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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1화 (1/424)

00001  프롤로그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방청객이 가득 들어찬 방송국의 세트장.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회자가 등장하자, 그곳을 밝게 비추던 빛들이 일시에 사라졌다. 사방은 금방 어두컴컴해졌다. 그 순간 강렬한 빛줄기가 세트장의 한쪽 구석을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문 뒤에서 사람 형상의 그림자가 하나 등장했다.

“아! 이분을 지칭하는 수식어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오늘 모실 분은 취직을 앞둔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남자입니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남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나이입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빠른 나이에 주식회사 동지의 이사가 된 분이죠.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 아나운서이자, 인기 여행 에세이 작가 윤시연씨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방청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윤시연 아나운서의 남편이라고 하니까 다들 눈치채셨나보네요. 윤시연 작가의 첫 번째 여행 에세이 ‘그에게 내 마음을 담아 보낸다.’의 실제 주인공이며, 항간에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는 ‘꼼수 마케팅’의 저자 마동수 이사님을 소개합니다.”

그림자가 보이던 문이 열리자 큰 키의 곰 같은 외모를 가진 마동수라는 40대 남자가 세트장 중앙을 향해 시원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사회자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되었다.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죠. 10살이나 어린 윤시연 아나운서의 마음을 빼앗은 비결이 대체 뭡니까? 첫 만남부터 속 시원하게 이야기 좀 해주시죠.”

남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10년도 더 지난 그녀와의 첫 만남. 아니 정확하게 말해 그녀를 여자로 느끼게 된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 2009년 3월 어느 날.

신입생들이 여는 일일 주점이 있다는 연락에 동기들과 모교를 찾았다. 우리 경영대의 전통상 올해 일일주점은 99학번인 우리가 가장 선배가 된다. 큰 의미는 없다 그냥 와서 돈이나 펑펑 쓰고 가라는 상징적인 의미다. 우리 사인방과 재형이, 형진이는 편의점에서 만나 간단한 요기를 했다. 일일주점에서 나오는 요리는 퀄리티가 아주 형편없다. 그리고 왠지 음주 전에는 가볍게 배를 채워줘야 마음이 편하다. 결의를 다지기 위해 컨디션도 한 병씩 마셨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같은 날 새내기 앞에서, 자칫 술에 취해 쓰러지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두고두고 망신이었다.

“다들 준비 됐냐?”

현우의 물음에 우리는 전쟁을 앞둔 병사들처럼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자.”

우리 6명이 들어가자 시선이 집중됐다. 오늘은 외모에도 신경 썼다. 양복위에 심플한 코트를 입고 우린 직장인이야 하는 포스를 풍겨준다. 솔직히 여기 있는 후배들 아니면 누가 우리를 알아주겠나? 나와 친한 06학번 과대 녀석이 반갑게 다가와 우리를 직접 자리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기 전에 일일주점이 열리고 있는 가게의 홀 안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아는 아이들도 여전히 많았지만, 모르는 얼굴도 많이 늘었다. 확실히 세월이 많이 지났다.

천천히 시선을 돌리다가 주방 쪽에서 엄청난 미인을 발견했다. 왠지 낯이 익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외모라 착각한 것 같다. 앞치마를 하고 있는 모습이 새내기인 모양인데,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늘씬하게 키도 컸고, 눈코입도 시원시원하게 생긴 미인이었다. 그래도 그림의 떡이다. 내가 아무리 급해도 10살이나 어린 새내기에게 수작을 부릴 수는 없다.

어라. 그런데 이 여인이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굴 보고 저렇게 환하게 웃을까 싶었다. 이번에는 손까지 흔든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부러운 녀석이다. 벌써 새내기를 꼬신 건가? 누군지 궁금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내 주변에는 동기들과 06학번 과대 녀석밖에 없다. 뭘까? 과대에게 갑자기 손을 흔들며 반가워 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그녀가 우리 쪽으로 달려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내 품에 냉큼 안겼다.

황당한 과대와 더 황당한 내 동기들 그리고 완전히 황당한 나.

“저... 저기 누구세요?”

그녀의 팔을 겨우 풀고 나서 그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입학한 이래로 우리 학교에서 본 가장 예쁜 미녀가 내 품에 안겨있지만, 나는 주위에 시선이 먼저 신경 쓰이는 나이 서른의 직장인일 뿐이다.

“선생님! 너무 하세요. 저 정말 모르세요? 윤시연이에요. 왜 저 중학생 때부터 2년 넘게 과외 하셨잖아요!”

“아! 시연이. 윤시연. 이제 기억났다. 왠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시연이었구나. 그런데 너 우리 학교로 왔어? 그것도 우리 과에? 그리고 키는 왜 이렇게 큰 거야!”

기억났다. 그때는 공부만 하느라 그런지 약간 뚱뚱한편이었다. 워낙 이목구비가 뚜렷해 살만 빠지면 무척 미인이 될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변신해버릴 줄은 몰랐다. 여자는 보통 중학생이면 키가 다 자라는 법인데 못 본 사이에 10cm는 더 자란 것 같다. 얼핏 봐도 170cm는 넘어 보인다.

“선생님! 저, 선생님 때문에 우리 학교 왔어요. 지금은 일해야 하니깐 일단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그럼 저 가보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선배님들”

그녀는 듣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폭탄성 발언을 우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고는 주방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잠깐 동안 생각을 정리한 남자는 사회자의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해 나갔다.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를 담백한 어투로 솔직하게 털어놓자, 방청객들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바스락거리는 옷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그가 말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아유, 그런 오글거리는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군요. 자, 그럼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야겠죠. 지금이야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처음 입사했을 때는 그렇게 힘드셨다면서요? 그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사회자의 말에 남자의 인상이 살짝 굳었다. 지금 생각해도 지독하게 운이 없었던 2년간의 신입사원 시절이 떠오르자, 예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뒷목이 욱신욱신 거렸다. 그리고 찌질했던 시절 함께 놀았던 친구들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남자의 30대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

직장 상사들, 친구들 그리고 윤시연. 남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처음 쓰는 글이라 초반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이견이 많았습니다. 최대한 수정한다고 했는데, 독자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걱정입니다. 10회 정도만 넘어가면 재미있다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도입부는 나중에 좀 더 보강할 예정이니, 초반이 조금 이상하더라도 초보작가가 겪는 시행착오라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읽어주세요.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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