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6화 (26/424)

00026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요즘은 고민의 연속이다. 복권을 수령할 때 담당자가 했던 그 말이 아직도 내 귀에 맴돈다. 85%의 실패.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공부도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었지만 정말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명절에 친척집에 가면 거긴 시골이라 공부를 잘했네 그런 큰 기업을 다니다니 대단하네 하면서 추켜 세워주지만 나는 내 깜냥을 안다. 다행히 언어습득능력이 좋아 대학에서는 많이 인정받았지만, 그것도 비슷한 실력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경쟁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 또한 실패한 사람들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을 것 같아 두려웠다.

일이 편하다보니 그냥 회사를 다닐까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고 있다. 요즘만 같으면 야 회사 다닐 만하다. 아무도 터치하는 사람 없어 내가 잘하는 잔머리를 마음껏 굴려가며 일 할 수 있었다. 로또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이것도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내가 아직 이런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해본 적도 없었고, 완전히 회사의 이득만을 위해서 하는 일도 아니라 보람도 있었다. 결국은 마음가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잇. 잘못되면 그만두지라고 생각하며 자신감 있게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일이 예전보다 잘 풀렸다. 그것도 5월 5일까지 일 뿐이겠지만 자신감이 생기다보니 예전처럼 힘들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일단은 계속 다니자고 결론을 내렸다. 정말 열 받으면 그냥 확 뒤집고 나오면 된다. 퇴직금도 필요 없다. 계속 건드리면 제대로 똥물을 뿌려주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요즘 강소현은 풀이 죽어 산다. 바쁜 관계로 내가 하던 업무(원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지만) 중 몇 가지가 이 대리에게로 넘어가 이 대리도 바빠졌고, 최 주임은 나대신 지방 출장 다니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고, 혼자 일을 하다가 김 대리에게 몇 번이나 깨졌다. 확실히 김 대리는 독하다.

“왜 울어. 여기가 유치원이야? 운다고 일이 해결 돼? 하긴 해놓은 일을 보니 유치원생 수준 같아 보이기는 한다. 다시 해와. 이번엔 제발 초딩 수준까지는 보여줘.”

으악. 아프다. 독하다. 내가 당할 때는 몰랐는데 정말 아플 것 같다. 그런데 통쾌하다. 나와는 그동안 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일에 대한 책임 문제로 많이 안 좋았다. 사실 이 대리와 최 주임의 농간이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정말 많이 구박했었다. 그 땐 정말 미웠는데 강소현을 깨는 모습을 보니 왠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브이걸과도 한 번 만났다. 무려 식사를 같이 했다. 리베이트를 받지 않은 나와 과장님이 좋게 보였는지 업무 문제로 방문했던 날 일부러 브이걸을 불러 같이 식사할 기회를 줬다. 솔직히 압구정동의 바텐더와 시연이에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어차피 노래 실력으로 승부하는 여자 아이돌이고, 그냥 연예인이다 보니 신기했다. 매일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옆에서 직접 보니 괜히 원래 아는 사람 같고 친한척하고 싶고 그런 느낌이었다. 과장님과 나는 입이 귀에 걸려 환하게 웃으며 사인까지 받아왔다.

그런데 팀원들이 그 모양이니 자랑할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만만한 것은 친구들이다.

- 나 오늘. 브이걸과 식사함.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순식간에 다섯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 지랄.

- 거짓부렁이.

- 개그는 밤에 해. 나 일해야 해.

- 정말? 진짜? 내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지.

- 니가 브이걸과 식사를 했으면 나는 소시와 술을 마셨다.

아. 이런 불신 가득한 세상이라니. 내가 정말 이 놈들이 이럴 줄 알았다. 그래서 쪽팔리는 일이었지만 휴대폰으로 같이 사진도 찍어뒀다. 일명 인증샷 되겠다. 이 빌어먹을 세상은 이제 인증샷 따위가 없으면 믿어주지를 않는다.

- 나 진짜 브이걸과 식사함. 사진 동봉.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또다시 순식간에 다섯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 굽신. 굽신. 나도 브이걸과 식사 좀 형님.

- 헉. 지랄 맞게 운 좋은 놈.

- 난 사실 소시팬이야. 하나도 안 부러워. 정말이야. 진짜로.

- 어디서 개구라를. 브이걸 코스튬 행사장에라도 갔냐? 가연이 안 섹시해.

- 개객끼야! 나타샤님 어깨에서 손 안 치워?

으하하하. 즐겁다. 즐거워. 그런데 현우 말처럼 화장안한 가연은 안 섹시했다.

최근에 로또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많았는데 친구들 문자 덕분에 크게 웃고 나니 마음이 많이 풀렸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도 있어서 행복했다.

“띠링”

- 개객끼야! 너 어디야? 손 씻지 말고 기다려 내가 간다.

- 즐.

케이블 TV와 신문사에 방문해서 광고에 대한 협의도 마쳤고, 광고만 제작되면 다음 주부터 대대적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광고는 광고기획사에 맡겼으니 알아서 잘 만들 것이다. 치어리더들을 만나 특별공연에 대한 부탁도 했다. 연습실에 가서 만났는데 땀에 젖은 그녀들의 모습은 와우. 큰 연습실을 따로 대여해서 국민은행 측 치어리더들과 합동 공연 준비를 위한 장소도 만들었다. 조만간 브이걸 소속사 안무가 한 명이 와서 대규모 퍼포먼스에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이정도 되었으면 나는 빠져도 된다.

일의 양이 점점 늘다 보니 인턴사원 두 명을 지원받았다. 물론 남자고 빠릿빠릿한 녀석들이었다. 강소현이 갑자기 선임행세를 하며 재빠르게 탕비실 청소 등을 맡겨버리는 바람에 빈정이 상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터치하면 안되는 일이라 그냥 내버려뒀다. 운도 좋은 년이다. 어쨌든 우리 팀으로 발령받은 인턴들은 마음에 들었다. 가끔 일을 잘못하면 혼내기는 했지만 절대 막말하지 않고 저녁에는 데려가 술도 사주면서 기운도 북돋아줬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다. 시연이를 만나는 날이다.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괜히 설렜다. 그래서 정동양장점에 전화해 양복 다 됐냐고 물어봤다가 ‘쌀도 익기 전에 혼자 퍼먹을 놈’이라며 된통 혼났다. 사실 가봉도 안했으니 욕을 먹을 만도 했다. 가봉 작업하러 언제 올 거냐는 말씀에 주말에는 고향 내려간다고 했다가 ‘탄 밥이나 먹을 놈’이라는 욕을 들어먹고 전화를 끊었다.

시연이와는 서초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발탄은 아직 강남 쪽에만 있어 많이 아쉽다. 그래서 좋아하기는 하지만 귀찮아서 잘 안 갔는데 시연이 덕분에 요즘은 강남 갈일이 많다. 역시나 차를 끌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6시 땡 하자마자 남산 순환로를 타기위해 휭 하고 달려갔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거북이 걸음이다. 그래도 순환로는 한산해서 별 고생 없이 소월길로 빠져나와 반포대교를 탈 수 있었다.

겨우 시간을 맞춰 교대역에 도착하니 시연이가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서 기다리다가 전화받고 나오면 될 것을, 조금 늦어서 미안했다. 부츠컷 청바지에 하얀색 난방과 아이보리색 반코트를 입고 길가에 서 있는 시연이는 오늘도 정말 예뻤다. 조금 높은 굽을 신었는지 유달리 시원하게 뻗은 다리가 멀리서부터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오늘은 곱창 집에서 만나기로 해서 그런지 수수하게 차려입는다고 했겠지만, 청바지와 하얀색 난방이 주는 클래식한 매력이 시연이의 얼굴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아 어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만 골라 입고 오는지 기특했다.

오발탄에 도착하자 역시나 북적거렸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도 우리는 며칠 전에 이미 예약해둬서 별 어려움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던 양대창구이가 나오자 입안에서 군침이 가득 흘렀다. 한참 대창을 굽고 있는데 술이 취한 손님들이 자꾸 시연이와 부딪치고 지나가 짜증이 났다. 곱창집에서 조차 빛나는 외모니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저렇게 어려보이는 외모를 보며 추근거리고 싶을까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대창을 먹고 있는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시연이를 창가로 밀어 넣고 나는 그 옆에 앉아 대창을 구웠다.

쫄깃하고 고소한 대창의 맛은 여전했다. 역시나 음식을 입에 집어넣을 때마다 반달처럼 휘어지는 시연이의 눈매는 정말 귀여움의 극치였다. 둘이서 4인분이나 시켜 먹을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시연이가 잠깐 화장실을 가겠다고 해서 살짝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고 종업원을 불러 양밥을 주문했다.

“꺅”

순간 화장실 쪽에서 시연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놀란 마음에 달려갔더니 술 취한 놈 한명이 시연이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그 손 놓으세요.”

“어라. 이건 또 뭐야? 오호 이것들 보아하니 원조아냐? 이봐 아가씨 내가 저놈보다 두 배 줄게 나랑 놀래?”

순간 욱하는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여기서 싸움을 벌였다간 내가 큰 사고를 칠 것 같아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취객의 팔을 강하게 때어냈다.

“이 자식 봐라 사람을 치네?”

“술 처먹으러 왔으면 조용히 술이나 처먹고 꺼지시죠.”

이미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모두 몰렸다. 종업원이 다가와 취객을 말렸지만 이미 술이 거하게 들어간 상태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취객에게 밀려나는 종업원을 불러 경찰을 부르게 했다. 취객과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 세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야 이거 봐. 이거 봐. 여기 완전 원조교제야. 세상 말세라니깐.”

개자식. 아까 자기가 돈 주겠다고 했던 말은 금방 잊어버렸다. 지금이라도 한 방 갈기고 싶었지만 다가온 취객들의 친구들이 만만치 않아보였다. 싸우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괜히 시연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이미 마음은 많이 다쳤을 것 같다. 그런 개소리를 듣고 내 팔을 붙잡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그런 것 아닙니다. 지금 경찰 불렀으니 조용히 물러서시죠.”

“경찰? 누가 누구를 신고해? 원조교제나 하는 새끼가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조용히 물러나라고 했다. 이미 이 아이 성희롱한 것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봤어. 조용히 물러나면 없던 일로 해줄 테니깐 괜한 시비 걸지 말고 물러나.”

“이 새끼가 어디서 지금 협박이야.”

취객의 친구 한 녀석이 화를 내며 주먹을 날렸다. 나는 재빨리 시연이를 등 뒤로 보내고 주먹을 막았다. 그러자 나머지 세 명도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신없이 주먹과 발이 날아들어 왔다. 나는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얼굴과 급소로 오는 공격만 막았다. 나는 이놈들을 절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큰 타격이 없는 공격들은 그냥 맞아주고 절대 시연이에게는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지금은 이놈들과 같이 싸워도 정당방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나라 법이라는 것이 나일롱인 경향이 강해 철저하게 약자행세를 했다.

한참을 공격을 해도 내가 쓰러지지 않자 이놈들도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주먹의 강도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이면 1시간도 버틸 수 있다. 그 때 마침 경찰이 도착했다. 내가 맞는 모습을 본 경찰은 급히 다가와 그놈들을 연행했다. 다행히 종업원이 잘 설명했는지 경찰들이 4명이나 출동해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시연이는 먼저 집에 보내고 나만 가려고 했지만 그놈들이 끌려가면서 원제교제니 어쩌니 하는 바람에 경찰들이 함께 가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서에 도착해 조서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장 처음 한 것이 원조교제냐는 질문이었다. 지금 피해자가 누군데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황당하기만 했다.

“이 아이는 대학생인데 무슨 원조교제입니까?”

“학생 진짜 대학생 맞아? 괜히 혼날까봐 거짓말 하면 안 돼?”

정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연이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봤을까? 괜히 나이 많은 나와 밥을 먹다가 이런 일을 겪는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기까지 했다. 시연이가 학생증까지 꺼내 확인해주고 나서야 의심의 눈초리를 지웠다. 그런데 옆에 있던 조금 나이 있는 경찰이 다가와 던진 질문이 내 속을 확 뒤집었다.

“둘이 나이가 10살 차이잖아. 서로 사귀는 사이도 아니라고 그러고. 대학교 선후배라고는 하지만 같이 대학을 다닌 적도 없는 사이에 무슨 단둘이 밥을 먹어? 그것도 곱창집에서. 너희들 스폰서 뭐 그런 거 아냐? 요즘 젊은 것들은 하여간 맹랑해.”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연이에게 잠시 흔들렸던 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래서 안 되는 거다. 논리적이지 못한 결론이었지만 내 감정은 이미 납득하고 있었다.

“그런 사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조사해보면 다나와.”

“그런 사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반말하지 마십시오. 언제 봤다고 반말입니까?”

“뭐야? 젊은 놈의 새끼가 어디 감히 어른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덤벼? 이 새끼 어디 한번 두고 보자. 어이 진 경사! 이 새끼 신원조회 확실해 해봐. 분명히 뭔가 나올 놈이야. 저 여자애도 같이 조사해보고.”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경찰인 광우에게 전화를 했다. 변호사라도 부르고 싶었는데 불행히도 그쪽으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광우는 바로 오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진 경사라는 사람이 나와 시연이의 주민등록번호를 물었지만 나는 절대 대답하지 않았다. 옆에서 나이든 경찰이 지랄거려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열이 받았는지 손이 올라갔지만 때리지는 않았다. 차라리 맞았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너무 강하게 나가서 그런지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광우는 경찰 정복을 입고 등장했다. 화가 난 상태에서도 그 녀석의 행동에 웃음이 났다. 기선 제압을 노린 것이다. 같은 경찰이라도 사복을 입고 와서 신분증을 보이는 것보다 시각적 효과가 컸다. 친구의 어깨에 박혀있는 세 개의 무궁화에 경찰서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동우는 경찰대를 졸업했고,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연수원 생활 2년과 기동 중대장 3년을 거친 후 작년에 경정으로 임용됐다. 경정이라는 계급은 경찰의 꽃이라고 부르는 경찰서장급인 총경보다 바로 한 계급 낮은 대단한 직급이다. 그런 계급을 29살에 달았으니 이 녀석도 대단한 녀석이었다. 어쨌든 경찰서장은 이미 퇴근했을 것이고 이 시간에 남아있는 서초경찰서의 모든 경찰을 통틀어 최고 계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왔냐?”

“그래. 잠깐만 있어봐라.”

친구의 따뜻한 그 말 한마디가 정말 든든한 위로가 됐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나온 최 광우 계장입니다.”

이곳에 있던 모든 경찰들이 긴장을 했다. 서대문경찰서 경무과에서 일하던 광우는 자신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연쇄살인범을 검거해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경찰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다. 당시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고 한다. 수사과도 아닌 사람이 그것도 단독으로 범인을 체포했으니 안 좋게 보는 사람도 많았다.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국으로 자리를 옮겼고 짧은 기간에 나쁜 놈들도 많이 때려잡았으니 알아보는 사람이 생길만도 했다. 특히 진 경사라는 사람과 나이든 경찰은 사색이 되었다.

어쨌든 광우의 등장으로 일은 일사천리로 마무리 되었다. 그제야 상황파악이 된 취객 4인방은 변호사를 부르니 어쩌니 했지만 절대로 합의를 해줄 생각이 없다. 일단 구치소에 수감하고 나는 그동안 병원에 들러 진단서를 끊고 고소장을 제출할 생각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성희롱도 추가하고 싶었지만 시연이는 여기서 완전히 배제 시킬 생각이었다. 괜히 합의 안 해준다고 취객 4인방의 가족들이 찾아와 난동을 부리면 곤란했다. 마지막으로 광우는 피해자의 신상명세에 대해 철저하고 함구할 것을 지시했다. 어떻게든 나를 찾겠지만 최대한 시간을 벌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광우와 헤어져 시연이를 집에 바래다주었다.

“선생님!”

시연이를 차에서 내려주고 병원으로 가려고 하는데 시연이가 나를 불렀다. 내 표정이나 행동에서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나보다.

“오늘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해. 조심해서 들어가.”

“선생님! 이미 아시죠? 제가 선생님 좋아하는 거요.”

“아니 몰라. 내가 왜 알아야 해? 방금 했던 말은 못들은 것으로 할게. 앞으로는 귀찮게 하지 말고 대학생활이나 잘해.”

나는 그렇게 일부러 차갑게 말하고, 멍하니 서있는 시연이를 뒤로 한 채 병원으로 출발했다.

============================ 작품 후기 ============================

2009년이면 카톡이 있을 때인가요? 문자로 표현하려고 하니 괜히 귀찮아요. 있으면 얼릉 내려가서 ‘있어요’라고 코멘트 달고 다시 올라오세요. 제가 말이 많아서 후기 읽다가 까먹으실지도 모릅니다.

쿠폰을 24장이나 주신 두 분이나 계십니다. 아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웬만하면 쿠폰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는 말만 가끔 남기겠습니다. 괜히 일부러 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민망합니다. 그리고 한 장을 주신 분들도 너무 감사해서 누군가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하는 것이 괜히 죄송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