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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46화 (46/424)

00046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6월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윤 스포츠센터의 일은 생각보다 빨리 진척되고 있었다. 공사가 끝나고 당장 회원을 받는다고 해도 바로 정상궤도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홍보기간이 필요하다. 처음 두 달은 체험 기간을 가져 부모들의 호응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그리고 여기저기 언론사에도 연락을 해두었다. 가까운 선배에게 두 가지 기사를 올릴 것을 약속받기도 했다. 개관을 하게 되면 귀족탁아소라는 비판에 가까운 기사를 흘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몰릴 때쯤 그 동안 윤 사장님이 해온 사회활동과 탁아소 사업의 수익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기사로 진정시킬 생각이다.

냉정한 말로 네티즌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돈 있는 사람들은 꿈적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후폭풍이 너무나도 거세서 정치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기사가 나가는 기간 동안 윤 스포츠센터의 모든 지점 정문 앞에다가 집회신고를 해 둘 생각이다.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브로커가 따로 있어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기업들이 주로 써먹는 치사한 방법이긴 해도, 이게 다 부자들의 돈을 갈취(?)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정당화 시켰다.

아이들의 먹거리를 만드는 업체와는 이미 계약을 완료했다. 가격협상 보다는 품질에 중점을 둔 계약이었다. 스포츠 의류업체와도 대부분 협상중이며 이미 완료된 곳도 있다. 협상중인 곳은 주문 생산을 위한 조건 때문이었다. 대중성 있는 스포츠의류 전문 업체는 페밀리룩도 많이 생산하지만 명품의류회사에 만드는 스포츠의류는 수요 때문인지 생각보다 종류가 부족했다. 그래서 별도의 주문생산 계약을 맺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컸다. 워낙 대단한 업체였기 때문에 지사를 통해 연락을 넣기는 했어도 별기대도 하지 않던 상황에서 온 답변이라 ‘에라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질러버렸다. 판매 가격이 성인 명품 옷값에 육박하게 생겼지만 한국에서도 3~5벌 밖에 없다는 특별함으로 홍보를 하면 어떻게든 팔리겠지라는 조금은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과연 아무리 돈이 썩어나도 백만 원이 훌쩍 넘는 유아용 명품 스포츠웨어를 사 입힐 인간들이 나올지는 나도 모르겠다. 안되면 내가 사서 앞으로 태어날 조카에게 입혀야겠다는 똥배짱도 어느 정도는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대부분 마무리가 되었고 그래서 요즘은 스포츠센터에서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 회사와 윤 스포츠 센터간의 제휴계약도 맺었다. 전혀 안 해줄 것처럼 구시더니 생각보다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면서도 약속은 지키라고 심술을 부리시는 바람에 계속 여기를 다녔다. 약속했던 기간이 2달이었기 때문에 행정실에는 얼굴만 내밀고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회원도 아닌 내가 공짜로 이용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녁에 와서 종일 운동을 할 수는 없어서 윤 사장님께 간곡하게 부탁을 하고 10시가 되면 집에 갈 수 있게 되었다.

Rrrr

윤 스포츠센터에서 나와서 집에 도착해서 예전에 구입해뒀던 책을 읽고 있는데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응. 엄마.”

“아들아.”

“응. 말해.”

“내가 이상한 소문을 하나 들었다.”

“소문요? 무슨 소문?”

“네가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면서?”

헉. 역시 좁은 동네라 소문한번 빠르다. 어느새 어머니 귀에 까지 들어갔다. 소문 듣고 찾아온 친구도 있는데 어머니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가 없다.

“하하하. 언제 거기까지 소문이 났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런 일이 있었으면 얘기를 해야지. 어떻게 아들이 차를 샀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듣게 할 수 있어? 엄마 삐질려고 그래.”

“미안해. 나도 그동안 정신이 없었어. 갑자기 아는 선배가 미국 간다고 싸게 넘겨서 샀어요. 일이 너무 많았고, 엄마도 알잖아. 얼마 전에 대철이 아버님 돌아가신 것. 엄마한테 말한다는 것을 깜빡했네. 미안해요. 엄마.”

“은근슬쩍 ‘요’자를 붙이는 것을 보니 미안하긴 미안한가 보지? 그런데 좀 의심스럽다 아들아. 뭔가 속이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

역시 우리 어머니의 눈치는 귀신같다. 내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말투를 듣고 뭔가를 눈치 채셨다. 귀신을 속이지 어머니를 속이는 것은 어렵다. 어미니 거짓말을 하는 소자를 용서해주세요.

“에이. 설마. 그런 것 없어.”

“그래? 동수 네가 그렇다고 하면 믿어야지. 그건 그렇고 원래 몰던 차는 어떻게 했냐? 벌써 팔아버렸냐?”

“아니. 아직. 바빠서. 조만간 팔아야지”

“잘 됐다. 그럼. 그 차 나한테 넘겨라. 엄마가 천만 원 쳐줄게.”

“우와. 엄마. 그거 팔면 그것보다 더 받을 수 있어.”

연식이 얼마 안 돼 지금 팔아도 2천만 원 가까이 받을 수 있는 녀석이다. 그렇다고 아깝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차를 어머니께 드리면 회사 출근 할 때 걸어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발발거리며 일을 만들어 하는 내 입장에서는 곤란했다.

“중고차가 무슨 그렇게 비싸. 그런 것 엄마는 몰라. 잔말 말고 여기로 차 보내라. 원래 차를 얻어 타고 다니던 사람이 회사를 옮기는 바람에, 너희 아버지가 요즘 회사로 차를 가지고 가셔서 불편해서 안 되겠다.”

아버지는 그렇게 운전을 즐겨하시지 않는다. 운전은 우리 어머니가 더 좋아하신다. 어쩌면 우리 가족 4명 중에서 어머니가 가장 운전을 잘하실 지도 모른다. 나와 동생이야 오너 경력이 3년 안팎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게다가 어머니의 질주 본능은 아버지도 말리지 못하신다. 같이 다니시던 분이 이직을 하는 바람에 신나게 몰고 다니시던 차를 아버지에게 빼앗겼으니 마당발인 어머니가 답답하실 만은 했다.

“그럼 엄마. 내가 소형차로 하나 사드릴게. 그러면 안 될까?”

“싫다 얘. 내가 코딱지만 한 차를 몰아야겠어? 돈이 아까워서 그래? 알았어. 엄마가 인심 썼다. 300만원 더 얹어줄게.”

우리 어머니는 이상하게 소형차를 싫어하신다. 어디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차가 안전하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계신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지만 요즘은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소형차의 안전도 많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 분이었다. 그래서 아버지 차도 렉스턴이고, 우리 형제도 둘 다 SUV를 몰고 다녔다.

“아니. 돈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그럼 내 차 팔고 돈 좀 보태서 엄마가 좋아하는 SUV 새 차로 하나 사드릴게. 응”

돈이야 통장에 넘칠 정도로 많다. 항상 조심해서 그렇지 부모님께 돈을 아낄 만큼 개념이 없지는 않다. 단지 내 차를 팔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얘가, 얘가. 요즘 일을 잘해서 회사에서 돈 많이 준다고 하더니 이젠 돈이 땅에서 솟아? 왜 멀쩡한 차를 팔고 다른 차를 사준다고 그래?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네 차나 여기로 보내. 알았지. 아들? 엄마는 그렇게 알고 끊는다.”

“엄마. 엄마. 아이씨 전화 끊으셨네.”

고향에 내려갔을 때 부모님 선물을 사드린다고 이리저리 돈을 썼더니 걱정을 하셨다. 그래서 아들이 일을 잘해서 요즘 회사에서 돈을 엄청 많이 준다고 뻥을 쳤었는데 역시나 새 차를 사드린다는 유혹에 꿈쩍도 하지 않으셨다.

“띠링”

- 류일화님께서 고객님의 계좌로 10,000,000원을 송금하셨습니다.

“헉. 류일화는 엄마 이름인데. 무슨 돈을 이렇게 빨리 보내셔. 그나저나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네. 어떡하지. 정말 우리 엄마지만 한 번 필이 꽂히시면 정말 아무도 못 말린다니까. 에구. 나도 모르겠다.”

골치가 아파서 그냥 자버렸다고 해도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삐지시면 그때부터는 아버지의 역정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곧바로 가까운 기아 매장에 가서 모닝 한 대를 구입했다. 차라리 맘이 편했다. SUV 두 대를 몰고 다니려니 왠지 부담이 되었는데 그래도 모닝이라면 그 찝찝함이  약간은 줄어 들 것 같다. 제일 좋은 모델에 풀 옵션으로 주문을 해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한 달 이자도 안 되는 저렴한 금액이었다. 그 동안 나도 확실히 통이 커지긴 했다. 별생각 없이 시연이에게 ‘무슨 색이 좋아’라고 물었더니 ‘노란색요’라는 대답을 하길래 그냥 노란색으로 주문을 했는데 회사에서 돌아와 생각해보니 무리수는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출차가 열흘정도 걸린다고 해서 어머니께도 열흘 후에 차를 보내드린다고 약속을 했다. 바빠서 직접 갈 수는 없으니 운전사라도 사서 가야할 것 같은데 방법을 몰라 고민하다가 모닝을 산 직원에게 문의를 했다. 차를 샀더니 역시나 친절하게 응대해줬다. 내 이야기를 들은 직원은 자기가 알아서 수배 해놓겠다고 해서 걱정을 덜었다.

“ 마 대리. 잠깐 봐요.”

자동차를 고향까지 배달해줄 사람까지 수배해놓고 한시름 덜었더니 팀장이 날 불렀다. 요즘 와서 일적으로도 마주칠 거의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왜 갑자기 나를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은 내 직속상관이니 말을 듣는 척은 해야 했다.

“부르셨습니까? 팀장님.”

“거기 좀 앉아 봐요.”

내가 옆자리에 앉자 서류를 하나 전해줬다. 동지랜드 현황에 관련된 서류였다. 우리 회사에서 동지랜드를 소유하고는 있다고 해도, 적자나 겨우 모면하는 상황이고 오너도 별 관심이 없어서 마케팅부에서도 전혀 관여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그리고 서울랜드가 워낙 막강하게 버티고 있어서 희망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곳에 대한 현황 보고서를 왜 내게 넘기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걸 왜 제게?”

“왜긴 왜겠어요? 일하라고 주는 거죠.”

“네? 하지만 전 지금 하는 일이 있습니다만?”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미 제휴도 맺었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 이미 청사진도 다 그려놨다면서요?”

“그렇지만 앞으로 거기서 제가 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계속 해왔던 일이고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사장님과의 독특한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방법은 없지만 혹시라도 내가 빠진다면 무슨 심술을 부리실지 모른다. 내가 계속 윤 스포츠센터에 나간 이유가 앞으로 있을 우리 회사와 윤 스포츠센터간의 긴밀한 협조 때문이었다.

“마 대리. 마 대리는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해요?”

“(주)동지의 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아네요. 우리 회사의 일개 직원이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라고 못하겠어요? 마 대리가 하던 일은 아마 이 대리가 맡아서 계속 하게 될 거에요.”

이런 뭐 같은 일이 다 있나 싶었다. 이것은 분명 팀장과 이 대리가 짜고 나를 엿 먹이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이럴 수가 없었다. 이번 제휴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나 ‘마 동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일에서 물러나라니 뭐 이런 개념 없는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혹시 과장님도 알고 계신일입니까?”

“마 대리. 마 대리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죠?”

“저희 팀 팀장입니다.”

“어머.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전 몰랐어요. 최근에는 얼굴볼일도 없어서 나를 어디 지나가는 똥개쯤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죠. 맞아요. 저는 마 대리의 팀.장. 이죠. 그런데 팀원에게 일을 주는 것에 대해서 누구에게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아닙니다.”

“아니죠? 조 과장에게는 제가 알아서 잘 이야기하죠. 앞으로 마 대리는 여기 동지랜드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호호호.”

망할 년, 나쁜 년, 빌어먹을 년, 주옥(?)같은 년. 팀장의 저 웃음소리가 내 속을 제대로 뒤집어 놨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과장님이 팀장대우가 되고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팀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문득 전에 과장님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팀장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은연중에 팀장을 무시했나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앞으로는 여기 출근 할 것도 없이 현장에 바로 출근하세요. 매출이 정상화 될 때까지는 본사로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말았으면 해요. 이미 위에도 그렇게 이야기 끝냈어요.”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윗선까지 개입한 것이 분명했다. 이 일은 부장님이 과장님과 나에게 시킨 일이었다. 부장님의 허락 없이는 팀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우리 부장님 정도의 파워가 있는 양반을 누르려면 꽤 높은 선까지 닿아 있음이 분명했다. 매일같이 성희롱이나 일삼던 늙은 여우에게 제대로 당했다. 로또에 당첨됐다고 기세등등했었는데 이런 일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 마 대리. 소식 들었어. 동지랜드 맡았다며. 축하해. 회사 사람들이 두 손 두 발 다 든 일에 마 대리를 투입하다니, 그동안 회사에서 큰 신임을 받고 있었나봐.”

소식을 듣긴 무슨 소식을 들었단 말인지. 나는 방금 팀장실에서 나왔는데 누구한테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팀장과 이 대리가 작정하고 나를 엿 먹인 것이 확실하다고 대놓고 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과장님과 김 대리도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연애소설 같다. 로맨스 소설 같다는 의견에 저도 어느 정도 동의를 해서 이 전 챕터는 급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소제목 때문에라도 1~2회 정도는 더 가려고 했는데 달달함이 주가 되면 곤란할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외전이나 간간히 들어갈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달달함은 어느정도 선을 유지하며 계속 끌고 갈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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