설아는 질질 끌지 않고, 받았던 영상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이런 악의적인 편집을 누가!”

영상을 확인한 이서우는 불같이 화를 냈다.

윤슬아가 딱 이서우에게 안기는 장면만 편집해서 누가 보더라도 오해를 할 만했다.

이서우는 이설아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의심을 하는 눈초리가 아니라 제발 오해였으면 하는 간절한 눈빛이었다.

이서우는 이설아를 끌어안았다.

보통 이런 영상을 봤다면 누구나 의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설아는 자신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아마 1분이 하루 같았으리라.

“오빠…….”

“오빠가 한 약속 기억해?”

“응. 당연히 기억하지.”

“그 약속은 계속 지켜질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

이설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이서우를 꼬옥 껴안았다.

누가 뭐래도 이설아는 이서우를 믿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꼭 껴안고 있던 두 사람이 떨어졌다.

“잠시만 기다려 설아야.”

“응? 오, 오빠?”

“괜찮아. 금방 올 거야.”

“응. 알았어. 빨리 와야 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이서우는 휴게실을 나가더니 10분이 지난 뒤 다시 왔다. 그러고는 동영상 하나를 띄웠다.

거기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평소 방송을 위해 동영상을 저장하는 습관이 있어 윤슬아와의 일도 고스란히 저장이 되어 있었다.

“역시, 역시 내가 옳았어. 오빠!”

영상을 다 확인한 이설아는 이서우에게 뛰듯이 안겼다.

윤슬아가 먼저 기습적으로 안긴 모습, 이서우가 당황해서 급히 그녀를 떼어놓는 모습이 모두 담겨 있었다.

저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윤슬아를 막을 수 없었으리라.

“이제 좀 괜찮아졌어?”

“피, 난 아까부터 괜찮았거든!”

“하하하. 그렇지. 내가 착각했네.”

이서우는 이설아의 기분을 맞춰 주었다.

이럴 때는 그저 여자의 기분을 맞춰 주는 게 남자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설아는 더 이상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다. 이서우도 갑자기 자신이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 놀랐으리라.

“미안해. 많이 놀랐지?”

“아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오히려 난 설아가 날 믿어 준 게 더 고마운걸?”

“나도 고마워.”

이설아가 뒤꿈치를 들고는 이서우의 입술을 찾았다.

촉촉한 이설아의 입술이 착 감기듯 이서우의 입술을 덮었다.

이서우는 혀로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열었다.

한참동안이나 진한 키스를 하던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족장 놀이에 빠져 있었네.”

“그걸 이제 아셨어요?”

“하하하. 그러게. 도시를 건설하는 건 일꾼들의 몫이었지만 이건 내가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꾸는 거라서 재미를 붙였나 봐. 앞으로는 조금 줄여야겠어.”

“거의 다 끝난 거야?”

“그렇지는 않은데, 대충 해뒀으니 천천히 해야지 뭐. 사람들에게 공개도 하고.”

“일부 지역은 이용할 수 있도록 했잖아.”

“이번에 만든 곳도 바로 공개해 버리게.”

“사람들이 좋아하겠네.”

“소모품 상점은 아주 미어터지지. 무기나 방어구 상점도 마찬가지고.”

“사람들 점수 많이 모았나 봐?”

“이게 족장의 등급이 높아지면 되팔 때 회수하는 포인트도 많아지더라고.”

“와, 그거 대박이네.”

“그러니까. 상급 족장은 65퍼센트까지 되는걸 보니 최상급이 되면 70퍼센트까지 회수가 될 것 같아. 사람들이 그거 믿고 영웅 등급도 사더라고.”

“중저 레벨들은 영웅 장비도 거의 전설급처럼 여겨질 테니 그것도 괜찮겠네.”

“그렇지.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니 무기나 공격력 붙은 액세서리는 인기가 많아.”

“다른 종족들이 엄청 부러워하겠는데? 반응 한번 살펴봐야겠네.”

그렇지 않아도 이서우가 족장으로 있는 세력의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규 유저는 바로 종족을 선택할 수 있기에 벌써 2천만 명이 늘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숫자가 늘지 않았다. 최근 중국에서 가상현실 게임이 곧 개발이 완료될 거라는 소문이 들려서다.

개발이 완료되고 상용화까지는 몇 달 시간이 걸리지만, 뉴 월드를 하면서 접속 베드 비용에 계정비를 쓰느니 차라리 몇 달 기다려서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없는 사이 별다른 일은 없었고?”

“응. 없었어. 아! 하나 있긴 하다.”

“뭔데?”

이서우는 살짝 긴장된 모습으로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가 걱정한 것과는 달랐다.

“민수 오빠, 결혼할 건가 봐?”

“뭐? 결혼?”

“응. 유진 언니에게 프러포즈했대.”

“민수가 프러포즈를 했다고?”

“화려하게 했다던데?”

“오래살고 볼 일이네. 드라마에서 프러포즈 장면만 나오면 닭살이라면서 난리를 떨던 놈이.”

“그만큼 유진 언니가 좋은가 보지, 뭐.”

“사랑은 사람을 바꿔 놓는다더니 그 말이 맞나 보네.”

“오늘은 늦었으니 아마 내일쯤 오빠한테 연락이 올지도 몰라.”

“연락 오면 모르는척하고 좀 놀려줄까.”

“아마 오빠가 알고 있다는 거 알지 않을까.”

“연락 오는 거 봐도 놀려 줄지 말지 정하지 뭐.”

이서우는 박민수가 화려한 프러포즈를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에이, 실패했네. 민수 오빠가 화려하게 프러포즈했다는 거 괜히 얘기했어. 그 말 이후로는 집중을 잘 못하네.’

이설아의 예상처럼 이서우는 박민수가 프러포즈를 했다는 사실에 꽂혀 이설아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어라, 한밤중에 누구지?”

“급한 일 아닐까.”

“손 형님이네. 무슨 일이지?”

이서우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서우야.

“네. 형님. 무슨 일이세요?”

-너, 뉴 월드에 골드 많지? 주식도 있고?

“네. 그런데요?”

-그거 빨리 처분해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안 대표가 아무래도 기술을 넘기려는 것 같다.

“그거 증거가 없어서 그냥 지켜보기로 했잖아요. 설마…….”

-그래. 일단 얼른 정리해라.

“다른 사람들은요? 손해가 막심할 거예요. 그냥 터트리는 게 낫지 않아요?”

-지금 나서면 안재훈이 숨어 버릴 거야.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투자한 사람들을 외면할 수는 없어요.”

-걱정 마라. 네가 정리하면 다들 눈치채고 정리할 테니. 그저 네가 정리를 한다는 것만 넌지시 알도록 하면 돼.

“아, 그렇게 되면 안재훈도 당장 기술을 팔기는 쉽지 않겠네요.”

-그건 장담할 수 없지만 안재훈에게 타격을 입힐 수는 있어. 그러면 우리가 유리해.

“네. 그럼 그 문제는 제가 처리할게요.”

-그래. 다 정리하고 연락해라.

“네.”

이서우는 기분 좋게 통화를 종료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은 이설아도 얼굴이 밝아졌다.

“주가 떨어지면 안 대표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네.”

“그러게. 이번에 꽤 열받지 싶어. 일단 주 변호사님께 연락해야겠어.”

“한밤중인데 괜찮을까?”

“중요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내일 장이 열리자마자 바로 팔라고 해야지.”

이서우는 실례가 되는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급히 주선용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직 자고 있지 않았는지 주선용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주 변호사님. 늦은 밤에 죄송해요.”

-아닙니다.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아침에 장이 열리면 바로 글로벌사 주식 싹 팔아 주세요. 그리고 텐센 것도 다 팔아 주시고요. 사람들이 다 알도록 아주 노골적으로 팔아 주세요.”

-알짜배기를 두 개 다요?

“네. 무조건 팔아 주세요. 그리고 골드도 싹 정리할 거니 혹시 가족이나 지인분이 계시면 팔라고 하세요.”

-고, 골드까지요?

“네. 그럼 전 처분해야 할 골드가 많아서 이만 끊을 게요.”

-네, 서우 씨.

“장이 열리자마자 파시는 겁니다.”

-네. 염려 마세요.

대화를 마친 이서우는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해 골드를 싹 팔라고 말했다.

이설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알고 있는 몇 명에게 연락을 했다.

둘 다 친한 사람들이 많이 없어 전화는 금세 마무리되었다.

거래소를 찾은 이서우는 1만 골드, 10만 골드 단위로 골드를 올렸고, 가격을 살짝 낮춰 100만 골드 단위도 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일부러 시세에 맞는 가격으로 내놓았다.

자정을 넘긴 시간부터 아침까지 줄기차게 골드를 내놓았다.

이서우가 골드를 왕창 내놓은 것을 알고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정보를 찾았지만 별다른 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가진 상태여서 그들도 시세보다는 약간 싼 가격에 절반 이상을 팔아 버렸다.

이서우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분명 뭔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알고 모두 판 사람도 있었다.

이서우는 시세에 맞게 판매한다고 조금 늦게 물건들이 팔리기 시작했지만, 공급보다는 수요가 훨씬 많아 1만 5천 원에 엄청난 골드가 팔려나갔다.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수수료는 그리 크지 않아 이서우는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그동안 꽤 많은 골드를 모았고, 그중 일부는 7천 원 이하에 산 것이어서 더 큰 이득을 보았다.

전 세계로 팔려 나가다 보니 반나절도 안 되서 10조 이상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는 명실공이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이처럼 한 사람이 이렇게 단기간에 대한민국 부자 1위가 된 예는 없었다.

동시에 주선용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사람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골드에 이어 주식까지 나오자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 일에는 이서우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금세 알아차렸다.

골드에 이어 주식까지 판다는 소문을 들은 소액 투자자들은 이서우를 믿고 함께 행동했다.

지금까지 이서우가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기에 과감하게 같이 움직일 수 있었다.

반면, 부자들은 오히려 이서우를 보며 멍청하다고 손가락질하며 열심히 그가 파는 것을 사들였다.

8퍼센트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 쏟아졌는데도 주식 값은 오히려 올랐다.

워낙 인기 종목이어서 거의 내려가지가 않았다. 덕분에 이서우는 막판에 큰 이득을 보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지만 이서우는 절대로 망할 일이 없었다. 만약 잘못된 정보여도 뉴 월드라는 골드 자판기가 있으니 돈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만약 정보가 진짜라면 이서우를 따라 행동했던 수많은 개미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니, 쌀 때 샀으니 대박을 치는 것이다.

긴장된 오후가 그렇게 흘러갔다.

하지만 며칠 동안 잠잠했다. 개미들은 괜히 주식을 팔았나,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차분히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한데, 손규석도 이서우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왔다.

* * *

“어? 어, 그래. 알았다. 고마워.”

“뭐래?”

“서우가 골드 다 처분하라네.”

“그럼 처분해야지.”

“이참에 결혼 자금이나 좀 만들어 놔야겠네.”

박민수는 차라리 잘됐다며 들뜬 목소리였다.

한데, 류종명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아차 싶었다.

“야, 너무 걱정 마라. 누나도 너 좋아하니 받아들일 거다.”

“시끄럽고. 어서 골드나 처분해.”

“알았다. 쨔샤.”

박민수와 류종명은 그동안 모았던 골드를 싹 정리했다. 일일이 계산을 하지 않아 잘 몰랐는데, 다 팔고 나니 수십억이 들어왔다.

“와, 우리가 이렇게 많이 모았었나.”

“그러게.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엄청 벌었네. 서우는 대체 얼마나 벌었을까?”

“아마 다 팔고 나면 대한민국 부자 1등은 우습게 눌러 버릴걸?”

“헐. 그렇게나 많이?”

“뉴 월드에 서우 도시만 생각해 봐도 답 나오잖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아주 돈을 긁어모을 거다.”

“하긴, 진짜 사람이 많긴 많더라.”

박민수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란 적이 있었다.

편안하게 즐기며 골드를 팍팍 쓰니 이서우가 부자가 안 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박민수와 류종명에게 일어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다.

* * *

“그래. 골드 있으면 어서 다 팔아.”

-여보, 정말 팔아도 돼요?

“내 고객 중에 큰 손이 있는 거 알지? 지금 골드 거래소 보면 알겠지만 전장의 지배자가 대량으로 물건을 내놓고 있어. 그 고객도 그분에게 정보를 듣고 다 팔고 있는 중이고. 그러니 빨리 팔아.”

-아, 알았어요. 바로 팔게요. 아이들에게도 팔라고 해야겠어요.

“그래. 어서 팔아.”

주선용은 이서우가 골드를 전부 처분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고, 그가 직접 지인들에게 연락하라고 해서 마음 편하게 가족부터 시작해서 아주 가까운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이득을 많이 본 사람들은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바로 골드를 팔았다.

주선용도 투자로 골드를 사둔 게 있었는데, 싹 정리하니 100억이 넘었다.

“헐. 50억 투자한 것 같은데, 두 배 뻥튀기 했네. 역시 서우 씨랑 있으면 대박이라니까.”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건데 왜 파는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뉴 월드에 관해서는 이서우의 말이 무조건 맞았다.

주선용은 긴장이 되어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장이 열리자마자 글로벌사와 텐센사의 주식을 싹 정리해 버렸다.

골드를 파는 걸 보니 글로벌사에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예상은 했는데, 텐센은 왜 갑자기 팔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럴 수밖에. 그동안 팔려고 벼르고 있었던 걸 뒤늦게 한 것이니 아무리 주선용이라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긴 하루가 지나갔다.

하지만 며칠 동안 글로벌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주선용은 실수를 한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그걸 이서우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 * *

골드를 싹 정리하고, 주식까지 모두 팔아치운 뒤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을 때, 김소연과 박 대표가 헐레벌떡 이서우와 이설아가 머무는 곳으로 달려왔다.

“서, 서우야!”

김소연과 박 대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이서우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이서우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뉴스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빨라졌다고 생각하는 건 이서우뿐이었을까.

앵커의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이서우 뿐이었을까.

뉴스 내용이 흘러나올 때마다 이서우를 비롯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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