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0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선배님! 09학번 새내기들이 3월 2X일 금요일 XX주점에서 일일 호프를 합니다. 꼭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세요 -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08학번 여자후배에게 문자가 왔다. 자리를 빛내달라고 하지만 와서 바가지 좀 쓰라는 이야기다. 우리 과는 선후배 멘토링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편이다. 학교에서 하는 일일주점, 총MT, 가을 축제에는 직장인 선배들도 웬만하면 참석한다. 마치 의무방어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99학번은 올해가 마지막 의무방어의 해다. 09학번이 들어오면 98학번은 은퇴해서 OB가 된다. 참 많은 의미가 있는 시스템인데 그래도 생각보다 합리적인 제도다.
그렇다고 해도 일일주점이나 가을 축제에 OB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곳에서 자리 잡고 OB들만의 친목을 다진다. 어느 나이 지긋한 선배가 술에 취해 여자 후배에게 지분거렸던 사고가 터진 후 모임에 대한 분리가 확고해졌다는 사실이 좀 씁쓸할 뿐이다. 좋은 선배들이 훨씬 많지만, 선배들 스스로가 선택한 방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따른다.
가을 축제가 끝나는 날이면 어디에도 없는 우리 과 고유의 명물 행사가 시작된다. 밤 12시가 되면 YB들의 최고참이었던 학번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OB선배들에게 신고식을 한다. 일명 ‘재투성이로 돌아간 신데렐라’다.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려 재투성이로 돌아가는 신데랄라처럼, YB 앞에서 거만하게(?) 최고참 선배 대접을 받던 학번이 이제 마법이 풀려 OB의 막내로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OB의 새내기들은 선후배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민중가요로 유명한 ‘바위처럼’이라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율동이 끝나면 의례적으로 못 췄다고 구박을 받으며 기합을 받는다. 기합이 끝나면 그해 유명한 댄스곡 중 하나를 골라 다시 춤을 추게 되고 그것으로 신고식이 끝나게 된다. 뭐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선 웃기기만 했다. 올해는 우리 차례가 되었으니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 되었다.
이 신고식에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신고식에 불참하면 OB가 되지 못한다. 신고식은 정, 재계의 높은 자리에 있는 선배들도 참석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고, OB가 되지 못하면 동문회도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들 참여한다. 오히려 축제 한 달 전부터 모여 춤을 연습할 만큼 열의를 보인다.
일일주점 당일.
우리 사인방과 재형이, 형진이는 편의점에서 만나 간단한 요기를 했다. 일일주점에서 나오는 요리는 퀄리티가 아주 형편없다. 그리고 왠지 음주 전에는 가볍게 배를 채워줘야 마음이 편하다. 결의를 다지기 위해 컨디션도 한 병씩 마셨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는 게 있지 않는가? 오늘 같은 날 새내기 앞에서 술에 취해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두고두고 망신이다.
“다들 준비 됐냐?”
현우의 물음에 우리는 전쟁을 앞둔 병사들처럼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자.”
우리가 주점에 입장하는 시간은 8시다. 그전에는 새내기들의 다른 학교친구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우리가 가서 분위기를 흐리면 안 된다. 그리고 우리보다 후배인 00학번 이하의 직장인 녀석들도 잠깐이나마 선배대접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다. 우리 동기들은 8시 30분쯤 보기로 했다. 과에서 나름 주류였던 우리들이 분위기를 띄어놔야 그 녀석들도 마음 편하게 들어올 수 있다.
우리 6명이 들어가자 시선이 집중됐다. 오늘은 외모에도 신경 썼다. 양복위에 심플한 코트를 입고 우린 직장인이야 하는 포스를 풍겨준다. 솔직히 여기 있는 후배들 아니면 누가 우리를 알아주겠나? 우리는 후배들의 기대에 부흥할 뿐이다. 지금까지 주점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던 99학번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와 인사를 한다. 그래도 역시 애지중지 키운 직속후배들이 제일 낫다. 그래도 06년도 까지는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많은 후배들이 인사를 해왔다.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저학번 아이들도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기는 했다. 우리가 자리에 앉을 때까진 서있을 분위기다. 역시 선배에 대한 교육은 잘되어 있다. 이런 선후배문화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는 깍듯해야 좋은 선후배관계가 형성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쨌든 최고학번의 모습에 어울리는 화려한 등장은 성공했으니 이제 그만 민폐를 끼치고 자리에 앉아야 한다.
나와도 친한 06학번 과대 녀석이 직접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기 전에 일일주점이 열리고 있는 가게의 홀 안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아는 아이들도 여전히 많았지만, 모르는 얼굴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주방 쪽에서 엄청난 미인을 발견했다. 왠지 낯이 익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외모라 착각한 것 같다. 앞치마를 하고 있는 모습이 새내기인 모양인데, 앞치마를 하고 있는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늘씬하게 키도 컸고, 눈코입도 시원시원하게 생긴 미인이었다. 그래도 그림의 떡이다. 내가 아무리 급해도 10살이나 어린 새내기에게 수작을 부릴 수는 없다.
어라. 그런데 이 여인이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굴 보고 저렇게 환하게 웃을까 싶었다. 이번에는 손까지 흔든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부러운 녀석이다. 벌써 새내기를 꼬신 건가? 누군지 궁금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내 주변에는 동기들과 06학번 과대 녀석밖에 없다. 뭘까? 과대에게 갑자기 손을 흔들며 반가워 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그녀가 우리 쪽으로 달려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내 품에 냉큼 안겼다.
황당한 과대와 더 황당한 내 동기들 그리고 완전히 황당한 나.
“저기 누구세요?”
그녀의 팔을 겨우 풀고 나서 그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입학한 이래로 우리 학교에서 본 가장 예쁜 미녀가 내 품에 안겨있지만 나는 주위에 시선이 먼저 신경 쓰이는 나이 30의 직장인일 뿐이다.
“선생님! 너무 하세요. 저 정말 모르세요? 윤시연이에요. 왜 저 중학생 때부터 2년 넘게 과외 하셨잖아요!”
“아! 시연이. 윤시연. 이제 기억났다. 왠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시연이었구나. 그런데 너 어떻게 우리 학교로 왔어? 너 공부 굉장히 잘했잖아?”
기억났다. 그때는 공부만 하느라 약간 뚱뚱한편이었다. 워낙 이목구비가 뚜렷해 살 빠지면 꽤 미인일 꺼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변해버릴 줄은 몰랐다. 여자는 보통 중학생이면 키가 다 자라는 법인데 못 본 사이에 10cm는 더 자란 것 같다. 얼핏 봐도 170cm는 넘어 보인다.
“어이. 어이. 이보게 친구. 아니 그럼 우리는 공부를 못했단 말인가?”
특히나 학벌에 예민한 태균이가 발끈한다. 저 자식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했는데 우리학교에 왔다. 그런데 전교 2등과 3등이 연대에 합격하는 바람에 엄청 자존심을 구겼었다.
“미안하네. 친구. 우리 스스로를 낮춘 게 아니라 내가 기억하기로 저 여인은 서울대에도 가고 남을 만큼 공부를 잘했다는 말이었네. 삐지지 말게나.”
사극톤으로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나 삐졌어. 달래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칫 모교를 무시하는 발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얼른 내 말을 정정했다.
“그랬구나. 우리 학교 전체 수석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시연이 너 정말 공부 잘했구나.”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과대가 호들갑을 떨었다. 자기에 대한 칭찬이 시작되자 내 품에 안기던 당당한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금방 얼굴이 빨개져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데 너 언제 이렇게 키는 컸어? 나와 과외 할 때만 해도 160cm도 안 됐던 것 같은데. 지금은 170cm도 넘겠는걸.”
“아니에요! 169cm예요”
목소리 톤이 약간 올라갔다. 요즘은 키가 큰 여자들도 많이 늘었지만 연예인을 할 게 아니라면 큰 키가 유리할 일은 거의 없다. 키가 170cm인 여자가 보통 굽의 구두만 신어도 175cm 넘어버리고, 하이힐을 신으면 180cm가 되어버리니 주변 남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래서 웬만큼 자부심이 있는 여자가 아니라면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단화를 신고 다니는 게 보통이다. 유독 169cm라고 강조하는 것을 보니 그녀도 그런 주변의 시선이 껄끄러웠나보다.
“선생님! 저, 선생님 때문에 우리 학교 왔어요. 지금은 일해야 하니깐 일단 그렇게만 아세요. 그럼 저 가보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선배님들”
듣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폭탄성 발언을 우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고는 주방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재촉하는 걸음걸이가 어색했지만 이미 돌아서버렸으니 표정이 어떨지 내가 알 길은 없었다.
“오! 형님 좋으시겠습니다.”
과대 자식은 눈치도 없이 내 팔에 매달려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떨었다. 지금은 너 같은 아기와 이야기 할 상황이 아니다. 술과 안주를 시키고 냉큼 쫓아 내버렸다.
“마동수 이 자식 이제 보니 엄청난 도둑놈이었구나.”
“너 임마! 아직 핏덩어리 같은 아해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치사한 녀석 우리를 버리고 솔로 생활 청산하는 거야?”
“야 무지 예쁜데. 저 새내기에게 언니는 없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이 자식들이. 이대로 뒀다간 없는 아기도 생길 것 같다.
“그런 거 아냐 이것들아! 예전에 과외하면서 우리 학교 자랑을 좀 했더니 그 때 이야기를 생각보다 진지하게 들었겠지. 말이 되냐? 10살이야 10살. 우리 제수씨가 알면 날 죽이려고 들걸? 너희들도 알잖아. 나 적당히 나이 있는 여자 좋아하는 거. 그만 좀 해. 아 그런데 왜 이렇게 술이 안 오냐?”
이게 아닌데.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변명같이 말이 길어졌다. 이럴 땐 쿨하게 한마디 정도만 던졌어야 했다. 왠지 당황한 모습을 친구들에게 들킨 것 같다. 지금은 내가 정색을 하니깐 넘어갈지 모르지만 언제다시 놀리려고 들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자 우리 동기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동기는 그냥 반갑다.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라는 말도 있다. 20명 넘게 모이다 보니 아주 신이 났다. 무슨 저주를 받았는지 여자 동기들도 아무도 시집을 안 갔다. 우리의 저주받은 싱글 생활을 위로하기 위해 더욱 흥청망청 마셨다. 테이블 옆으로 소주병과 맥주병이 엄청나게 쌓여갔다.
술에 많이 취한 녀석들은 집에 보내고, 남아있는 00학번과 01학번 녀석들도 불러 모았다. 짓궂은 마음에 00학번에게 노래를 시켰다. 반항할 줄 알았는데 한 녀석이 벌떡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신곡은 아니었다. 우리가 20대 초반일 때 유행했던 노래다. 아는 노래라서 그런지 모두 신이 나서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00학번이 노래를 불렀으니 이젠 거칠 것이 없었다. 테이블은 치우고 공간을 넓혔다. 멍석을 깔았더니 분위기가 제대로 달아 올랐다. 01학번부터 차례로 노래를 불렀다. 새내기들은 학기 초에 배우는 율동을 단체로 선보였다. 과티 경연대회에서 상도 받았다더니 아주 능수능란했다. 우리 때는 있는 율동 따라하기도 바빴는데 요즘 애들은 비보이 동작까지 집어넣어서 재창조를 했다. 대단한 녀석들이다. 한참 분위기가 좋았는데 08학번 어떤 녀석이 눈치 없이 ‘남행열차’를 부르는 바람에 흥이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까칠한 현우가 우리를 완전 노땅 취급한다면서 투덜거린 덕분이다. 옆에서 태균이가 우리는 ‘남행열차’ 세대라며 울먹였다. 우리끼리는 재미있어서 한 말인데 과잉 충성하는 후배 놈들이 08학번에게 면박을 줬다. 과대가 하는 말이 저 녀석이 나서면 이상하게 분위기가 깨지는 묘한 구석이 있다고 한다. 다행히 원래 분위기를 깨던 녀석이 분위기를 깬 덕분에 파장이 돼도 표정들은 나쁘지 않았다. 묘하게 유명한 녀석이었다.
집에 가려고 일어나려는데 옆에 웬 물체가 엎어져 자고 있었다. 일으켜 보니 시연이었다. 술을 많이 마셨는지 인사불성이었다.
“여기서 시연이 집 아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아직 학기 초였고 자취생이 아니면 친구 집에 놀러 갈일이 거의 없다. 이런 일 자주 있었냐고 물었더니 생각보다 술 잘 마셔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대체 언제 이렇게 마셨을까? 그것보다는 언제 내 옆에 왔는지가 궁금했다. 한동안 이 녀석 때문에 고생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여자 후배들 몇 명이서 자기 집에 재우겠다고 나섰다. 그건 안 될 일이다. 여자는 집밖으로 함부로 나돌면 안 된다. 너무 꽉 막혔다고? MT나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술 때문에 예정에 없는 외박을 하는 게 싫다는 뜻이다. 시연이처럼 예쁜 아이는 더더욱 위험하다. 세상은 그렇게 밝기만 하지 않다.
“됐어.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예전에 과외해서 집을 아니깐 내가 바래다줄게.”
그리고는 시연이 전화기를 찾아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처음 보는 남자 선배가 술 취한 여자 후배를 혼자 데려다 주면 자칫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세상이 각박한 만큼 나 같이 착한 남자들 또한 괜한 오해 사지 않도록 몸을 사려야 한다. 예전에 과외를 했다는 이야기를 일부러 한 것도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다.
Rrrr
“넌 몇 신데 아직 안 들어오니?”
시연이 전화기로 전화를 했더니 시연이로 착각을 하셨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 예전에 시연이 과외 했던 마동수라고 합니다. 기억나세요.”
“어머. 선생님. 그럼요. 기억하죠. 우리 시연이가 얼마나 따랐었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학교에 행사가 있어 왔더니 시연이가 우리 과 후배로 입학을 했네요. 그런데 지금 시연이 많이 취했습니다.”
“어머 어째. 이 녀석이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러지.”
“그래서 제가 지금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혹시 집이 예전에 살던 잠원동 그 아파트 맞나 싶어서요.”
“네. 거기 그대로 살아요. 선생님 기억력 좋으시네요. 미안해서 어떻게 해요. 죄송하지만 부탁 좀 드릴게요.”
“아닙니다. 말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이 정도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딱히 나를 오해하거나 그런 사람을 없을 거다. 한 쪽 어깨에 시연의 가방을 걸치고 목과 다리를 잡고 안아들었다. 그렇게 시연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는데 남자 녀석 하나가 쫄래쫄래 따라왔다.
“넌 뭐냐?”
“저. 저도 같이 가려고요.”
시연이를 좋아하는 동기 쯤 되는 것 같았다. 괜히 심술이 났다. 같이 가도 상관없겠지만 심술 때문인지 부드럽게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거절을 할 때도 부드럽게 해야 서로 오해가 안 생긴다.
“오늘은 좀 곤란할 것 같은데. 난 네가 누군지 잘 모르잖아. 시연이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지도 모르고. 내 마음대로 시연이 집을 알려주는 건 실례잖아. 혹시 내가 못 미더운거야?”
“아.. 아닙니다. 듣고 보니 선배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괜한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역시나 이렇게 나온다. 어깨가 축 처져 돌아가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패기 없는 녀석. 이런 것이 내공의 차이다. 여기서 ‘니가 뭔데 같이 가?’라고 말해봐야 서로 좋을 게 없다. 내가 아니라 마치 시연이가 원하지 않는 것처럼 돌려 말해 상대를 원천 봉쇄하는 것. 이게 바로 현명한 남자가 배워야 할 화술이다. 그런데 이런 내 화술도 직장 동료들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제다. 독한 인간들이다.
============================ 작품 후기 ============================
글 분량이 들쑥날쑥 합니다. 아마 초보 작가라 많이 미숙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알고보니 시연이는 진짜 '개 같은 여자'였죠. 늘씬하고 다리가 긴 그리고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그레이하운드 같은 ... 스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신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