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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326화 (326/341)

# 326

레벨이 갑이다

326화

“이야기가 잘 풀릴 것 같습니다.”

“집행유예만 된다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키는 대표님이 쥐고 계시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상담을 받을 걸 그랬습니다.”

“해외로 가시는 것보다 이왕이면 여기 계시는 게 좋죠.”

“그럼요. 돈만 있으면 왕처럼 살 수 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안재훈은 만족스러운지 진한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안재훈의 원래 계획은 해외로 도피하는 것이었다.

이미 준비는 다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자신이 한 일이 밝혀지면 출국금지가 되기에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한데, 그때 서앤장에서 접촉을 해 왔다.

한국에 있으면서 콩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안재훈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일이어서 서영무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평상시처럼 생활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도 맞겠죠?”

“그럼요. 증거야 이미 다 드러나 있는 상태니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으시고, 도주의 우려도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니 검찰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서 변호사님이 계시니 든든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마음 편안하게 하시고 휴식을 취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안재훈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서영무 변호사를 배웅했다.

조용한 방 안에 혼자 남게 된 안재훈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속삭이듯 말했다.

“역시, 돈이 좋단 말이야.”

추적이 되지 않는 해외 계좌에 자산이 잘 보관되어 있다.

그것 외에도 지하 개인 금고에 현금과 금, 무기명채권까지 넉넉하기에 든든했다.

안재훈은 밝은 미래를 그리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서영무 변호사가 다시 그를 찾았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이서우가 글로벌사 주식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혹시 정보가 새어 나갔나 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정보가 새어 나갈 일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외부출입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제가 연락하는 사람은 서변호사님 뿐인데, 정보가 새어 나갈 일이 있겠습니까.”

“경찰 쪽에서 흘러간 것 같지는 않고. 이상하네요. 이서우가 어떻게 대표님이 키를 가졌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돈도 차고 넘치고, 뉴 월드는 하고 싶고, 그래서 회사를 인수하려는 거 아닐까요?”

“단순히 그런 이유로 그 엄청난 돈을 쓴다는 말씀이십니까?”

“단순히 그 이유가 아닙니다. 뉴 월드를 살리면 그 안에 있는 골드로 주식을 산 돈을 다 회수하고도 남습니다.”

“그렇게나 골드가 많다는 말씀이십니까?”

“제가 알기로는 아마 뉴 월드 내에서 유일하게 그놈만 땅을 소유하고 있을 겁니다. 게다가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100채 가까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이용하니 골드를 쓸어 모으겠죠.”

“그렇군요. 그래서 주식을 긁어모으고 있나 보군요.”

“어느 정도나 사들였는지 알 수 있을까요?”

“대주주들이 꽤 많이 팔아넘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경영권을 가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누군가 경영권을 가지려 해도 곧 방어할 수준까지 될 거고요.”

“흠.”

지난 며칠 동안 밝았던 표정이 어느새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키워 놓은 것은 그였는데, 이제 그 거대 공룡이 자신이 그렇게도 미워하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생겼다.

“서 변호사님, 그와 관련해서 정보를 좀 모아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럼요. 하지만 다시 글로벌 사를 가져오기시는 힘들 겁니다.”

“불가능한건가요?”

“대표님의 말씀이 맞다면 굳이 남의 돈을 빌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자금이 마르지 않을 겁니다. 지분까지 넉넉하면 찾아올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 부작용으로 인해 사람이 계속 죽는다면 어떻습니까?”

“그런 상황이 되면 주가가 다시 반 토막이 나긴 할 겁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접속 시간 제한을 걸어 버리면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어쨌든 타격은 확실히 있을 거라는 거군요.”

“대표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남기시면 안 됩니다.”

“세상은 돈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돈만 주면 목숨도 내놓겠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여튼, 저와 항상 상담을 하셔야 한다는 걸 명심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제가 서 변호사님을 찾지 않으면 누굴 찾겠습니까.”

“그럼 그렇게 알고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멀리 안 나갑니다.”

서영무와 헤어진 안재훈은 가상현실 공간으로 들어가 열심히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 * *

서버를 닫은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뉴 월드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즐기던 유저들은 빨리 서버를 열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위까지 벌이면서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는 와중에 안재훈이 자수를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사람들은 사형을 처해야 된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특히 뉴 월드를 즐기지 못하는 유저들은 그를 더욱 비난했다.

뉴 월드를 즐기지 못하는 불만을 그에게 다 쏟아내는 것이다.

여론은 그랬지만 법적인 문제는 안재훈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안재훈에 관한 소식은 전부 암울했지만 이서우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었다.

글로벌사의 주식이 드디어 51퍼센트를 넘긴 것이다.

대주주들 중 주식을 매매하겠다는 사람들이 거래를 제시했고, 이서우는 망설이지 않고 모두 매수했다. 법적인 문제 또한 모두 깔끔하게 처리했다.

주가가 5분의 1 이상으로 떨어졌기에 이서우가 가진 재산만으로도 살 수 있었다.

현금은 거의 바닥이 났지만 뉴 월드가 중단되니 사람들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관련 유료 영상을 많이 보기 시작했다.

특히 이서우의 영상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었는데, 하루에만도 영상 수입으로 10억 원 이상이 들어왔다.

무료 영상도 광고 수입이 엄청나서 그만큼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임대 수익도 한 달에 수십억이 되기에 돈 걱정은 전혀 없었다.

이서우는 주주총회를 열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겠다고 선포했다.

전문경영인이 구해지기 전까지는 이서우가 대표로 있겠지만 그는 대표를 그리 길게 맡을 생각이 없었다.

이서우가 대표가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손규석을 개발 팀장에 앉힌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서우의 행보를 보며 치매가 걸린 게 아니냐며 조롱했지만 그의 최측근들은 이제 돈방석에 앉았다며 좋아했다.

큰일을 치른 이서우는 K사로 돌아와 휴게실로 향했다.

한데, 거기에 김소연이 있었다.

“어머, 이회장님 아니세요?”

“게임 개발하는 회사랑 접속베드 만드는 회사 딸랑 두 개인데 회장은 무슨 회장. 그리고 누나, 회장이라고 부르면 자른다니까 그러네.”

“에이, 공명정대하신 우리 회장님께서 설마 직원을 함부로 자르시려고요.”

“에휴,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설아는?”

“열심히 영상 편집하고 있지. 서버가 닫혀 있으니 사람들이 영상을 엄청 보잖아. 미방영분까지 내보내고 있어서 반응이 엄청 좋아.”

“이미 본 사람도 많을 텐데 그래도 수익이 발생하는 게 신기하다니까.”

“원래 사람들은 재미있게 보고, 감동한 건 몇 번이고 보게 되어 있어.”

“그건 그렇지. 나도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몇 번이나 봤으니까. 어라, 잠시만.”

손규석에게 온 연락이어서 이서우는 대화를 중단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형님. 고생이 많으시죠?”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다.

“에구, 좀 쉬면서 하시라니까.”

-그래도 보람은 있다.

“설마…….”

-그래. 드디어 완성했다!

“와, 대단하세요. 그럼 이제 적용만 시키면 문제가 없는 건가요?”

-그래. 24시간을 해도 전혀 부작용이 없을 거다.

“일단 먼저 쉬세요. 하루 푹 쉬고 내일 만나서 얘기해요.”

-알았다. 그럼 내일 보자.

“네, 형님.”

-아차, 이제 회장님이라 불러야 되는 거냐?

“형님까지 왜 그러세요.”

-왜? 회장님 맞잖아.

“연봉 확 깎는 수가 있어요.”

-그건 아니 될 말씀!

“여튼, 얼른 쉬기나 하세요.”

-그래, 수고해라.

손규석은 소리 내어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하여튼 누나나 형님이나 못 말린다니까.”

“오빠도 회장님이라고 그러지?”

“그래. 빨리 전문경영인을 앉히든지 해야지, 원.”

“아마 쉽게 구해지지는 않을 거야.”

“알아. 상황이 이러니 선뜻 오려고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기회를 볼 줄 아는 사람은 분명 오려고 할 거야.”

“기회라……. 하긴 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오려고 하겠네. 문제는 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K사에 다 있다는 거지만.”

이서우에 대해 안다면 왜 이번처럼 무모하게 보이는 투자를 했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서우는 가족과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인간관계를 맺지 않았다.

과연 이서우의 진가를 알아보는 경영인이 있을까 하는 게 지금 이서우 주변인들의 관심거리였다.

“이제야 하나씩 착착 일이 진행되는 거 같아 좋네.”

“초반에는 많이 힘들지도 몰라.”

“경영 잘하는 사람만 앉혀 두면 망하지는 않겠지.”

“그게 아니라 네가 뉴 월드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될지도 몰라.”

“오해?”

“네가 더 이익 보는 쪽으로 패치를 하거나, 정보 같은 걸 미리 취하거나 하는 거 말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야 이미 구축이 되어 있으니 상관은 없지. 정보는 조금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일이라고 봐.”

“그러면 좋겠지만 항상 우호적인 세력만 있는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소문을 누가 고의로 낸다고 해도 대세에는 큰 지장은 없을 거야.”

“원래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물이 더러워지는 거야. 벼룩 잡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거고.”

“그건 상황 보면서 대처하면 되니 너무 걱정 마.”

이서우는 부작용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 확신했다.

물론 약간의 사고가 생기겠지만 잘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참, 누나, 박 대표님 지금 집무실에 계시지?”

“응. 왜?”

“아, 잠깐 만나 봬야 할 것 같아서.”

“연락해둘 테니 가 봐.”

“고마워.”

이서우는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얼른 박 대표를 만나러 갔다.

“이게 누구신가. 글로벌사의 이 회장님이 아니신가.”

“아오, 박 대표님까지 그러시기예요?”

“하하하하, 주변에서 다들 이 회장이라면서 놀려 댔나 보네.”

“말도 마세요. 그런 건 어떻게 그리 합심을 잘하는지.”

“기분 좋아서 그런 거니 당분간은 그냥 받아 줘.”

“회장이라는 소리 들으면 노인네가 된 것 같다고요.”

“하긴, 우리나라에서 회장 이미지가 좀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요. 창창한 젊은 나이에 노인 이미지라니. 안 될 말이죠.”

이서우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회장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강하게 표현했다.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지만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

“네.”

편안한 가죽 소파에 서로 마주 앉았다.

“박 대표님.”

“갑자기 왜 그리 진지한 얼굴로 말해, 무섭게?”

“그게…….”

이서우는 번뜩 떠올랐던 생각을 박 대표에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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