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5화 (25/424)

00025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법이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늘이다. 대망의 그날이다. 뜬눈으로 밤을 보내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양들이 습격하는 꿈을 꿨다. 아니 나는 소곱창 먹는 상상을 했지 양곱창 먹는 상상을 한 것이 아닌데 왜 이 아이들이 나를 습격한 것이지?

회사에 출근해서 과장님과 함께 부장님께 가서 업무보고를 했다. 팀장님도 결국은 과장급이라서 간단한 경과만 이야기하기로 하고 보고는 부장님께 직접 드리기로 했다. 처음 기획안에서 바뀐 내용은 거의 없었다. 경비도 결산 후에 양측에서 정확하게 반씩 내기로 했으니 예산 절감도 많이 됐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부장님은 특히 브이걸을 이용한 홍보 활동에 관심을 많이 두셨다.

“이 광고 활용 방안이 마 주임 머리에서 나왔다는 말이지? 생긴 것은 곰같이 생겨가지고 잔 머리가 좋은 친구였군.”

나의 광고 활용 계획을 보시더니 툭 던진 말씀이었다. 칭찬은 칭찬인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그냥 순진한 미소만 지으며 부장님을 바라봤다. 어린이가 있는 그룹 내 직원들을 뽑을 때 우수 직원들이 있으면 반드시 뽑고 그 사실을 홍보로 이용하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역시 노련하시다. 머릿속으로 몇 가지 추가 방안이 떠올라 추후 보고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우리 회사에서만 진행할 사항이니 협의 내용에 집어넣을 필요가 없어 일단은 뒤로 미뤄뒀다.

‘두근두근’

심장이 점점 떨려왔다. 조금 있으면 백억이라는 돈이 내 손에 들어온다. 오늘 출근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 어떡하지, 지금 몰고 있는 자동차가 사고가 나면 병원에 실려 갈 텐데 그 때 로또가 발견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지갑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로또 수령이 내 생각과 달리 꼬이면 어떻게 할까 등등 평소의 나라면 생각하지도 않을 일들을 꼬아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갔다. 심지어 로또는 꼬깃꼬깃 접어서 옷핀으로 오른 쪽 안주머니에 고정시켜뒀다.

오늘 국민은행을 갈 때는 부장님과 함께 갔다. 어쨌든 기업끼리의 약속을 하러가는 자리이다 보니 뭔가 책임자가 필요했고,  우리 부장님이 마케팅 부서에 있는 막강 파워 5명의 부장님 중 가장 선임이시기 때문에 대표로 참석해도 문제가 없었다.

화기애애한, 내가 보기에는 별 의미 없는, 환담을 한참 나누고 협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휴. 이제 대강 큰일은 끝난 것 같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는 부장님께 다가가서 ‘전무님이 시키신 일이 있어 조금 늦게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은밀하게 말했다. 시킨 일이 있긴 있다. 양장점에 들르라고 하셨다. 당연히 퇴근 시간에 가라는 말씀이셨지만 지금 나는 로또 수령이 더 중요한 입장이라 그 정도 거짓말은 걱정하지도 않았다. 내 말을 들으신 부장님은 내게 수고하라는 말씀을 하시고 과장님과 함께 회사로 돌아가셨다. 시간이 왔다. Right now!

나는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부장님과 과장님을 배웅하고 다시 올라왔다. 역시 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 술자리에서 이야기 한 바로 그곳의 문 앞에 섰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노크를 했다.

“똑똑똑”

“네”

방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다.”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나를 보고 일어나면서 물었다.

“여기가 로또 당첨금 수령하는 곳 맞습니까?”

“아. 맞습니다. 어떻게 혼자 오셨습니까? 안내하는 사람도 없이?”

“하하하. 눈에 띄기 싫어서요. 그냥 아는 분에게 부탁해서 조용히 알아봤습니다.”

낯선 남자가 들어와서 경계하던 담당자는 내가 복권 이야기를 꺼내자 그제서야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단단히 준비하고 오셨군요. 우선 복권부터 주시지요.”

“네. 여기 있습니다.”

“헉. XXX회차 복권 아닙니까? 어디보자.”

담당자는 내 복권을 받아 회차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며 번호를 확인해갔다.

“1등 맞으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안 그래도 3주째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아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네. 금액이 크다보니 생각할게 많았습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먼저 신분증부터 주시고요. 몇 가지 확인 절차를 가진 후 당첨금을 드리겠습니다. 돈은 어떻게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5억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으로, 5억은 정기예금으로, 나머지 금액은 일단 국민은행에서 운용하는 투자 상품 등에 맡길 생각입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도 생각을 많이 하고 왔습니다. 대신 저에 대한 개인정보는 반드시 지켜주셔야 합니다. 소문이 나면 국민 은행 측 실수라고 생각하고 모든 돈을 빼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문제였다. 이런 문제는 단호하게 이야기해서 주의를 줘야한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의 측 보안은 정말 철통같습니다. 고객님의 의도는 충분히 알았습니다. 제가 특별히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몇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은 국민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투자 상품에 대한 설명들이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투자를 결정하면 담당자는 하루에 수십억의 투자 금을 유치하는 실적을 거두는 셈이니 당연히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설명을 듣고 일단 위험성이 큰 상품은 제외시켰다. 어차피 큰돈이 생겼는데 크게 모험을 해볼 생각은 없었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담당자가 강력하게 추천한 금펀드를 비롯해 연간 8~1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상품들을 선택해서 투자를 결정했다.

“현명한 선택 감사합니다. 아마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혹시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요?”

“네? 그건 왜 물어보시는데요?”

“복권에 당첨돼서 실패한 분들이 저지르는 공통된 실수가 일을 그만 둔다는 점입니다. 물론 고객님이야 그 분들보다는 당첨금액이 많으니 걱정은 덜 하시겠지만 제가 아는 어떤 분은 고객님보다 많은 돈을 받으시고도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정말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국회지시를 받아 조사한 바로는 당첨되자마자 직장을 그만 두는 분들의 85%가 돈을 금방 날리셨습니다.”

85%라. 90%나 80%였으면 의심을 했을 텐데 괜히 85%라고 하니깐 신빙성이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나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 생각을 다시 해야 하나? 그럼 지금 팀에서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거지. 걱정이 앞을 가린다. 당장은 결정할 수가 없다.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해야겠다. 어차피 어린이날까지는 아무도 터치할 수 없으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뭔가 나올 것 같다.

그렇게 사람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 담당자는 또 다른 투자에 대한 팁도 알려줬다. 지금 투자한 금액의 최대 70% 선까지는 투자 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도 해주니 좋은 투자처가 나타나면 대출 신청을 해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였다. 역시 돈이 많아야 돈을 벌기가 쉽다. 담보가 확실하니 대출이자도 저렴하고 그렇게 그 돈을 다시 확실한 곳에 투자한다면 돈은 금방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봐서 내가 투자한 90억은 1년에 10% 그러니깐 9억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90억에 대한 담보로 60억을 다시 대출 받아서 투자한다면 이자를 제외하고도 1~3%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돈이 최소 1억 정도 되니 1년에 10억 가까운 수입이 생기게 된다. 물론 긍정적으로 봤을 때다.

60억을 다른 은행이나 투자사에 가서 투자를 하고, 다시 그 돈을 담보로 대출 받아 다른 곳에 가서 투자하고. 뭔가 복잡하지만 잘만 풀리면 거의 200억 가까운 금액에 대한 투자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그러다 한방에 쪽박을 차는 수도 있다. 이자는 매달 갚아야 하니 뭔가 하나 삐끗하면 불량채무자가 되고 그러면 대출이자율이 상승한다. 그럼 점점 더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예상 수익금보다 이자가 더 많아져 순식간에 거지가 된다.

담당자가 어떤 생각으로 나를 유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잘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한방에 훅 갈 수 있으니. 어쨌든 90억을 박아뒀다고 해도 그것을 담보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니 당장 목돈이 필요할 상황이 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안심이 됐다.

나는 모든 상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받은 것은 카드 한 장. 나머지 서류는 국민은행이 운영하는 VIP용 금고에 보관했다. 담당자는 무슨 골드 클래스니 VIP니 플래티넘이니 하면서 그동안은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혜택이 있는 카드를 만들어 주겠다고 아양을 떨었지만 난 그냥 평범한 카드로 만족했다. 그 카드를 꺼내는 순간은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겠지만 그런 쓸데없는 뿌듯함을 느끼려다가 내가 지금까지 조용히 고민하며 당첨금을 수령한 의미는 한방에 사라진다.

“젠장, 당첨금 받으면 내 머리 위로 빛줄기라도 내려 올 줄 알았는데 그냥 우중충하네.”

꼴랑 카드 한 장만 들고 밖에 나오니 조금 허무하긴 했다. 그리고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걸어 다녔고, 차도에 있는 차들은 도로가 막혀 빵빵거리며 길을 재촉했다. 모든 것이 여전했다.

회사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부장님에게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완전한 거짓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전무님이 소개해준 양장점을 찾아갔다. 경희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미술관을 지나 정동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보니 보통 규모의 양장점이 나왔는데 그곳이 바로 전무님이 소개해준 정동양장점이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이상했다기 보다는 나 같이 젊은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았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어쨌든 한 번은 들러야 하는 곳이라서 용기를 내 들어갔다.

“딸랑”

문을 열자 문에 달린 방울이 신나게 울렸다. 이런 곳에 덩치 큰 젊은이가 들어 온 것이 이상한지 사장님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나를 맞아주셨다.

“어서 오시구려.”

사장님은 짧은 캡이 달린 이상한 모자와 가죽으로 된 앞치마를 입고 계셨다. 뭔가 장인의 풍모가 느껴졌다.

“안녕하십니까. ㈜동진의 고 진성 전무님의 소개로 왔습니다.”

“아! 이야기 들었어요. 누가 올까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몸이 좋은 청년이 오다니.”

내 이야기를 듣자 그제야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런데 나를 보는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먹이를 노리는 늑대의 눈빛과 같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나를 바라 보셨다.

“이리 와보시구려.”

“네”

사장님은 나를 부르시더니 내 몸 여기저기를 마구 만지기 시작하셨다. 뭔가 생각이 있으셔서 하시는 행동이지만 다짜고짜 사람 몸을 만지니 당황스럽긴 했다.

“몸이 좋네. 팔 다리도 길고. 아하. 그래 목이 좀 두꺼워서 폭이 넓은 넥타이를 했구먼. 쯧쯧. 아니 아무리 젊어도 그렇지 이런 좋은 몸뚱이를 이 따위 싸구려 천과 디자인으로 된 옷을 입고 다니다니. 그 꼴 보기 싫은 마의부터 벗어보게. 쯧쯧”

그렇게 혀를 차시면서 내 상의를 빼앗아 가셨다. 그리고는 안감을 뜯어내고 여기저기를 몇 번 꿰매시더니 다시 나를 주셨다.

“한 번 입어봐. 워낙 천이 안 좋아서 이정도 밖에는 못해.”

양복 상의를 받아 입어본 나는 깜짝 놀랐다. 별로 많이 만지지도 않았는데 조폭 느낌의 나는 어디가고 세련된 느낌의 직장인이 거울 앞에 서있었다.

“와! 사장님 대단 하십니다.”

“그래도 보는 눈은 있구먼 그래. 다시 상의 벗고 이리와 보게.”

그렇게 나를 불러 세워서 줄자를 가지고 한 참을 여기저기 재보면서 메모지에 숫자를 적어 넣으셨다.

“원단은 내가 알아서 고르겠네. 자네가 봐서 뭘 알겠나?”

“네 그렇게 하시죠.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나는 만드는 기간을 물었을 뿐인데, 패턴이며 재단, 가봉, 가봉수정, 입체과정, 손바느질, 봉제 어쩌고 하시며 한참을 설명하셨다. 나는 그냥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그냥 묵묵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게 많은 손이 가는 일이군요.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가격은 얼마나 합니까?”

“가격? 그건 진성이 그 친구 앞에 달아 놓기로 했어. 그래서 일부러 원단도 비싼 것으로 정했지. 아무튼 신경 쓰지 말게.”

헉. 전무님 친구인가?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뭐 내 돈 나가는 것도 아닌데.”

“그럼 전 가보면 되는 건가요?”

“3일 후에 다시 오게. 가봉 단계에서 입어보고 수정해야 하니깐.”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자네 말일세.”

“네?”

“다른 양복들도 다 그 따위인가?”

사장님은 돌아가려는 나를 잡으시고 내 옷에 대해서 물어보셨다. 어지간히 충격이셨나 보다. 이제 돈도 많으니 나도 제대로 된 양복을 입으리라. 아르마니나 제냐, 베르사체 따위도 이제 무섭지 않다.

“하하하. 그렇죠. 신입 때 산 것들이라.”

“그럼 말일세. 여기서 몇 벌 맞춰가게. 내가 저렴하게 해 줄 테니.”

“네? 그래도 여기는...”

걱정이 됐다. 뭔가 장인의 느낌은 났지만 그래도 요즘 유행하는 양복들은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흥.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지만 걱정할 것 전혀 없네. 여기서 옷 한번 맞추면 항상 우리 집에 찾아올 정도로 좋아들 한다네.”

“그럼 바쁘실 텐데요?”

싫다. 솔직히 싫다. 나도 명품 옷 한번 입어보고 싶었다.

“자네 체형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래. 자네가 입으면 정말 세계 명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디자인이 나올 것 같다니깐 날 못 믿나?”

당연히 못 믿는다. 언제 봤다고 믿나?

“하하하. 그런가요?”

“그렇다니깐. 내가 고 전무 생각해서 많이도 받지 않겠네. 거의 원단 값만 받을 테니 걱정 말게.”

아 저 눈빛 정말 간절하고 진지하다.

‘세계 명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까 정말? 아. 고민이다. 전무님과 친한 사이 같은데 괜히 삐져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처음에 내 옷을 수선해주시던 모습이 생각났다. 확실히 그 모습은 대단했다. 내 몸을 만져본 것만으로 정확한 핏을 파악하고 제대로 느낌을 살렸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확실히 흔들렸다.

“그럼 가격은 얼마나?”

“허허. 내가 잘 해준다니깐 우선 원단부터 고르자고.”

“좋아하는 색상이 있나?”

“아. 네. 전 검정색으로. 회사를 다니려면 검정이나 회색이 좋은데, 회색은 너무 은갈치처럼 보여서 싫습니다.”

“그런가? 그렇군. 자. 여기 와서 보게. 지금 보는 원단들은 전부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만들 때 사용하는 것들이네. 한번 만져보게.”

“좋은 것 같네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것 같긴 했다.

“이 원단은 이태리에서 들어온 것인데, 모직과 느낌이 비슷해. 그렇다고 교복하고 비교를 하지 말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급원단이네. 확 구겨지지가 않고 은근한 구김이 생기는데 그게 또 질감을 살리고 사람을 입체감 있게 만들어주지.”

거의 한 시간가량을 원단 설명 듣는데 보냈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세 가지 원단이나 선택했다. 사장님의 영업실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잘 선택했네. 기대해도 좋네.”

“저기 그럼 가격은?”

“사백만원만 내게.”

“네?”

“왜 그렇게 놀라나? 거의 원단 값이라고 보면 돼. 여길 어떻게 생각하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근처에 있는 대사관에서도 찾아올 만큼 좋은 원단을 사용한다네. 그리고 자네가 맞춘 그 양복은 삼백만원이네.”

“네? 삼백요?”

“그럼. 자네가 선택한 옷들도 원래는 비슷하게 받아야 하는데 내가 특별히 싸게 해주는거야.”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맞춤 양복점은 비싸도 100만원은 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허긴. 외국 드라마 같은 것 보면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대사관 사람들도 온다니 일단 믿어봐야겠다. 이러다 노티나는 양복이 나오면 완전 망하는 것이다.

“저기 카드도 되나요?”

“그럼. 이리 주게. 바로 계산해 줄 테니.”

“띠링”

문자가 왔다. 400만원이 결제되었다는 문자다. 아. 생각보다 돈 쓰는 게 어렵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은 아마도 회사에서 어떤 형태의 돈질도 하지 않을 겁입니다. 저는 순수한 능력과 주인공의 노력으로 성공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정말 우울한 일이지요. 그냥 자신감을 찾는 과정에서 로또가 살짝 필요했습니다. 회사에서만 아니라면 상황에 맞게 돈질을 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외제차 하나 사는 것도 수많은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라면 그럴 것 같은데요. 돈이 생겼다 에헤라디야 이제부터 놀자가 아니라 더욱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으니 그것을 기반으로 뭔가를 이루어야겠죠. 결국 주인공은 벼락부자 일뿐입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함부로 행동했다가는 금방 졸부 취급받겠죠?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나중에 시연이에게 돈을 주면 세금은 어떻게 될까요? 당장 주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1년 정도 있다가 주면 어떻게 될까 고민해봤습니다. 만약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 죽으면, 남은 돈을 자식에게 줄 때 상속세가 붙겠죠? 남들에게 줘도 비슷한 세금을 내지 않을까요?

독자님 한 분이 쿠폰을 10장이나 투척해주셨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쿠폰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힘을 내서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