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셋으로 무림지존-83화 (83/207)

#083. 연혼팔검

평산채주 여평.

그는 본신절학인 폭렬부라는 도끼질만큼이나 잔인하기로 유명했다.

한번 꼭지가 돌면 보이는 게 없어 부하고 뭐고 화가 풀릴 때까지 피떡을 만들기 일쑤였다.

지켜보는 수하들의 손발이 다 떨릴 정도로 무자비하게 짓이겨 버린다.

그럼에도 그의 산채에 백오십이 넘을 정도로 산적들이 넘쳐나는 건 그에 대한 한 가지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녹림의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산적으로서의 부업도 결코 빠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녹림의 본업이 산을 넘어가는 이들로부터 통행세를 받는 것이라면, 산적으로서의 부업은 약탈과 방화 그리고 겁간이다.

“사정대전은 무슨! 죽어 나가는 건 우리고, 챙기는 건 지들인 싸움을 왜 해? 가만히 있어도 따박따박 돈 들어오지. 몸이 근질거릴 때마다 한 번씩 도끼질 좀 하고 육봉 좀 쑤시고 오면 이보다 더 좋은 세상도 없는데. 안 그러냐!”

“맞습니다. 녹림왕께서 녹림을 천사련에 가입시킨 건 암만 생각해 봐도 잘못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얼굴에 반점이 크게 있어 점박이라 불리는 놈이 딴에는 잘 보이고 싶어 말을 받았는데, 그것이 그만 여평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야, 이 산돼지 똥구멍 같은 새끼야!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총채주가 여기서 왜 나와? 설사 그분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믿어주는 게 바로 아랫것들의 도리라는 것도 모르냐!”

“잘못했습니다, 채주님!”

“이 새끼 이거 오늘만 아니었으면 주둥일 찢어버리는 건데.”

여평의 눈이 번들거리자 잔뜩 움츠린 점박이가 갑자기 손을 뻗어 전방을 가리켰다.

“채주님 저기 보십시오!”

“뭐? 뭘 보라고 씹어 먹을 새끼야!”

“저기 길에 말입니다.”

여평이 점박이의 손길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산을 넘어온 자신들 앞쪽에 길이 있었다. 그 리고 그 길을 따라 저만큼 앞에서 이동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천하태평인 모습으로 길을 가고 있는 네 놈들.

아니다.

네 연놈들이다!

“여자다!”

산적들 중의 하나가 소리친 순간.

“전채다! 계집은 손가락도 대지 말고 사내새끼들은 족쳐라!”

여평이 명령을 내렸다.

그는 길 위의 먹잇감들을 보자마자 주요리를 해치우기 전의 전채요리를 떠올렸다.

대륙전장이라는 일생일대의 약탈을 앞두고 있으니, 수하들이 피맛을 보면 더 흥분하고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라! 가! 가서 계집 빼고 모조리 죽여라!”

여평의 명령이 떨어지자 산적들이 득달같이 달려갔다.

상대는 넷뿐인데 사십에 가까운 숫자가 몰려갔다.

채주의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오, 저 계집. 서 있는 자태만 봐도 끝내줄 것 같지 않습니까? 채주님 미리 축하드립니다.”

“점박이 니 눈에도 그리 보이냐?”

“그리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충정입니다요.”

“산돼지 콧구멍 같은 새끼, 그렇게 적당히만 킁킁거려라. 얼마나 좋냐.”

“예, 예. 꼭 그렇게 하면서 살겠습니다.”

점박이가 콧구멍으로 승진한 순간이었다.

우르르 몰려갔던 산적들이 썩은 짚단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엇?”

여평이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몰려간 수하들의 모습에 연놈들이 가려졌다 싶은 순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몇 놈마저 쓰러지고 나자 땅 위에 서있는 자는 그 연놈들뿐이다.

“채, 채주······!”

“놔도 봤어, 똥구멍 같은 새끼야!”

여평이 당혹한 얼굴로 소리칠 때였다.

네 명 중의 한 놈이 움직이는 것 같더니 돌연 사라졌다.

“······!”

“어, 어어?”

여평이 두 눈을 부릅뜨고 점박이가 경악하여 내뱉은 순간.

“니들 녹림의 산적이냐?”

차갑지도, 격하지도 않은 평범한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렸다.

여평이 기겁하면서도 채주답게 반사적으로 허리춤에서 도끼를 뽑아 휘두른 순간.

쇳덩이가 발목을 후려치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여평의 몸이 와락 기울어지며 붕 떠올랐다.

여평은 넘어가는 와중에도 이게 다 무슨 조화냐는 얼굴로 눈을 치떴다.

그런 그의 눈에 손바닥이 확 달려들었다.

빡!

옆으로 크게 기울어지고 있던 여평의 머리부터 땅바닥에 냅다 처박혔다.

채주 여평이 싸움도 못해보고 쓰러지자 후미에 있던 산적들은 냅다 도망쳤고, 가까이에 있던 산적들은 그 자리에 냉큼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십시오!”

점박이가 소리쳐 애원했다.

“녹림의 산적들이 좋은 일을 하려고 잔뜩 몰려다닐 일은 없을 테고, 뭐냐? 무슨 짓을 하려고 가는 길이냐? 거짓 한 번에 팔다리 하나씩 자를 거니까, 잘 생각해 보고 말해.”

염라왕 같은 존재의 점점 더 차가워지는 목소리에 점박이는 생각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대륙전장을 약탈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개봉의 대륙전장?”

“그렇습니다. 뇌공량이 음산노괴와 함께하는 작업이니 저희 산채가 한바탕 난리를 쳐주면 대륙전장의 창고를 맘껏 털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숫자가 얼마나 돼?”

“좀 전에 도망친 게 전부입니다.”

“아니. 뇌공량이라는 자가 있는 쪽 말이야.”

“오십이 넘은 걸로 압니다.”

“뇌공량과 음산노괴 말고 고수가 또 누가 있지?”

“그 둘이 젤 강한 걸로 압니다요.”

점박이가 넙죽 엎드린 채 자신이 아는 바를 죄다 아뢨다.

그런데 그 후로는 한차례 세찬 바람이 일어난 것 말고는 그 어떤 물음도 없었다.

점박이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보았다.

없었다.

염라왕 같은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좀 더 들고 보니 멀리 네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보였다.

“살, 살았다.”

점박이는 엎드린 채 뒤돌아 열심히 기기 시작했다.

혼절해 버린 채주 여평을 내버려두고.

“뇌공량이란 자와 음산노괴에 대해 아는 사람?”

화운이 물었다.

“뇌공량이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고요. 음산노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음산노괴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여 무리를 짓지 않아 사파 내에서는 영향력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낭왕이나 녹림왕과 동급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지, 본 실력은 그 윗줄이라고 들었습니다.”

남궁현이 대답했다.

화운은 백리연과 선우유성을 돌아봤다.

“현이가 말한 정도로 알고 있어요. 뇌공량이란 사람은 들어본 적 없고요.”

“형, 나도 더 아는 건 없어.”

“근데 그자들은 어찌 묻는 건가요?”

백리연이 물었다.

화운은 그들이 대륙전장을 약탈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말 간 큰 자들이군요. 대륙전장엔 백의대도 있고, 식객으로 있는 분들도 상당히 고강한 분들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대신 확실한 약점이 있지요.”

“약점이요?”

“이번에 보았잖습니까. 이화태양종조차 수련이를 납치하지 않았습니까. 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요.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대륙전장의 일족들 전부를 지켜야하니 적들을 압도할 정도가 아니면 깨나 애를 먹을 겁니다. 더군다나 음산노괴 같은 고수가 끼어 있다면 비슷한 실력자가 둘은 있어야 할 텐데, 뇌공량이라는 자도 음산노괴 못지않게 강한 모양입니다.”

“그럼 큰일이잖아요?”

“스승님이 변수일 겁니다.”

“아! 검마대협이 가셨으니 문제없겠군요.”

“스승님의 실력이면 낭왕 같은 자가 네다섯이라도 문제없습니다. 한데······.”

“왜요?”

“스승님의 내상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화운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백리연은 화운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빨리 가봐야겠군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해서 말인데 먼저 갈 테니까 백리 소저께서 이 두 녀석을 데리고 대륙전장으로 오십시오.”

“예. 우린 염려 말고 먼저 가세요.”

“형, 우린 걱정 말고 먼저 가.”

“얼른 가보십시오.”

화운은 세 사람을 둘러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매 삶마다 동분서주 하느라 세 사람을 자꾸만 방치하곤 했다.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해놓고도 말이다.

‘세상 이치가 그런 건가? 하나를 가지려면 하나를 놓아야 하는······. 아니, 난 어느 하나도 놓지 않겠다! 끝까지!’

화운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까. 곧장 오도록 해.”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화운은 땅을 박차고 경신술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사라졌다.

***

개봉 대륙전장 정문 앞.

사십에 가까운 시체가 참혹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팔다리가 잘리거나 목이 떨어져 나간 시체들.

그 한복판에 검은 머리의 노인이 검을 비껴든 채 우뚝 서 있다.

“검마······.”

뇌공량이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검마를 이제야 알아본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검마의 검은 여전히 매섭구나. 끌끌끌!”

음산노괴가 웃었다.

바로 이때 대륙전장 안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정문 앞에서 싸우는 소리에 놀라 달려 나온 모양이었다.

“아가씨!”

“아가씨께서 돌아오셨다!”

화수련을 발견하고 그녀를 에워싸며 소리친 자들은 하나같이 병기를 든 자들이다.

하지만 딱 봐도 장원의 경비나 설 삼류의 무위에 불과해 보였다.

백의대와 죽림원의 식객으로 여겨지는 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 스물이 남았고, 음산노괴가 있으니 검마만 해치우면 달라질 게 없어!’

뇌공량이 그런 생각을 할 때다.

“수련이가 돌아왔다고? 어디, 어디에 있느냐······ 수련아!”

호호백발에 풍채 좋은 노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와 화수련을 와락 끌어안았다.

“이 녀석 살아왔구나!”

눈매가 화수련과 꼭 닮아 보이는 중년인도 함께 나와 화수련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할아버지! 아빠! 저기, 검마 할아버지가 절 구해주셨어요. 근데 저 사람들이 또······.”

화수련이 서로 대치하고 서 있는 검마와 뇌공량 등을 가리켰다.

“감사하외다, 정말 감사하오!”

대륙전장의 장주인 화경천이 검마의 등을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

그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화수련이 무사하다는 게 중요했지, 검마라는 별호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때 검마가 고개만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시오.”

“아니오, 아니외다. 은공께서 악적들과 싸우고 있거늘 어찌 우리만 들어갈 수 있단 말이오. 뭣들하느냐! 은공과 함께 악적들을 처단하지 않고!”

화경천이 외친 순간이다.

검마가 검을 크게 움직이며 말했다.

“걸리적거린다. 거기서 수련이나 지켜라.”

검마의 단호한 외침에 대륙전장의 무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화경천을 쳐다봤다.

“은공의 말씀을 따르거라.”

대륙전장의 무인들은 검마의 수 걸음 뒤로 늘어서서 대륙전장 일가의 앞을 막는 대열을 갖추었다.

그래봐야 삼십여 명에 불과한 삼류무인들이었다.

“끌끌끌! 말년에 천하제일거부인 대륙전장을 털었다는 이름이나 남기려고 했더니, 검마를 보게 될 줄이야.”

음산노괴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뇌공량은 남아 있는 이십여 명을 자신 쪽으로 불러 모았다.

“내가 신호하면 대륙전장을 곧장 친다.”

뇌공량의 말에 모두들 눈을 시퍼렇게 뜨며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뇌공량은 음산노괴와 검마를 예의주시했다.

여차하면 끼어들어 검마부터 확실하게 죽일 생각인 것이다.

“검마, 검마, 검마!”

음산노괴가 이죽거리며 멈췄다.

검마와의 거리는 이제 삼십여 보다.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기에 충분한.

“역시 내상을 입었구려.”

음산노괴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평소라면 굳이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을 상대였으나 오늘 만은 다르다.

검마의 몸이 정상이 아니니까.

검마는 대꾸하지 않았다.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검을 늘어트린 채 음산노괴만 응시할 뿐이다.

그에 음산노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검마의 성정이라면 진즉 검강을 날리고도 남았을 것인데, 지금까지도 가만히 있다는 건 내상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쪽이나 나나 모난 성격이어서 천하를 홀로 떠돌았는데, 그래도 말년의 운수는 이 몸이 더 좋은 모양이오. 이렇게 천하의 검마를 다 내 손으로 죽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오. 아니 그렇소?”

음산노괴가 마지막 선을 넘으며 도발했다.

그에 검마의 눈초리가 가늘어진 순간.

“늙은이, 틀렸다.”

화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늦지 않게 당도한 것이다.

화운은 수십 장 떨어진 곳에서부터는 속도를 줄이고 조용히 달려왔다.

검마가 거뜬히 상대하고 있으면 끼어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일 수도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도착해서 살펴보니 검마의 상태가 가히 좋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검을 들고 서 있지만, 몸 안의 내력이 흐트러진 상태였다.

그래서 나선 것이다.

“웬 놈이냐?”

음산노괴가 살짝 경계하는 빛으로 물었다.

화운은 대답도 않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검마의 뒤에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자의 도리로 감히 끼어들어야겠습니다.”

“제자? 제자라고? 검마께서 제자도 거두셨소?”

음산노괴가 황당한 빛으로 물었다.

그러다 곧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수십 년 동안 천하를 홀로 떠돌다 사제랑 나란히 죽게 되었으니 더 이상 외롭진 않겠소! 푸하하하하!”

“또 틀렸다. 오늘 죽는 건 늙은이고, 말년의 운수가 더러운 것도 늙은이고, 죽어서도 계속 외로울 것도 늙은이다!”

화운이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음산노괴가 웃음을 뚝 그쳤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버르장머리 없게 키우셨소이다.”

“늙은이가 뚫어진 주둥이라고······.”

“물러나라.”

검마가 화운을 제지했다.

화운은 염려스런 얼굴로 돌아봤다.

역시나 검마는 싸움을 맡길 생각이 없다.

자신에게 맡긴다면 간단히 끝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말이다.

“무리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연혼팔검.”

“예?”

“배울 필요는 없을 거다만, 봐두면 도움은 될 거다.”

연혼팔검은 살검이자 감각의 검이다. 공력의 힘으로 상대를 부수는 것이 아닌 찰나의 순간에 생기는 생사의 간극을 찾아 베는 것이다.

감각적으로, 본능적으로 그리고 검에 충만한 살의로.

화운 정도 되는 고수라면 감각의 살검을 굳이 익힐 필요는 없다.

그래서 다른 시간 속의 삶에서는 검마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하지만 화운이 지금의 무위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자 한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검끝에 충만한 살의라는 건 쇠붙이일 뿐인 검끝에 살기가 맺힌다는 게 아니니까.

검끝 너머를 꿰뚫어보는 심안에 살의가 맺히는 것이니까.

그렇다.

감각의 살검은 곧 심안을 여는 길.

검마가 보여주고 싶은 건 바로 그것이다.

“아······!”

화운은 검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연혼팔검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검마의 마음만은 느낄 수 있었다.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다.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다.

-고달프구나. 너의 삶도.

화운은 검마가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측은지심.

어쩌면 화운이 억지로 꿰맞춘 사제지간이라는 허울이 아니라 삶을 앞서 간 노인으로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한참 어린 후인에게 도움을 베풀고 싶은 것이리라.

“감사히 배우겠습니다.”

화운의 말에 검마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음산노괴를 향해 검을 들었다.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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