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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103화 (103/207)

#103. 무척 신경 쓰이나 봅니다

신마대전!

혜능선사를 따라 보게 된 광경은 신과 마의 전쟁이었다.

혜능선사가 달마를 따라 보게 되었다는 바로 그 전쟁.

화운이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그 전쟁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대지를 뒤덮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악마와 마귀들 그리고 그에 맞서는 팔대금강신.

악마와 마귀들의 공세는 섬뜩했고, 팔대금강신들은 위대했다.

그리고 마신 아수라.

여섯 개의 팔을 가진 아수라는 세 명의 금강신을 맞아 압도하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금강신들이 인간들의 무공과는 차원이 다른 신위를 발휘하고 있었음에도 아수라의 마력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쿠-웅!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마신 아수라를 찍었다.

놀랍게도 아수라의 팔다리가 떨어지고 육신이 갈라져 버렸다.

하지만 더 놀라운 광경은 이후에 벌어졌다.

아수라의 미간이 갈라지며 또 하나의 눈이 떠졌다.

미간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오색찬란한 빛의 세 번째 눈알.

화운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경천보패!’

경천보패가 틀림없었다.

화운이 경천보패임을 확신한 순간 오색의 광휘가 아수라의 미간에서 뿜어지더니 걸레처럼 찢어졌던 그의 육신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쿠-웅!

다시 한번 빛의 기둥이 내리꽂혔다.

하지만 마신 아수라는 그곳에 없었다.

화운은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까마득한 하늘 위.

마신 아수라는 어느새 공간을 이동하여 두 눈이 인지할 수 없는 높이에서 천상을 향해 솟구치고 있었다.

‘천계에 오를 수 있다는 그 힘인가?’

화운이 금세 아수라조차 사라져버린 천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시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오.”

혜능선사의 주의가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넋조차 나가고 말았으리라.

화들짝 정신을 차린 화운은 그때부터 금강신들이 발휘하고 있는 신위와 그 신위를 발휘하기 위해 요동치고 있는 금강신들의 신력의 기동에 집중했다.

인간들의 무공과는 차원이 다른 신위였으나 기본적인 이치는 같았다.

무공의 내력처럼 신위를 발휘하기 위한 신력의 기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운은 그 신력의 기동을 최대한 많이 보고 오랫동안 보고자 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시주, 빈승이 남긴 금강부동은 불자로서 보고 느낀 것에 불과하오. 불법에 귀의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빈승의 뒤를 따를 필요는 없을 것이오.”

혜능선사가 마지막으로 해준 말이었는데, 그 말이 화운의 머릿속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창문을 넘어 쏟아져 들어온 햇살이 화운의 얼굴을 눈부시게 비출 때까지도 눈을 뜰 줄을 몰랐다.

먼저 일어난 초백이 자리를 뜨고 한참이 지났으나 눈을 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백리연과 선우유성 그리고 남궁현은 화운의 곁을 지켰다.

화운의 상념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바람마저도 막아버리겠다는 태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 정오가 되었다.

이대로 영영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화운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가늘면서도 긴 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곧 천천히 몸을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선우유성이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늘 그렇지만 말보다는 얼굴로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는 선우유성이었다.

“걱정했구나?”

“괜찮은 거야?”

“그래, 괜찮다.”

“괜찮은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남궁현이 뜬금없이 실망의 기색을 드러냈다.

화운은 물론이고 백리연과 선우유성도 의아하여 쳐다봤다.

그러자 남궁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쩌면 다시없을 기회 같은데 한 층 더 높은 깨달음을 얻지 못했잖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선우유성이 물었다.

“그렇잖아. 대주형님 정도 되면 뭔가 깨달음을 얻을 때 신광이 폭발하거나 육신이 수 장 높이로 둥실 떠오르거나 머리를 뚫고 뿜어져 나온 빛이 연꽃을 피우고 뱀이나 용의 형상을 만들고 막 그래야 하는 거잖아. 근데 좀 전에 봤지?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게 무슨 뜻이겠어? 달라진 게 없다는 거잖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아 모두들 화운을 쳐다봤다.

화운은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내 말이 맞지요?”

남궁현이 대놓고 물었다.

달라진 게 없다는 말.

남궁현이야 지금 화운의 무위가 더 강해지지 않은 것 같다는 의미로 한 것이겠지만, 그 말이 맞았다.

달라진 게 없다.

마신 아수라가 세 명의 금강신들을 압도하는 광경을 보고 말았으니까.

자신이 금강부동을 깨우쳐도 아수라의 힘을 얻은 천마를 어찌 능가하겠는가.

‘그래, 달라진 게 없다. 계속 방법을 찾아야지. 나만의 금강부동을 찾아내고 그 걸로도 안 된다면 더 강한 뭔가를 찾아야지.’

화운은 모두를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신 아수라가 세 명의 금강신들을 압도하였으나 그들을 죽이지도 못했다.

그러니 아직은 낙담할 것까지는 없다.

“필요한 만큼 보았고, 필요한 만큼 이해했다. 그리고 현아.”

“예?”

“난 니가 말한 그런 현상을 보여줄 단계는 이미 지났다.”

“예에?”

놀라는 남궁현을 두고 화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백 어르신은?”

“한참 전에 일어나셨어.”

선우유성의 대답에 화운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그 뒤를 따라갔다.

모산파의 경내는 꽤 넓었다.

그럼에도 화운은 초백을 곧바로 찾아갔다. 그의 기운을 감지하여 찾아간 것이다.

초백은 산문 앞을 빗자루로 쓸고 있었다.

“그래, 원하던 건 얻었느냐?”

초백이 화운에게 물었다.

“예.”

화운은 그저 짤막하게 대답했다.

묻는 초백이 자세한 설명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아서다.

“그럼 되었다.”

그것으로 끝이다.

더는 묻지 않았고, 훈계나 당부의 말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네 사람을 한 차례 쓱 훑어보더니 다시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만 내려들 가. 인연이 있으면 또 볼 거고, 아니면 말겠지.”

“감사합니다. 항상 강녕하십시오.”

화운을 비롯한 네 사람은 공손히 예를 올리며 작별을 고한 후 돌아섰다.

네 사람이 저만큼 멀어지자 초백이 빗질을 멈추고 바라봤다.

“망할 놈들! 늙은이 마음만 싱숭생숭하게 만들어 놓고 가네.”

초백은 고상한 선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을마다 한 분씩 있을 법한 꼬장꼬장한 노인 같은 모습에 가깝지만 왠지 그래서 더 모산파를 홀로 지키고 있는 초백다웠다.

***

절강성 항주.

화운을 비롯한 신풍대원들이 항주에 들어선 건 다음 날 정오가 지나갈 무렵이었다.

선우유성은 세 달 만에 걸어보는 항주 거리여서 기분이 남달랐다.

일신의 무공이 강해지니 걷는 걸음마다 자신감이 넘쳐났다.

예전엔 부친과 함께 항주 거리를 걸을 땐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많아지면 고개를 돌려 버리곤 했는데, 지금은 다른 곳을 구경하다가도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곤 했다.

그러나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단박에 선우유성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부친과의 동행이 아니면 세가에 틀어박혀 지내다시피 했던 데다 탈태환골을 하면서 외모가 많이 달려져서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 항주가 이렇게 멋진 도시였다니!”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로와 수로를 건너는 돌다리들 그리고 수로를 따라 지어진 고풍스런 전각들까지.

보보마다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래, 많이 감탄해라. 항주가 진짜 멋진 도시인 건 사실이니까.”

남궁현이 웃으며 말했다.

알고 보면 선우유성의 지금 모습은 서글픈 것이었다.

선우세가의 몰락으로 인한 여파 중의 하나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문의 몰락으로 세가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꺼려했을 정도로 선우유성이 많이 위축되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화운 덕분에 충분히 강해졌고 자신감도 넘쳐났다. 선우세가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그래서 남궁현은 제 일처럼 기뻤다.

“그래, 진짜 멋지다. 그래도 지금은 빨리 집에 가야 해. 형!”

“어.”

“엄마가 병상에서 일어나셨다고 했지?”

“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당연한 일이다.”

“형, 나 먼저 가 봐도 돼?”

항주 거리에 들어선지 이제 반각이다.

벌써 마음은 선우세가에 가 있나보다. 하긴 항주에 들어서기 전부터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으니까 많이 참은 걸 거다.

“언제 달려가나 했다.”

“형, 먼저 갈게. 누나, 현아! 세가에서 봐.”

대답도 듣기 전에 경신술을 발휘하여 질풍처럼 달려가고 있다.

그 모습에 자연 미소가 지어지는 세 사람이었다.

선우세가 정문.

멀리서 질풍처럼 질주해오고 있는 인영이 보이자 선우세가의 정문을 지키던 무인들이 당황했다.

“저, 저기!”

“뭐지? 습격인가?”

“한 사람인데?”

“어? 그러네. 습격하는 자가, 그것도 혼자서 저기서부터 돌진해올 리가 없겠지?”

“그럼 누구지? 왜 저렇게 달려오는 거지?”

검자루를 움켜쥐고 잔뜩 경계하는 동안 어느새 코앞까지 들이닥친 인영이 우뚝 멈추었다.

“······!”

“······!”

괴인을 코앞에서 보게 된 선우세가의 무인들은 눈을 부릅떴다.

“소가주님?”

“맞아요. 잘 지냈어요?”

선우유성이 빙긋 웃었다.

그러더니 두 사람이 채 기뻐하기도 전에 세가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엄마부터 뵈러 가요.”

그야말로 한바탕 돌풍이 들이닥쳤다가 사라진 것 같았다.

선우세가의 무인들은 서로를 돌아봤다.

“진, 진짜지?”

“방금 그 경신 봤나?”

“얼굴은 또 어떻고! 진짜 헌헌장부가 되셨어!”

선우세가의 무인들은 기쁨에 찬 표정을 지으며 선우유성이 뛰어 들어간 정문을 응시했다.

“어마! 깜짝이야! 누구세요?”

느닷없이 건장한 사내가 바람처럼 들이닥치자 시비 소추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엇! 미안.”

선우유성이 재빨리 다가가 손을 잡아 일으켜주자 얼떨결에 일어난 소추는 빤히 쳐다보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치떴다.

“소, 소가주님?”

“응, 나야. 엄마 안에 계셔?”

“뒤, 뒤뜰에!”

소추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대답한 순간 선우유성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내, 내가 뭘 본 거지?”

너무나 잘생긴 사내가 자신을 소가주라고 하니 소추는 믿어지지가 않는 모양인지 제 볼을 꼬집었다.

“아얏!”

바람처럼 달려간 선우유성이 뒤뜰에서 우뚝 멈춘 순간 새하얀 무복 옷차림의 이옥영이 빙글 돌아서며 검끝을 겨누었다.

“······!”

검끝에 보이는 얼굴.

분명 아들의 얼굴이다.

제아무리 살이 빠졌어도 자식의 얼굴을 몰라볼까!

이옥영의 눈빛이 크게 흔들린 순간.

“엄마!”

선우유성이 달려왔다.

이옥영은 수중의 검을 던져버리고 두 팔을 벌렸다.

“오냐, 내 새끼!”

두 사람은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선우유성의 훤칠한 체격에 이옥영이 파묻히다시피 했다.

“정말 일어나셨네요!”

“오냐, 오냐. 운이가 약을 주었단다. 내 새끼 이게 얼마만에 안아보는 것이냐!”

“모르겠어요. 몰라. 앞으로는 매일 매일 안아드릴게요!”

“그래, 그래. 그러자꾸나.”

두 사람은 격정에 잠겨 한참을 끌어안았다.

얼굴을 들여다보고 다시 끌어안기를 반복했다.

이옥영이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만 있었던 터라 건강을 되찾은 지금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젠 정말 장부가 되었구나. 어쩜 이렇게 얼굴까지 멋지게 달라졌을까.”

이옥영은 탈피라도 한 것 같은 아들의 달라진 외모에 더욱 기쁨이 넘쳤다.

“헤헤, 형 덕분에 탈태환골을 했어요.”

“녀석, 이 덩치에 헤헤가 뭐냐! 호탕하게 하하하! 하고 웃어야지.”

이옥영은 선우유성이 말한 탈태환골을 그저 과장해서 한 말 정도로 여겼다.

“하하하! 이렇게요?”

“그래, 그렇게 웃어라. 그래야 사내답지. 한데 형은 함께 오지 않은 것이냐?”

“아뇨. 오고 있어요. 일행들이랑 함께 오느라 저 먼저 달려왔어요.”

“녀석, 함께 오지 않구. 나가보자구나.”

“예.”

선우유성은 이옥영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었다.

잠시 후 선우세가 정문 앞.

선우유성과 이옥영이 나와서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운과 백리연 그리고 남궁현이 도착했다.

“왜 나와 계세요?”

“신검룡께서 오신다는데 어찌 안에서 기다리겠느냐?”

“숙모님도 참.”

화운이 미소를 짓자 이옥영이 다가가 안아주었다.

“고맙구나! 정말 고마워.”

“건강한 모습을 보니 좋네요.”

“다 네 덕분이지 않으냐. 네 말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몸만 살피면서 세상의 소문에 귀만 기울였다. 그래서 네가 해온 일들을 잘 알고 있다. 장하다. 녀석, 아주 장해.”

“감사합니다. 동생들이랑 다 같이 한 겁니다.”

화운의 말에 이옥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았던 화운을 놓아주었다.

“현이도 왔구나. 잘 왔다.”

“예, 숙모님. 건강한 모습을 뵈니 정말 기쁩니다.”

“그래, 고맙다.”

남궁현이 정말 기뻐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이옥영은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곧 백리연을 향해 돌아섰다.

“백리세가의 백리연입니다.”

“백봉이라는 별호가 오히려 부족한 것 같아요. 반가워요. 유성이 어미 되는 이옥영이에요.”

“유성이랑 남매처럼 지내고 있어요. 말씀 놓으셔도 됩니다.”

“이런, 아쉽네요. 유성이랑 짝이 될 수 있을까 속으로 기대했었는데.”

이옥영이 웃으며 선우유성을 바라본 순간 선우유성이 화운 쪽으로 고갯짓했다.

순간 이옥영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지.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랬지.”

“네?”

백리연이 무슨 말인지 몰라 쳐다보자 이옥영은 얼른 웃으며 넘겼다.

“아,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자, 들어가요. 이렇게 온 김에 식사라도 하고 가요. 운아, 식사할 시간 정도는 있겠지?”

“하루 묵고 갈 겁니다.”

화운의 대답에 이옥영의 얼굴이 더욱 활짝 펴졌다.

바로 이때 선우유성이 나섰다.

“부탁이 있어요.”

“응?”

“늘 생각했었어요. 엄마가 일어나면 보란 듯이 항주 시내로 가서 맛있는 거 먹겠다고. 마침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다 모였으니까 이참에 우리 시내로 가서 맛있는 거 먹도록 해요.”

선우유성의 얼굴에 기대감이 잔뜩 떠올라 있었다.

그는 남궁검가를 방문했을 때 남궁현의 모친인 섭소천과 함께 객잔에서 신나게 떠들며 먹고 마시던 것이 무척이나 좋았고 부러웠다.

그래서 오늘 같이 좋은 날 자신의 오랜 바람이기도 했던 것을 다 같이 하고 싶었다.

“못할 게 무에 있겠느냐. 그러자구나. 온 항주 사람들이 보라는 듯이 시내를 활보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구나.”

이옥영이 웃으며 허락하였다.

바로 이때 화운이 한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거센 돌풍 같은 기운이 뻗어가 수십 장 떨어진 버드나무를 덮치더니 그곳으로부터 한 사람을 끌고 왔다.

“헉? 뭐, 뭐야! 컥?”

빠져나가고자 허우적거리는 자의 목을 화운의 손이 움켜잡았다.

이 가공할 격공섭물의 발휘에 모두들 두 눈만 휘둥그레 떴다.

“널 보낸 자에게 날 찾아오라고 전해라. 오늘 중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내가 찾아갈 것이다.”

화운이 싸늘히 말한 후 놓아주자 겁에 질린 얼굴로 쳐다보다 냅다 줄행랑을 쳤다.

“누가 보낸 것인지 아느냐?”

이옥영이 물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숨어 있던 자입니다. 제가 아니라 선우세가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

“앞으로 달라질 선우세가의 위상이 무척 신경 쓰이나 봅니다.”

화운이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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