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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50화 (50/424)

00050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고 이사에게 양해의 말을 구하고 먼저 윤 사장님을 찾아갔다. 원래는 내가 먼저 찾아갈 생각이 아니었다. 윤 사장님과 회사가 틀어지면 그 때 백마 탄 왕자님처럼 ‘짜잔’ 하고 나타나 뒷일을 수습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고 이사의 협박과도 같은 부탁에 넘어가 내가 먼저 윤 스포츠센터를 찾게 되었다.

“어서 오게. 나는 자네가 그동안 죽었다고 생각했네. 제휴계약을 맺었다고 이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와도 되는 건가?”

이 분은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재미로 사셨는지 모르겠다. 사정 뻔히 알면서 마치 내가 일부러 도망이라도 간 것처럼 나를 몰아붙이셨다.

“저도 정말 진심으로 사장님과 함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경험하지 못하셨겠지만 직장인의 입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쩌겠습니까? 가라니까 가아지요.”

“흠. 자네가 다니는 회사가 이상하구먼. 이참에 여기로 옮기지 그러나?”

절대 그럴 수 없다. 시연이와 아무런 사이가 아니었다면 혹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윤 사장님께 꽤 신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지금보다 무척 괜찮은 조건으로 회사를 옮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연이가 내게 큰 의미가 된 지금으로서는 절대 그럴 수 없다.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분명히 시연이와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처갓집 덕을 보고 산다는 이야기는 절대 듣고 싶지 않다. 내가 윤 스포츠센터에 들어간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그러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하하하. 그것은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아니 왜? 월급이라도 깎을 것 같아서 그러나?”

“아닙니다. 3년 후가 되면 아버지께서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십니다. 평생을 한 직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사셨던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다보니 저 또한 지금 다니는 회사를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잠깐 힘들다고 회사를 옮긴다면, 저는 언제 또다시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될지 모릅니다. 아버지처럼 묵묵하게 회사를 다니면 언젠가 알아주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 아버지를 존경한다. 30년이 넘는 기간을 한 곳에 몸 바쳐 사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자격이 있으시다. 그렇게 성실하게 사시면서 할아버지의 빚을 갚으셨고, 고모를 시집보냈고, 할머니를 잘 모셨으며, 우리를 이만큼 키우셨다. 내가 정말 끔찍한 직장선배들을 만나 고생을 할 때도 항상 아버지를 생각하며 견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인내심은 많이 희석되었다. 99%의 진심을 담아 윤 사장님께 잘 말씀드려야 오해를 싸지 않고 적절하게 거절할 수 있다.

“흠. 뭐 그렇게 살아왔다고 하니 내가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군. 그래서 이제 완전히 돌아온 건가?”

“아닙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

“네. 인간적으로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잠시만 그 일을 돕게 해주십사 부탁을 하려고 왔습니다.”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 거기 놀이공원 사장이라는 사람을 말하는 건가?”

“아. 시연이에게 말씀을 들으셨군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셨다더니 그래도 관심을 기울이고 계셨나봅니다?”

“크흠. 말장난은 그만 하고, 그래서 어떤 사람인데 자네가 돕겠다는 건가?”

“사장님은 윤 스포츠센터를 이만큼 키우기까지 어떤 도움을 받으셨습니까?”

“나? 뜬금없이 나는 왜 묻는가? 보자. 여기저기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 이곳을 이만큼 키우려면 노력과 실력도 있어야하지만 운도 따라야지. 그 운 중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수고.”

“만약 사장님이 젊으셨다면 마치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허허허. 나 같은 사람이라? 나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물론 능구렁이 같은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고 사실을 말할 수는 없다. 윤 사장님과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서 관심을 이끌었으니 적당히 양념을 쳐서 설득하면 된다.

“제가 가서 본 동지랜드라는 곳은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당연히 그곳 젊은 사장님이 만들었던 것입니다. 인간답고, 진중하고 그러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족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스스럼없이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남자였죠. 한마디로 진정한 남자였습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말인가?”

“비슷한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열심히 이곳 일을 도왔는지 아십니까?”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우리와 계약을 하기 위해서 일을 했겠지.”

“맞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사장님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제 일처럼 열심히 일했습니다. 지금 동지랜드의 책임자도 그런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돕고 싶습니다.”

“흠. 그것이 우리와의 협상을 뒤로 미룰 만큼 급한 일인가?”

“전 지금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습니다. 한 분은 이미 동종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앞서 나가는 선두주자 때문에 위기에 쳐해 있습니다. 저는 누구를 도와야 할까요?”

“허허허. 이 사람 참. 말은 정말 잘해. 그래서 나는 이미 안전한 상황에 있으니 자네가 그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참고 있으라?”

역시나 그냥 넘어가시는 분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했다면 분명히 통 크게 바로 허락을 하셨을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데 너무 재미를 붙이신 것 같아 살짝 걱정이다.

“꼭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사장님께는 유리합니다.”

“어째서 유리하단 말인가?”

“조금 있으면 탁아소가 오픈합니다. 저는 이미 신문사에 연락해서 언론보도 준비도 완료했죠. 탁아소 소장님과 다른 직원들도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협상을 질질 끌면서 2달을 보내다보면 탁아소에 대한 평가가 확 달라질 것입니다. 그 때부터 윤 스포츠센터에는 새로운 성공 아이템이 하나 더 생기게 되는 것이죠. 회사에서도 당연히 몸이 달아오를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됩니다. 성공에 대한 확신만 있으시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윤 사장님의 표정을 보니 어느 정도 넘어왔다. 이정도의 제살깎아먹기를 시도했는데 안 넘어와 주시면 곤란하다.

“그런데 말일세. 나는 그 이 대리라는 작자가 맘에 안 들어. 남자가 배포가 없어. 내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고 벌벌 떨면서 이 방을 기어나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제휴고 뭐고 다 치우고 싶었다네.”

“사장님!”

나는 벌떡 일어나 윤 사장님의 손을 잡았다.

“아니 이 사람이 징그럽게 갑자기 왜 이러나?”

“사장님이라면 당연히 눈치를 챘을 겁니다. 부하직원이 거의 다 마무리한 일을 얌체처럼 뒤에서 뺏어가는 몰염치한 인간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도 그 동안 그 인간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여기서 눈물이 좀 글썽거려 줘야 하는데 잘 안 된다.

“흠.”

“사장님처럼 의리 있고 정분 넘치는 분이라면 절대 그냥 두고 보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치사한 인간은 응징을 받아야 합니다. 사장님께서 도와주십시오. 제가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도와달라는 말인가?”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것으로 나의 읍소 작전 3단계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시간도 벌고 양 팀장과 이 대리에게 복수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그냥 평소에 저를 대하듯 대하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협상은 진행하지 않고 질질 끌고 간다면 사장님도 보다 나은 조건으로 협상을 할 수 있게 될겁니다.”

“어흠. 평소 자네 대하듯 하라? 내가 그동안 자네를 괴롭혔다는 말인가? 듣고 보니 갑자기 섭섭해지는군 그래.”

“하하하.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하십니까? 저야 눈치가 빨라서 사장님의 속뜻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제게 얼마나 큰 애정을 베풀어주시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리는 눈치가 좀 없습니다. 저에게 하듯 행동만 하셔도 충분히 당황하고 힘들어할 것이 분명합니다.”

“내가 또 언제 자네에게 그런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뭐 그래도 재미는 있을 것 같구먼. 자네가 그렇게 간곡하게 부탁을 하니 이번 한번은 내가 도와줌세.”

“감사합니다.”

혹시나 싶어 우리 회사에서 나올 대응과 양 팀장의 행동성향까지 빈틈없이 설명했다. 그동안 윤 사장님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유대관계를 키워왔던 덕을 보는 것 같았다. 과장님과 김 대리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어 조금 미안하다. 그래도 내 코가 석자다.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동지랜드에 대한 생각으로 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이디어가 없다. 고 이사는 나를 설득하기 위해 가족 같은 직원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내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 하나 살자고 정신없이 머리를 굴릴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보니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던 불안감이 내 머리회전을 자꾸 방해했다.

숙소에 와서도 계속 고민을 했다. 기껏 생각난다는 것이 사진 동호회 형님들을 초대해서 여기에 대한 사진을 찍고 블로그를 통해 퍼 나르는 방법이었다. 형님들 중에는 인기있는 여행 블로그나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맛집 이야기가 나오고,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여행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요즘이야 워낙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많아서 잘만 활용하면 어느 정도의 홍보효과를 볼 수는 있다.

시연이가 해줬던 말처럼 이곳에는 동지랜드 말고도 주변에 볼거리가 조금 있었다. 광릉 불고기라는 유명한 맛집도 있으니 그것들을 모아 하루 여행코스로 잡아서 블로그에 소개하면 괜찮은 방법이 될 것 같았다. 미사리에서는 이미 몇 개의 사설 업체 간에 협약을 맺어서 할인혜택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광릉분재 예술공원이나 아프리카 예술박물관과 잘 이야기 하면 서로 간에 약간의 할인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광릉수목원의 경우는 국립이라 접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경기도청에 찾아서 협조를 요청해보고 안되면 그냥 우리만 할인혜택을 주면 그만이다. 광릉수목원의 티켓을 가져오는 분들에게 우리가 할인을 해주겠다는데 뭐라고 그러겠는가? 조금이라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꼼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아. 이걸로는 턱도 없는데. 인근 초, 중, 고등학교에 대한 영업은 이미 열심히 하고 있고 뭔가 딱 떠오르는 방법이 없네. 시연이 얼굴이나 보면서 좀 쉬어야겠다.”

나는 놀이공원에서 찍은 시연이 사진을 노트북으로 열었다. 역시 예뻤다. 놀이공원 곳곳에서 찍은 시연이의 모습은 무척 잘 어울렸다. 복장이 아쉬웠다. 몇 가지 옷이 더 있었다면 훨씬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좀 아쉬웠다.

“흠. 놀이공원하고 시연이가 정말 잘 어울리는데. 모델로나 써볼까?”

요즘 같은 세상에 잘못 얼굴이 알려졌다가 되레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시연이의 꿈이 아나운서다 보니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TV광고로 내보낼 것도 아니고 우리 동지랜드의 안내책자를 비롯한 지면광고에 활용할 생각이니 큰 불편함을 초래할 것 같지는 않다. 경력에도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시연이가 정말 잘 나온 사진 몇 장을 따로 폴더에 담은 다음 노트북을 들고 고 이사가 있는 방으로 갔다.

“똑똑”

“네”

“마 동수입니다. 좀 들어가겠습니다.”

“아 마 대리. 어서 와.”

고 이사는 나의 간곡(?)한 부탁으로 말을 놓기로 했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데다 괜찮은 사람 같아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부탁을 했다.

“이것 좀 보시죠.”

나는 노트북으로 시연이의 사진을 보여줬다.

“마 대리 여자 친구 사진이네. 역시 풋풋하고 예쁘다. 난 또 큰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돌아다니기에 그냥 폼이라도 잡으려고 그런 줄 알았는데 이거 이제 보니 사진도 잘 찍는구먼. 그런데 이건 왜 내게 보여주는 거야? 전에 내가 휴대폰으로 여자 친구 자랑했다고 지금 복수하는 거야? 하하하”

“그건 아니고요. 우리 동지랜드 안내책자와 지면광고에 활용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시연이가 허락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사님의 의견이 어때요?”

내가 일적으로 의견을 묻자 고 이사는 진지하게 사진을 봐라봤다.

“음. 좋네. 괜찮은 생각이네. 연예인급 미모인데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이니 신선하게 다가갈 수도 있고.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군. 그런데 이 사진을 이용하려고?”

“하하하. 아닙니다. 전문 사진작가를 불러서 다시 찍어야죠. 옷도 좀 더 나풀거리는 원피스 같은 것을 입고 다시 찍어야 효과가 더 클 것 같습니다. 저야 그냥 취미로 찍는 겁니다.”

“그건 그렇지? 잘 찍은 사진이지만 일단 광고효과를 생각하고 찍은 것들이 아니라 아쉬운 면도 있고 프로가 찍었다고 하기에는 미묘하게 아쉬운 점이 있어.”

확실히 정확한 평가다. 너무 정확한 평가에 아마추어 사진가의 호승심이 불타올랐지만 나도 내 주제는 안다.

“그렇죠.”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사진을 찍어줘서 그런가? 표정이 정말 풍부해. 이런 표정을 잘 살려서 사진을 찍는다면 꽤 괜찮은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군. 여자 친구에게 허락은 아직 안 받았다고 했지?”

“네”

“그럼. 잘 좀 말해봐. 내가 모델료도 넉넉하게 줄 테니까. 이왕에 하는 거 홍보 모델로 활용하는 것은 어떤가?”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든요.”

아직은 아니다. 나도 최대한 일을 잘 마무리해서 8월 말에 친구들과 캐나다로 여행을 다녀 올 계획이다. 그리고 시연이도 해외여행을 추천할 생각이다. 형편이 되는데 좁은 한국에서 지내는 것은 낭비다. 넓은 해외로 나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시연이에게 친구들과의 여행계획을 짜보라고 은근히 부추겨보려고 한다.

“그래? 그건 좀 아쉽군. 아무튼 괜찮은 생각 같아. 그래 그것 말고 다른 계획은 없나? 아직은 너무 시간이 부족하겠지? 미안해. 내가 요즘 자꾸 조급해지네.”

“아닙니다.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열심히 해야죠.”

고 이사의 기대에 찬 눈빛에 아까 방에서 혼자 생각해뒀던 이야기를 풀어놨다. 생각 이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니까 일단 사진동호회 사람들을 이용해, 블로그를 통해 광고를 하자. 요즘은 입소문이 중요한 세상이니 좋은 생각 같군. 그리고 주변 관광지와 협조를 해서 약간이나마 시너지효과를 얻자. 그것도 괜찮은 것 같네. 역시 마 대리야. 시작하자마자 벌써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다니 기대가 커.”

“윽. 너무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여기서 끝날지도 모릅니다. 자꾸 부담을 주시니까 돌아가던 머리도 안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가? 알았어. 그만 할게. 그래도 난 마 대리만 믿어. 하하하”

고 이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동호회 카페에 올린 사진을 보고 형님들이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내일쯤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려야겠다. 요즘 와서 절실히 느끼는 것인데, 정말 인맥도 중요하다. 학연, 지연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원만하게 쌓아온 인간관계가 언제 갑자기 내게 큰 힘이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했다.

“Be nice to nerds. Chances are you'll end up working for one.” (공부벌레들에게 잘 해주십시오. 나중에 그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너무 국한 된 이야기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생각해서 받아들였다.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해라. 그게 힘들면 최소한 함부로 적은 만들지 마라. 이게 내 나름대로의 해석이다. 계산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인생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고 싶은 야망이 있다면 참고할 만한 이야기다. 외톨이 윤석이에게 손을 내밀어 같이 잘 놀았더니 병원과 관련된 고민에 대해서 상담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고, 똘똘한 동기와 친하게 지냈더니 고생은 했어도 제법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열심히 사진 동호회 형님들을 따라 다녔더니 아쉬운 소리를 별 고민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최 주임과 김 대리와도 화해하고 원만하게 지내려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나의 지론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나를 잡아먹으려고 덤비는 인간들에게까지 손을 내밀 생각은 없다. 그 순간 나는 호구가 된다. 그래서 더더욱 양 팀장과 이 대리는 용서할 수 없다.

◆ 동수팀 사무실

점심시간이 된 사무실에는 이 대리 혼자 남아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아. 어떡하지. 나도 미쳤지 무슨 생각으로 사장실에 혼자 찾아간 거야. 팀장님에게 잘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쳐놔서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도 힘든데.”

이 대리는 처음 윤 사장을 찾아가서 당했던 일을 아직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끙끙 앓고 있었다. 보고하면 양 팀장에게 깨질 것 같고 방법은 보이지 않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다.

Rrrr

“네 이기적입니다.”

“여기 윤 스포츠센터. 비서실입니다.”

“네? 아. 네. 무슨 일이신지...”

“사장님께서 내일 한 번 나와 보라고 하셔서요.”

“네?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대리는 얼굴이 환해져 전화기에 대고 열심히 고개를 숙이며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크게 외쳤다.

============================ 작품 후기 ============================

이번 챕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자정에 뵈요.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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