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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33화 (33/207)

#033. 다시 시작하다(1)

화운은 선우세가주와 선우유성의 육신을 수습한 다음 선우세가로 돌아갔다.

“가, 가주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크흐흑! 가주님!”

“소가주님! 으허헝!”

양 총관을 비롯한 선우세가의 사람들이 두 시신 앞에서 오열한 가운데 이옥영은 선우유성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흉수는 마도의 마경이라는 자인데, 천사련의 소련주와 결탁하여 일을 저질렀습니다.”

“어찌 하였느냐?”

이옥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천사련의 소련주와 그자를 보필하던 환사는 죽었습니다. 마경이란 자는 살려두었습니다.”

“왜냐?”

이옥영의 눈이 서슬 푸르게 변했다.

화운은 그 눈을 보면서 말했다.

“가주님과 유성이를 직접 죽인 놈이라 곱게 죽여 줄 수가 없어서입니다.”

“어찌 한 것이냐?”

“양팔을 뽑아 벌레처럼 꿈틀거리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옥영의 표정이 풀어졌다.

“잘했다. 고맙구나!”

“죄송합니다. 제가 함께 있었다면…….”

“네 탓이 아니다. 한 가문의 수장이라면 독할 줄 알아야 한다. 독하지 못하면 누구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 이도 저도 못 되면 혈족들과 따르는 사람들이 험한 꼴을 당하게 된다. 가주님은 이도 저도 아니었다. 유성이가 죽은 건 그 탓이다.”

화운은 할 말이 없어 고개만 떨구었다.

“운아, 가문을 세우게 되거든 네 식구들을 지키거라. 천하가 대수냐, 네 가족이 우선이지. 정도고 뭐고 따지지 말거라. 그 무엇보다 네 가족이 우선이다. 알겠느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화운이 대답한 순간이다.

이옥영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화운을 응시하다 스스로 천령개를 후려쳐 자진했다.

“숙모님!”

화운이 다급히 쓰러지는 이옥영을 안았다.

걸걸한 여장부여도 부군과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켰어야 했는데, 제가 지켰어야…….”

화운은 스스로 심장을 터트렸다.

***

만월이 뜬 밤 아래 화운은 두 눈을 번쩍 떴다.

새하얀 인영이 달빛 아래에서 검무를 추고 있었다.

화운은 곧장 신형을 날렸다.

어머니의 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던 이옥영이 자결하는 모습에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구룡태자! 마경! 죽여 버리겠다!”

검무를 추던 새하얀 인영이 깜짝 놀라 검무를 멈추고 사방을 경계할 정도로 천둥 같은 고함이었다.

화운은 순식간에 산 하나를 넘어갔다.

구룡태자는 제천마존의 비동 가까이에 있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도 그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시진(1시간) 정도 샅샅이 수색한 끝에 그들을 발견했다.

구룡태자 북궁무결과 신풍대도 사도강 그리고 흑야의 환사.

그들은 일백에 달하는 환사의 수하들을 이끌고 제천마존의 비동을 향해 오고 있는 중이었다.

화운은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허공에서 검멸을 펼쳤다.

“웬 놈이…… 헉?”

소리치던 환사가 기겁했다.

허공에서 검환 수십 개가 빗발치듯 쏟아졌기 때문이다.

“내가 신풍대도 사도강이다!”

사도강이 거대한 대도를 휘둘렀다.

환사는 흑야의 환신을 펼쳤고.

번-쩍!

가장 늦게 출수한 북궁무결의 새하얀 검강이 천지간을 가르며 가장 먼저 검멸과 부딪쳤다.

콰앙! 쾅쾅쾅! 콰콰콰콰콰!

지상이 쑥대밭이 되었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북궁무결과 사도강 그리고 환사가 흙먼지를 뚫고 솟구쳤다.

하지만 그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서 그들의 머리 위로.

죽음의 검공, 검멸이 다시 한번 쏟아지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쾅!

다시 한번 지상이 융단폭격을 받았다.

쿠웅!

땅거죽이 터지며 뿌옇게 치솟은 흙먼지를 뚫고 화운이 내리꽂혔다.

“내 분이 풀릴 때까지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 버리겠다!”

상처 입은 맹수처럼 울부짖은 화운은 허공으로 솟구쳐 사라졌다.

그에 따라 풀썩 일어난 바람이 흙먼지를 끌고 사라지자 북궁무결 등의 모습이 보였다.

떨어져 나간 팔다리는 누구의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운 가운데 북궁무결은 육신이 땅속으로 깊이 처박힌 채 붉은 피를 쉴 새 없이 토하고 있었다.

“누구……! 난……끄륵!”

마경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한바탕 피를 즐길 것을 생각하니 온 신경이 흥분으로 꿈틀거렸다.

“으흐흐흐! 머리통을 뽑고 허리를 찢어버려야지. 뜨거운 피비린내 으흐흐! 너무 좋아!”

마경이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웃을 때였다.

“마경! 찾았다!”

“엇! 누구냐!”

마경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순간 새파란 검환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콰콰콰콰콰콰쾅!

마경은 암흑대절을 펼치기도 전에 온몸이 벌집이 되어 땅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그리고 곧 화운의 두 발이 마경의 머리를 향해 벼락같이 내리 꽂혔다.

쿠-웅!

***

만월이 뜬 밤 아래 화운은 두 눈을 번쩍 떴다.

새하얀 인영이 달빛 아래에서 검무를 추고 있었다.

화운은 곧장 신형을 날렸다.

“구룡태자! 마경! 다시 간다!”

콰앙! 쾅쾅쾅! 콰콰콰콰콰!

지상이 쑥대밭이 되었다.

북궁무결과 사도강 그리고 환사가 흙먼지를 뚫고 솟구쳤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 위로.

죽음의 검공, 검멸이 다시 한번 쏟아졌다.

콰콰콰콰콰쾅!

다시 한번 지상이 융단폭격을 받았다.

쿠웅!

화운이 내리꽂혔다.

북궁무결은 처참하게 박살이 나서 땅속에 처박혔다.

“다시 오겠다!”

화운이 허공으로 솟구쳐 사라졌다.

“이, 이 꼴이 되었는데…… 또 와?”

북궁무결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피가 넘쳐흘렀다.

“마경!”

“엇! 누구냐!”

마경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파란 검환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콰콰콰콰콰콰쾅!

마경은 벌집이 되어 땅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쿠-웅!

화운의 두 발이 마경의 머리를 향해 벼락같이 내리 꽂혔다.

마경은 즉사했다.

“아직이다!”

화운은 스스로 심장을 터트렸다.

쿠웅!

화운이 내리꽂혔다.

북궁무결은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아직이다! 또 오겠다!”

화운이 허공으로 솟구쳐 사라졌다.

“또……?”

북궁무결이 핏물과 함께 토해냈다.

“마경!”

“엇! 누구냐!”

마경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순간 화운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꽈앙!

마경이 쪼개진 장작처럼 튕겨져 날아갔다.

공공무영비를 펼친 화운이 따라붙었다.

“암흑대절을 보여주마!”

마경의 몸이 검게 물들었다.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검은 기운으로 충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화운이 새파란 빛으로 날름거리는 검을 휘둘렀다.

꽝!

마경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암흑대절을 펼쳤음에도 전신이 부서지듯 아팠기 때문이다.

검멸!

화운은 검신에 고리모양의 검환을 잔뜩 일으킨 채 검을 휘둘렀다.

멀리서보면 검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차원이 다른 검멸이었던 것이다.

꽝꽝꽝꽝꽝꽝꽝꽝!

화운이 무자비하게 검을 휘둘렀다.

마경은 정신없이 맞았다.

암흑대절을 일으킨 것이 더 문제가 되었다.

베어지거나 부서지지 않으니 몇 번이나 죽고도 남을 정도로 두들겨맞은 것이다.

“꾸엑!”

결국 마경이 나동그라졌다.

화운은 그의 머리통을 밟아버렸다.

“이제야 좀 풀리는구나!”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반복했다.

그들의 죽음에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으려고 하자 그만두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쾌도난마처럼 단칼에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나씩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부터 처리하고, 나중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여 미리 움직여야 한다.

구룡태자와 마경 그리고 소패룡!

니들 나한테 딱 걸렸다.

그러나 니들의 작당질을 막지는 않겠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니들이 벌여놓은 판, 내가 먹어버리겠다.

만월이 뜬 밤 아래 화운은 두 눈을 번쩍 떴다.

새하얀 인영이 달빛 아래에서 검무를 추고 있었다.

그녀의 검무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거기에 정신 팔 수가 없다.

화운은 곧바로 땅을 박차고 자리를 떴다.

순간 검무를 멈춘 백리연이 화운이 사라진 자리를 돌아봤으나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옅은 어둠뿐이었다.

제천마존을 만났던 곳으로 들어간 화운은 경천보패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선우세가가 있는 절강성으로 달려갔다.

이전에 갈 땐 풍광을 감상하며 여유 있게 갔지만, 이번엔 전력으로 달렸다.

선우세가에 도착하자마자 이옥영의 거처로 간 화운은 그녀에게 공청석유 두 방울을 복용시켰다.

“숙모님, 우문검가가 풍어제를 노리고 있습니다. 선우세가의 이름을 완전히 짓밟기 위해섭니다. 그냥 짓밟혀 주십시오. 선주들도 돌아섰고, 다 돌아섰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그 대신 하루 세 끼 식사 잘 챙겨 드시고 귀를 활짝 열고 기다리십시오. 저 멀리 호남에서부터 유성이와 선우세가의 이름이 천하를 뒤흔들게 될 겁니다.”

이옥영이 건강을 되찾고 일어나자 그 같이 말하고는 선우세가를 떠났다.

***

며칠이 지났다.

무너진 비동은 뚫을 수가 없고 주위를 수색하여도 다른 출구가 없어 정파진영은 홀로 들어갔다는 정체불명의 청년이 죽었을 거라고 잠정 결론지었다.

애초 장보도가 나돌 때부터 의구심을 가졌던 정파는 제천마존의 유물이 있을 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차라리 잘 되었다며 철수를 결정하였다.

“며칠 신세 좀 지세. 간만에 항주 나들이 좀 하고 싶네.”

남궁검가주가 선우세가주를 찾아왔다.

남궁검가의 가주라는 자리가 며칠이나 자리를 비워도 될 만큼 한가하진 않다. 게다가 이곳 비동 때문에 열흘 이상을 떠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선우세가에서 며칠을 보내고 싶다고 한 건 막역지우인 선우세가주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다.

몰락하고 있는 선우세가이지만 가까운 곳에 남궁검가가 있다.

선우세가를 넘보려거든 남궁검가 역시 함께 넘봐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 그런 경고를 하려는 것이다.

선우세가주는 남궁검가주의 그런 마음 씀씀이를 알아차렸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

사내들끼리는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지 시시콜콜 입에 담지 않는 법이니까.

“간만에 소흥황주(紹興黃酒)를 대접함세.”

절강성 소흥 일대에서 나는 소흥주는 역사가 워낙 오래되어 명주 대접을 받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소흥황주다.

무인은 정신이 늘 맑아야 한다는 주관 때문에 독주를 멀리하는 남궁검가주여서 독하지 않은 소흥황주를 좋아했다.

선우세가를 방문할 때면 말린 매실을 안주 삼아 마시곤 했다.

“이거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 걸.”

“본가는 대충 출발할 준비가 끝난 것 같은데 남궁검가는 어떤가?”

“준비되는 대로 이리로 사람을 보내라고 해두었네.”

“현이에게 맡긴 겐가?”

“이제 인솔하는 법을 배울 때도 되었으니까.”

“부럽군.”

“대개 부모들은 둘 중 하나라더군. 자식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괜한 걱정에 낮추어 본다는 거지. 아무래도 자네는 후자인 것 같네.”

“유성이가 현이의 반만 되어도…….”

“틀렸네. 유성이는 결코 모자라지 않네. 자네가 신뢰를 하지 않고 기회를 주지 않으니까 자꾸만 위축이 된 것이지.”

“…….”

“자네가 믿어주면 무슨 일이든 보란 듯이 해낼 것이네.”

“믿음이 가야 믿어주지.”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믿음을 먹고 성장한다는 말도 못 들어봤나?”

“금시초문이네.”

“이런…… 태중에는 뭘 한 겐가? 태교에 관한 서책만 몇 권 보아도 다 나와 있거늘.”

제아무리 무뚝뚝한 사내라도 태중에는 아기에 대해 관심을 갖기 마련이라 태교에 관한 서책 한 권쯤은 찾아본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태교에 관한 서책에는 유년기의 성장에 대해 한두 줄씩은 첨언되어 있다.

“바빴네.”

“허!”

남궁검가주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출발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직접 찾아와 보고한 남궁현은 선우세가주를 향해서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숙부님, 이제 가면 또 언제 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그때까지 선우세가에 머물 생각이다.”

남궁검가주가 남궁현의 말을 잘랐다.

“절강으로 갑니까?”

남궁현이 기대에 차서 물었다.

“오냐! 간만에 선우세가의 곳간이나 잔뜩 축내고 가자구나!”

“존명! 본가의 가신들에게 절강으로 갈 거라는 가주님의 엄명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남궁현이 신이 나서 돌아갔다.

그 모습에 저쪽에 있던 선우유성이 궁금한 얼굴로 쳐다보았으나 다가오지는 않았다.

“유성이를 보게나. 정상적이라면 이리 와서 물었어야 하네. 무슨 일이냐고, 어찌하여 현이가 저리 신이 났는지 묻는 게 정상이네. 가까워야 할 부자지간이 이토록 멀어서야…… 쯧쯧쯧!”

남궁검가주는 혀를 찼고 선우세가주는 복잡하게 일그러진 눈길로 선우유성을 응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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