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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3화 (33/424)

00033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원래 우리 팀은 예비대 같은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4~5명이 필요한 규모가 큰 프로젝트 보다 1~2명이 혼자 진행하고 감독하는 소규모 활동이 많았었다. 게다가 거의 이 대리와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김 대리와 제대로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김 대리는 아무래도 나의 업무능력에 대한 불신이 큰 편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매번 이 대리가 시키는 일을 한다고 정작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한 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내가 매주 우리 팀 업무관련 계열사의 매출 추이를 분석해서 보고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면, 나는 이 대리에게 온갖 욕을 먹어가며 그 자식 일을 대신 해주느라 필요한 시간에 제대로 해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김 대리가 일을 진행할 때는 통계에 의존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만들었어야 했을 자료들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나는 항상 시간 안에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멍청이가 되었었다.

매를 맞으며 참고만 살았던 제수씨 언니만 바보 같았던 것이 아니라 변명도 제대로 못하고 욕이나 먹던 나도 결국 바보였다. 처음에는 나를 신뢰하지 못해서 꼼꼼하게 내가 만들어 놓은 자료들을 확인하던 김 대리였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신뢰를 가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자신과 다르게 개성있고 독특한 스타일의 내 의견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확실히 일만 잘하면 딱히 내게 쌍스러운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정도 관계만 유지해도 확실히 숨통이 트였다.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과장님이 왜 김 대리를 이번 프로젝트에 끌어들였는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하고 꼼꼼한 업무처리능력을 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사람만 내편이 되면 회사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계산적인 생각이 아니다. 차가운 미모의 김 대리에게 반한 것이 아니라 일 잘하는 직장동료 김 대리에게 호감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편하게 일을 하고 싶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까워지면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욕심이 났다.

내가 그러든 말든 김 대리는 항상 차가운 얼굴로 업무 이외의 친분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안달이 났다. 그래도 지금은 일에 집중할 때 같다.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서로 자연스럽게 친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가 친근하게, 살갑게 굴면 이 남자가 내게 관심이 있나하며 오히려 멀어질 스타일인 것 같아 행동이 더 조심스럽다.

윤 스포츠센터를 조사하면서 그 규모에 정말 많이 놀랐다. 나는 그동안 좀 잘사는 집이거니 생각했다. 강남 2곳, 서초 2곳, 잠실과 분당에 1곳 등 총 6개의 스포츠클럽과 그밖에 서울 외곽에 2곳의 컨트리클럽과 강원도에 있는 연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2곳의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데 입회비만 해도 어마어마하고 회원권의 경우도 꽤 프리미엄이 붙은 비싼 가격으로 거래될 만큼 인기 있는 스포츠센터였다.

솔직히 나는 그냥 헬스장 몇 개 가지고 있는 부유한 집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웬만한 중견기업은 명함도 내밀기 힘들 정도의 규모였다. 내 동생이 그렇게 거품을 물고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있었다.

“그래 조사는 전부 끝냈어?”

“네. 여기 보고서 있습니다.”

과장님의 말씀에 김 대리가 조사한 보고서를 넘겼다.

“휘유. 이건 뭐 대단하구먼. 스페셜 원(회장님을 가리키는 은어)께서 관심을 가지실 만도 하네. 그래. 약점 같은 것은 없지?”

“네. 클럽간의 상호 부채를 제외하면 부채도 전혀 없고, 현금 동원력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사장에게는 3명의 동생이 있는데, 윤 사장 만큼은 아니라도 자기분야에서는 나름의 저명인사였습니다. 다들 빚도 없고, 좋지 않은 소문도 없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내가 꼭 시연이 뒷조사를 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했다. 회의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시연이 생각이 나다니 나도 좀 어지간히 해야 할 것 같다. 로또가 되면서 ‘나도 이제 돈은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아’ 라고 생각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김 대리 입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나를 은근히 주눅 들게 했다.

“그렇겠지. 뭔가 나왔으면 우리에게 일이 넘어왔을 리가 없겠지. 진행하고 있던 다른 팀이 벌써 덥석 물고 뭐라도 하고 있었을 거야.”

김 대리의 보고가 끝나자 과장님은 수염도 없는 턱을 쓰다듬으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마 대리야.”

“네?”

“뭔가 방법이 없겠냐?”

“글쎄요. 결국은 그냥 맨땅에 헤딩?”

“휴. 너처럼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도 헤매고 있는 것을 보니 쉽지는 않겠구나.”

“그런데 한 가지.”

과장님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김 대리가 끼어들었다.

“응?”

“윤 사장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마 대리와 같은 학교, 같은 과입니다.”

“이름이 뭔데?”

“윤 시연이고 올해 입학했습니다.”

“마 대리. 너 알아?”

“아뇨. 제가 신입생을 어떻게 알아요.”

안다. 아주 잘 안다. 2년간 같이 과외도 했다. 그래서 절대 들키면 안 된다. 지금 나와 시연이의 친분은 있느니만 못할 뿐이다. 괜히 친분관계를 이용했다가는 싫다고 거절한 사람에게 필요에 의해 다시 접근하는 파렴치한 놈이 될 뿐이다. 나는 표정을 최대한 감췄다.

“그렇지? 나이가 서른인데. 신입생을 알면 그게 더 이상하지.”

“그렇죠. 신입생들이 노땅들과 만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김 대리가 잡지하나를 꺼내 우리에게 보여줬다.

“제가 윤 사장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가족사진을 통해 윤 시연양에 대한 얼굴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이 사진을 봤습니다.”

집요하고 독한 여자다 정말. 김 대리가 손으로 가리키면서 보여 준 것은 우리 과가 지난달에 갔던 의료 봉사활동에서 찍었던 단체 사진이었다. 얼굴이 꽤 작게 나와 쉽게 알아보기 힘들었을 텐데.

“마 대리. 너 여기 갔었어? 어디 보자. 이번 봉사 활동의 총책임자인 마 동수씨의 말에 따르면? 너 누군지 모른다며?”

“누구요? 아 이 애요? 알긴 알죠. 이 녀석이 윤 사장님 딸이었어요? 하도 수수하게 입고 와서 그런지 부자 집 티 전혀 안 났는데.”

“너 사람들 만나면 원래 신상 캐는 것 잘하잖아. 정말 몰랐어? 괜히 나 엿 먹이려는 거 아니지?”

“정말 아닙니다. 과장님도 제가 과장님을 얼마나 따르는지 아시면서. 알긴 알아요. 그 때 봉사 활동을 갔는데 그냥 아버지가 헬스장 관장이라고 했어요. 자기 헬스장 오면 싸게 해준다고 해서 물어봤는데 헬스장이 강남이라고 해서 포기했죠.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제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윤 사장님 딸인 것을 알았겠어요.”

최대한 진실 속에 거짓말을 감춰야 한다. 과장님께 죄송하지만 정말 시연이를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이익을 보자고 그 어리고 예쁜 것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 센터를 헬스장이라고 했다고? 재미있는 아가씨네. 근데 정말이지?”

‘아 정말. 속고만 사셨나. 과장님. 좀 믿어주세요.’

나는 과장님의 말씀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방법이 전혀 없는 거야?”

과장님의 말씀에 김 대리와 나는 그냥 조용히 침묵했다. 그런데 과장님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내가 여인들의 옷을 벗길 때 짓는 그런 눈빛이었다.

“야. 마 대리야.”

“네 과장님.”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아뇨. 모르겠는데요.”

알 것 같다. 결국 시연이를 이용해보라는 뜻 일거다. 과장님이야 당연히 나와 시연이의 관계를 모르시니 철모르는 신입생에게 호감을 사서 뭔가 방법을 찾아보라는 의미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지 말고. 응? 나 기훈이 형이야. 동수야. 부탁 좀 하자.”

“아니 그래도. 이미 졸업한 선배가 신입생에게...”

과장님 입에서 ‘기훈이 형’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면 나도 딱히 선택지가 없다. 우리가 스키장이나 낚시를 갈 때만 쓰는 말인데, 공과 사가 철저한 과장님이 저렇게 나왔다는 것은 정말 진심으로 부탁한다는 의미다.

“돈은 쓰고 싶은 대로 써. 알잖아. 우리가 법인카드는 안줘도 사용처가 확실하면 달에 천만 원도 쓸 수 있는 거. 부잣집 딸이니깐 어디 호텔레스토랑에 데려가서 비싼 밥도 사주고 뭐시냐 그 가방도 사주고 해봐.”

당연히 그럴 수는 없다. 그냥 내가 결판을 내는 수밖에. 호랑이 굴로 쳐들어가는 게 제일 빠를 것 같다. 절대 시연이를 이용하는 것은 내가 못할 짓이다.

“과장님. 그건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두고, 다른 방법을 이용해보시죠.”

“왜 또 무슨 방법이 있어?”

“일단. 그냥 맡겨주세요. 저 좀 나갔다 올게요.”

나는 궁금해 하는 과장님과 김 대리를 두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차를 몰고 한참이나 걸려 도착한 곳은 윤 스포츠센터 본사 앞이었다. 오늘 난 그냥 이곳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옷차림을 추스르고 당당한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많이 격조했습니다.”

“그래요. 마 선생. 오랜 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나는 지금 윤승태 사장님의 집무실에 와있다. 혹시나 싶어 이름을 알리고 기다렸는데 다행히 나를 만나 주셨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사.장.님.”

내가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사장님이라고 부르자 웃고 계시던 윤 사장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나를 보고 사장님이라고 불렀다면 업무차 왔다는 말이군. 그럼 이제 마 대리라고 불러야 하나?”

역시 내 의도를 바로 파악하셨다.

“네 바로 보셨습니다.”

“조금 실망스러운 걸. 요즘 여기 회사가 나를 자꾸 귀찮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네가 그런 용무로 올 줄은 몰랐는 걸?”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시연이를 이용해서 여기에 접근해보라고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예전에 과외를 했던 사이라는 것은 모르는 눈치였지만 같은 과 동문이라는 사실 때문에 압박이 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나의 솔직한 말에 윤 사장님의 눈썹이 잠시 꿈틀했다.

“그래서 시연이를 이용이라도 하겠다는 소린가 지금?”

“그것은 아닙니다. 저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뻔뻔한 놈 아닙니다. 그냥 회사에서 압박이 더 심해지기 전에 일단 제 말씀을 좀 들어주시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시면 내치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회사에는 윤 사장님께 쳐들어갔다가 욱하는 마음에 사고를 쳐서 쫓겨났다고 하면 혼은 나겠지만 시연이와 관련된 압박은 없을 것입니다.”

솔직한 심정이기도 했고, 내가 시연이를 마음으로나마 이렇게 아끼고 있으니 이야기라도 한 번 들어달라는 속셈도 있었다.

“내가 지금 그냥 쫓아내면?”

“그럼 저는 돌아가서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회사에 보고할 생각입니다.”

“흠. 일단 이야기부터 들어보도록 하지.”

다행히 나의 첫 번째 도박은 성공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시연이를 이용하긴 이용한 셈이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저희 회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파악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뢰가 없으니 당연히 고려조차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네. 우리 스포츠센터 노하우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 이후에는 결국 팽할 속셈이고 그 정도는 삼척동자도 눈치 챌 수 있는 일이네.”

시연이의 과외 선생 자격으로 가끔 만났을 때는 무척 호인이었지만 지금은 노련한 사업가의 모습이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솔직한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일을 저희 회사는 왜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만큼 탐이 났겠지.”

“맞습니다. 그만큼 탐이 납니다. 저도 이번에 조사를 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솔직히 규모가 조금 큰 헬스장 몇 개를 운영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를 확인하고 사장님께서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흠흠. 그런 입에 발린 소리를 하려고 왔나?”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표정은 약간 풀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하는 법이다. 원래 음식을 할 때도 버터를 녹이거나 식용유를 먼저 뿌리는 법이다.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많습니다. 우선 경영을 이원화해서 인사, 재무, 마케팅 쪽은 저희가 그리고 클럽의 전반적인 운영과 현장 직원들은 사장님께서 관리 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담보물 같은 공탁금을 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미 회사에서는 사장님의 신뢰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런 그렇겠지. 그 정도도 준비하지 않고 내게 접근할 생각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결국 윤 스포츠센터가 아닌 다른 브랜드를 만드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에는 저희 회사와 윤 스포츠센터의 로고가 동시에 들어갈 겁니다. 이름이야 서로 협상을 할 때 반드시 ‘윤’이라는 이름이 함께 들어간다고 명시해놓으면 됩니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우리 센터의 명성을 이용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구먼. 나중에 일이 잘못되어서 공탁금이 내것이 된다고 해도 우리 브랜드로 우리 센터 영역에 들어올지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저희 회사는 사장님의 영역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강북과 강서로만 한정할 것입니다.”

“원래 관심 없던 지역이네. 결국 우리 노하우와 명성으로 강북과 강서로 진출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맞습니다. 하지만 지분이 있으시니 그만큼 수익이 생깁니다.”

“난 이미 돈이 많이 있네. 이익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확실히 설득이 쉽지 않았다. 새로운 브랜드가 성공하면 윤 사장님도 지금 벌어들이는 수익의 1/5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에 관심이 없다면 눈 돌릴 곳은 하나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단 서로의 영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으로 두 곳이 서로 제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장님 회원들이 저희 회사의 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회원 대부분이 부유하셔서 관심이 없다고 해도, 해외 리조트 이용에 대해서는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이미 해외 여러 곳에 리조트가 있고 상당 수준의 골프장도 같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런 곳들을 사장님의 회원 분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결국은 또 이렇게 일을 벌이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방식은 정말 문제가 많기는 하다. 우는 아이 사탕 사주려고 적금을 깨는 모양이 될 수도 있다. 회사에서 그런 제휴에 관심이 있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고, 지금의 기획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게 가능 한 가?”

“당장은 불가능 하지요. 새롭게 만드는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불가능 한 것도 아닙다. 그러려면 사업을 세계로 확장해야지요.”

“세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방식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들여왔는데 세계로 진출한다고? 결국 중국이나 동남아 같은?”

“아닙니다. 물론 그곳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그곳도 워낙 포화상태겠지요. 그래서 대규모로 투자하기는 힘들겁니다. 그래도 상징성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윤’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릴 방법인데요?”

“그렇다는 것은 그냥 무조건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소리는 아닐 테고 복안이 있다는 소리지?”

회사에도 보고하지 않은 일이다. 그냥 윤 스포츠센터 브로셔를 보고 이러면 어떨까 생각한 일이지만 역시나 지르고 봐야겠다.

“물론입니다. 세계화, 세계화 합니다만.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습니다. 저도 알아봤습니다만, 이곳은 태권도를 이용한 태극무도 가르치고, 사장님께서 직원들과 고심해서 만들었다는 한국무용과 결합한 스트레칭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세계에 진출하면 분명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음.”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 중에 요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사장님께서 저보다 훨씬 잘 아시겠지요. 한국의 무용과 무술을 스트레칭에 녹여서 좀 더 매력적인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이름을, 예를 들어 ‘윤 체조’, ‘윤 짐’ 이렇게 명명한다면 세계적으로 요가만큼 유명해질지도 모릅니다. 아직 확실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회사 혼자만의 힘으로도, 사장님 혼자만의 힘으로도 불가능 합니다. 같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냈을 때 가능 한일이지요. 그게 실현되면 사장님은 세계적인 마스터가 되는 것이고, 우리 회사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헬스클럽을 유일하게 운영하는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면서 명성이 더 높아지겠지요. 자신 없으십니까?”

나는 웅변처럼 말을 내뿜었다. 제대로 정리도 안 된 생각이지만 말을 하며 정리하다보니 정말 될 것 같기도 해서 나 스스로 도취되어 버렸다. 다행히 내말을 듣고 계신 사장님의 눈빛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아서 ‘자신 없으십니까’라는 말로 남자의 웅심을 자극했다.

============================ 작품 후기 ============================

독자님께서 제 글에 대한 서평을 써주셨어요. 감동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작가의 코멘트뿐이라 꼭 짜고 치는 고스톱 같습니다. 제 글을 읽고 좋아하시는 분들은 서평을 읽으면서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뭔 말이냐 하면요. 가서 읽어 오는 게 숙제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웬만하면 5점에 있는 숫자고 지나가듯이 ‘툭’ 눌러주시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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