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8
레벨이 갑이다
338화
“어, 어떻게…….”
“무려 스무 번이나 면밀히 관찰했다. 그만큼 보고도 약점을 찾지 못하면 죽어야지. 잘 가라.”
서걱!
절대자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절대자 푸신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중략……
-레벨이 올랐습니다.
-궁극의 장갑을 획득했습니다.
-균형의 신 나이얀의 액세서리 세트를 획득했습니다.
-푸신의 아공간에 있는 모든 물건이 당신에게 귀속됩니다.
“헐, 레벨이 20이나 오르네. 절대 신의 대검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상대하지 못할 존재였어. 그나저나 그자가 말한 게 균형의 신이었군.”
이서우는 악세서리부터 확인했다.
능력치는 역시나 헉 소리가 날 만큼 엄청났다.
이서우는 액세서리 세트를 진화시킨 뒤 곧바로 착용했다.
-절대 신과 균형의 신은 서로 앙숙 지간입니다. 하지만 균형의 신은 모든 것을 균형 있게 다루는 존재이기에 동시에 착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균형의 신이 특별한 능력을 부여해 만든 나이얀 신의 액세서리 세트를 착용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이 5배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와 기술이 조화롭게 잘 융합됩니다.
“옵션 능력이 추가되고 5배나 상승하니 엄청나네. 거기다 능력의 조화까지. 진짜 신이 된 기분이야.”
드디어 이서우는 모든 장비 세트를 갖추었다.
모든 아이템이 신급이고, 그 능력치만도 엄청났다.
‘이거 방송으로 내보내면 초대박은 확실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영상으로 기네스북에 오를지도.’
이서우는 과연 이 아이템을 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사기라는 반응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나마 출처가 전장의 지배자여서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지도 모른다.
그 장면을 생각하니 이서우는 절로 미소가 나왔다.
“자, 이제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하늘 길을 찾아보실까.”
이서우는 절대자의 영역에 들어섰다.
이곳만 차지하면 이제 하이레벨 지역의 모든 곳을 손에 넣게 된다.
이서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깊숙이 들어갔다.
강한 결계의 힘이 느껴졌다.
“이 안인가 보네.”
중요한 것을 보호하려면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 이서우의 눈앞에 펼쳐진 결계가 그 조건에 맞아 떨어졌다.
이서우는 결계에 대검을 내리그었다.
결계가 쩍 하고 갈라졌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부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들어갈 수 있게 길만 낸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빛의 구체가 있었다.
지름이 대략 10미터 정도의 구체였는데, 신비한 빛을 뿜어냈다.
이서우는 빛의 구슬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하늘 길을 이용해 하늘의 도시로 가시겠습니까?
“그래.”
-신의 정수가 부족합니다.
“응? 신의 정수? 아, 아까 반신의 정수가 있었지. 신의 정수는 조금 더 상급 정수겠네. 근데, 이걸 어디서 얻나.”
이서우는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에 크게 당황했다.
“아, 푸신의 아공간이 있었지. 푸신의 아공간 오픈.”
명령어와 함께 푸신의 아공간이 열렸다.
“헐. 더럽게 많네.”
아공간을 열자마자 엄청난 아이템 목록이 떴다.
“신의 정수를 찾아 줘.”
-찾으실 신의 정수의 등급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떤 등급이 있지?”
-최하급,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고급, 최고급, 스페셜 등급이 있습니다.
“그럼 차례대로 몇 개가 있는지 불러 봐.”
-각각 10만 개, 8만 개, 7만 개, 5만 개, 3만 개, 2만 개, 2만 개, 1만 개가 있습니다. 필요한 등급과 개수를 말씀해 주십시오.
“더럽게 많이 모았네. 몽땅 인벤토리로 옮겨 줘.”
혹시라도 쓸 일이 있을지 몰라 이서우는 신의 정수를 자신의 인벤토리로 옮겼다.
다시 빛의 구슬을 만지자 똑같은 메시지가 떴다.
이서우는 이동하겠다고 수락을 했고, 신의 정수가 하나 사라지면서 몸이 빛의 구체로 빨려들어갔다.
‘헐, 엘리베이터 같네.’
이서우는 지상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엘리베이터를 떠올렸다.
마치 온통 투명인 초고층 빌딩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투명인 빌딩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서우는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 구름 위로 사라졌다.
잠시 후, 이서우는 낯선 곳에 도착했다.
한데, 분명 처음 보는 곳인데,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숲과 길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 여긴 꼭 내가 처음 뉴 월드에 접속했을 때 나온 장소 같네. 하늘의 도시라고 하더니 지상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데.”
길이 난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얼마쯤 갔을까, 갑자기 앞에서 노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허허허, 어서 오게.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구먼.”
“아, 그런가요? 한데, 여긴 어딘가요?”
이서우는 어딘지 뻔히 알지만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일부러 물어보았다.
“젊은 사람이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니는 건가. 여긴 당연히 하늘의 도시가 아닌가. 설마 그걸 모르고 왔다는 건가? 아니지. 모르면 올 수 없는 곳이니 분명 알고 왔겠지. 그렇다면 날 놀리기 위해 일부러 모른 척을 한 건가?”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추측까지 하더니 갑자기 화를 냈다.
이서우는 뭐 이런 노인이 다 있나 싶어 그냥 무시하려 했다.
“하늘의 도시를 가려면 날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그런데도 그냥 가겠다는 건가?”
“왜 당신을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거죠?”
“그거야 내가 문지기니까 그렇지.”
“할아버지가 문지기라고요?”
“그래. 내가 바로 하늘의 도시를 지키는 문지기지.”
“아, 그러시구나.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을 잘 들어야…… 엥? 그냥 간다고?”
노인은 이서우가 꼬리를 내리겠거니 했는데, 문지기라는 말을 듣고도 그냥 간다고 하자 황당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이어서 잘해 주려 한 것인데, 이렇게 예의가 없다니.
‘아오, 저 젊은 놈이 날 개고생시키네. 그냥 보냈다가는 또 안에서 지랄 지랄 할 건데. 그렇다고 숙이고 들어갈 수도 없고. 어떡하지?’
노인은 멀어져 가는 이서우를 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자, 잠깐만 기다리게! 젊은 사람이 뭐가 그리 급하다고 서두르는 건가. 잠깐만 기다리라니까 그러네!”
오랜만에 온 방문자를 그냥 보냈다가는 문책을 당하기에 노인은 서둘러 이서우를 쫓았다.
멈추라고 소리를 쳐도 아무 반응이 없어 얼른 이서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젊은 사람이 참, 노인이 말을 하면 좀 들어야 될 게 아닌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듣고 있죠. 할아버지는 절 무시하지 않으셨나요?”
“아, 아닐세. 그냥 오랜만에 온 손님이라 잠시 장난을 친 것뿐이라네. 그리 생각했다면 미안하네.”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저도 잊어버리겠지만, 근데 전 진짜 그냥 가도 돼요.”
“그, 그냥 가다니. 아니 될 말이지. 이곳에서 적응하려면 내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네.”
“필요 없는데…….”
이서우는 정말로 노인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하늘의 도시가 어떤 곳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조금 지내다 보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이걸 주겠네! 이게 여기의 화폐라네.”
“아, 신의 정수네요.”
“헛! 이미 알고 있구먼. 설마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요.”
“가지고 있었구만. 하지만 이거 하나로는 아무것도 못한 다네.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내 10개를 주겠네. 나와 대화를 해 볼 텐가?”
“제가 가진 것만 40만 개 정도 되는데, 10개요? 에이, 됐어요.”
“헛! 4, 40만 개라고 했나?”
“네. 그것도 아주 상태가 좋은 걸로요.”
“어디 좀 보세.”
의심스러워하는 노인의 말에 이서우는 보란 듯이 스페셜 신의 정수를 보여 주었다.
“스, 스페셜 신의 정수로구몬. 그런 게 40만 개나 있다니. 대단하네.”
이서우는 스페셜 신의 정수가 40만개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정수가 40만 개라고 한 것인데, 노인은 이서우가 가진 모든 정수가 스페셜이라고 착각하고 말았다.
굳이 정정해 줄 필요는 없어서 이서우는 노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니 전 이만 가 볼게요. 수고하세요.”
“잠깐!”
이서우는 돌아서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노인이 워낙 크게 소리쳐서 멈춘 것이었다.
“좋네. 스페셜 등급으로 10만 개를 주겠네. 그러니 나랑 대화를 하세.”
“대화만 해도 10만 개를 주신다고요?”
“나의 부탁도 들어줘야 하네.”
“흠, 부탁이라. 그럼 먼저 1만 개를 주시고, 제가 부탁을 수락하면 그때 10만 개 주세요.”
“그건 억지일세!”
“뭐, 그럼 전 그냥 가 볼게요.”
“아, 아니네. 그렇게 하지.”
“1만 개의 기회는 이미 사라지고 없으니 2만 개 주셔야 할 것 같아요.”
“2만 개? 이보게, 그건…….”
“3만 개.”
“헛, 알았네. 여기 있네 3만 개.”
노인은 급히 스페셜 신의 정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서우는 하늘의 도시로 오기 전에 이미 결심을 했다.
얻을 수 있는 건 뭐든 다 얻어서 오겠다고.
그 첫 번째 재물이 바로 노인이었다.
“그럼 일단 말씀해 보세요. 들어나 보죠.”
“후회하지 않을 것이네.”
노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그렇게 저랑 얘기를 하고 싶어 하세요?”
“자네가 한 300년 만의 손님이거든.”
“할아버지의 행동이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하늘의 도시는 방문객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문지기들은 되도록 방문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게 그들의 일인데, 그걸 잘하지 못하면 문책을 당하고 만다.
신의 정수가 귀하기는 하지만 한 달이면 스페셜 등급으로 1,000개의 신의 정수를 얻을 수 있으니 그로서도 손해는 아니었다.
만약 방문객이 1년에도 수십, 수만 명이 왔다면 아마 이서우에게 이렇게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8년 치가 넘는 보수지만 방문객 한 명만 잘 잡아도 한 번에 10만 개는 거뜬히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노인의 이야기가 계속 되었다.
“자넨 이곳이 처음이니 모든 게 낯설 거야. 그러니 이걸 해피 노인에게 전해 주게. 그에게 이걸 전해 주면 다음 행동을 알려 줄 것이네.”
“이름이 해피인가요?”
“그렇다네.”
“그분께 전해 주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요?”
“전해 주고 그의 요구도 들어 줘야 하네.”
“그건 장담할 수 없겠는데요?”
“상관없네. 일단 해피 노인을 만나는 게 중요하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네요. 그렇게 하죠.”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이서우는 쾌재를 불렀다.
신의 정수가 이곳의 화폐인 듯한데, 10만 개면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숫자일 것이다.
절대자가 그 오랜 세월 40만 개를 모았으니 말이다.
“자, 약속을 했으니 줘야지. 이걸 받게.”
“네. 고맙습니다.”
이서우는 감사 인사까지 하고 스페셜 정수를 10만개 넘겨받았다.
“가다 보면 마을이 보일 것이네. 해피 노인은 마을 입구에서 정면으로 쭉 가다 보면 있으니 참고하게.”
“네, 어르신.”
이서우는 인사를 하고는 길을 따라 다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노인의 표정이 바뀌었다.
“미련한 놈, 그 귀한 정수를 그렇게 퍼주면 의심을 해야 하는 것을.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통행권이 없으니 죽도록 맞겠지. 그러고 나면 넌 펄펄 끓는 용암에 빠져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흐흐흐.”
노인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