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325화 (325/341)

# 325

레벨이 갑이다

325화

김소연은 이설아와 함께 이서우가 게임을 하는 방으로 찾아갔다.

마침 접속 베드에서 나온 이서우는 그들과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

이서우와 이설아가 허락한 사람 외에는 올 수 없는 곳이어서 보안은 확실했다.

“누나, 왜 갑자기 서버를 닫았는지 알아봤어?”

“그렇지 않아도 오빠한테 연락이 왔어.”

“김 과장님한테?”

“응. 부작용 때문에 급히 서버를 닫는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바로 닫을 수 있는 거야? 24시간 접속은 안 되겠지만 시간을 제한하면 괜찮잖아.”

“16시간까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뭔가 이유가 있나 봐.”

“언니, 무슨 이유일까?”

“그 부분을 나한테 숨기는 것 같은데, 일단은 안전히 확보 안 됐으니 닫고 보자는 식일 거야. 문제가 생기면 위험하니 이럴 때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서버를 닫을 수 있으니까.”

“이해가 안 되네.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이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손규석을 통해 뉴 월드가 어느 정도 안전하다는 것은 전해 들었다.

물론 오랫동안 노출이 되면 돌연변이를 일으킬 만큼 치명적이지만 적당히 사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관련부처에서도 분명 뉴월드가 일정 시간 이하로는 뇌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한데, 왜 갑자기 서버를 닫았을까.

세 사람은 그 점이 궁금했다.

“설아야, 사람들 반응은 어때?”

“난리도 아냐. 안 그래도 부작용 때문에 불안한데, 서버까지 닫혀 버리니 엄청 겁을 먹고 있어. 아마 이용자가 많이 빠질 거야.”

“주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네.”

“주 변호사님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엄청 빠지고 있나봐.”

“그러네. 나한테도 메시지를 보내셨네.”

주선용은 두 사람에게 수시로 메시지를 보낸다.

대부분이 일적인 것이어서 이서우는 그다지 자주 확인을 하지 않았다.

워낙 알아서 처리를 잘하니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니 내용은 꼼꼼하게 살핀다.

돈 때문에 사람이 한순간에 변할 수 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게 주선용에게도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반면, 이설아는 자주 메시지를 확인한다. 이서우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다행히 주선용은 그녀와 수년 동안 같이 일을 하고 있어 특별히 문제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쨌든 오빠 반응이 그래서 한 번 확인을 해 봐야겠다 싶어 찾아온 거야.”

“참, 형님에게는 말씀드렸어?”

“열심히 개발 작업에 착수하셔서 그냥 메시지만 보내 놨어.”

지이이잉. 지이이잉.

“형님이네. 양반은 못되시겠네. 잠시만. 네, 형님.”

-소연이에게 메시지 받았다.

“바쁘실 텐데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조사해 보고 결과 나오면 따로 알려 드릴게요.”

-말해 줄 게 있어서 전화했다.

“특별히 알아야 할 게 있나요?”

이서우는 이번 일을 그리 비중 있게 여기지 않았다.

부작용이 있으니 서버를 닫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다.

이서우의 반문에 손규석이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최대 주주 중 성원그룹이 포함되어 있어.

“대한민국 제일기업인 성원그룹이요?”

-그래, 그 성원.

“한데, 그게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나요?”

-지금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원그룹과 글로벌사는 아주 깊은 연관이 있어.

“반도체로 덕보고 있는 회사니 접속 베드에 핵심 부품이 들어가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을 텐데요?”

-물론 정부가 하는 일을 거스를 수는 없지. 하지만 접속 베드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고, 성원도 동반 성장을 하면서 곧 영업이익 100조 시대를 맞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어.

“이익 때문에 로비를 한다는 말씀이세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전방위로 로비를 펼쳐서 어떻게든 무마시키려 할 거야.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이서우는 아무리 대한민국 제일 기업이라고 해도 정부가 하는 일을 막을 정도는 아니라고 여겼다.

그런 일은 20년 전에나 가능했지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손규석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네 말도 맞아. 하지만 정 회장도 분명이 움직일 거다. 그쪽도 대주주일 테니까. 그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 글로벌사와 엮인 곳이 많아 정부도 무조건 고집을 피우기 힘들 거야.

“흠.”

이서우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손규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정부가 서버를 닫도록 지시한 건 아마도 대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여.

“길을 들인다고요? 그게 돼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긴 하지만 가능은 해.

“일자리 문제와 단가 후려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아마도 그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청년 실업뿐 아니라 장년들의 일자리도 문제니까. 정부에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힘든 게 사살이잖아.

“그건 그렇죠. 150세 시대이니 더 그렇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부도 칼을 빼 든 거다.

“형님이 걱정하는 건 정부가 칼을 빼 들면서 연속 접속 제한 시간이 대폭 줄어들 거라는 거예요?”

-그럴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어서 걱정을 하는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접속 제한 시간이 12시간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나중에 다시 바꾸기 쉽지 않을 거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커다란 파장에 의해 접속 시간이 줄어들면 다시 늘이기가 힘들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엄청 걸린다.

그러면 주식을 사기 위해 돈을 퍼붓는 하진우에게는 상당히 난감했다.

비단 주식을 사는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 점도 간과하지 말라고 연락을 한 거다.

“네. 깊이 고민해 볼게요. 그나저나 개발 작업은 어떠세요?”

-거의 마무리 단계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빠르면 일이주고, 늦어도 한 달 안에 돼. 네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니 혼자 할 때보다 몇 배는 빨라. 역시 돈이 좋다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지금도 충분하다. 그럼 난 다시 작업에 들어가마.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

-무리라니.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 뭘. 내가 시작한 거니 내가 매듭을 지어야지.

“부탁해요.”

-너도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해라.

“네, 형님.”

이서우가 전화를 끊자 입이 근질거렸는지 김소연이 입을 열었다.

“정부가 독한 마음을 먹고 나섰나 보네?”

“응. 아무래도 정부와 대기업들 간의 힘겨루기가 될 것 같아.”

“걔들이 정부를 무슨 수로 이겨.”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다는 둥 인원을 감축한다는 둥 이런 저런 방법을 쓰겠지. 사실, 지금 일자리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서 정부로서도 대기업 몇 군데가 그러면 힘들어.”

“하긴,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가 엄청나니까. 그들에게 해코지라도 하면 답이 없긴 하지.”

경제 분야가 워낙 어려워 이서우도 많이 아는 것은 없지만 대한민국에 수많은 협력업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동안 서로 이익도 좀 나누면서 제대로 기업 활동을 했으면 이런 일까지는 없을 텐데, 괜히 서민들만 피해 보게 생겼어.”

“형님이 개발이 끝날 때까지 주식부터 사 모아야겠네.”

“깔끔하게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이거 서우 곧 회장님 되는 거 아닌가 몰라.”

“회장은 무슨,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지.”

이서우는 기업 경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단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글로벌사를 휘두르는 게 싫을 뿐이었다.

“참, 누나 안재훈은 아직 소식이 없어?”

“응. 이미 계획을 다 세워 두고 일을 저지른 거라 잡기가 힘들어.”

“자기가 싸놓은 똥 치운다고 다들 고생인데, 그 인간은 편안한 곳에서 지내겠군.”

“수조 원을 들고튀었으니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나쁜 놈!”

“그나저나 돌연변이 사건은 좀 어때?”

“그 뒤로 뉴 월드가 휘청거려서 그런지 아직은 조용해.”

“형님이 기술 보완만 하면 사라질 테니 조금만 더 신경 써 줘.”

“응, 알았어.”

부작용으로 인한 돌연변이가 언제 또 나타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른 나라는 뉴 월드 오픈이 한국보다 늦어서 걱정이 덜 해도 언제 발생할지 몰라 유저들을 주시해야 했다.

“설아는 좀 어때? 방송하기 힘들 텐데.”

“미방영분을 편집해서 올려 보려고.”

“그것도 괜찮겠네.”

“서버가 닫혀 있는 동안에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주로 듣고,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해 볼까 해.”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겠는걸?”

“아냐. 그래도 방송 한창 할 때보다는 넉넉할 것 같아. 근데, 오빤 어쩌려고?”

“아무래도 민후를 좀 만나 봐야 할 것 같아.”

“요즘 게임도 안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어차피 한 번은 만나야 할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만나 보려고.”

“응. 외출할 때 조심하고.”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져서 누가 와도 괜찮아.”

“저격 총까지 쓰는 자잖아.”

“고성능 저격 총도 괜찮으니 너무 걱정 마.”

“응.”

이설아는 자신감에 찬 이서우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대화를 나눈 세 사람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 할 일을 했다.

이서우는 정민후에게 연락을 넣었고, 약속 시간을 잡았다.

* * *

“부르셨습니까.”

“어서 오게. 거기 편하게 앉게.”

“네.”

김명국이 가죽으로 된 편안한 소파에 앉자, 50대 후반의 사내는 그의 왼편 상석을 차지했다.

그는 바로 경찰청장이었다.

“요즘 경찰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

“경찰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서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자네 같은 경찰 덕분에 많이 좋아지긴 했어.”

김명국은 청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실례가 될 수 있는 행동이지만 그는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바쁜 사람 왜 불렀냐는 눈빛이구먼.”

“아니라고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권력에 고개 숙이지 않는 자네의 그런 모습이 참으로 마음에 들어. 지금 글로벌사의 일을 맡고 있지?”

“네.”

“수사의 진척 상황은 좀 있나?”

“아직 별다른 건 없습니다.”

김명국은 가끔 경찰청장과 독대를 한다. 중요한 사건이 있으면 거의 만남을 가진다.

하지만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해 바로 묻지는 않는다. 그저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식의 격려가 끝이다.

괜히 이것저것 물으면 수사에 간섭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자제를 하는 것이다.

한데, 이번에는 보자마자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 물었다.

김명국은 왜 그런지 궁금했다.

“안재훈을 잡아도 집행유예로 빠져나간다는 걸 자네도 알 거야.”

“뉴 월드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건? 이를 테면?”

“살인교사 같은 범죄가 될 수 있겠죠.”

“직접 죽이지는 않았다는 거구먼. 그러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겠지. 그렇지 않은가.”

“그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어차피 집행유예로 빠져나갈 테니 차라리 안재훈에게 뉴 월드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키를 받아 내면 되지 않겠나.”

“설마, 안재훈과 딜을 하신 겁니까?”

“어허, 딜이라니.”

청장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불법적인 일이라도 한 듯 추궁하는 김명국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김명국은 지지 않고 받아쳤다.

“그게 딜이 아니면 뭡니까?”

“뉴 월드의 이용자가 15억 명을 넘었네. 우리나라 인구 중 70퍼센트가 그걸 하고 있고. 한데, 이번 조치로 서버가 얼마나 닫혀 있을지 몰라. 그러니 국익의 차원에서 서로 윈윈하자는 거야.”

“그자는 이미 한 번 뉴 월드의 사용자들을 속인 경험이 있습니다. 과연 그자가 알려 준 방법이 효과가 있을까요?”

“효과가 없으면 그때 가서 조치를 취하면 돼.”

“하지만…….”

“자네가 심혈을 기울여 이번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아네. 하지만 해결이 늦어질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걸 기억하게.”

경찰청장의 단호한 음성에서 이미 결심이 섰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금 같은 태도라면 대통령이 말하지 않는 이상 청장은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설 수는 없었다.

“혹시 글로벌사의 대주주들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그들은 나중 문제야. 글로벌사가 무너지면 수십, 아니 수백만 명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네. 자네도 알지 않나.”

전국에 있는 접속 방만 해도 3만 개가 넘는다.

접속 방은 24시간 운영이 되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자동화시스템이 잘되어 있어도 최소 5명 이상은 필요하다.

카페까지 운영하는 곳도 꽤 많기에 접속방 관련 종사자만 해도 15만 명이 훌쩍 넘었다.

접속 베드가 생산되기까지는 더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수많은 부품이 있으니 하청업체만 해도 수십만에 달한다.

거기다 A/S센터는 또 어떤가.

전국 각지에 200개 정도 운영되고 있고, 전화 상담 업무와 출장 서비스까지 하고 있으니 직원이 10만 명 이상이었다.

가족들까지 포함한다면 숫자는 몇 배나 많아진다.

한데, 이번 사태로 인해 글로벌사와 관련이 있는 기업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종식시킨다는 명분으로 이번 일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었다.

당장은 직원들이 쫓겨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실업자들이 속출할 거라는 것은 쉽게 추측이 가능했다.

김명국도 그것을 잘 알기에 청장의 말을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한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 왜 그자는 이런 사태를 만든 겁니까?”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닐세. 하지만 16시간 접속까지는 확실히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나도 생각해 보겠다고 한 것일세.”

“그걸 믿을 수 있습니까?”

“관련 전문가들은 희망적으로 보고 있네. 어차피 16시간이라지만 12시간이후 강제로 종료하게 만들면 안전은 확실히 보장 될 테니 상관없네.”

“정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확실히 잡고 가자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윗분께서 승인한 일이네. 물론, 대충 심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건 보장하지. 하지만 안재훈이 우호적으로 나온다면 인력을 집중해서 최대한 빨리 마무리 하겠다는 거네.”

“뭐, 좋습니다. 제가 아무리 반대해 봐야 소용이 없겠지요. 단, 안재훈은 제가 직접 만나겠습니다.”

“좋네. 그 정도는 나도 양보해야지. 그럼 약속 시간을 잡아 보겠네.”

“네. 그럼 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김명국은 경례를 하고는 청장실을 빠져나갔다.

순순히 청장의 말을 듣는 듯했지만 그의 표정은 뭔가 고민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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