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3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법이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요즘 무슨 일 있었어요.”
“응? 아무 일도 없는데?”
“아뇨. 그냥 평소와 조금 다른 것 같아서요.”
진희와의 열락 같은 섹스가 끝나고 우리는 침대에 누워 나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정이 끝나면 볼일이 끝났다는 듯 자기 할 일을 하는 예전 남자친구 때문인지 섹스가 끝나고 나누는 둘만의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진희는 섹스파트너를 둔 여자답지 않게 관계를 가질 때 많이 쑥스러워한다. 그녀가 노련한 척하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은근히 나를 자극시킨다. 내 안에 있는 나쁜 남자의 본성이 깨어나 그녀를 마구 괴롭히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래 글쎄? 뭐가 다르지? 혹시 불만족스러웠어?”
반드시 만족시켜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는 사람처럼 달려들자 진희는 놀라서 나를 피했다.
“까하하하. 아니에요 그건.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지금은 힘들어요. 밥도 안 먹고 이게 뭐하는 짓이람.”
“부족하면 말해. 그런데 뭐가 다르다는 말이지?”
“글쎄요. 동수씨하고 관계를 가지는 순간 만큼은 이 남자는 온전히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첫 경험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좋지 못한 여자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그런데 오늘은 왠지 조금 달랐어요?”
“어떻게?”
“글쎄요. 음. 좋기는 한데 뭔가 아주 작은 나사하나가 빠져 있는 듯 한 느낌? 혹시 여자 생겼어요?”
“아니. 무슨 여자? 내가 너 말고 여자가 어딨어? 요즘은 연애하기 귀찮아. 기념일 챙기고, 매일 사랑 확인하고, 친구와 놀면 삐지고. 아주 지쳤어. 당분간은 혼자 살거야.”
“왜요? 그때 압구정동에 있는 바에서 일한다는 바텐더 아가씨에게 한 눈에 반했다면서요. 저번에 제 앞에서 한참을 설명 했잖요. 뭐라더라. 세련된 섹시함이라나 뭐라나.”
진희는 나를 보며 보기 좋게 눈을 흘겼다.
“왜 그래서 질투 났어?”
“그럼요. 질투 나죠. 아무리 섹스 파트너라고 해도 지킬 것은 지키시죠. 마 동수씨.”
“뭘 또 질투를 하고 그래. 그런 거 신경 쓰이면 결혼하자니깐. 내가 그대라면 평생 바람 안 피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서로의 상처를 헤집고 소모하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이런 친구 같은 여자와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죽을 것처럼 사랑해서 결혼해도 이혼하는 것이 세상이다. 그냥 이 친구와 잔잔하게 사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결혼하자는 말을 한다.
“됐네요. 저는 어디 속해있고 싶지가 않아요. 그냥 자유롭게 혼자 살고 싶어요.”
“후회하지 말라고. 나중에 내가 여자 친구 생겨서 떠나면 섭섭하다고 그러면 안 돼.”
“뭐.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당신 같은 입 무겁고 센스 있는 남자를 또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쩌겠어요. 전 지금이 딱 좋아요. 감정소모하지 않고 편안한 그런 관계가 좋아요.”
“그래. 배고프다 밥이나 시키자. 밥 먹고 쉬다가 다시 알지?”
“어휴 저 짐승”
그렇게 저녁을 먹고 다시 한 번 관계를 가진 후 잠을 자다 새벽에 일어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당분간은 우린 친한 동료가 된다. 감정의 질척거림의 없는 편안함이 확실히 장진희의 매력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아침에 출근하자 몸이 나른한 듯 상쾌했다. 섹스는 확실히 삶의 활력소다. 기분 좋은 시작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국민은행과의 협조는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쳤다. 전무님의 기백에 밀려 브이걸만 섭외에만 신경 썼다. 원칙은 업무협조가 끝난 다음에 서로의 합의 위에서 섭외도 시작했어야 했는데 여기서 혹시라도 업무미팅이 실패하면 이건 브이걸의 섭외와는 격이 다른 타격이 올 것 같다. 역시 꼼수로 기획안을 올렸더니 진행상황이 계속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일단 전무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지만 실무진에서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 부장님에게 결재를 받고 나서야 협조공문이 작성되고 그 다음부터 미팅을 시작한다. 순서가 바뀌었으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전무님의 언급이 있었는지 브이걸을 먼저 섭외한 것에 대한 질책은 없었다. 협조공문도 이미 국민은행에 발송되었고, 오후쯤 담당자와 통화하고 미팅을 시작하면 된다. 지금 최 주임은 리뉴얼 문제로 몇 년 만에 지방 출장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5월 5일까지는 우리 팀원 전원이 나에 대해 노터치다. 음하하핫. 인상 쓰면서 지방으로 떠나는 최 주임의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Rrrr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검사 결과가 나왔나보다.
“어 그래. 검사 결과는 뭐래?”
“다행이 초기야. 약을 먹으면서 경과를 지켜볼 수도 있지만 그냥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해. 나이도 있으셔서 자궁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적출하는 게 좋다고 해.”
다행이다. 어쨌든 정말 초기였다. 할아버지께 감사를 드려야 겠다. 그래도 조금 안타깝긴 하다. 자궁을 적출하면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그 자궁 자체가 여성의 상징이며, 어머니의 상징 아닌가? 내가 그 입장이라면 상실감이 클 것 같다. 딱 맞는 비교는 아니지만 나이 들어 이제 성기는 쓸 일이 없고 오줌은 앉아서 눠도 되니 잘라내자고 하면 죽고 싶을 것 같다.
“정말 다행이네. 너 임마 할아버지께 감사드려야해.”
“왜 뜬금없이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고 그래?”
복권 이야기는 숨기더라도 최소한 건강검진에 생각이 미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게 꿈인지 정말 혼령이 나타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동생을 데리고 할아버지 산소 앞에서 절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내가 그 때 왜 갑자기 건강검진을 받자고 했는지 알아?”
“몰라. 왜 그랬는데?”
“꿈에서 할아버지께서 나타나셔서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계신거야.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 할아버지신거야. 그런데 나를 보는 눈빛이 괜히 슬퍼 보이시잖아.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안하시고, 그렇게 잠에서 깼지. 근데 느낌이 심상치 않은 거야.”
“아 그날이구나. 그날 형이 전화해서 다짜고짜 어디 아픈 곳 없냐고 물었었잖아. 맞지? 와 되게 신기하다. 그런데 형이 할아버지 얼굴은 어떻게 알고?”
“넌 생각이 있는 거냐? 매년 제사다 명절이다 해서 일 년에 세 번씩은 얼굴을 뵙는데 왜 몰라. 너한테 할아버지가 나타나셨으면 넌 그냥 개꿈이다 생각하고 말았을 거야 이놈아. 아니지 이미 나타났는데 네가 못 알아봤을 수도 있겠지.”
“흐흐흐”
“아무튼 수술 날짜는 잡았어?”
“응. 윤석이 형이 신경써줘서 별로 어려움은 없었어. 2주 후에 수술할 것 같아.”
“그래? 그럼 다음주는 형이랑 고향에 내려갔다 오자. 할아버지께 고맙습니다 해야지. 제수씨 어머님 수술도 무사히 끝나게 해달라고 빌어도 보고.”
“아 그럴까? 알았어. 형.”
“알았다. 그럼 다음 주는 같이 고향 내려가는 것으로 알고 있으마. 제수씨는 홀몸도 아니니깐 친정에라도 가있으라고 그래. 괜히 며칠 못 본다고 울지 말고.”
“응. 알았어. 형. 안녕.”
다음 주면 고향에 내려가 할아버지 산소 앞에서 정말 간절하게 빌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순진한 녀석이라 놀려먹기 좋다. 나는 불가지론자다. 어떤 사람은 불가지론자를 논쟁하기 귀찮아 차선책을 선택한 게으른 무신론자라고 하기도 한다. 솔직히 각종 강력 범죄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신은 있는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그래도 신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을 좋아해 외국에도 나가봤지만 자연이 만든 풍경의 아름다움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런 것이 전부 우연의 산물이라면 조금 슬프긴 할 것 같다. 어쨌든 한 가지 믿고 싶은 사실은 착한 일은 하면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복을 받기 위해 착한 일을 해도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
Rrrr
어머니다. 왜 전화 왔는지 알 것 같다. 동생이 벌써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을 게 뻔하다. 우리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매우 좋아하셨다. 처음 시집왔을 때 그렇게 잘해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못 잊으신단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누구보다도 풍성한 제사상을 차리시는 것이 우리 어머니다. 그런 어머니께 내 동생의 이야기가 얼마나 반가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응. 엄마.”
“야. 아들아. 그게 무슨 말이고. 상수한테 전화가 왔던데 이 놈 말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좀 흥분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으면 좋으련만.”
알아듣지도 못하셨는데 일하는 내게 전화를 하셨을 리가 없다. 그냥 제대로 된 속사정이 듣고 싶으신 것이다. 어쩌겠는가? 상수에게 이야기했던 거짓말 그대로 다시 옮겨서 말씀드렸다. 내 말을 차분히 듣고 계시던 어머니는 무척 흥이 나셨다. 당신께서 매년 할아버지를 모신 보답을 받으셨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뭘 바라고 하신 것은 아니셨지만 괜히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그리고 두 아들이 생일도 명절도 아닌데 같이 내려온다는 사실도 좋으신 것 같다. 갑자기 걱정이 앞선다. 손 큰 우리 어머니. 일주일 전부터 음식준비 하셨다간 배 터져
죽을지도?
“띠링”
- 의료지원 나갈 때 필요한 물품 예산 네 이메일로 보냈다. 확인 바란다.
윽. 윤석이에게 문자가 왔다. 잊고 있었다. 제수씨 어머님 건강문제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번 달 말에는 봉사활동도 가야한다. 다음 주는 고향 갔다 오고, 그 다음 주는 제수씨 어머님 수술이니 가봐야 할 것 같고, 한 주 쉬고 봉사 활동 다녀오면 어린이날이 코앞이다. 그 사이에 로또 당첨금도 얼른 수령해야 하고. 이번 달은 정말 바쁠 것 같다.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예상 가능한 범위였다. 이제 슬슬 봉사활동 준비도 해야한다. 실무적인 것이야 과대에게 맡겨야 하지만 중견 기업 사장으로 계신 선배님이나, 국회 그리고 신문사는 내가 직접 찾아가야한다.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학교에 의대가 없다보니 이런 종류의 의료지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그래서 관심받기는 좋은 기회였다.
Rrrr
오늘 전화가 많이 온다.
“네. 감사합니다. 마케팅 1부 마 동수 주임입니다.”
회사 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는 이렇게 받는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다. 이렇게 전화를 받으면 꼭 예전에 군대있을 때 ‘통신보안’이라고 외치며 전화를 받든 기억이 난다.
“네. 전무이사 비서실 장진희입니다. 잠시 10층 휴게실에서 뵀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공적인 일 같은데, 브이걸 섭외한 것은 부장님을 통해 보고가 들어갔을 것이고, 당장 나를 볼일은 없다. 전무님과 만날 일이면 휴게실에서 만나자고 하지 않겠구나.
나는 10층에 다녀온 나는 그냥 멍했다. 진희를 만나러 갔더니 내게 명함 하나를 건네며 그곳에 찾아가라고 했다. 전무님 이름을 대면된다고 한다. 그래서 명함을 확인해보니 양장점이다. 전문적으로 맞춤 양복을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내가 입었던 양복이 그렇게 별로였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대체 왜 여기를 소개시켜줬는지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쨌든 행사 당일 과장님과 내가 실무진 총책임을 맡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여러 관계자들 만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그냥 백화점 가서 한 벌 맞추라고 하면 될 일인데 이렇게 까지 해주시니 그냥 두렵다.
◆ ㈜ 동진 전무이사 집.
고 전무(고 진성 전무이사)는 오랜만에 정시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어이쿠 우리 손녀 왔어?”
“네 할아버지”
고 전무가 집으로 들어가자 10살가량으로 보이는 귀여운 여자 아이가 큰 소리로 외치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우리 손녀 일주일 동안 잘 지냈어?”
“네. 할아버지.”
“우리 손녀 조금 있으면 어린이 날인데 뭐 받고 싶은 것은 없어?”
소녀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방실방실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우리 손녀 브라운 이얼스 걸스 좋아 한다고 했지?”
“네. 좋아해요. 할아버지. 브이걸이라고 해주세요.”
“그래? 그럼 브이걸. 어린이 날 이 할아비랑 브이걸 언니들 보러갈까?”
“네! 정말요? 정말 브이걸 언니들 만날 수 있어요?”
“그럼. 할아버지가 우리 손녀를 위해 벌써 다 준비를 해놨단다. 옆에서 같이 농구도 볼 수 있고 사인도 받을 수 있어요.”
“꺄악! 고마워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최고야.”
소녀는 고 전무의 말에 자지러지게 웃으며 목을 감쌌다. 회사에서는 불같은 성격으로 악명높은 고 전무지만 손녀 앞에서는 그냥 마음 좋은 할아버지였다.
◆ 동수의 차안
“아. 이 자식들 생각보다 반응이 별로네. 이번 주 내에 협의를 끝내야 하는데. 반응이 왜 이 모양이지. 아 행사가 뒤집어지면 브이걸과 계약건도 날아갈 테데 걱정이네.”
***
공지 - 가상 회사 (주) 동지에 대한 설정
이 글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회사에 있는 마케팅부는 많이 비현실적인 형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을 한 것은 주인공에게 업무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회사의 직원이었으면 이벤트 기획안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그래서 조금 무리수를 줬습니다. 지금은 구박받지만 새롭게 태어나면 좀 더 쉽게 발전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인공의 회사는 오너의 독재그룹입니다. 그리고 오너는 천재형 독재자입니다. 민주주의가 정치제도의 가장 발전된 형태라고 하지만 가끔은 독재자가 등장했을 때 더욱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기도 합니다. 바로 천재형 독재자의 등장이죠. 하지만 그 독재자가 죽으면 그 사회는 예전보다 더 큰 혼란이 옵니다.
주인공의 회사 또한 오너의 강력한 카리스마 덕분에 제계 5위라는 대단한 위치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한계입니다.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오너 혼자서는 감당하기 쉽지가 않죠. 게다가 천재형 독재자의 모습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그에게 충성스러운 측근은 있어도 유능한 수하는 거의 없습니다. 이게 바로 ㈜동지라는 가상회사가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오너는 자기 회사의 약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고쳤다가는 언제 회사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도 손꼽힐만한 조건으로 유능한 인재를 마케팅부에 끌어들이죠. 이게 바로 지금 있는 마케팅부의 탄생비화입니다. 오너 친위부대라고 할 수 있죠. 박통 시절조차도 중앙정보부(안기부 혹은 국정원)혼자 모든 것을 독식하지 못했습니다. 중앙정보부, 기무사, 청와대 비서실 등등의 기관들이 서로 경쟁을 했지만 이곳은 모택동의 홍위병 같은 마케팅부가 전부입니다.
덕분에 점점 덩치는 커져가지만 내부 장기는 비대한 몸을 감당하지 못하고 점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마치 멸종해버린 공룡처럼요. 이미 구멍 뚫린 방파제 같은 회사입니다. 지금은 마케팅부서원들이 온몸으로 구멍을 막고 있어 잘 모릅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죠. 주인공이 그 변화를 의미하는 태풍의 중심에 설지 어떨지는 아직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확실한 것은 태풍은 이미 불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조직을 개편해서 합리적이고 뿌리가 튼튼한 기업으로 거듭나야겠죠. 성공하든 실패하든 몰아치는 피바람으로 인해 누군가는 도태됩니다.
어쨌든 조금은 현실과 맞지 않는 회사의 모습은 작가가 이따위로 설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화 김승현 회장에게 약간의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야기가 연재형식이다 보니 독자님들이 많은 오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야기의 큰 줄기를 살짝 공개합니다. 주인공의 가족이야기도 다른 큰 줄기로 만들어 서로 크로스도 할 수 있는 복합적인 구성으로 이야기를 하고싶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아직은 먼 아주 먼 이야기입니다.
그 중심에서 조금 진중하게 변하면서 멋진 리더로 거듭나는 스토리를 가진 정극이 될지 아니면 살짝 비켜서서 특유의 위트와 깐죽거림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시트콤이 위주가 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정극을 쓰고 싶었지만 작가 본인의 주체할 수 없는 깐죽거림 때문에 자꾸 스토리는 시트콤으로 가는 상황??
============================ 작품 후기 ============================
이번회는 그냥 그렇죠? 아쉬운 마음에 지난회의 이야기를 끌고 왔다가 장면전환에 실패해서 그냥 소소한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