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3
레벨이 갑이다
333화
이서우가 열심히 레벨 업에 매진하는 동안 뉴 월드를 즐기는 유저들은 하나둘씩 4차 전직을 완료했다.
이제 수천만의 유저들이 500레벨을 넘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레벨이 많아지면서 기간종족의 도발이 거세어졌다.
99.9퍼센트가 중국과 인도 유저로 이뤄진 기간 종족은 여전히 인해전술로 바손과 첼란 연합을 압박했다.
이서우는 한 번씩 바손과 첼란 연합이 밀릴 때 가서 중국과 인도의 기를 확실히 죽여 놓았다.
처음 이서우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대검이 아니라 활을 든 이서우를 보며 어리둥절했다.
두 가지 무기를 쓰는 유저를 간혹 보기는 해도 테라칸 이후로는 강력한 존재를 보지 못했다.
하나, 상대가 이서우여서 사람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그들은 또 하나의 전설을 보게 되었다.
이서우는 단번에 끝장을 보기 위해 궁극의 활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첫 수가 바로 이서우가 당할 뻔했던 화살비 공격이었다.
사방팔방에서 마나 화살이 쏟아지자 기간 종족의 유저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단 한 수로 수만 명이 죽자 중국과 인도 유저들은 기가 질려 도망가 버렸다.
이후로 한참 동안 전쟁을 하지 않다가 500레벨 유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다시 도발을 해 왔다.
이서우도 아직 5차 전직을 이루지 못해 처음처럼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 주지 못했다.
이에 힘을 얻어 기간 종족은 수시로 시비를 걸었다.
이서우가 계속 전쟁에만 매달릴 수는 없어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다.
하지만 초반 이서우의 활약으로 하이 레벨 지역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었다.
힘의 균형이 팽팽하게 되면서 더 이상 마을을 빼앗기지 않아 이서우의 수익은 날로 늘어났다.
현재 이서우가 가진 빌딩은 500채다.
이서우가 계속 영역을 확장해나가자 바손과 첼란 종족에 속한 유저들은 이서우에게 땅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서우는 들어주지 않았다. 싼 값에 임대는 가능했지만 소유하는 것은 막아 두었다.
대신 불만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각 마을의 운영권을 다시 주기로 했다.
마을도 벌써 200곳이 넘게 생기면서 다양한 길드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기간 종족과 가까운 곳의 마을은 빌딩도 한 채밖에 없고, 유동 인구도 안전한 지역보다 적은 편이지만 평균 레벨이 상승하면서 최근 꽤 재미를 보고 있었다.
저레벨 보다 고레벨이 몇 배나 많은 돈을 쓴다. 사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가까운 마을을 이용하다보니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현실 세계에서의 변화도 엄청났다.
“아이고 삭신이야. 누군 체력이 짱짱해서 좋겠다.”
“대표님도 저처럼 운동하세요.”
“나 같은 사람은 너처럼 운동하면 병난다. 병나.”
“여전히 엄살이 심하시다니까.”
“엄살이라니. 내가 요즘 얼마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줄 아냐?”
“저야 당연히 모르죠.”
“말을 말자, 말을 말아.”
박원식은 허리를 툭툭 치며 소파에 앉으며 앓는 소리를 했다.
이서우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짓고는 맞은편에 앉았다.
“그나저나 나 염장이나 지를라고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라도 있냐?”
“왜요? 귀찮으세요?”
“귀찮긴. 워낙 바쁘신 몸이 찾아와서 놀란 거지.”
“그냥 일은 재미있으신가 싶어 찾아온 거죠.”
“방송 일에서 아예 손을 떼니 심심해?”
“아뇨. 5차 전직 때문에 심심할 틈도 없어요.”
“벌써 5차 전직을 앞두고 있는 거야?”
“네. 한 번 더 접속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이야, 하여튼 대단하다니까. 공식 랭킹 1위가 800레벨을 넘겼는데, 넌 훨씬 앞서 가는구나.”
“저야 뭐 열심히 사냥만 하니 그렇죠.”
“걔들도 미친 듯이 사냥해.”
“장비빨이라고 해 두죠.”
이서우는 궁극의 활을 떠올렸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다시 능력치가 상승했다.
게다가 강화가 50까지 가능해 엄청나게 강해졌다.
+50강화를 만드는데 수천억 원이 들었지만 아깝지 않았다.
“근데, 진짜 별 일 없는 거야?”
“네. 대표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거의 두 달 동안 사용자가 5억 명이 더 늘었다. 접속 베드 공급 문제와 업그레이드 문제, 스트리밍 서비스 문제 때문에 바쁘다.”
“와, 또 5억이나 늘었어요? 그럼 20억 명이 넘은 거네요?”
“그래. 이러다가 30억 명까지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예 50억 명까지 목표를 잡아 버리세요.”
“됐다. 그러다 골병 나.”
전 세계 인구가 90억 명이 넘으니 5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이 뉴 월드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돈을 써 대는 게임은 없었다.
하지만 이용자가 많아지니 신경 써야 할 일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각 국가별로 직원들도 추가로 뽑아야 했고, 손규석이 개발 업무에서 잠시 손을 떼면서 개발팀도 인원을 추가해야만 했다.
접속 베드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장들이 많이 들어섰다. 자동화가 되더라도 인간의 손이 가야하는 공정이 있어 일자리가 상당히 많아졌다.
가장 많은 직원을 뽑은 곳은 바로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다.
인원이 몇 배나 증가해 덩치가 순식간에 불어났다.
짧은 시간 과거 글로벌사보다 2배 가까운 성장을 했기에 박원식의 엄살은 엄살이 아니었다.
“이미 본전은 뽑으셨겠는데요?”
“그래. 덕분에 내가 가진 글로벌사 지분이 과거 K사의 가치를 넘어섰다.”
“어쩐지 열심히 하시더라니.”
“돈도 좋지만 이젠 좀 쉬고싶다.”
“낙장불입인 거 아시죠?”
“에휴, 이렇게 바쁠 줄 알았으면 대표 한다 소리 안 하는 건데.”
박원식은 투덜거리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가 그동안 그토록 바라던 일이기에 몸이 조금 피곤해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다.
이서우가 와서 잠깐 엄살을 부린 것이지 진짜로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근데, 진짜 어쩐 일로 온 거냐?”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요즘 제가 너무 소홀히 했나 싶어서 얼굴 비추러 온 거예요. 당분간 또 사냥 때문에 바쁠 것 같거든요.”
“그렇게 미친 듯이 사냥만 하고도 또 사냥을 한다고?”
“아직 할 일이 남았거든요.”
이서우는 손규석과의 약속을 떠올렸다.
이제 5차 전직이 코앞에 있으니 지배자를 처치하고 절대자를 만나면 된다.
절대자를 만나게 되면 하늘 길에 대해서도 알 테니 일석이조였다.
이서우는 사냥을 하면서 틈틈이 정신력 스텟 증가 영약을 만들었다.
현실 시간으로 거의 두 달을 만들었으니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생명력보다 월등히 많아지면서 마나의 양이 드디어 1억을 넘겼다.
물론 궁극의 활에 붙은 마나 옵션을 추가한 수치다.
하지만 순수 마나 수치만으로도 유물 2개는 한꺼번에 최종진화까지 가능했다.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계속 사냥만 할 수 있지?”
“재미 붙이면 전혀 지루하지 않거든요. 대표님도 한번 해 보세요.”
“난 그냥 경영이나 하련다.”
“전 경영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요. 역시 대표님은 대단하세요.”
“난 네가 더 대단하다니까 그러네.”
서로 대단하다면 추켜세웠다.
이서우는 박원식과의 대화를 마치고, 친구들을 찾아 그동안 못 다한 대화를 길게 나누었다.
저녁이 되어 이설아를 만나 식사를 했고,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뜨거운 밤을 보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이서우는 평소처럼 운동을 하고 뉴 월드에 접속했다.
“드디어 곧 5차 전직이다!”
이서우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관리자와 종속자들을 한 차례 쓸어버린 다음 레이드 몬스터를 차례로 잡아나갔다.
던전도 잊지 않고 들어갔다.
레벨을 올리기에는 안성맞춤이어서 조금 낮은 레벨의 던전도 무조건 돌았다.
그렇게 게임 시간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1,000레벨에 도달했다.
-1,000레벨에 도달하셨습니다.
-5차 전직이 가능합니다.
-반다이젠 황제를 만나 5차 전직 퀘스트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오, 드디어!”
이서우는 반다이젠 황제에게 통신을 넣어 방문을 알렸다.
반다이젠 황제는 이서우가 방문한다고 하니 그렇게 좋은지 목소리가 매우 밝았다.
“허허허, 어서 오게.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네.”
“흔쾌히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무슨 섭섭한 말인가. 자네라면 언제든 대환영이라네.”
반다이젠 황제의 말은 진심이었다.
엘사둔 제국이 그동안 내실을 다질 수 있었던 게 모두 이서우 덕분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누구도 엘사둔을 노리지 않았고, 그틈에 반다이젠 황제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첼란 종족은 비약적으로 도약해 1년 만에 과거보다 훨씬 강한 제국이 되었다.
가장 큰 소득은 골렘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직은 강력한 타이탄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반다이젠 황제가 타이탄 연구에 집중하면서 얻은 성과였다.
“폐하.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걸로 압니다.”
“아, 그거 말인가. 난 자네가 몇 년 뒤에나 자격을 갖출 거라 생각했었네. 그래서 그때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라네.”
“그랬었군요.”
“그럼. 자네도 잘 알다시피 큰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되는 것이라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서우도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게 되면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반다이젠 황제는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서우가 준비될 때까지 인내한 것이었다.
“한데, 정말 준비가 다 된 것인가?”
“네. 저는 준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임무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일세.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 임무가 있어서 결코 쉽지 않을 것이야.”
“임무가 두 가지나 됩니까?”
“그렇네. 둘 다 정말 만만치 않아서 솔직히 자네가 걱정이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지금까지 뼈를 깎는 수련을 했으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나도 자네를 믿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구만.”
반다이젠 황제는 근심어린 얼굴로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진심이 묻어나자 이서우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짜 게임이지만 정말 잘 만들었단 말이야. 이렇게 사람 마음을 움직일 정도라니.’
이서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반다이젠 후작은 염려가 담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알았네. 그럼 자네에게 임무를 주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황제폐하.”
-한계를 극복하고 신의 힘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힘을 얻어라.
초월 레벨의 극한을 경험한 당신은 그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다.
한계 상황까지 자신을 단련했으니 한계를 뚫고 새로운 경지에 도전하라.
첫째,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처치하는 것.
둘째, 지상계에서 가장 강력한 아이템을 얻을 것.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성공해야만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5차 전직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역경을 이겨 내고 승리를 쟁취한다면 상상하지 못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지를 이루게 되면 상상하지 못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 SSS
완료 조건 : 지배자 둘 처치, 신의 자손이 남긴 유물을 1개 획득.
성공 시 보상 : 5차 전직 완성.
‘헐. 하나가 유물을 찾는 거네. 이건 이미 끝냈고. 문제는 지배자 둘을 처치하는 건데. 놈들은 분명 유물을 가지고 있을 거란 말이지.’
다행히도 한 가지는 끝낼 수 있었지만 다른 하나가 문제다.
1,000레벨에 도달해 유물도 많이 성장했고, 스텟도 많이 증가해 예전과 차원이 다른 강함을 얻었지만 지배자들도 유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그래. 내가 언제 그런 거 겁냈다고. 부딪쳐 보자.’
이서우는 결심을 굳히고는 반다이젠 황제를 바라보았다.
“폐하, 감사합니다.”
“아닐세. 너무 무거운 짐을 안겨 준 게 아닌지 그저 걱정이 될 뿐이네.”
“너무 염려 마십시오. 전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나도 자네가 무사히 돌아올 거라 믿네.”
“네. 폐하. 그럼 전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러게. 부디 몸조심하게.”
“네. 폐하.”
이서우는 반다이젠 황제와 헤어진 후 지배자를 찾기 위해 하이 레벨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