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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129화 (129/207)

#129. 화산파

신들이 강한 건 분노 때문이다.

분노를 권능으로 발휘할 수 있기에 인간을 억누르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다.

분노할 줄 모르는 신은 인간계에서 권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마신 아수라.

그가 강한 건 분노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에 맞서려면 그보다 더 강한 분노를 가져야 한다.

인간의 분노가 신들의 분노보다 강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인간이 신들을 지배했을 테니까.

분노에 뭔가가 더 필요하다.

다행이 인간에겐 분노 외에도 여러 감정들이 있다.

뭐가 좋을까?

한참 고민했다.

서가들 사이를 서성이며 책들도 다시 살펴봤다.

아! 그러고 보니 감정을 내력으로 치환하는 심법이 있었다.

그 책을 찾아 서가를 뒤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작은 체구의 아이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서가 사이로 들어서고 있다.

귀여운 녀석이다.

어려서부터 무공을 배워서 그런지 발끝마다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는 게 제법이다.

가르칠 맛이 나겠다.

“이놈! 향아야!”

성난 음성이 기분 좋은 순간을 깨트렸다.

사황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때 구혼사존 연검천이 사황을 발견하고는 넙죽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속하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들어온 모양입니다.”

그제야 다른 통로에 사황이 있음을 알아챈 연리향이 고개를 삐쭉 내밀어 사황을 훔쳐봤다.

“이놈! 무엄하다! 이곳엔 절대 얼쩡거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어서 나가거라!”

“헤에! 큰할아버지, 나랑 놀자.”

귀엽고 똘망똘망 예쁜 눈으로 청하고 있다.

친할아버지의 호통에도 놀고 싶은 열망이 우선인 모양이다.

“······!”

사황은 뇌리가 번뜩였다.

할아버지의 분노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

순수함이다.

순수하게 놀고 싶다는 열망이 할아버지의 분노를 이겨낸 것이리라.

분노를 이기는 순수함? 열망?

둘 다?

사황의 고민이 깊어지려는 찰나 혈존이 특유의 진득한 기운을 몰고 들어왔다.

“그 아이가 천마랑 격돌했습니다. 천종천마교가 절반쯤 무너져버린 그 땅 지하에서 괴물들이, 수만에 달하는 마귀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놈은?”

“천마가 던져 버렸습니다.”

“흐음.”

사황이 침음을 흘렸다.

마귀들은 뭐고, 천마가 죽이지 않고 그저 던져 버린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그놈은 어디로 갔느냐?”

“한동안 넋 나간 듯 꿈쩍도 않더니 섬서 방향으로 달려갔습니다.”

“알겠다. 넌 다시 섬서로 가서 계속 지켜봐라. 그리고 검천.”

“예. 주군.”

“넌 수만에 달한다는 그 마귀들에 대해 알아봐라.”

“존명.”

혈존과 구혼사존이 밖으로 사라졌다.

서가엔 사황과 연리향 만이 남았다.

연리향은 왠지 나서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여서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아직 놀고 싶으냐?”

놀랍게도 사황이 먼저 물어주었다.

“응, 큰할아버지.”

연리향이 환하게 웃으며 사황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천마가 화운을 던져버린 날로부터 닷새가 지났을 때였다.

***

화운은 섬서로 향했다.

스승 검마가 죽고, 마귀들마저 튀어나왔다.

천마가 너무 강해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견뎌내고 화산으로 향했다.

언제고 시간을 되돌리면 다시 살아 있을 사람들이라도 지금 당장 산채로 뜯어 먹히는 끔찍한 죽음을 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매 삶에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한 가지 더.

마귀들이 얼마나 강한지 겪어봐야 한다. 인간들의 무공이 얼마나 통하는지 알아둔다면 훗날 도움이 될 날이 올 것이다.

천종천마교에서 화산파가 있는 섬서성의 화산까지는 무척 먼 거리다.

심장 부근에 뻥 뚫려 있는 상처 때문에 숨 쉴 때마다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앉아서 치료나 할 시간이 없었다.

화운은 쉬지 않고 달렸다.

하단전과 중단전의 공력을 무한인 것처럼 사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산은 대륙의 오악 중 서악이라 부를 정도로 높고 험하다. 산줄기가 백여 리에 걸쳐 뻗어 있고, 선인봉, 연화봉, 낙안봉은 모두가 구름을 뚫고 하늘에 닿을 듯 우람하게 솟아있다.

무림의 정통일파인 화산파는 연화봉 정상에 있는 상궁이 발원지였다.

하여 연화봉 정상의 상궁에는 선대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화운은 바로 그 상궁으로 내려섰다.

“깜짝이야! 너 뭐하는 놈이냐? 새도 아니고 어찌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냐?”

도사 복장을 하고 있는 주름 가득한 노인이 깜짝 놀랐는지 호들갑스럽게 맞았다.

“죄송합니다. 마음이 급하여 산문을 거치지 않고 선인의 청정을 방해하였습니다.”

화운이 공손히 예를 갖추자 노도사가 ‘호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검을 찬 걸 보니 무림에 몸담은 놈인 것 같은데 맞느냐?”

“예. 정무맹의 신풍대주 화운이라 합니다.”

“쯧쯧! 그럼 연화봉이 아니라 저 아래 진궁으로 갔어야지.”

“옛?”

“어린놈이라 모르는 것이냐?”

“예. 제가 미욱하여······.”

“화산은 검과 도(道), 두 개의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칼 찬 니들이 말하는 화산파는 검을 닦는 이들이고 저 아래 진궁에서부터 그 아래쪽에 있는 치들이다. 근데 그런 것도 모르는 놈이 화산엔 뭐하러 온 게냐?”

“천종천마교에서 사천으로 쳐들어가고 있어서 도움을 청하고자 왔습니다.”

“마교가?”

“예.”

“사천에 뭐가 있다고?”

“그야······.”

화운은 말문이 막혔다.

천마가 자신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자 마귀들을 그리로 보냈다고 말하려면 그전의 설명부터 해야 하기에 복잡해진 것이다.

“하기야 사람 많은 곳에서 힘자랑하는 낙으로 사는 것들이니 사천으로 갈 만도 하겠군. 근데 밥은 먹고 다니려나?”

“예?”

“너 말이야. 너. 가슴에 흉측한 상처를 달고 있는 걸 보니 밥도 못 먹고 다닐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이야, 상처가 막 생겼을 땐 앞에서 보면 뒤가 훤히 보였겠다. 아팠느냐? 싸워봐야 그렇게 다치기나 할 텐데 뭐 하러 칼질이나 하고 사는지 몰라. 그렇게 사는 게 재밌느냐?”

화운은 눈만 멀뚱거렸다.

어째 잘못 찾아와도 한참 잘못 찾아온 느낌이었다.

“그럼 전 진궁으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차나 마시고 가.”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우훗훗! 무슨 차가 좋으려나?”

노도사는 신이 난 모습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화운은 차마 그냥 가버릴 수가 없어서 노도사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열린 문을 넘어서니 밖에서 볼 때보다 굉장히 널찍한 대청이 나왔다.

노도사는 대청 한가운데에서 차를 끓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화운은 노도사를 향해 다가갔다.

“······!”

몇 걸음 걷던 화운은 걸음을 멈췄다.

뭔가에 깜짝 놀란 듯 서 있더니 다시 몇 걸음 움직였다.

그러다 곧 다시 걸음을 멈췄다.

‘뭐, 뭐지? 진에 갇힌 건가?’

화운은 노도사를 바라봤다.

그와 노도사와의 거리는 아직 그대로였다.

열 걸음은 걸은 것 같은데 처음 그대로의 간격만큼 떨어져 있었다.

“뭐해? 들어오지 않고.”

노도사가 쓱 쳐다보더니 말했다.

화운은 입을 다물고 노도사를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세 걸음.

분명 자신은 걷고 있는데 노도사와의 거리는 그대로였다.

화운은 다시 멈췄다.

“가르침을 청합니다.”

“청하긴 뭘 청해? 예까지 오는 데도 배울 게 있어? 그냥 오면 되지. 하여간 무공 좀 배웠다는 놈들은 깨달음이니 뭐니 하면서 뭔 잡생각이 그리도 많은 것인지, 쯧쯧!”

노도사는 혀를 차며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며 차만 끓였다.

화운은 그런 노도사를 보며 그가 한 말을 곱씹었다.

‘그냥······ 행하면 되는 건가?’

화운은 노도사를 보며 걸었다.

머릿속의 잡생각을 털었다.

아무 생각 없이 노도사만 보고 걸었다.

그러자 단 몇 걸음 만에 노도사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왔으면 앉지, 뭐해?”

“예.”

화운은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리고 돌아보니 문과는 일곱 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또 잡생각 한다. 차 마시러왔으면 차나 마셔.”

화운이 돌아보니 노도사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찻잔을 내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화운은 차를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솔향이 은근하게 풍기고 있었다.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 마시니 뜨거운 열기가 온몸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천종천마교에서부터 달려오느라 극도로 피로했던 몸이 한 모금의 차로 편안해졌다.

가슴의 상처도 고통이 현저하게 줄었다.

“솔잎차가 이토록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화운이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노도사가 싱글싱글 웃는다.

“빈 잔을 내놨더니 솔잎차라며 맛있게도 마시는군.”

“예?”

화운이 놀라 찻잔을 내려다봤다.

이때 김이 모락모락 나던 차는 어디로 사라지고 빈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쯧쯧! 그런 정신머리로 어찌 마귀들과 싸울까 몰라.”

화운은 연이어 겪은 괴사에 당황스런 얼굴로 노도사만 쳐다봤다.

그랬더니 노도사가 다시 혀를 차며 말했다.

“왜? 가르침이라도 주랴?”

“경청하겠습니다.”

화운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웬걸 노도사가 크게 핀잔했다.

“미련한 놈. 무릇 도라는 것은 행함에 있는 것이지 머릿속에서 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거늘 뭔 가르침을 달라는 것이냐? 필요하면 네 녀석이 겪어보면 될 일이지.”

“겪어보면······!”

“잡생각을 버렸으니 그 자리에 있는 것이고, 찻잔을 받았으니 솔잎차나마 마시게 된 것이겠지.”

알 듯 말 듯 어려웠다.

무릇 도라는 건 행함에 있는 것이다.

그나마 그 말만큼은 확실히 알아들었다.

“차도 마셨으니 그만 가봐.”

노도사가 축객령을 내렸다.

화운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리고는 노도사를 쳐다봤다.

그런데 노도사가 보이지 않았다.

노도사가 움직인 기척조차 감지하지 못했기에 화들짝 놀란 화운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 어디에도 노도사는 보이지 않았다.

탁자 위엔 빈 찻잔이 보였다.

탁자 중앙엔 찻주전자와 다른 찻잔들도 있었지만, 먼지가 쌓여 있었다.

자신이 만졌던 찻잔만이 손을 탄 흔적이 있었다.

“방황하는 내게 가르침을 내리신 거로구나!”

크게 고개를 끄덕인 화운은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머릿속의 잡념을 비우고 잠에 빠져들 듯 고요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화운이 번쩍 눈을 떴다.

밝은 햇살이 눈부셨다.

“이제 정신을 차리신 겐가?”

인자한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화운이 고개를 돌려보니 화산파의 복장을 한 노인이 서 있었다.

고색창연한 검이 노인의 손에 들려있었다.

화운은 처음 보는 것임에도 노인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를 취한 후 신풍대주 신분패를 꺼내 보였다.

“정무맹 신풍대주 화운입니다.”

“그 검을 보고 혹시나 했었는데, 과연 자네였군. 화산의 임장홍이라네.”

“말학 후배가 화산 장문인께 다시 인사 올립니다.”

화운은 다시 예를 취했다.

임장홍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다가 주위를 향해 손을 들어보였다.

그 손짓에 연화봉 가득 몰려와 있던 화산의 제자들이 공손히 예를 취하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일전에 정무맹에 가 있는 사제가 서찰을 보내왔었네. 맹주와 신풍대주가 딴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니 경계해야겠다고. 그러더니 며칠 후에 또 보내왔네. 자기가 잘못 알았다고, 맹주와 신풍대주야 말로 정파의 기둥이자 미래라나. 특히 신풍대주 자네는 천하의 영도자가 될 재목이니 화산의 제자들이 자넬 본받고 따랐으면 좋겠다고 하더군. 그래, 천하를 영도할 분께서 이 먼 화산까지 어인일이신가? 그 몰골은 또 뭐고?”

화운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비웃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재미난 일을 지켜보는 듯 웃고 있었다.

천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거목이 지나가는 잔바람을 지켜보듯 그렇게 서서는 온화한 미소로 묻고 있었다.

“간밤에 이곳에 도착했는데 부상 때문에 잠시 운기를 한다는 것이 그만 밤을 새우고 말았습니다. 헌데 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묘한 경험? 혹여 본파의 선령이라도 뵌 겐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화운이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며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나 더 놀란 건 임장홍이었다.

이상한 경험이라 하여 혹시나 싶어 물어본 것인데 진짜 선령을 뵈었다고 한다.

임장홍은 놀란 눈으로 상궁을 돌아봤다.

상궁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짐승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십방결계진을 쳐놨다.

그런데 대를 이어오면서 이곳에서 선령을 뵈었다는 제자들이 나오곤 했다.

그리고 그 제자들 대부분이 도학과 무학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곤 했다.

‘본파의 제자가 아닌 이가 선령을 뵌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임장홍은 눈앞의 화운이 뭐가 그리 특출나기에 화산의 선령까지 뵐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래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잡생각이 많다고 꾸중하셨습니다. 무릇 도라는 것은 행함에 있는 것이지 머릿속에서 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요.”

화운은 노도사를 만나고 겪게 된 일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임장홍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맞네, 맞아. 도라는 것은 행하는 것이지 머리로 각득하는 것이 아니라네. 선령께서 큰 가르침을 내리셨군. 그 가르침은 지금 자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일 터이니 새기고 또 새기게나.”

“화산의 청정을 어지럽혔음에도 이토록 진귀한 가르침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임장홍은 고개를 숙이는 화운의 모습에 절로 마음이 푸근해졌다.

천하를 오시할 무위를 지니고도 오만방자함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니 그 됨됨이가 참으로 훌륭했다.

“아니, 아니라네. 자네가 얻어낸 것이지 화산이 준 것이 아니니 화산에 빚을 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네.”

“······!”

화산이 준 것이라고 못 박아두면 언제고 돌려받을 수 있을 터인데도, 아니라고 하니 의아한 생각이 든다.

예전에 무당검성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 무당의 검도 아니오, 오롯이 이 늙은이의 심득에서 시작하여 너의 검이 되었다. 허니 무당의 굴레로부터 자유롭도다.

잡생각에 얽매여서 망치지 말고 오롯이 한 길로 가라는 당부이리라.

화산장문인 임장홍의 무위는 무당검성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하지만 그의 인품은 화운의 눈에 무당검성이 겹쳐 보일 정도로 출중했다.

화운은 일파 종사의 품격을 보는 것 같아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가르침, 깊이 새기겠습니다.”

화운이 고개를 숙이자 임장홍은 빙그레 웃었다.

“자, 이제 자네가 그리 큰 부상을 입고 본파까지 달려온 이유를 들어보세나.”

임장홍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였으나 화운의 상처를 응시하는 눈길엔 한 줄기 염려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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