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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328화 (328/341)

# 328

레벨이 갑이다

328화

“아, 뭔가 특별한 걸 느낀 게 아니라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낀 것뿐입니다.”

“부자연스럽다라……. 어떤 부분이 부자연스럽다는 건가요?”

“뉴 월드의 안정성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만의 연구에 몰두한 모습이었거든요.”

“아, 그거라면 조사팀의 리더이신 문 박사님이 워낙 꼼꼼하고, 철저하신 분이셔서 그럴 겁니다. 이번 일이 엄청난 이슈여서 그런 것도 있을 거고요.”

“그런가요?”

“네. 조금 독특하신 분이시지만 뭔가 다른 마음을 품는 그런 분은 아닙니다.”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하는 김명국을 보며 이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증일 뿐이니 더 이상 지적하기가 애매해서 그런 것이었다.

이서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명국이 툭 던지듯 말했다.

“서우씨는 참 특이한 분이십니다.”

“제가요?”

“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인걸요.”

“지나친 겸손입니다. 지금까지 서우 씨에게 벌어진 일들을 종합해 보면 절대로 평범하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할 말인 것 같은데요? 김 과장님이야말로 평범한 분이 아니시잖아요.”

“그런 뜻의 비범함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저야 인간 범주에서 그런 것이지만 서우 씨는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 같습니다.”

“에이, 특별한 능력이라니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서우는 김명국의 말에 상당히 놀랐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손규석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서우가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것에 놀랐는데, 김명국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언급하고 있었다.

“뭐,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어쨌든 너무 걱정 마십시오. 아마 곧 뉴 월드 재개가 가능할 겁니다.”

“빨리 좋은 소식이 왔으면 좋겠네요.”

“주식을 계속 사들이시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요.”

“즐기는 게임인데, 자꾸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 싫어서 말이죠. 형님을 만난 게 제겐 큰 행운이었지요.”

이서우의 말에 김명국은 손규석을 쳐다보았다.

김명국은 손규석의 존재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안재훈을 조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나더 월드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 것이다.

핵심 개발자로 인생을 바쳤는데, 어나더 월드 실패 이후 사라져 버렸다.

한데, 그런 존재가 갑자기 이서우 곁에서 나타나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뉴 월드 이용자가 많이 빠졌던데, 그 점이 조금 아쉽네요.”

“부작용이 해결됐다는 걸 알면 아마 다시 모여들 겁니다.”

“3개월에 한 번씩 육체 상태를 살피는 걸 과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까요?”

김명국은 이서우가 문박사에게 제시한 내용을 들었다.

접속 베드를 통해 사용자의 육체 상태를 스캔한다. 이상이 있다면 접속 시간을 1시간씩 제한하는 방법이었다.

단순히 시간을 제한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상이 있으면 치료까지 도와준다.

중요한 건 모든 비용이 무료라는 것이다.

사용자는 그저 동의만 하면 되고, 모든 관리는 글로벌사에서 담당한다.

그 많은 사용자들을 관리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갈 텐데도 이서우는 당연하다는 듯 행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명국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과장님, 게임 안 해 보셨죠?”

“네,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장님이 하시는 일과 게임은 다르겠지만 뉴 월드를 즐기는 사람들 중 과장님처럼 열정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건 진짜 비교 대상이 아니기는 하네요. 하지만 서우 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겠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를 위해 일을 하시니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뉴 월드를 즐기는 유저들은 뉴 월드가 전부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소중히 여기는 바가 다르니까요. 서우 씨의 그 비유가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는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졌음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뉴 월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작용도 해결되고, 건강도 글로벌사가 책임을 진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환호할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여전히 이서우의 말이 마음속에 와 닿게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일단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결과를 기다려봐야지요.”

“아마 결과는 그리 오래지 않아 나올 겁니다.”

“과장님이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 참으로 다행입니다.”

“어차피 가상현실 게임을 막을 수 없다면 이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서우 씨 같은 분이 글로벌사를 이끌어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더 의욕이 나네요.”

서로 마음이 맞으니 식사 시간 내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3일이 지났다.

김명국의 말처럼 뉴 월드에 관한 조사 내용이 발표되었다.

이미 예전에 한차례 긴 조사를 했었고, 그 자료들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기에 이번 조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료도 완벽해서 시기가 더 빨리 당겨질 수 있었다.

재오픈 날짜는 일주일 뒤로 잡혔다.

재오픈 조건이 까다로웠지만 사람들은 열광했다.

유저들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3개월에 한 번씩 진행되는 신체 스캔이었다.

글로벌사에서 국민들의 건강 상태를 이용해 다른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그 말을 이내 잠잠해졌다. 고객들의 정보를 이용해 그 어떤 상업적인 이득도 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약속이었다면 논란이 잠잠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서우가 약속을 어기면 엄청난 손해를 봐야 했기에 사람들은 믿는 것이었다.

이서우가 글로벌사의 대표가 된 것이 오히려 이번 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처음에는 전장의 지배자가 글로벌사의 대표가 되면 정보를 독점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을 두고 이서우는 개발이나 경영에 일체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하자 어느 정도 논란이 잠잠해졌다.

이서우는 이설아와 함께 이번 발표를 지켜보았다.

“오빠, 축하해.”

“다들 고생한 덕분이지.”

“응. 아마 다들 축제 분위기일 거야.”

“2주 넘도록 뉴 월드를 못해서 다들 좀이 쑤신다고 난리던데 이제 좀 잠잠해지겠네.”

“응. 소연 언니나 다른 오빠들도 처음에는 여행도 가고 그러더니 일주일 만에 뉴월드 접속하고 싶다고 난리더라고.”

“중독이야, 중독.”

“피, 오빠도 중독이잖아.”

“에이, 난 아니지.”

“호호호. 원래 중독된 사람은 자기가 중독 아니라고 하더라.”

“하하하. 하긴, 나도 빨리 접속해서 하던 거 마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

이서우는 빨리 하이레벨 지역의 깊숙한 곳으로 가서 하늘 길을 찾아보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하늘길은 분명 절대자가 머무르는 곳에 있겠지. 절대자를 상대하려면 5차 전직을 달성해야 해.’

절대자가 얼마나 강한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5차 전직이라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다고 믿었다.

‘일단 통치자들과 지배자 영역부터 싹 정리하자. 그러면 5차 전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어. 덤으로 바손의 유물도 얻고. 하늘 길의 끝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최근 족장 놀이를 끝으로 이서우는 뉴 월드에 약간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하늘 길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강한 호기심을 가졌다.

수많은 기간 종족과 첼란 종족의 전쟁을 수백 명으로 종식시킨 존재들이 왔던 곳.

과연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하늘 길 끝에 그들이 있을까?

‘뭐, 그 해답은 직접 가 보면 알게 되겠지.’

이서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오빠, 지금 뉴 월드 생각했지?”

“응? 아, 어쩌면 최강의 존재를 상대할 수 있겠다 싶어서.”

“최강의 존재? 아, 그 신의 자손인가 하는 바손들?”

“맞아. 하늘의 도시에 있다는 그들.”

“근데, 진짜 하늘의 도시라는 게 있을까?”

“그건 아마 곧 밝혀질 거야.”

“동영상으로 찍는 거 잊지 마.”

“당연하지. 찍기만 해도 초대박은 확실시되는데, 놓치면 안 되지.”

“호호호. 이제 방송인 다 됐네.”

이설아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동영상 촬영이 습관이 되었다.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워 접속 종료를 하면 정리할 동영상이 엄청 많았다.

덕분에 서버가 닫힌 기간에 이설아는 그 영상들을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잠시만. 네, 대표님. 네, 그럼 지금 찾아뵙겠습니다.”

“박 대표님이야?”

“맞아. 대답을 해 주신다네.”

“아마 수락하실 거야.”

“일단 다녀올게.”

“응.”

“참, 대표님 만나고 형님도 만나고 올 거야.”

“알았어. 난 오픈 준비하고 있을 게.”

이서우는 이설아에게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박대표의 집무실로 갔다.

“서버 연다고 너무 들뜬 거 아냐?”

“대표님도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하여튼 눈치는 빠르다니까.”

“제가 감각이 좀 좋잖습니까.”

“표정 관리한다고 했는데 역시 못 숨기겠네. 일단 앉아.”

이서우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서는 박 대표의 맞은편에 앉았다.

“너무 그리 좋아하지 마.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 테니까.”

“무슨 조건인지 들어나 보죠.”

“정리해 놨어. 한번 봐.”

박 대표는 파일을 이서우에게 넘겨주었다.

이서우는 큰 화면으로 띄워 박 대표의 요구 조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잠시만요. 아무래도 홀로그램 통화로 주 변호사님과 연결해야겠네요.”

“시간은 많아. 천천히 해.”

이서우는 즉시 주선용에게 전화를 넣었다.

“변호사님, 지난번에 상의드린 거 기억하시죠?”

-네, 합병 건 말씀하시는 거죠?

“네.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 같아서요. 박 대표님이 요구하신 건데, 지금 보낼 테니 확인해 주세요.”

-네. 저희 팀이 살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려요.”

-네.

이미 이서우는 주선용과 상담을 했었다.

주선용은 이서우가 주식을 사들이라고 하기 전부터 다양한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을 영입했다.

그중 기업 인수와 합병 전문 인력도 있었다.

상당한 금액을 약속하고 데려온 인력들이어서 일처리는 확실했다.

“주 변호사님 혼자서는 바쁘겠는걸?”

“그렇지 않아도 팀을 대거 늘리셨나 보더라고요.”

“하긴, 글로벌사 정도면 인력 보강이 많이 필요하긴 해.”

“인원이 너무 없어서 아마 앞으로 고생 많이 하실 거예요. 물갈이도 싹 하셔야 될 테고요.”

“나한테 떠넘기는 거냐?”

“잘하는 사람이 해야죠. 전 게임만 하렵니다.”

“나쁜 놈. 무거운 짐은 다 넘기고 가는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박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꿈이 크신 분이 이 정도로 엄살을 피우시면 곤란합니다.”

“걱정되면 네가 하든가.”

“싫습니다. 기업 경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가만히 있으면서 배당금이나 받겠다는 거구먼.”

“저 그런 거 좋아합니다.”

이서우의 말을 진심이었다.

작은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하물며 덩치가 큰 글로벌사는 오죽할까.

“뭐, 여튼 하기로 한 이상 최선을 다하마.”

“대표님은 잘 하실 겁니다.”

“바쁠 텐데 들어가 봐.”

“네. 그럼 주변호사님에게 연락 오는 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네.”

이서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 * *

시간은 흘러 서버 오픈 하루 전이 되었다.

K사와 글로벌사의 합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주주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찬성을 해서 큰 문제는 없었다.

이서우는 5대 기업의 회장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모두 매수했다.

가격을 5퍼센트 더 책정해서 넘겨받는 조건이었지만 워낙 바닥을 치고 있어 큰 부담이 없었다.

이로써 이서우는 80퍼센트에 육박하는 주식을 갖게 되었다.

K사 주주들이 합병의 조건으로 지분을 원했기에 10퍼센트 정도 빠졌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양이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 K사의 주주들과 마찰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박 대표가 미래 가치가 올라가지 않으면 자신이 다 책임을 지겠다고 해서 잡음이 없었다.

5대 기업 회장들도 이런 사실을 알았다.

같이 지옥불에 들어가는 거라며 손가락질했지만 그 평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뒤집혔다.

은밀히 조사를 진행하던 조사단이 부작용이 완벽히 해결 되었다고 발표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이 발표되고 5대 그룹 회장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전방위적인 로비에도 조사단의 진행 과정을 알 수 없었기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다.

단순히 조사단의 발표 때문에 사람들이 뉴 월드에 환호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이서우가 모두 책임지겠노라고 선언했고, 쐐기를 박듯 서버 오픈 일정까지 발표되면서 순식간에 뉴 월드의 가치는 전성기 때의 70퍼센트까지 치고 올라갔다.

글로벌사가 다시 재도약에 성공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이서우는 처음 약속대로 아무런 일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표의 요청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에 있어서는 같이 논의하기로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김소연이다.

그녀는 전략기획부서의 장이 되었다.

말이 부서장이지 직급은 부사장이다. 그녀 위에 박 대표 한 사람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 김소연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거절을 했지만 박 대표의 강권에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변화는 바로 이설아다. 그녀는 전무이사로 글로벌 홍보팀장에 합류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져서 이설아만큼 그 자리에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다.

박민수와 류종명도 임원이 되어 한자리씩 차지했다.

그리고 드디어 재오픈 당일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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