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2
레벨이 갑이다
322화
“바손 종족을 신의 자손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는 했었지?”
“네.”
“바손 종족의 능력은 가히 신에 근접해 있다고 말할 수 있네. 물론 아주 극수소만 그렇지.”
“죽음의 대지를 바손 종족이 만들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그들이 하이 레벨 지역을 숨기기 위해 만든 것이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하늘 길을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봐야겠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 필요가 있지. 하늘 길이 있던 곳이 바로 오래전 바손 종족들이 살던 곳이니까.”
“아!”
이서우는 그제야 바손 종족이 죽음의 대지를 만들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설마 그 당시 바손 종족이 지금의 절대자는 아니겠지?’
지금 이서우의 실력만 해도 지배자와 견줄 만했다.
하지만 절대자는 얼마나 강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통치자를 통해 지배자를 가늠하는 건 가능했지만, 절대자는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절대자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서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세월이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강해질수록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절대자가 지금까지 살아있을 확률도 있었다.
‘신의 자손이라 불릴 정도면 확실히 드래곤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떻게 그 많은 강자들을 속인거지?’
신의 자손이라고 불릴 정도였다면 불가능할 게 없다고는 여겼지만 펠렌과 같은 강자도 있는데 어떻게 그 오랜 세월 동안 드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서우도 현재 초월 레벨이 되었는데, 그런 곳이 있다는 것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하긴, 하이 레벨 지역을 알게 된 이후로는 거기서만 살았으니 못 봤을 수도 있겠네.’
하이 레벨로 지내던 때도 그랬지만 초월 레벨이 된 이후로는 아예 하이 레벨 지역에서만 지냈다. 그러니 죽음의 대지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걸 보니 아예 거기를 발견 못 한 건 아니구나. 그래도 자료가 너무 없어. 어쩌면 황제들이 아예 정보를 통제했을지도 모르겠네.’
죽음의 대지가 공포스러운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에게 불안감만 가중시키니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누가 황제가 되든 그리 생각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정보를 통제한 것일 수도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나.”
“아, 죄송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 세월을 숨겨 왔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바손 종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가 마법을 썼거나, 어쩌면 바손 종족이 모두 힘을 합쳐서 만들어 둔 것이겠지.”
“저는 황제들이 숨겼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네요.”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 그래야 제국을 통치하게 편할 테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렇게 꽁꽁 숨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네.”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하늘 아래 비밀은 없으니까요.”
“그렇지. 여튼, 바손 종족의 힘이 개입된 건 확실한 것 같네. 기록에 나와 있지 않아 어떻게 그렇게 한 것인지 나로서도 알지 못하지만 말일세.”
“의문이 많은 곳인 것 같으니 시간 내서 한번 가 봐야겠는데요?”
“기간 종족이 올 것이 염려 되니 자네가 가주면 나야 좋지. 그럴 게 아니라 이왕 갈 거라면 자네가 한 번 알아봐주는 게 어떻겠나?”
-반다이젠 황제의 부탁
반다이젠 황제는 기간 종족이 힘을 합쳐서 죽음의 대지를 건너오게 될까 두려워한다.
수천 년을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곳이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 마법이 약해졌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이에 반다이젠 후작은 당신에게 죽음의 대지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다.
난이도 : S
완료 조건 : 죽음의 대지를 가로질러 가면서 조사하라. 엘사둔 제국 지역에서 하이 레벨 지역으로 건너가면 완료가 된다.
성공 시 보상 : 3레벨 경험치. 200만 골드. 20만 영웅포인트.
‘S급 난이도인데 고작 3레벨이 오르네. 종족이 생겨서 그런가. 뭐, 초월 레벨에 3렙 올리는 것도 쉽지 않으니 나쁘지 않네. 어차피 가 볼 곳이기도 했고.’
이서우는 어차피 가야 할 곳에서 덤으로 레벨 업과 영웅 포인트까지 얻을 수 있어서 만족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가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고맙네, 고마워. 황궁 서고에서 찾은 기록을 보며 내색은 안했지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네.”
황제이기에 누구에게도 근심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특히 최근들어 다시 영토를 얻었고, 이제 한창 제국 정비에 들어간 시점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마침 이서우가 나타나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니 반다이젠은 걱정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럼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없으면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하늘 길, 정말 조심해야 하네.”
“염려 마십시오. 전 대륙을 통틀어도 절 어찌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존재는 없으니까요.”
“역시 자네가 있어 든든하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있으면 통신구로 알려 주십시오.”
“알겠네. 꼭 그리하겠네.”
반다이젠은 이서우라는 든든한 보험이 있어 마음이 편했다.
이서우는 황제와의 만남을 마무리 하고 텔레포트를 타고 엘사둔 제국 서쪽으로 갔다.
서쪽과 가까워질수록 마을은 찾아볼 수 없어 수십 킬로미터는 뛰어야 했다.
하지만 이젠 향상된 초월가속을 엄청난 속도로 사용할 수 있어 순식간에 해안가까지 올 수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도착한 이서우는 프랑드에게 귓말을 넣었다.
혹시라도 빌딩 관리에 애로사항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프랑드 님?
-아, 서우 님!
-별일 없으시죠?
-그럼요. 저야 건물 관리 열심히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참, 빌딩이 더 늘어났는데,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아, 이제야 듣게 되네요. 몇 군데가 늘어났나요?
-총 77채가 되었습니다.
-빠르네요.
-빠르긴 한데, 문제는 유저들이 너무 많이 빠져나갔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서우도 정보에 밝은 프랑드에게도 상황을 물어보려 했었다.
한데, 별로 상황이 좋지 않은지 프랑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정도인가요?
-20퍼센트는 족히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꽤 숫자가 많네요.
-네. 아무래도 그런 뉴스가 나갔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나마 정부에서 당장 뉴 월드를 폐쇄하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폐쇄는 쉽지 않을 겁니다. 접속 시간을 줄이는 방안으로 가게 될 겁니다.
-하긴, 뉴 월드가 폐쇄되면 아마 시청 앞 광장이나 청와대 앞이 인산인해를 이루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접속 시간 감소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수입이 줄어드는 소리가 들리지만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맞습니다. 안전이 제일이죠.
이서우도 악착같이 돈을 벌 생각이 없었기에 프랑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운영은 제가 잘 신경 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프랑드 님 덕분에 든든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참, 새롭게 세워진 마을은 기간 종족 지역과 가깝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비교적 안전합니다.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면 즉각 연락 주십시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서우는 몇 가지 당부를 더 하고는 프랑드와 귓말을 종료했다.
“어디 보자.”
유저들의 동향을 살핀 이서우는 곧장 죽음의 대지가 있다는 바닷가로 갔다.
발에 느껴지는 감촉, 에메랄드 빛의 바다, 잔잔한 물결 등 이리저리 뜯어봐도 바다가 확실했다.
“마나를 활용해야겠네.”
그냥 육안으로 봐서는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아 온몸에 있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몸속에 있던 마나를 바닷가 주변과 바닷물 속으로 불어넣었다.
마치 그물을 치듯 마나로 그물을 만들어 주변에 퍼트렸다.
보지 않아도 주변 상황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마나 소모가 결코 적지 않지만 초월 레벨에 도달한 뒤 마나가 부족해 고생한 적은 없었다.
‘대체 어디까지 뻗어 가려는 거지?’
벌써 1킬로미터 이상은 마나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별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가 반경 3킬로미터를 넘어갔을 때, 이서우는 마나 걱정이 조금씩 되기 시작했다.
‘마나가 벌써 300만이 빠져나갔어. 비약을 마셔야겠네.’
마나 그물을 아주 촘촘하게 형성하고 있어 마나 소모가 훨씬 컸다.
듬성듬성 했다면 반의 반도 마나가 소모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정밀하게 살피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서우는 마나 물약에 마나 비약까지 복용했다.
마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껏 마나를 퍼트렸다.
그렇게 10킬로미터쯤 뻗었을 때였다.
‘드디어 잡혔네. 이러니 누구도 발견을 못했지.’
무려 1천 만의 마나를 사용하고야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로서는 그 어떤 모험가도 여기서 이상한 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디 보자. 이동 루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지만 아직까지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다행인 것은 방향을 특정할 수 있어 마나를 한 방향으로만 보내면 된다는 점이다.
마나 소모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서우는 집중해서 마나를 해당 방향으로 보내 길을 찾았다.
‘누가 여길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진짜 깐깐하게 했네. 하긴, 그러니 수천 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겠지.’
펠렌이 하이 레벨 지역을 숨겨 둘 때 사용한 방법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났다.
초월 레벨에 오르지 못했다면 결코 이곳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바다로 무턱대고 들어가면 함정 마법에 걸려 엄청 고생해야 돼. 자칫 며칠 동안 갇혀서 못 나올지도 모르고. 신중하게 찾자.’
이서우는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집중력을 발휘해 마치 보물을 찾듯 심혈을 기울였다.
‘그곳이구나. 물꼬를 텄으니 이제 조금만 더 찾아내면 돼. 조금만 더…….’
바다로 무턱대고 나갔다가는 죽음의 대지를 건너기는커녕 마법에 갇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나마 마나를 촘촘하게 그물처럼 짜서 퍼트렸기에 찾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몇 날 며칠을 고생했을 것이다.
이서우는 집중력을 극도로 높여 오직 길을 찾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찾았다!’
이서우는 막힘없이 바다 위로 걸음을 옮겼다.
한데, 신기하게도 평범하게 걷고 있는데 바다에 빠지지 않았다.
‘마나로 겹겹이 둘러싸서 이런 길을 숨겨 두다니. 정말 대단해.’
이서우는 투명한 마나 길을 걸었다.
바다 위를 꼬불꼬불 난 투명 길은 엄청나게 길었다.
그 길이는 수십 킬로미터에 달해, 정말 이서우가 아니었다면 결코 찾을 수 없었으리라.
이서우는 게임에 접속한 순간부터 제작을 돌리고 있어 그다지 시간이 아깝다 여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동에만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게 되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같은 종족끼리 이거 너무하네. 후손이 오면 좀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주든가. 쪼잔해서는.’
시간이 지체되자 이서우는 절로 불평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나가 인도하던 길이 끝나자가 밝게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이거 너무 쉬운데? 지금까지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가 쉬운 적은 없었어.”
이서우는 너무 편안한 여정이 진행되자 오히려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난이도가 S등급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풀린다?
지금까지 수많은 퀘스트를 했지만 난이도가 높으면 클리어도 힘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나 길 끝에 다다를 때쯤, 이서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