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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201화 (201/207)

#201. 한번 상대해 볼래?

보름이 지나자 무해를 찾아온 이들이 있었다.

구룡제가 보낸 북궁무결과 구룡성의 후기지수들 일곱 명이었다.

화운은 북궁무결이 북궁설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금 한적한 곳에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도착한 날부터 자신의 거처에 틀어박힌 북궁무결과 구룡성의 후기지수들은 식사시간 외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무공수련을 하는지 낮잠을 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흘이 지나자 이십여 명이 도착했다.

이화태양종의 명강과 적성대도문의 사도강이 두 문파의 후기지수들을 이끌고 찾아온 것이다.

운남성과 귀주성이 인접하고 있어 함께 온 모양이었다.

화운은 북궁무결과 같은 건물에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그들 역시 도착한 날부터 건물 내에 틀어박혔다.

식사 시간에만 우르르 함께 나타났고, 보고도 못 본 척 말없이 식사만 하고는 돌아갔다.

다시 닷새가 지났다.

이번엔 칠십여 명이 몰려왔다.

“이 늙은이 하나 보탠다고 식량이 거덜나는 건 아니겠지?”

“먹은 만큼 일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미파의 멸절신니와 점창파의 일양신수가 곤륜을 제외한 칠대문파의 일대제자들을 대거 이끌고 왔다.

무당파에 집결했다가 함께 온 것이다.

“계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분들이니 언제든 환영입니다.”

화운은 멸절신니와 일양신수에게는 무영투가 기거하고 있는 건물에 거처를 마련해 주었고, 칠대문파의 일대제자들은 북궁무결 등이 머물고 있는 건물과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에 거처를 마련해 줬다.

혹시 모를 충돌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시 이틀이 지났다.

화운은 무해에 와 있는 모든 후기지수들을 대연무장으로 불러 모았다.

기존의 신풍영웅대까지 합치니 일백이 조금 넘는 숫자였다.

한쪽엔 북궁무결과 사도강 그리고 명강을 필두로 한 사파의 후기지수들이 또 한쪽엔 무당명검과 화산기룡을 필두로 한 정파의 후기지수들이 자리했다.

기존의 신풍영웅대는 화운의 뒤쪽에 위치했다.

그렇게 모두가 모였으나 화운은 그저 서 있기만 했다.

한 식경이 지나자 다들 무료해졌고, 화운을 모르는 이들은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다경이 더 지나자 두 사람이 커다란 수레를 끌고 왔다.

무영천의 좌우호법들인 무불통 사마공과 무영투였다.

두 사람은 화운의 앞에까지 수레를 끌고 와 멈추었다.

수레 안에는 시커먼 방패가 잔뜩 실려 있었다.

사마공이 천병가와 함께 이무기 비늘로 만든 방패들이었다.

“여기 이분들은 무영천의 우호법과 좌호법이시다. 얼굴을 보면 인사 정도는 하도록 해.”

화운의 말에도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무당과 소림의 제자들 중 극히 일부만이 눈을 빛낼 뿐이었다.

“천주, 저 녀석들한테 대접받을 생각 없으니 난 그만 물러가 볼랍니다. 사천으로 떠날 차비도 해야 하니 좀 바쁘기도 하구요.”

사마공은 사천당문으로 가야 했다.

마귀들을 상대할 암기들을 함께 제작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었다.

이 일에는 지금 이곳 무해에 머물고 있는 태양존자의 도움이 컸다. 태양존자가 자신의 영향력으로 성사시켰던 것이다.

“수고 좀 해주십시오.”

“수고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럼 물러갑니다.”

“예.”

사마공은 흥겨운 얼굴로 사라졌다.

그가 떠나고 난 후 화운은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수레에 잔뜩 실려 있는 방패를 가리켰다.

“하나씩 챙기도록 해.”

화운의 말에도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북궁무결과 사도강 그리고 명강이 꼼짝도 하지 않자 그들을 따르는 사파의 후기지수들도 움직이지 않았고, 칠대문파 쪽도 마찬가지였다.

무영투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지만, 화운은 기다렸다.

이윽고 무당명검이 성큼 움직이더니 수레에서 방패 하나를 가져갔다.

그러자 무당파의 제자들이 줄지어 가져갔고, 곧바로 소림의 일대제자들을 이끌고 있는 십 대의 한참 젊은 무승 무진이 방패를 집어가는 걸 시작으로 소림의 제자들도 하나씩 가져갔다.

하지만 그 외에는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무영천의 천주께서 가르쳐주는 대로 따르라는 하명이 있었습니다만, 검객의 몸으로 방패를 패용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소.”

화산기룡 적엽명이 한 말이었다.

그 말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쿵!

갑작스런 굉음은 사도강이 자신의 애병인 대도를 땅에다 내력을 실어 박는 소리였다.

“싸우기도 전에 막을 생각만 한다는 건 이미 패했다고 봐야지.”

패도를 추구하는 적성대도문의 후계자다운 태도였다.

그의 눈길이 화운의 뒤쪽에 있는 방패를 패용한 신풍영웅대를 쓱 훑고 지나갔다.

비웃음을 입가에 매단 채.

‘뭐지? 저 미소는?’

그런데 살짝 당황한 건 사도강이었다.

멋쩍어하거나 얼굴을 붉힐 줄 알았던 신풍영웅대가 그를 향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날 오히려 비웃는 거 같잖아!’

왠지 기분이 상한 사도강이 미간을 확 찌푸릴 때였다.

“너희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에 대해 들은 게 있나?”

“뭐 마교가 키우는 마귀들이랑 싸워야 한다더군.”

사도강이 대답했다.

마귀들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자신들을 이렇게 모으고 그러냐는 태도였다.

화운은 다른 이들을 둘러봤다.

대동소이한 모습들이었다.

화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기야 법보부터 시작해서 마신 아수라까지,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부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맞다. 니들이 상대해야 할 적은 마귀들이다. 천종천마교가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지. 강시들 중 가장 단단한 금강마인보다 더 단단한 몸뚱이를 가진 마귀들이다.”

금강마인보다 더 단단하다는 말에 태도를 달리하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일 뿐이었다.

‘흥! 단단해봤자 도강 한 방이면 끝이야!’

사도강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좋게 보면 자신감이 넘쳤고, 나쁘게 보면 오만했다.

화운은 그런 사도강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한번 상대해 볼래?”

“마귀들이 이곳에 있소?”

화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무영투를 바라봤다.

그에 무영투가 히죽 웃으며 나섰다.

“몸 좀 풀어볼까!”

사도강은 처음부터 도강을 남발했다.

자신의 무위를 뽐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화운과 무영투는 사도강이 날리는 도강을 피하지 않고 막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한 마리씩 죽인 것으로 인정해 주었다.

처음엔 기세 좋게 도강을 남발하여 숫자를 올렸다.

하지만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드는 것 같은 화운과 무영투의 빠른 움직임 때문에 점점 도강을 발휘할 여유를 잃어버렸다.

그래도 나름 차근차근 쓰러트리는 숫자를 늘려갔다.

“그만합시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여준 것 같으니까.”

사도강이 대도를 거둬들이며 의기양양 말했다.

“팔십이라······ 정말 한심하군.”

“말이 심하오? 팔십이나 잡았으면 내 몫은 넘치도록 한 것일 텐데!”

사도강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화운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한 사람을 불렀다.

“남궁현!”

“옛!”

“몇이나 잡았지?”

“마지막으로 했을 때 삼백이었습니다.”

남궁현의 대답에 일부는 놀랐고, 일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특히 사도강이 그랬다.

입가에 비웃음까지 진득하게 지으면서.

“그러니까 저 애새끼가 나보다 세 배는 더 잡았다고?”

“정확히는 네 배 가까이지.”

“지금 날 우롱하는 거요?”

사도강이 차갑게 말했다.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화운은 그 모습을 응시하며 다시 남궁현을 불렀다.

“남궁현.”

“옛!”

“준비해.”

“예.”

남궁현이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나서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남궁현이 싸우는 방식은 사도강과 완전히 달랐다.

패력으로 강하게 상대하지 않고 최소한의 움직임에 최소한의 공력만을 발휘했다.

급작스런 공격에 경신술을 펼쳐 피하느라 내력을 소모한 사도강과는 달리 방패를 이용해 간단히 막았다.

사방에서 숨 가쁘게 몰아치는 공격을 방패로 막고 검으로 찔렀다.

몸의 움직임은 최소화가 되었고, 공력과 체력은 오랫동안 유지 되었다.

삼백하고 다섯!

남궁현이 쓰러트린 가상의 마귀들 숫자다.

“그딴 게 어딨어! 엉터리다!”

사도강이 소리쳤다.

그는 남궁현과 화운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날 깔아뭉개고 싶은 모양인데, 지금 당장 그 애새끼랑 싸우겠다!”

“네가 이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니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다.”

사실 둘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지 모르는 일이다.

어려서부터 환골탈태를 하고, 최근엔 사황에게 가르침까지 받은 남궁현의 무위는 그 나이 대를 한참 웃돌았으니까.

화운 나름대로 사도강의 자존심을 더 꺾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한 것인데 그 마저도 사도강은 자존심이 상했다.

“이길지도 모른다고?”

“아직 모르겠나?”

“몰라, 모르겠으니까 그 애새끼랑 싸우겠다.”

“네가 얼마나 강한지는 전혀 관심 없다.”

“뭐?”

“네가 쓰러트릴 수 있는 숫자, 그 숫자가 네가 얼마나 강한지보다 더 중요하다.”

사도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지? 그 숫자가 왜 그렇게 중요하다는 거냐고?”

“너희들이 상대해야 할 마귀들이 많으니까.”

“많아봤자 얼마나 많다고?”

“적으면 사만, 많으면 육만 정도일 거다.”

“뭐?”

“금강마인보다 더 단단하고 빠른 놈들이 사만에서 육만 정도다. 너흰 그들과 싸워야 한다. 좀 전에 네가 했던 것처럼 강기를 남발하고 경신술을 펼치느라 공력을 소모하다간 일백도 죽이지 못하고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죽을 거다.”

“······!”

화운의 말에 사도강은 놀란 입을 쩍 벌렸다.

비단 그만이 아니었다.

신풍영웅대를 제외한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화운만 쳐다봤다.

화운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수레에서 방패 하나가 날아와 손에 잡혔다.

이 자리에 있는 후기지수들로써는 흉내조차 생각할 수 없는 대단한 격공섭물의 수법이었다.

화운은 방패를 왼팔에 착용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검을 뽑았다.

“너희들이 해야 할 싸움은 생존싸움이 될 거다. 얼마나 오래 싸우느냐,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다.”

화운은 제자리에 우뚝 서서는 마귀들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것처럼 방패로 막고 검으로 찔렀다.

하반신을 물어뜯으려는 마귀는 딱 한 걸음 움직여 피함과 동시에 무릎을 구부려 머리통을 짓누르고 검으로 눈을 찔렀다.

그리고 빙글 돌아 방패로 막고 검을 사선으로 찔렀다.

큰 동작이라고 해봐야 딱 그 정도였다.

뛰어오르지도 않았고, 경신술을 펼쳐 자리를 벗어나지도 않았다.

방패로 사방팔방을 막고 틈틈이 검을 찔렀다.

간결하면서도 재빨랐다.

다들 무공의 기초가 탄탄한 후기지수들이라 지금 화운이 펼치고 있는 검술이 얼마나 실전적이고 실용적인지 금세 알아봤다.

검과 방패로 보여줄 수 있는 바를 다 보여준 화운은 한참 만에 검을 집어넣었다.

방패는 한쪽으로 던지자 빠르게 날아가다 수레 위에서 우뚝 멈추더니 먼지처럼 사뿐히 안착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숫자가 백 명 정도 되니까, 어느 한 사람 예외 없이 모두가 오백 정도씩을 쓰러트려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이 무공을 과시한답시고 공력을 남발하다 나가떨어져 버리면 그가 쓰러트리지 못한 숫자만큼 다른 사람에게 더 달려들게 될 거다.”

화운의 말은 높지도 않고 담담하게 흘렀다.

일백의 후지기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들 심각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방패를 사용하는 게 싫다면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방패를 사용하는 걸 비웃진 마라.”

화운의 말이 끝난 순간이었다.

한 사람이 움직였다.

화운이 시선을 돌려보니 북궁무결이었다.

놀랍게도 그가 수레로 걸어가더니 방패 하나를 집어든 것이었다.

그러자 구룡성의 후기지수들 역시 그를 따라 방패를 챙겼다.

“일단 살고 봐야 하니 나도 하나 챙겨볼까.”

명강이 히죽 웃으며 휘적휘적 걸어가 방패를 챙겼다.

이화태양종의 후기지수들 역시 명강의 뒤를 따랐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이렇게 우스운 꼴이 되지 않았을 거 아니오?”

사도강이 불만을 표출했다.

“누가 널 우습게 볼까?”

“······?”

“둘러봐라. 적성대도문의 후계자를 우습게 여길 자는 없다.”

사도강은 주위를 둘러봤다.

다들 심각하게 무거운 얼굴로 방패를 착용해보고 이리저리 휘둘러 막는 시늉을 하느라 바빴다.

사도강은 맥 빠진 듯 피식 웃었다.

“그래도 우스운 건 우스운 거요.”

사도강은 투덜거리며 수레로 향했다.

적성대도문의 후기지수들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

잠시 후 모두가 방패를 착용하고 모이자 화운은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익힌 무공은 다르지만 기본은 같다. 체력과 공력을 최대한 아끼고 아껴서 하나라도 더 죽이고 끝까지 버티는 거다.”

“장병은 불편할 것 같소.”

사도강이 말했다.

그의 병기는 대도라 길쭉한 장병이었다.

좀 전에 화운과 무영투를 상대할 때도 워낙 숨 가쁘게 달려들어서 대도를 맘껏 휘두를 거리를 만드느라 애먹었었다.

“필요하다면 길이가 짧은 검이나 칼을 만들어주겠다. 말만 해.”

화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주었다.

“권장을 익힌 사람은 어쩝니까?”

이번 물음은 소림사 쪽에서 나왔다.

“흑도에서 쓰는 병기 중에 주먹에 끼우는 게 있다. 그것에 뾰족한 송곳이나 칼날을 부착한다면 권법을 펼쳐도 될 거다. 천병가에 말해서 만들어주지. 몇 개나 필요하지?”

“다섯 개면 됩니다.”

화운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좋아! 다들 기초가 탄탄하고 머리가 뛰어난 기재들이니 각자 방법을 찾아 수련할 수 있을 거다. 연무장은 이곳 말고도 세 곳이 더 있으니까 하고 싶은 데서 하도록 하고, 실전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얼마든지 상대해 줄 테니까.”

말이 끝나자 각 문파 별로 흩어졌다.

화운은 큰 마찰 없이 마귀들을 상대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무당명검과 소림의 무진을 따로 불렀다.

“나에 대해 뭐라고 들었지?”

먼저 무당명검에게 물었다.

“태사백조이시니 시키는 대로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좋아. 저녁식사를 마치면 날 찾아오도록 해. 가봐.”

화운은 무당명검에게 검성께 배운 건곤무상을 가르쳐주기로 마음먹었다.

무당명검이 물러가자 이번엔 무진을 향해 물었다.

“무진 스님은 따로 들은 말이 없소?”

“화 시주께 가보면 빈승이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다요?”

“제가 따로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예. 무진 스님께서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 시진 후에 절 찾아오십시오.”

“아미타불.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차피 소림의 것이었으니 무진에게 금강부동을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무당명검이 그랬듯이 무진 역시 자신들에게 찾아온 행운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담담한 얼굴로 돌아갔다.

“영감님께서는 다녀오실 데가 있습니다.”

화운이 무영투에게 말했다.

“안다. 알아. 천병가에 다녀오라는 거지?”

“예.”

“다녀오마. 근데 이젠 그놈의 영감님 좀 그만 찾아도 되잖아. 우호법이라는 아주 적절한 명칭도 있잖아.”

“알겠습니다. 우호법님.”

“음허험험! 다녀오겠습니다. 천주.”

공손히 읍한 무영투가 허공으로 솟구쳐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놀라운 경신술에 사방으로 흩어지던 후기지수들이 깜짝 놀라 쳐다봤다.

“생각보다 준비가 잘될 것 같다. 이대로라면 나만 잘하면 된다는 거로군.”

화운이 잘해야 하는 건 결국 싸움이다.

천마와 마신 아수라.

그들과의 싸움.

천마는 문제없다. 적어도 그에게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또 사황도 있고.

문제는 아수라다. 마신 아수라!

결국 운명이든 뭐든 마신 아수라와의 싸움이 모든 걸 좌우할 테니까.

‘두고 보자고, 내 예상이 맞다면 절대 지지 않을 테니까!’

화운은 머릿속으로 마신 아수라와 싸우는 광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경천보패의 진실한 사용법, 그 방법을 십분 발휘하는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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