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7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다음날 나는 어제 윤 사장님과 나눴던 이야기를 과장님께 해드렸다. 과장님도 그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았다. 양 팀장과 이 대리가 워낙 자신 있다며 맡겨만 달라고 큰소리를 뻥뻥 치는 바람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손 놓고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때문에 윗선에서도 그런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부장님을 통해 내부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지분 비율은 51:49로 하고 공탁금조의 담보물 금액도 대폭 상승시켜야 하는데 양 팀장이 자신있어하던 조건과 너무 차이가 나서 걱정이 앞섰다. 가장 큰 문제는 담보물의 가치이다. 1,0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담보물을 걸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담보를 건다고 해서 그 돈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배신하지 않겠다는 성의 표시일 뿐이다. 우리 회사가 마음이 바뀌어 윤 스포츠센터와 갈라서지 않는 이상 그 돈은 한 푼도 나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조건으로 진행을 하면 양 팀장과 선을 닿았던 누군가는 ‘그 정도 조건이면 우리도 할 수 있었다.’며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윤 사장님과 미팅조차 하지 못해서 빌빌거릴 때 내가 나서서 1차 협의를 이끌어 낸 것인데, 괜히 양 팀장이 끼어드는 바람에 나와 과장님이 그동안 고생한 성과도 퇴색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정말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양 팀장과 이 대리였다.
부장님을 통해 보고서를 올렸으니 결정은 윗선에서 할 일이다. 조건이 못마땅하다고 해도 급한 것은 우리 회사다. 안 그래도 다른 특급 호텔과 비교해서 헬스클럽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시간을 끌면 끌수록 손해가 된다.
급한 일은 끝났다. 윗선에서 결정할 때까지 당분간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나는 그동안 고민해왔던 복권금액 분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자산을 관리 하고 있는 국민은행 차장을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마동수 고객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그럼요. 안 그래도 한번 전화를 드리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요? 무슨 일로?”
혹시 투자한 돈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조금 걱정이 되었다.
“문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히 요즘 금값이 많이 올라 재미가 좋은 편입니다. 다른 상품들도 크지는 않지만 제법 수익이 괜찮고요.”
투자한 90억 중에 금펀드에만 30억을 넣어뒀는데,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돈이 늘어나고 있다. 돈이 많은 게 좋다는 것은 국민은행을 통해 투자를 하면서도 여실히 깨달았다. 같은 투자 상품이라고 해도 보장 이율이 다르다. 1억을 투자하는 사람과 10억을 투자하는 사람에게 똑같은 조건을 보장한다면 큰돈을 가진 사람들을 유치하기 힘들다. 그래서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소액 투자자들보다 높은 이익을 보장한다. 세상은 확실히 돈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벌 수 있는 빌어먹을 곳이다.
“그것 때문에 절 보려고 하신 것은 아니죠?”
“네.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은행을 통해 괜찮은 경매물품이 하나 나왔습니다. 강남에 있는 100억이 조금 넘는 가격의 빌딩인데, 두 번 유찰을 해서 60억대로 떨어졌습니다. 그쪽에 있는 제 동기 말로는 한 번 더 유찰될 때까지 사람들이 기다릴 것 같다고 합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정말 아까운 물건입니다.”
“그래서 투자금을 빼서 그 건물을 사라고요?”
“하하하. 그건 아닙니다. 그 돈을 빼 가시면 저도 입장이 곤란해져서. 마동수 고객님은 확실한 담보물이 있지 않습니까? 현금성 담보물에 대해서는 이자가 매우 저렴합니다. 2% 대의 이자로 65억까지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1년에 이자가 얼만데요?”
“1억 6천정도 됩니다. 그런데 임대료 수입이 4억 정도 되니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그리고 원래 건물 값이 100억 정도 하니 절대 손해가 아닙니다. 저야 대출받으셔서 제게 한 번 더 투자하시면 가장 좋지만 그러면 도둑놈 심보죠. 저를 믿고 투자 해보시죠?”
내 눈앞에 있는 차장이 꼭 사기꾼같이 보였다. 마음은 혹 한다. 100억이라고 해도 강남에 있으니 빌딩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작은 건물일 것이다. 예전 같으면 들은 척도 안했을 것이다. 일 년 이자가 1억 6천이라니.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 이자도 못 갚으면 가지고 있던 100억이라는 돈도 까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윤 사장님 덕분에 꽤 큰 고정 수익이 생겼다. 그 정도 이자는 임대료 수입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
“꼭 지금 결정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아직 며칠 시간이 있으니 여유를 두고 생각해보십시오.”
“네. 그럴게요. 그리고 이 통장에 있는 3억하고 제 자유통장에서 2억을 빼서 정기예금 통장으로 옮겨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윤 사장님이 주신 3억이 든 통장도 국민은행에서 발급 된 것이라 별무리 없이 돈을 옮겼다. 나는 정기예금 통장을 시연이에게 줄 생각이다. 자신의 명의로 옮기겠다고 하면 바로 세금처리가 복잡해도 그렇게 해주려고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저녁에 시연이를 우리 집에 초대를 했다. 요리로 뭘 해줄까 하다가 크림 스파게티로 결정을 했다. 혼자 살기 때문에 평소에도 가끔 요리를 한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레시피를 많이 알고 있는데, 크림 스파게티는 굉장히 쉬운 요리다.
우선 버섯, 양파, 베이컨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올리브 오일과 함께 볶는다. 그것은 따로 두고 냄비에 생크림을 붓고 끌이다가 우유를 적당량 넣어준다. 우유가 많이 들어가면 덜 느끼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취향대로 넣으면 된다. 끓이다보면 고소한 향이 나기 시작하는데 그때 슬라이스 치즈를 2장 넣으면 걸쭉한 느낌의 액체로 변한다. 거기에 아까 볶은 재료와 다진 마늘을 함께 넣어서 다시 끓이면 크림소스가 완성된다. 그것을 만드는 동안 다른 버너로는 마트에서 사온 스파게티 면을 넣고 삶으면 모든 요리준비가 끝난다.
접시에 스파게티 면을 올리고 그 위에 크림소스를 부어준 다음 파마산 가루를 뿌려 약간의 멋을 내면 크림 스파게티는 완성이다. 15분 ~ 20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시연이가 보는 앞에서 스파게티를 만들고 식탁에 와인 두 잔을 올려놓으니 분위기도 괜찮았다. 내가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던 시연이 얼굴은 감동받은 표정이 역력했다.
“선생님. 아니. 도. 동수씨 오늘 무슨 날이에요?”
여전히 어색해하는 저 ‘동수씨’라는 호칭. 나도 좀 간지럽다. 그래도 귀엽다.
“아니. 네게 너무 고마워서 그래.”
즐겁게 식사를 하고 시연이에게 통장을 건넸다. 시연이가 내가 주는 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앞섰다. 처음에는 절반을 주기로 했으니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서, 당돌하게 돈을 더 달라고 하지는 않을까? 혹시 내가 복권에 당첨된 돈 때문에 자신을 만난다고 오해하지는 않을까? 내가 아는 시연이라면 절대 그럴 일이 없겠지만 자꾸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돈 10억 때문에 행복한 우리 사이에 분란이 생길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조심히 시연이의 표정을 살폈다.
“이게 뭐에요? 와. 왜 이렇게 큰돈이 들어 있어요?”
“왜. 우리가 처음 식사 같이한 날 있지?”
“네. 씨푸드 뷔페에서 같이 저녁 먹었어요.”
“응. 그때 네가 복권을 사보라고 했잖아.”
“그거 꽝이라면서요?”
“하하하. 내가 착각을 했어. 다시 확인해봤더니 세상에 100억에 당첨됐더라고. 모든 것이 네 덕분이야. 네가 그때 복권을 사라고 하지 않았으면 이런 행운은 없었을 거야.”
“정말요? 정말? 정말 100억에 당첨 된 거예요? 우와. 정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저도 그냥 재미삼아 해본 말인데. 히히히. 그래서 제게 10억을 주신다고 이 통장을 건네신 거예요?”
“응. 네게 너무 고마웠어. 네 덕분에 이 돈이 생긴 거잖아.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너를 만나고 나서 내게 계속 행운이 생기는 것 같아. 돈도 원래는 바로 주려고 했어. 그런데 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 갑작스러운 행운이 내 주변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비밀로 하고 있거든. 그렇게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돈을 주는 게 좀 늦었다. 미안해.”
“그럼요. 모든 사람들보다 절 더 믿는 거네요? 히히히”
“하하하.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런데 선생님. 아니지 동수씨. 왜 그럼 약속을 어겨요?”
“무슨 약속?”
“그때 꽝이 됐다고 하시면서, 당첨됐으면 제게 청혼하다고 하셨잖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꽝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이었다. 그때는 내가 정말 복권에 당첨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하하하. 그게 말이지 시연아. 그런 것은 천천히 응? 나중에 생각하자.”
“선생님! 그럼 나중에는 제게 청혼한다는 말씀이죠?”
이 녀석이 갑자기 청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음. 나는 너와의 만남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일단 그 정도로만 하면 안 될까?”
복권 때문에 청혼한다고 하는 것도 이상했고, 만난 지 2개월 만에 청혼한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시연이를 장난처럼 만나지는 않는다는 말만 확실하게 했다.
“그래도 전 선생님이 제게 청혼하실 거라고 믿어요. 히히히. 그리고 이 돈은 필요 없어요.”
시연이는 내가 준 통장을 다시 돌려줬다. 10억이라는 거액이 그녀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돈인 것처럼 표정의 변화 하나 없었다. 담대한 것인지 돈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왜? 그냥 네가 가져. 그건 정당한 네 몫이야. 원래 연인관계에도 돈 거래는 확실히 해야 하는 법이거든. 얼른 다시 받아.”
“싫어요. 제게 청혼하시면 돈이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전 그때까지 기다릴래요. 대신요.”
“응? 대신 뭐?”
“선생님 월급 통장을 제가 관리하면 안돼요?”
미래의 내 와이프가 되고 싶다는 뜻일까? 정말로 나에 대해 그런 확신이 들까 싶었다. 내게 소중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래도 나는 아직 결혼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런데 그녀는 돈보다 우리가 좀 더 친밀해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월급 통장? 그거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냥 큰돈보다 선생님이 노력해서 번 돈을 제가 직접 관리하고 싶어서 그래요. 안돼요? 동수씨?”
시연이가 ‘동수씨’라고 부르자 내 마음이 금방 약해졌다. 그리고 어떻게든 서로의 인연을 더 만들려는 시연이의 마음이 고마웠다. 10억을 건네면서 했던 쓸데없는 걱정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설마 그 돈으로 용돈도 주고 그러겠다는 소리는 아니지?”
“에이. 선생님 이제 돈 많잖아요. 원래 좋은 부인들은 재테크도 잘한다고 그러던걸요? 히히히. 괜찮죠. 동수씨?”
“그. 그럴까? 그래 그럼 그러자. 어려운 일도 아니고.”
“정말요? 고마워요. 그런데요. 저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되요?”
“부탁? 뭔데?”
“저를 절대 이상한 여자로 오해하시면 안돼요. 그게 있잖아요. 제 고등학교 친구 중에 한 명이 만날 남자친구 자랑을 하는데요. 다른 것은 하나도 안 부러운데 딱 하나 부러운 게 있거든요.”
고등학교 친구라면 부자동네다보니 잘사는 집안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원래 여자들은 모이면 애인자랑, 남편자랑, 자식자랑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연이 친구의 애인이 뭔가 대단한 것을 해준 것 같았다. 그동안은 나를 평범한 월급쟁이로 생각했으니 그냥 ‘부럽다’고 생각만하고 말았던 모양이다.
“뭔데? 괜찮아. 말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게.”
말은 하고 싶은데 자신을 속물로 생각할까봐 주저주저하는 모습을 보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큰 무리가 없다면 들어주고 싶었다. 원래가 부잣집 딸로 살아서 아쉬운 것 없이 자랐던 아이다.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과소비를 한다면 문제지만, 내가 형편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것들은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있잖아요. 걔 남자친구가 요트가 있다면서 만날 때마다 자랑을 하거든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자꾸 ‘월급쟁이 남자친구에게는 무리니까 내가 한 번 태워줄게.’라면서 약을 올려서 저도 좀 화가 났었어요. 제가 이러는 것 싫죠?”
정말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짜증이 났을 만하다. 나는 처음에 무슨 대단한 선물을 했거나, 스포츠카라도 자랑하는 줄 알았는데 요트라니. 시연이 친구 애인이면 아직 어릴 텐데, 꽤 고급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한 번 알아보자.”
조금은 치기 어린 생각으로 컴퓨터를 켜고 가격을 알아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지금 당장 새것을 사는 것도 이상해서 중고매물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우리나라에도 생각보다 요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일단 구경만 해볼 생각으로 침실과 샤워시설까지 있는 배를 클릭해봤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겨우(?) 2억이면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한 달에 30만 원 정도면 한강에 계류시켜놓을 수도 있다. 그동안은 돈 쓰는 방법을 몰라서 안 썼을 뿐이다. 나도 이제 2억 정도는 겨우라고 말할 수 있는 재력가다. 어린 친구와 괜히 경쟁을 하는 것 같아 쑥스러웠지만, 시연이가 어디 가서 기죽는 것은 싫다. 시연이 덕분에 번 돈이니 그 돈을 전부 사용해도 아깝지는 않을 것 같다.
“뭐야? 난 요트라고 해서 굉장히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싸네. 주말에 요트나 사러 갈까?”
부담 느끼지 말라고 시연이 앞에서 일부러 호기를 부렸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취미를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1 ~ 2년 후면 인천으로 가는 뱃길도 뚫린다고 하니 미리 항해술을 익혀두면 나중에 그 길을 통해 일본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시연이 때문에 알아봤지만, 나 또한 왠지 기대가 됐다.
“와아. 고마워요. 저 속물로 보는 것 아니죠? 네?”
“하하하. 속물은 무슨. 내 친구들도 내가 차를 사니까 다 따라 사더라. 나도 친구가 좋은 시계를 차고 다니니까 그게 사고 싶어서 몇 달을 끙끙거린 적도 있어. 사람은 다 똑같아. 하나도 안 이상하니까 걱정하지 마.”
“히히히. 고마워요. 동수씨.”
시연이는 활짝 웃으며 내게 안겨왔다. 그놈의 ‘동수씨’라는 말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하고 풀렸다. 시연이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조금 거칠게 덮쳤다. 와인을 마시고 하는 키스라서 그런지 포도향이 확 풍겨왔다.
소파에서 나누는 키스라서 자세가 불편했다. 나는 시연이를 들어 허벅지에 올리고 다시 키스를 하시 시작했다. 알콜이 들어가서 그런지 평소의 시연이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를 받아 들였다.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내 손이 과감하게 시연이의 등을 쓸어 내렸다. 나의 손길에 잠깐 움찔하던 시연이는 엉덩이를 나의 중심으로 더욱 가까이 붙이면서 안겨왔다.
볼록한 아랫도리를 통해 시연이의 부드러운 엉덩이가 느껴졌다. 손이 저절로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적당히 풍만한 시연의 가슴이 느껴졌다. 천천히 손을 움직이며 말랑말랑한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감촉이 손을 통해 전달되었다.
“아. 동수씨. 사랑해요.”
입고 있는 웃옷을 벗기고 그녀의 아름다운 상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오늘 입은 옷에는 단추가 없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아주 약간만이라도 시연이의 살결을 느끼고 싶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니트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보드라운 배의 살결이 느껴졌다. 손을 더 위로 올리고 싶은 충동이 나를 유혹했다. 한참동안 그녀의 배와 등을 만지며 아쉬움을 달랬다.
손을 빼고 키스를 멈췄다. 시연이가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계속하자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나는 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뺨에 가볍게 뽀뽀를 하고 일어났다.
“일어나자. 집에 바래다줄게.”
“괜찮아요. 아직. 시간도 이른걸요?”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 사고라도 칠 것 같거든.”
“저는 정말 괜찮은데. 저 애 아니에요.”
“알아. 애가 아닌 거. 그러니까 이렇게 사귀는 거잖아.”
나는 투정부리는 시연이를 달래고 집으로 바래다줬다. 아쉬워하는 시연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곰곰이 고민을 해봤다. 나도 왕성한 성욕을 가진 신체 건강한 남자다보니 이런 절제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알 수 없었다.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나 나름대로의 추억 만들기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동수의 집
시연은 동수가 건네는 통장을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10억이라는 큰돈이 들어있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왜 내게 이 통장을 건네는 걸까? 궁금증이 자꾸만 늘어갔다.
“이게 뭐에요? 와. 왜 이렇게 큰돈이 들어 있어요?”
“왜. 우리가 처음 식사 같이한 날 있지?”
“네. 씨푸드 뷔페에서 같이 저녁 먹었어요.”
“응. 그때 네가 복권을 사보라고 했잖아.”
“그거 꽝이라면서요?”
“하하하. 내가 착각을 했어. 다시 확인해봤더니 세상에 100억에 당첨됐더라고. 모든 것이 네 덕분이야. 네가 그때 복권을 사라고 하지 않았으면 이런 행운은 없었을 거야.”
시연은 동수의 자초지정을 듣고 정말로 기뻤다. 그녀도 복권에 당첨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동수에 행운이 생겼다는 사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 그런데 왜 10억이라는 돈을 주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동수는 분명 복권에 당첨됐으면 청혼을 했을 거라고 이야기 했다. 장난이라는 것은 시연도 안다. 그런데도 그 돈을 받으면 동수가 청혼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시연에게 동수와의 연애는 6년간 한 남자만 짝사랑해온 소중한 결실이었다. 그녀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동수의 마음이 중요했다. 돈 대신에 다른 인연을 하나 더 만들고 싶었다.
“싫어요. 제게 청혼하시면 돈이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전 그때까지 기다릴래요. 대신요.”
“응? 대신 뭐?”
“선생님 월급 통장을 제가 관리하면 안돼요?”
시연은 10억이라는 돈 대신 동수의 월급통장을 요구했다. 그렇게 인연을 만들고 싶었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현명한 여인인지 알리고 싶었다. 나중에 그와 결혼할 때 그동안 모은 돈을 내놓으며 동수의 월급을 이렇게 관리를 잘했다고, 당신은 복 받은 남자라며 자랑하겠다고 결심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과 부장이 식사를 한 곳은 서울 시청부근입니다. 회사가 있는 광화문과 가까운 거리죠. 부장님을 회사로 모셔다 드렸다는 말은 그냥 옆에서 수행? or 에스코트?를 했다는 뜻입니다. 글을 쓸 때 항상 음주운전에 대해 주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