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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23화 (23/207)

#023. 이제 천하제일인은 접니다!(2)

부왁!

낭왕이 구환도를 휘둘렀다.

파공음만으로도 무시무시했다.

자비라는 걸 모르는 그다. 구환도에 팔성의 공력을 실어 단박에 화운의 팔을 잘라버릴 심산이었다.

쩡!

쇳소리가 짧았다.

밀고 들어가지 못하고 끊긴 것이다.

낭왕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초지적도 되지 못할 거라 여겼던 화운의 검에 의해서.

낭왕의 얼굴이 퍼뜩 일그러진 순간.

“뭘 벌써 놀라고 그래!”

화운이 히죽 웃으며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낭왕의 구환도가 와락 밀렸다.

낭왕이 얼굴을 더욱 일그러트리며 밀리던 구환도에 힘을 실은 찰나.

번쩍!

섬뜩한 일섬이 화운의 검에 의하여 폭발하였다.

사혼구검의 일초 사혼섬이 펼쳐진 것이다.

“이, 이익!”

낭왕의 얼굴이 벌겋게 일그러졌다.

천하의 낭왕이 새파란 애송이의 일검을 피하느라 뒤로 물러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

선우유성이 놀란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자신이 아는 형이 맞는지 싶어 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았다.

분명 형이었다.

외모도 그렇고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형을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따금씩 상대방의 속을 긁어놓는 말투를 보면 틀림없는 형이었다.

‘비동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아니면 저토록 달라진 형의 강함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잘됐어! 어찌 되었든 형이 강해진 거니까 잘된 거야!’

놀란 건 선우유성만이 아니었다.

선우세가주 역시 두 눈을 부릅뜰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두 사람은 평소 화운의 무공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비동 안에서 기연을 얻어 강해졌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자네가 막지 않은 이유가 있었구만. 선우세가에 저토록 강한 친구가 있었다니, 앞날이 탄탄하겠어. 그래도 좀 서운하네. 나한테까지 감추다니 말이야.”

남궁검가주가 한 말이다.

선우세가주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어 그저 화운만 바라봤다.

“죽인다! 죽여 버리겠다!”

낭왕의 화가 폭발했다.

팔 하나를 자른 다음 끌고 가겠다는 생각은 이미 없다.

무참히 난도질해 버리겠다는 흉심만이 가득했다.

“죽어라!”

낭왕이 득달같이 달려들며 구환도를 치켜들었다.

불그스름한 광채가 구환도의 칼날을 휘감았다.

하수들에겐 공포일 수밖에 없는 강기의 발현이었다.

분노와 살기마저 어우러져 포악하기 그지없었다.

압도적인 강함으로 일거에 끝장을 내겠다는 심산이다.

바로 이때 화운은 또다시 놀라운 행동을 보여주었다.

도강을 보고도 돌격하듯 달려든 것이다.

그것도 낭왕이 놀랄 정도로 대단히 빠른 속도로.

바로 공공무영비의 발휘였다.

이제 삼 단공에 불과했으나 짧은 거리를 그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었기에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낭왕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 노회한 고수였다.

“쥐새끼! 죽어라!”

강기를 머금은 구환도가 거침없이 공간을 갈랐다.

육신이든 검이든 걸리는 대로 갈라 버릴 심산이었다.

그럴 만한 충분한 힘이 있었다.

아니 넘쳐난다는 게 낭왕의 자부심이었다.

번쩍!

붉은빛이 공간을 갈랐다.

하지만 피가 튀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 화운은 낭왕의 간격을 벗어나 있었다.

또다시 공공무영비를 발휘한 것이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이!”

낭왕이 얼굴을 흉신악살처럼 흉악하게 일그러트리며 화운을 찾아 빙글 돌아선 순간.

“사혼참!”

화운이 힘차게 외치며 허공에서 벼락같은 일검을 그었다.

콰앙!

강렬한 격돌이었다.

여파만으로도 땅거죽이 찢겨지고 흙먼지가 치솟았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도강을 상대로 달려들다니 겁이 없는 건가?”

정파무인들이 수군거린 순간 흙먼지가 바람에 의해 날아갔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에 사람들은 놀람을 터트렸다.

“검, 검강이다!”

“진짜다! 진짜 검강이야!”

놀랍게도 화운이 쥔 검에서도 푸르스름한 기운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낭왕만큼 선명하지는 않았으나 분명 검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강기의 무공을 발휘할 수 있는 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중년 이상이었다.

그만큼 강기의 무공은 수많은 세월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화운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대단히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공청석유와 인형설삼으로 환골탈태를 한 데다 이무기의 내단이 지닌 영력을 공력화한 화운에게 무작정 공력을 쏟아부어 강기를 일으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강기를 자유자재로 발현하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효율적으로 일으키려면 아직 멀었다.

나아가 강기를 날리고, 더 나아가 파괴력이 더욱 강하다는 강환을 발휘하려면 한참 더 수련해야만 한다.

“이, 이익!”

낭왕의 볼 살이 푸들거렸다.

눈에서는 섬뜩한 살광이 폭사하였다.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는 살의의 폭발이었다.

“그래, 죽어보자고!”

지금의 무위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에 기쁨을 금치 못한 화운이 검을 들어 올리며 공공무영비를 펼쳤다.

쓔-욱!

화운의 신형이 전광석화처럼 쏘아졌다.

빨랐고, 당찼다.

두려움이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쓰아아아아악!

낭왕의 구환도가 움직였다.

힘으로 밀어붙이려던 이전과는 다르다.

움직임에 격식이 있다.

상대의 공격을 참하고 물러설 공간까지 노린다.

붉은 섬광이 어지럽게 난도질 한다.

혈염도(血染刀)다.

오늘의 낭왕을 만들어준 성명절학이다.

꽈-앙!

강하게 격돌했다.

혈염도는 일격보다 이격이 무섭고, 이격보다 삼격이 더 무섭다.

쓰카아아아악!

매섭게 칼날을 휘젓는다.

화운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혼격, 사혼망, 사혼폭으로 이어지는 사혼구검의 검초들을 줄기차게 쏟아냈다.

카가가강! 카강! 쿠카과과광!

굉음이 잇달아 터진다.

쉬지 않고 부딪친다.

구환도가 발휘하는 혈염도의 공격이 갈수록 포악해진다.

화운은 사혼구검의 절초 사혼붕, 사혼혈, 사혼멸을 쉬지 않고 펼쳤다.

검강과 도강의 천둥 같은 격돌이 연이어졌다.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서 땀이 났지만, 화운은 가슴이 벅찰 정도로 신이 났다.

‘으흐흐흐! 끝내준다! 으하하하하!’

화운은 그동안 죽음의 반복을 통해 배우고 익혔던 검공을 신나게 펼쳤다.

이러다 힘이 다해 죽어도 상관없었다.

“형…….”

선우유성은 애가 탔다.

“……!”

선우세가주의 두 주먹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반드시, 저 아이는 반드시 살려야 하네.”

남궁검가주는 언제든 뛰어들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두 사람의 치열한 격전은 끝을 향해 치달았다.

츠아아악!

낭왕의 구환도가 무섭게 소용돌이치며 쏘아졌다.

혈염도의 마지막 초식 용권도참이다.

화운 역시 사혼구검의 마지막 검초를 펼쳤다.

사혼종극!

사혼구검의 끝이자 상대방의 끝을 알리는 검초.

화운의 검이 단 한 점을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 들어갔다.

콰-앙!

귀청을 먹먹하게 만드는 굉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화운은 자신의 가슴을 격타하는 아찔한 충격을 느꼈다.

격돌의 순간과 동시에 칼을 쥐지 않은 낭왕의 왼손이 발출한 장력이었다.

백전노장의 노련함이 사납게 날뛰는 신룡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신룡은 웃었다.

‘낭왕, 어쩌지? 당신이 감추어둔 수법을 알아버렸거든. 크흐흐흐흐!’

사납게 일어난 후폭풍이 주위를 휩쓰는 가운데 서로를 마주하고 선 두 사람.

화운은 아직은 낭왕에 비해 무위가 모자라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공공무영비가 있다.

피할 땐 피하고, 부딪칠 땐 부딪치고.

다시 싸운다면 최소한 그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낭왕에게는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화운은 힘겹게 들고 있던 검을 움직였다.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이윽고 화운의 검이 한 사람을 가리켰다.

구룡태자 북궁무결!

‘기다려라. 너의 시간으로는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북궁무결을 향해 히죽 웃은 화운은 고개만 돌려 낭왕을 봤다.

그리고 이죽거리는 투로 말했다.

“뭘 망설여, 븅신아!”

“이런 씹어 먹을 종자가!”

낭왕이 구환도를 득달같이 휘둘렀다.

남궁검가주와 선우세가주가 달려오는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번-쩍!

화운이 바라보는 세상이 빙글 돌았다.

‘하늘이 맑았……네!’

***

“내가 검마다! 걸리적거리지 마라!”

화운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었다.

화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황의인을 걷어찬 다음 검을 뽑아 머리 위쪽을 향해 휘둘렀다.

쾅!

화운의 머리위로 떨어지던 돌덩이가 박살이 나자 사납게 달려오던 백나찰이 깜짝 놀랐다.

화운은 푸르스름한 강기를 머금은 검을 늘어트린 채 백나찰을 쏘아보았다.

백나찰은 당황하여 쳐다보기만 했다.

화운은 백나찰의 두 눈을 찌를 듯 쏘아본 후 검을 집어넣었다.

이제 백나찰 정도는 눈빛만으로도 제압이 가능했다. 그간 도대체 얼마나 이 짓을 반복 하며 강해진 건지…….

화운은 검마가 앞서 들어간 암로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에 놀란 듯 걸음을 멈추었다.

‘어?’

화운은 너무 놀라 눈만 깜박였다.

‘이대로 가면…… 있을까?’

있다면 대박이다!

‘정말 있을까?’

정말 있다면 이건 미친 일이다.

‘있어야 하지 않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나름의 규칙성 같은 게 깨지지 않는다.

‘있다. 있어! 있을 거다!’

화운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도살자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화운은 암로를 향해 공공무영비를 펼쳤다.

검마의 경고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를 훌쩍 뛰어넘은 화운은 암로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쑤-칵!

전방의 천장에서부터 크게 반원을 그린 커다란 칼날이 날아왔다.

번-쩍!

어둠을 가르는 푸른빛.

검강을 발휘하여 커다란 칼날을 부숴버린 화운은 금세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선우유성의 목숨을 앗아갔던 기관이 나오자 중앙을 그대로 달리며 튀어나오는 칼날들을 벼락같은 검강으로 모조리 부숴 버렸다.

그리고 계속 달렸다.

암로가 끝이 나고 수직동굴이 나오자 그대로 뛰어내렸다.

바람이 옷자락을 찢을 듯 펄럭였고, 귀청이 윙윙 거렸다.

왼손을 뻗어 나선형의 계단이 나타날 때마다 난간을 붙잡듯이 하며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그렇게 수직동굴의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검마는 나선형의 계단을 따라 절반쯤 내려오고 있었다.

짧은 순간 검마와 눈이 마주쳤다. 검마의 얼굴에 약간의 당혹감이 스쳐갔지만 상관없었다.

화운은 제천지존릉을 향해 뛰었다.

중앙의 얼음기둥을 스쳐가는 순간 검을 휘둘러 단박에 부숴놓았다.

검마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음을 알았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있어야 해. 있을 거야!’

제천지존릉 앞에 당도한 화운은 손바닥으로 후려친 다음 개폐장치를 작동시켰다.

그르륵!

석문이 열리자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곧장 안쪽 석실까지 달려간 화운은 추모문 하단을 걷어찼다.

그르르르륵!

위쪽에 감추어져 있던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운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신형을 날려 통로로 들어갔다.

한참을 달리자 석조정자가 나타났다.

화운은 그 안으로 곧장 뛰어들었다.

“……!”

화운의 두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그의 눈앞에 공청석유와 인형설삼이 주인을 기다리듯 공손한 자세로 마련되어 있었다.

“크흐흐흐! 크핫하하하하!”

화운은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신나게 웃음을 터트렸다.

천하제일의 공력을 가지게 되었거늘 어찌 신나지 않을까.

화운은 맘껏 웃었다.

머리 셋 달린 이무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개의치 않고 신나게 웃었다.

검마가 당도했고 이어서 무영투까지 피칠갑을 한 채로 도착했다.

검마는 화운과 이무기를 보고는 무심히 경계했고, 무영투는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저, 저게 다 뭐야! 뭐 저렇게 커!”

화운은 두 사람을 향해 공청석유와 인형설삼이 든 자기병과 청옥함을 들어 보였다.

“있습니다! 있어! 이제 천하제일인은 접니다! 제가 천하제일인이라고요! 크핫하하하하하하!”

화운의 웃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원하는 만큼 공청석유와 인형설삼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이무기의 내단까지.

천하를 발아래 두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그리고 시간은 언제나 화운의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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