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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43화 (43/424)

00043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아! 정말 내가 여기까지 왜 왔지.”

요즘 들어 시연이 소식이 너무 궁금해서 윤 사장님께 슬쩍 물어봤더니 토요일과 일요일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며 아마 저녁도 먹고 들어 올 거라고 말씀하셨다. 당장 급한 일도 없어서 차를 몰고 학교로 와서 정문 반대편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거리를 둔 곳에 차를 세우고 몇 시간 째 정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담배를 물고 쭉쭉 빨아 당기자 담배는 새빨간 불빛을 내며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금방 담배 한 대를 다 피웠지만 답답한 속이 진정되지를 않았다. 하나 더 꺼내서 피우려고 담뱃갑을 뒤졌는데 담배가 하나도 없었다. 발아래를 보니 신경질적인 내 발 놀림에 짓이겨진 꽁초가 열 개는 넘어 보였다.

“미쳤군. 내가 드디어 미쳤어.”

어제도 담배가 떨어져 편의점으로 담배를 사러 갔었다가 시연이를 놓치고 말았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담배를 사러간 김에 음료수도 하나 사서 단숨에 마셔버리고 다시 돌아왔더니, 그 사이에 그녀는 이미 버스를 타고 있었다. 그냥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나가는 척 하며 얼굴만 보러 왔었는데, 드라마에서처럼 차를 몰아 버스 앞에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담배가 떨어져도 절대 편의점에 갈 수 없었다.

“아, 담배도 다 떨어졌네. 나는 아메바가 분명해. 어제도 편의점에 갔다가 시연이를 놓쳤으면, 미리 한 갑 정도는 더 사놨어야지. 아니지. 아니다. 괜히 옆자리에 태웠는데 담배냄새가 나면 곤란하지.”

생각해보니 그녀에게 담배 냄새를 풍겨서 좋을 것이 없었다. 나는 차안에 있던 물로 입을 축이고 껌을 꺼내 씹기 시작했다.

“킁킁. 윽, 냄새. 조심해서 핀다고 했는데, 옷에도 담배 냄새가 다 배겼네. 페브리즈는 어디 뒀더라.”

트렁크를 열어 뒤져보니 다행히 페브리즈가 있었다. 차가 두 대나 생기는 바람에 며칠 전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새로 사 구비해 놨다. 예전 자동차에 있는 카메라와 등산화, 수건 그리고 간단한 옷가지들도 함께 옮겨놓았다. 윤 스포츠센터의 일도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마무리 단계고, 여유가 좀 생기면 주말에 차를 끌고 출사나 다녀올 생각으로 미리미리 준비를 해뒀었다.

차에서 꺼낸 페브리즈를 가지고 옷 구석구석을 뿌렸다. 혹시나 싶어 다시 냄새를 맡아 봤는데, 다행히 냄새가 많이 중화되었다. 역시 담배를 피거나 술을 좋아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페브리즈가 필수품이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9시 넘었는데, 왜 이렇게 안 나와. 이러다 도서관이 문 닫는 10시가 되어서야 나오는 거 아냐? 어휴. 약속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다니, 나도 이게 무슨 노망난 짓인지 모르겠다.”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정문 쪽 노려보고 있는데 정문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오는 시연이를 발견했다. 키가 보통 남자들과 비슷한 그녀의 늘씬한 모습은 멀리서만 봐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에 띄었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에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며 차에 탔다.

“부르릉”

선바이저를 내려 거울로 내 모습을 대강 확인하고는 시동을 걸었다.

“안녕. 시연아. 이건 어색해. 어! 시연아. 아냐. 아냐. 이건 너무 방정맞아. 차를 시연이 앞에 세우고 창문을 내린 다음. 야, 타! 크윽. 이건 더 이상하다. 내가 무슨 오렌지족도 아니고. 흠흠.”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연이와 만나는 상황을 연습하면서, 그녀가 버스 정류장 앞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두근두근

좀 더 가까이서 시연이를 보자 내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차안에서 지켜보니, 그녀가 활짝 핀 미소를 띠고 웬 남자 녀석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사불성이 된 시연이를 집에 데려다줄 때,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섰던 그 남자 녀석이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은 질투가 나도록 잘 어울렸다.

심장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요즘 시연이의 연락이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심으로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생기길 바랐지만, 그 모습을 보니 마음 한편이 후끈 아려왔다. 그리고 내가 어제부터 했던 뻘짓에 화가 났다. 초조한 마음에 담배를 짓이겼고, 담배 냄새를 없애기 위해 껌을 씹고 페브리즈를 뿌렸었다. 나는 대체 뭘 기대하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한심하기만 했다. 옆에 가서 차를 대고 둘이 잘 어울린다며 나이 많은 사람답게 덕담을 하고 쿨한 척 지나갈까? 아니면 차에서 내려 시연이를 억지로라도 태울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나갈까? 수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

“에잇,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지금은 골치 아픈 고민을 하기 싫었다. 좌석을 뒤로 밀고 누웠다. 선루프를 통해 하늘을 봤다. 별 하나 빛나지 않는 평범한 서울 밤하늘이었다. 간간히 빛나는 녀석들이 있었지만 친구 말로는 별이 아니라 위성이라고 한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냥 믿기로 했다. 지구에서 보이는 별들은 지금은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항성들이다.

항성과 달리 하늘에 떠있는 위성의 반짝거림은 ‘나 지금 잘 있어.’라고 자신의 존재를 지상에 알리는 신호와 같다. 괜히 심술이 났다. 마음이 이미 떠나버린 것도 모른 채 한동안 시연이만 생각했던 내 모습은 존재 여부를 알 수도 없는 어딘가의 별 같았고, 저렇게 가까이 붙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두 남녀의 모습은 지금 보고 있는 저 위의 반짝이는 위성 같았다.

밤이 되니 내가 너무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라디오라도 듣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몸을 세워 정면을 바라보니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심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해야 좋을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접어놨던 사이드미러를 펴고 도로 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시... 시연아”

고개를 돌리는 순간,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 열심히 차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시연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선팅을 조금 진하게 해서 그런지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나 보다. 나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황급히 창문을 내렸다.

“히잉. 선생님. 선생님 차 같아 보였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안이 보이지 않았어요.”

“어. 그... 그래. 선팅을 조금 진하게 해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선생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 아. 그... 그냥 잠깐 아는 선배 만나러 왔다가 너무 졸려서 눈 좀 붙이고 있었어.”

나는 아까 준비했던 멘트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더듬거리며 엉뚱한 핑계를 댔다.

“아. 그렇구나. 난 또 선생님이 저 기다리는 줄 알고 좋아서 달려왔는데.”

“하하하. 그럴 리가 있어? 공부하다가 오는 중이었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내색할 만큼 순수하지는 못했다.

“네.”

“거기 서있으면 위험해. 어서 타.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시연이는 환하게 웃으며 조수석을 향해 달려갔다.

“안녕”

오늘도 조수석 대시보드를 살짝 두드리며 내 차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며 종알종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종알거림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저 안보고 싶으셨어요? 전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뻥치시네. 그런 녀석이 시험공부 한다면서 연락 한 번도 없었어?”

시연이가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말에, 숨기고 있던 내심이 툭하고 튀어나왔다.

“아니. 그건요... 어머! 선생님! 그럼 제 연락 기다리신 거네요? 히히히”

잠시 우물쭈물 하던 시연이는 금방 내가 한 질문의 숨은 뜻을 알아채고는, 활짝 핀 미소를 지으며 오히려 반문을 했다.

“누... 누가 연락을 기다려. 그냥 이 녀석이 시험공부는 잘하나 걱정이 되었던 거지. 그런데 너는 그렇게 열심히 일해 놓고는 탁아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어?”

“아뇨. 궁금했죠. 그래도 매일 아빠는 보니까. 아빠한테 물어봤어요. 그런데 선생님 제가 얼마나 보고 싶었던 거예요?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저 보러 온 것 맞죠?”

우리는 그렇게 동문서답을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나누기에 바빴다. 아까 남자와 같이 서있던 모습에 질투가 났던 나는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그녀와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넌 어떻게 날 알아본 거야?”

“아, 그거요? 아까 친구랑 같이 버스를 기다리리다가 그 친구는 먼저 갔거든요. 혼자 서 있기 심심해서 버스가 언제 오나 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보고 있는데, 저기서 낯익은 차가 세워져 있잖아요. 그래서 후다닥 달려왔죠. 저 잘했죠? 히히히”

그 말을 듣자, 내가 정말 바보 같았다. 결국은 혼자 오해하고 혼자 풀려버린 셈이었다. 둘이 뭔가 있는 사이였으면, 최소한 시연이가 버스를 타고 가는 모습까지는 봤어야 했다. 아까 차 안에서 나는 별입네 너희들은 위성입네 하며 유치찬란하게 감정이입을 해가지고는, 마치 처용가에 나오는 처용처럼 서글퍼했던 내가 너무 창피했다. 아! 내가 정말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게 질투라니. 주체할 수 없이 그녀에게 빠져들어 가는 내가 두려워졌다.

“선생님. 저 배고파요.”

한참을 옆에서 종알거리던 시연이는 배가 고프다며 나를 졸랐다. 예전 같으면 ‘어쩌라고? 그냥 집에 가서 잠이나 자. 잘 밤에 무슨 음식이야.’라며 구박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일요일 밤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그렇게 막히던 도로가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뚫렸고, 뻥 뚫린 길을 달리던 차가 점점 시연이 집으로 가까이로 가자 아쉬운 마음이 커져갔다. 그래서 배고프다고 나를 조르는 그녀의 투정이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웠다.

“그래? 이 시간에 뭐 먹을 것이 있나? 뭐 먹고 싶어?”

“음. 설렁탕 어때요?”

괜찮은 선택 같았다. 잘 밤이니 담백한 설렁탕이 그나마 나아보였다. 그냥 근처에 있는 신선설농탕에 갈까 하다가, 문득 예전에 양재동에서 먹었던 ‘소문난 설렁탕’이라는 가게가 생각나 그곳으로 향했다. 맛은 평범한 편이지만 설렁탕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이 푸짐하고 같이 나오는 깍두기와 총각김치가 일품인 곳이었다.

‘소문난 설렁탕’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특’을 시키자 시연이도 나를 따라 ‘특’을 시켰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씩 테이블 위에 차려지자 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슬글슬금 내 눈치를 봤다. 음식을 보자 입맛이 돌았는지 젓가락을 들었지만, 어른(?)인 내가 앞에 있으니 먼저 먹지도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간절한 저 모습을 보니 차마 장난을 칠 수가 없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먹어보라고 신호를 보냈다.

“와. 여기 총각김치 너무 맛있어요. 선생님.”

나의 신호에 잽싸게 총각김치부터 입에 물었던 시연이의 눈은, 역시나 반달처럼 동그랗게 말렸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반달눈은 함부로 휘어지지 않았었다. 맛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갔을 때만 동그랗게 말리는 그 눈을 계속 보려면, 주변의 맛집을 열심히 알아놔야겠다는 굳건한 결심(?)을 했다.

기다리던 설렁탕이 나오자 우리는 힘차게 밥을 말아 먹기 시작했다. 내 기억처럼 설렁탕 안에는 그야 말로 푸짐하게 고기가 담겨있었다. 사리부터 시작해서 밥과 고기 그리고 국물까지 다 비우고 나자 포만감이 밀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지는 만족감이었다. 맛도 맛이었지만 시연이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만족감을 준 것 같았다.

“선생님 정말 맛있었어요.”

어느새 시연이도 다 먹었는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활짝 웃었다. 그런데 활짝 웃는 그녀의 치아 왼편에 고춧가루가 수줍게 껴있었다.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 미쳤구나 싶었다. 무뚝뚝한 김 대리를 좋아하는 현우를 비웃을 입장이 아니었다.

“푸하하하하.”

안개처럼 뿌옇던 내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졌다. 갑자기 유쾌해져서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웃는 모습을 오해한 시연이는 화들짝 놀라 화장실로 달려갔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변해 있었다.

“히잉. 선생님 너무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숙녀의 실수를 보고 이렇게 포복절도를 하며 웃다니요. 정말 너무해요.”

“아니야. 정말. 너 때문에 웃은 게 아니야. 하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울상을 짓고 있는 시연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딱딱한 표정의 김 대리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현우의 모습이 생각나자 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보 같았던 현우의 모습이 꼭 나 같았다. 그녀는 배꼽을 잡고 웃는 나를 보며 말간 웃음을 보내왔다. 행복했다. 정말 유쾌했다. 시연이라는 존재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우리는 배를 꺼트리기 위해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이 곳 지리는 잘 몰라 시연이가 안내하는 서래마을 방면으로 운전을 했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대검찰청 뒤에 있는 서리풀 공원이라는 곳이었다. 시연이와 함께 입구에 들어서서 꼬불꼬불하게 나있는 공원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길을 밝게 비추는 가로등을 향해 걷자 이 넓은 공원 안에 그녀와 나 단 둘만 있는 것 착각이 들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가로등 때문에 우리의 그림자가 바닥으로 길게 늘어졌다. 가로등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자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림자가 줄어드는 만큼, 우리의 어깨와 어깨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뭉클.

가로등 밑을 지나갈 즈음, 시연이가 갑자기 팔짱을 꼈다. 팔로 전해지는 가슴의 감촉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팔을 통해 시연이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씩씩한 모습만 보였던 시연이가 사실은 이렇게 잘게 떨고 있을 줄은 몰랐다.

두근두근

내 심장 소리와 시연이의 심장 소리가 공명이라도 하듯 울려 퍼져, 귓가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그녀의 팔을 뺄 수도, 빼고 싶지도 않았다.

◆ 시연이의 방

동수와 헤어진 시연이는 얼굴이 상기된 채 집에 들어와, 그녀를 반기는 노 여사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와서 재빨리 컴퓨터를 켜고 채팅을 시작했다.

시연 : 엉엉엉.

형진 : 시연아. 왜 울어. 동수 그 자식이 뭐라고 하디?

시연 : 절래 절래.

재형 : 그럼 왜? 동수가 보고 싶어서 그래?

시연 : 도리 도리.

현우 : 시연이 너 자꾸 귀여운 척하면 혼난다.

시연 : 히잉 ^^; 죄송해요. 이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정수 : 오. 드디어 동수에게 전화가 왔구나? 그렇지?

시연 : 아니에요. 부끄부끄 >,<

재형 : 오늘 따라 왜 그래? 자꾸 말 안하면 오라버니들 삐진다.

현우 : 끄덕끄덕.

형진 : 윽. 현우 너마저.

시연 : 앗. 정말 너무 부끄러워서. 히히. 오늘요. 선생님이요. 학교로요.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시연이는 한참을 말을 길게 늘이며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참다못한 까칠쟁이 현우가 버럭 화를 냈다.

현우 : 야! 요는 왜놈 담요가 요고. 동수랑 키스라도 했냐?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

재형 : 야 썰렁해. ‘왜 요.’가 왜놈 담요지. 무슨.

형진 : 키스는 무슨. 학교로요 라잖아. 학교에 찾아 갔나보지.

정수 : 오. 동수 과감해졌는데.

시연 : 어머! 키스는 아니에요. 팔짱을 꼈어요. 제가. >,<

현우 : 헉! 정말? 그래서 동수는 가만히 있었고?

시연 : 넵!!!

정수, 재형, 형진 : 얼~~~~~

시연 : 앞으로는 상황보고를 못 드릴 것 같아요.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오빠님들 덕분에 제가 너무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재형 : 아니 왜? 이제 좀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시연 : 자꾸 선생님을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 편해요. 오빠님들 덕분에 선생님을 많이 알게 되었으니 이젠 제 힘으로 해야죠.

현우 : 안 돼. 시연아! 이렇게 오빠들을 배신하지 말아줘.

시연 : 죄송해요. 제가 선생님과 결혼하게 되면 오빠님들에게 양복이라도 한 벌씩 선물할게요. 태균 오빠는 연애하느라 바쁘셔서 요즘은 도움도 안주셨으니 빼고요.

형진 : 겨. 결혼?

시연 : 네. 헤헤. 그럼 소녀는 물러갈게요.

‘띠링’ 시연님께서 방을 나가셨습니다.

정수 : 아!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살지?

재형 : 그러게. 한동안 재미있었는데. 쩝.

현우 : 앞으로 동수 얼굴 어떻게 보지?

형진 : 왜?

현우 : 웃기잖아. 팔짱을 꼈다잖아. 당분간 동수 피해 다녀야겠다. 보면 웃길 것 같아.

재형 : 병신. 스포츠센터 바닥에 앉아 펑펑 운 새끼가 누굴 보고 웃어?

정수, 형진 : ㅋㅋㅋㅋㅋㅋㅋㅋ

============================ 작품 후기 ============================

이번 소제목은 조금 뻔하죠? 작가도 요즘 늦게 배운 도둑질에 빠져있습니다. 5시에 일어나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ㅎ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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