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회사가 작다고 사람까지 작나
그날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내가 호텔 건물에 홍성이 컨트롤하고 있는 브랜드를 넣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순간, 신 사장과 최 실장은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최 실장의 얼굴엔 너무나 자연스러운 욕심이 들어차 있었고, 불안해하는 신 사장의 얼굴엔 과연 CGM의 플렉스 샵들이 장악하고 있는 인터라켄에서 과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하는 의심이 절반쯤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신 사장과 최 실장에게 잘 한번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아니, 최 실장은 이미 내가 그 프로젝트를 제안을 하는 순간부터 머릿속으로 호텔 건물의 내부를 변화시켜 보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신 사장은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다.
“홍성 브랜드라고 하시면….”
“리테일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저희가 한국 시장에서 단독 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해당 브랜드에 대한 해외 라이선스까지 함께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저희가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고, 또 해당 브랜드에 대한 자체 라이선스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엔 말이 달라지겠죠.”
“…?”
“브랜드 단독으로 유럽에 역수출을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만, 조금만 발상을 전환시켜서 매장 브랜드를 가지고 오는 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말입니다.”
“매장… 브랜드요?”
거기서 난 신 사장을 상대로 그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슈즈 멀티 브랜드인 ABC샵과 미국의 대표 편집샵 브랜드인 지코일로를 예로 들었다.
“그런 매장 브랜드처럼 현재 홍성이 자체 매장 브랜드로 상표 등록을 해놓은 H.I 편집샵이나 SS 편집샵, 그리고 Kidshub 같은 경우는 매장을 구성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 브랜드를 모두 모아놓은 하나의 공간이 브랜드가 되는 겁니다. 그 브랜드가 직접 들어오는 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말입니다. ABC 마트 보세요. 거기서 나이키 운동화를 판다고 나이키 브랜드에서 태클을 걸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스위스에도 지코일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캐나다 구스가 인기를 끌면서 함께 유명해진 미국의 편집샵 브랜드인데, 거기서 아무리 캐나다 구스를 캐나다 구스 직영 매장보다 많이 팔아 재껴도 캐나다 구스 직영 매장에선 아무런 말도 못 합니다. 애초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는 걸요.”
“다만 제가 걱정이 되는 건….”
신 사장은 신중했다.
“만약 그런 식으로 이 건물에 홍성의 편집샵 브랜드들이 들어왔다고 쳤을 때 과연 CGM 측에서 가만히 있을 거냐는 말이죠.”
“가만히 안 있으면 자기들이 뭘 어쩔 건데요?”
“괜히 홍성이 피해를 입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네요.”
“홍성이요?”
“…네.”
“홍성이 왜요?”
“….”
“아니, CGM이 뭐라고 CGM 때문에 저희 홍성이 피해를 봅니까? 너무 멀리 가실 필요 없습니다. 쉽게 생각하세요. 이 건물 누구 건물입니까? 사장님 건물입니다. 자, 그럼 이 건물에 넣어보자는 편집샵 브랜드는 누구 브랜드입니까? 저희 홍성 브랜드입니다. 그럼 저희들끼리만 조건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가면 되는 거지, 거기에 CGM 눈치를 볼 게 뭐가 있겠습니까?”
난 웃음을 섞어가며 신 사장의 기우를 안심시켰다.
“사장님.”
“네.”
“같은 업계에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선 경쟁이라는 것도 해야 되고, 또 어쩔 수 없이 전면전을 펼치기도 해야 됩니다. 물론 CGM… 큰 회사죠. 하지만 이걸 싸움이라고 표현을 한다는 게 조금 우습긴 하지만 굳이 싸움이라고 표현을 해야 한다면 싸움에 승패를 좌우하는 건 회사의 크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싸움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고 또 그 변수 때문에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손쉽게 제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저희 홍성과 CGM은 이미 한국 시장에서부터 시작해 몇 차례 정면으로 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붙을 때마다 모두의 예상을 뒤집어가며 규모만 놓고 보면 게임이 전혀 안 되어야 정상인 저희 홍성이 이겼죠. 이기는 것도 그냥 이긴 게 아닙니다. K.O 승이었습니다.”
난 신 사장의 걱정을 듣는 순간 한편으로는 그의 걱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확실히 이쪽 업계에 대해선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이게 어째서 실현 가능한 사업인지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자면 일주일도 더 넘게 걸릴 거 같았다.
그래서 그런 디테일한 설명들보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
난 그 자리에서 만토바 창고 사장단들의 대표인 스폰짜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스피커 폰으로 돌려놓은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은 상태에서 스폰짜와 통화를 시작했다.
“스폰짜라고 만토바에 대형 창고를 몇 개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지역 창고 사장들을 대표해서 저희 홍성을 통해 한국 시장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까지 만토바 물건을 넣고 있는 사람이죠.”
스폰짜에 대한 소개가 대충 끝나기가 무섭게 스폰짜가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스폰짜. 홍성 인터내셔널의 공입니다.”
-오, 미스터 공!
확정이 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건물주인 신 사장에게 내가 이런 이런 프로젝트가 급하게 생각이 났는데, 같이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던진 상태였고, 그 제안에 신 사장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CGM이라는 명품 유통 시장의 거대 공룡의 눈치만 보고 있는 입장.
그래서 난 그냥 홍성 뒤에는 CGM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업계 최대 공룡 만토바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왜 전화를 걸었는지 스폰짜에게 그 자세한 이유까지 다 설명을 해주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진행을 한다면 오픈 전까지는 어느 정도 비밀이 유지되는 게 효과적일 거 같았고, 또 만약 내가 만토바와 링겐을 설득한다고 해도 사업의 키를 들고 있는 건물주인 신 사장이 오케이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을 할 수 없는 거였으니까.
그냥 스폰짜에게 난 이렇게만 물어봤다.
“만약에 저희 홍성이 스위스에 홍성 편집샵 브랜드를 가지고 들어가면 저희가 만토바에게 큰 실례를 하게 되는 걸까요?”
-스위스? 스위스는 뭐 먹을 게 있다고 들어가려고 하십니까?
거기서 스폰짜는 스위스라는 시장을 스몰 치즈라는 표현으로 스위스 시장은 아무런 영양가가 없는 시장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다.
“그냥 만약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로 인해 저희 홍성과 만토바 사이가 껄끄러워지지 않겠냐는 걸 물어보는 겁니다.”
“노 프라블럼. 우리는 스위스는 신경도 안 쓰고 있어요.”
난 스폰짜의 시원한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신 사장을 쳐다봤다.
그리고 스폰짜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럼 만약에 저희가 만토바에서 받는 물건들로 스위스에 들어온다면 그걸로 CGM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있습니까?”
-자기들이 뭔데 그런 일로 문제를 제기합니까? CGM은 폭스타운이라는 대형 아웃렛 쇼핑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스위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거지, 그들에게 브랜드 본사들을 상대로 압박을 넣을 수 있는 명분은 대형 아웃렛 쇼핑몰이 있다는 걸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거기다 우리 만토바도 그렇고 링겐이나 독일의 메칭엔 역시도 스위스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에 시장이 작다 보니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거지, 만약 시장이 조금만 컸더라면 서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랬음 폭스타운은 없는 거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스폰짜.”
-나는 이해를 못 하겠네.
“뭐가… 말씀이십니까?”
-홍성은 현재 할 게 많은 회사잖아요. 중국 시장도 있고. 그런데 왜 갑자기 주워 먹을 거 하나 없는 스위스를 보고 계시는 겁니까?
“정말 그냥 별생각 없이, 만약 저희가 만토바 물건, 그리고 링겐에서 받는 물건들로 스위스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면 그로 인해 미스터 스폰짜를 비롯해 만토바 창고 사장님들께 실례를 범하는 건 아닐지 궁금해서요.”
-아니, 그러니까 애초에 그런 생각을 왜 하냐고요. 스위스 시장… 재미없어요. 진짜야. 그냥 다른 데 알아봐요, 다른 데. 내가 미스터 공이면 차라리 남미 쪽을 두드리겠어요.
스폰짜와 통화를 끝내고 난 신 사장에게 물어봤다.
“필요하시면 링겐 쪽의 입장도 들려드릴 수 있습니다. 링겐 쪽과도 통화를 한번 해볼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시간도 어중간한데… 점심이나 하러 가시죠.”
식사를 하는 내내 신 사장은 심각했다.
생각이 많아진 표정이었다.
호텔 건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송아지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신 사장과 최 실장,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점심을 함께 먹었는데, 그냥 말 그대로 커피 대신 스테이크를 썰며 사업 이야기를 이어가는 자리였다.
그리고 식사를 끝내고 다시 호텔 건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최 실장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 제가 여쭤봤던 거….”
“네?”
“스타벅스가 없습니까, 인터라켄엔?”
“아, 스타벅스요. 머그컵 산다고 하셨죠…. 나중에 제가 공항까지 모셔다드리면서 어차피 베른은 지나가야 되니까 거기에 있는 스타벅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인터라켄엔 없는 모양이네요?”
“네, 없습니다.”
“아….”
그리고 난 다시 신 사장을 만나러 오기 전 혼자 인터라켄 시내를 돌아다니며 발견하지 못했던 몇몇 요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에 대해 물어봤다.
“KFC도 없습니다.”
“그럼 버거킹은요?”
“제발 좀 생겼음 좋겠네요. 저도 매일 빅맥만 먹으려니 물려서 힘들어요. 하하하….”
“….”
그리고 생각을 해봤다.
“아니, 이런 세계적인 관광지에 어떻게 그런 기본적인 브랜드들도 안 들어와 있는 겁니까?”
“어디에 들어오겠습니까?”
최 실장에 역질문에 난 잠시 당황을 했다.
“자리가 없어요, 자리가. 보셔서 알겠지만 건물들이 하나같이 다 작습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가 나오는 건물들은 또 어쩌다 보니 하나같이 다 대형 워치 브랜드들이 세를 들어가서 장사를 하고 있죠. 월세를 주는 건물주 입장에서도 그렇잖아요. 롤렉스와 버거킹. 저라도 롤렉스한테 세를 주죠. 그리고 또 인터라켄 여기 촌사람들 기본 마인드가 그래요.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보면 1층에 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한국처럼 월세를 돌려서 수입을 만들어내는 머리를 잘 못 돌리는 거 같아요. 그냥 자기 건물 1층에 자기 카페를 운영하거나 아님 작은 엽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소일거리를 하고, 그걸로 만족을 하는 삶…. 어떻게 보면 참 낭만적인데, 저희 한국 사람들이 보기엔 많이 아쉽고. 그렇다고 자기 건물을 자기들 마음대로 활용을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한국이랑은 사람들의 마인드가 좀 다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신 사장네 건물 앞까지 도착을 해 있었다.
그리고 난 원래 호텔 사업을 할 당시엔 조식 레스토랑으로 사용되었다던 건물의 2층을 유심히 살펴봤다.
객실이 들어가 있는 3, 4, 5층에 비해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였기에 윈도가 전체 창이라고 해도 될 만큼 상당히 널찍널찍했고, 안에서 조명만 조금 밝게 켜 놓으면 밖에서도 안이 훤히 다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생각을 해봤다.
저기엔 어떤 브랜드가 들어와야 하는 것일까….
어떤 브랜드를 넣으면 가장 효과적일까….
답은 금방 나왔다.
다시 신 사장, 최 실장과 함께 호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최 실장은 오전에 업무를 하나도 못 봤기 때문에 지금부터 자기 업무를 좀 봐야 할 거 같다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여긴 원래 조식 레스토랑으로 활용을 했던 공간이었다고요?”
“네.”
“그럼 기본적으로 주방 세팅은 다 되어 있는 거겠네요?”
“그게 아깝죠. 처음 이 호텔을 매입하고 가장 투자를 많이 했던 공간이 바로 여기 주방이거든요. 그런데 몇 년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건물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으니….”
“여기… 스타벅스가 들어오면 어떻겠습니까?”
“…!”
“건물 전체가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 버리면 오히려 삭막할 수가 있습니다. 반대로 꼭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건물이 더 살아날 수가 있어요.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와이프랑 같이 쇼핑을 가잖아요? 저는 얼마 못 가서 지칩니다. 저는 벌써 지쳤는데, 와이프는 이제 시작이라고 하죠. 그럴 때 적당하게 합의를 보는 게 저는 커피숍 같은 데 들어가서 앉아 있고, 와이프는 끝마치지 못한 쇼핑을 하는 거죠. 그리고 또… 윈도가 너무 좋습니다.”
난 레스토랑의 전체 창을 눈짓하며 말했다.
“조명 밝기만 살짝 바꿔 줘도 기본적으로 이 안이 다 보일 거 같아요. 그리고 스타벅스가 들어오면… 오스트역을 통해서 인터라켄에 들어오는 사람들까지 이곳으로 내려오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만약 제가 관광객인데, 이곳에 스타벅스가 있다고 한다. 그럼 전 내려옵니다. 꼭 커피 맛 때문이 아니라, 그 맛에 익숙해져 버렸으니까요. 거기다 해외여행을 왔는데, 인터라켄 기념 머그컵 하나 정도는 사야 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그리고 잘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게 스타벅스가 1층에 들어오면 쇼핑이 준비된 위층으로 사람들이 안 올라올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2층에 스타벅스를 넣어놓고, 그 출입문을 반드시 호텔 로비 정문을 사용해야 하게 만들어 버리면 아래의 1층은 무조건 통과를 해야 되는 거죠. 자, 그렇게 이 건물은 스타벅스 때문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합니다. 밖에서도 보이겠죠? 저건 뭐지? 뭔데 저렇게 사람들이 북적거리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낍니다. 그냥 대박인 거죠.”
“….”
“매장 관리를 할 때 우리끼리 이런 말을 합니다. 최고의 매장 인테리어는 바로 그 안에 들어차 있는 손님이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최고의 인테리어를 하실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보세요. 1층에 몇 개 브랜드를 선정해서 월세를 주세요. 최소 만 프랑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고 하셨죠? 그런데 2층엔 스타벅스가 들어오고, 그 위로는 명품 브랜드들이 들어옵니다. 1층을 폴앤크루와 아이작으로만 나눌 게 아니라 더 세분화시켜도 제가 봤을 땐 이 정도 조건이라면 매장 하나당 만 프랑은 거뜬히 받아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리고 스타벅스. 2층을 통째 줘 버립니다. 최소 월세 2만 프랑… 이게 월세 장사만 하셔도 월에 한국 돈 6, 7천만 원을 만들 수 있는 구조라고 봐야죠. 거기다 이제 저희가 사장님께 홍성의 브랜드를 드립니다. 고민하실 이유 있으십니까?
“스타벅스… 스타벅스라.”
“스타벅스를 넣을 수만 있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가 완성이 되는 거죠. 하지만 꼭 스타벅스일 필요는 없습니다. KFC도 없다면서요. 버거킹만 되어도 충분합니다.”
* * *
프레젠테이션이 다 끝이 났다.
어두운 조명.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문 전무님께서 치기 시작한 박수였다.
그 박수 소리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자리에 참석한 임원진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난 대회의실 조명을 밝혔고, 그런 내게 이문 전무님께서 장난스레 한 말씀 하셨다.
“이제 봤더니 우리 공 부장… 욕심이 보통이 아니네. 저기 넣겠다고 하는 우리 홍성 브랜드들… 결국은 다 공 부장이 론칭시킨 샵 브랜드들이잖아요. 하하하….”
그리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신 사장이라고 하는 양반.”
“네, 사장님.”
“내가 직접 한번 만나 봤음 하는데….”
“사장님 편하신 날로 말씀만 해주시면 제가 스위스 쪽이랑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들어와서 창고 관리하는 걸 좀 배워보고 싶다는 입장을 저에게 전달한 상태였습니다.”
“아니지, 내 시간에 맞출 게 아니라 먼 길 오시는데, 그쪽 시간에 내가 맞춰야지. 회사가 작다고 어디 사람까지 작나?”
“…?”
“저만 한 프로젝트에 자기 건물 내주면서 우리 홍성 타이틀을 사용하게 해준다고 하는 거 보면 공 부장 자네 말처럼 돈만 보고 뛰어드는 사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드네. 비록 지금은 작은 회사지만 그 회사를 끌고 가는 사장의 마인드가 저 정도라면… 내가 시간을 맞춰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