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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69화 (69/424)

00069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국민은행 차장을 만났다. 빌딩 경매 건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차장에게 주소를 받아서 직접 가서 확인도 했다. 삼성동에 위치한 지하 2층 지상 8층의 폭이 좁은 건물인데, 지어진지 오래는 되지는 않아서 깨끗했다. 위치도 도로변에 있어서 괜찮았고, 상가도 다행히 꽉 차 있었다. 이 정도 건물을 60억대에 살 수 있다면 정말 괜찮은 조건이다. 내가 이 정도 건물의 주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차장님. 정말 괜찮은 물건 맞죠? 막상 물건 샀는데 아니면 손해 보더라도 확 팔고 은행에 있는 돈 다 빼버릴 겁니다.”

“하하하. 정말 걱정 마십시오. 저도 정말 제대로 알아보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원래 건물 주인이 건물 하나를 짓고 거기서 들어온 보증금으로 다른 건물을 사고 담보 대출을 받고 또 사고하다가 결국 부도가 나서 그렇지 물건은 정말 좋습니다. 과욕을 부리다가 그렇게 된 것이죠. 저희 판단으로는 법원에서 인정한 금액보다도 5 ~ 10억 정도의 가치가 더 있습니다. 그런데도 두 번이나 유찰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획 부동산 업체에서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획 부동산요? 그럼 위험한 것 아닙니까?”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대리인을 소개시켜드린다고 한 것입니다. 가끔 장난질이 심해지면 은행에서 우수고객님들에게 정보를 드리고 저희가 직접 고용한 대리인도 소개시켜주곤 합니다. 음성적이긴 해도 불법은 아닙니다. 마동수 고객님은 그 사람들을 대리인으로 세우기만 하면 됩니다. 귀찮은 일은 저희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뭔가 찝찝했다. 얼핏 듣기로 그런 기획 부동산이 끼어들면 양아치들도 동원된다고 하는데, 그냥 일어서서 나갈까 고민이 됐다. 건물만 보고오지 않았어도 그냥 나갔을 것이다. 결국 나는 은행의 부실 채권 정리를 도와주는 셈이다. 위험이 있다면 피하고 싶다. 물론 내게도 이득은 있다. 일단 꽤 저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니 건물만 산다면 손해 볼일은 없다. 몇 년 가지고 있다가 팔면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다.

“경매 대리인만 내세우면 별문제 없는 것 맞습니까? 들어보면 양아치들도 그런 일에 끼어든다고 하던데요.”

“우리 은행을 상대로 양아치들을 이용했다가는 큰일납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저희가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입찰봉투와 매수신청봉투에는 전부 대리인의 이름으로 적혀서 나갑니다. 마동수 고객님께 위험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음. 그래도 고민인데.”

“금리를 2%로 맞춰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내가 고민을 하자, 차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60억의 2%면 일 년에 이자가 1억 2천이다. 월세로 받은 금액이 관리비를 포함한 비용을 제외하고 1년에 4억 정도다. 조금의 수고만 하면 일년에 2억 2천이 생긴다. 결국 그냥 지르기로 했다. 왠지 감이 좋았다. 가끔은 본능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합시다. 제가 가져와야 하는 것은 인감과 인감증명서 있으면 되는 거죠?”

“네.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잘 생각했는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

“하하하. 믿어 보십시오. 여기 위임장에 도장 찍고, 대출 신청서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나는 위임장에 도장을 찍고 대출신청서에 사인을 했다. 지금은 보증금으로 6억 5천만 원을 먼저 대출받고, 낙찰 받으면 나머지 금액도 추가로 대출하기로 했다. 경매를 위한 나머지 서류들도 작성을 마치고 나왔다. 과감해지기로 마음은 먹었더니, 시작부터 제대로 사고를 쳤다. 건물관리야 원래 주인처럼 외주업체에 맡길 생각이고, 월세만 따박따박 들어오면 걱정할 일은 전혀 없으니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참 그런데 요즘 요트 타는 사람들 많나요?”

“아. 그럼요. 저희 고객님들 중에서도 구입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왜요? 관심 있으십니까? 제가 공동으로 구입할만한 고객님들 알아봐드릴까요?

“공동요?”

“그럼요. 그래도 제법 목돈이 들어가고 관리비도 만만치 않아서 공동명의로 사곤 하죠. 배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솔직히 공동명의로 해서 여럿이 사는 게 이익입니다. 요즘은 다들 그렇게 구입하세요. 요트뿐만 아니라 별장이나 리조트회원권도 그렇게 공동명의로 구입하곤 합니다.”

“아 그래요?”

“네. 필요하면 제가 한 번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그냥 아직은 관심만 있는 정도입니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 작성과 대리인 선임에 대한 서류 작성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국민은행 차장이 해줬던 이야기가 나쁜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요트를 나 혼자 타는 것은 낭비다. 내가 매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들을 꼬셔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럴 때는 내 회계자문 형진이가 있다. 컴퓨터를 켜고 네이트온에 들어가 보니 다행히 형진이가 있었다.

동수 : 형진아. 형진아.

형진 : 응? 왜?

동수 : 우리 캐나다 갔을 때, 요트 타고 좀 놀았잖아. 재미있지 않았냐?

형진 : 응

동수 : 우리도 요트나 사볼까?

형진 : 요트? 장가갈 생각 없냐?

동수 : 시연이가 아직 어리잖아. 중고 요트 알아보니 5억이면 되던데. 알지? 나 아직 오천 남았어. 그 돈을 빨리 써버리고 싶거든. 중고로 사서 놀다가 2년 뒤에 팔면 1억 정도 손해보고 팔 것 같은데. 동기 녀석들에게 2년간 각자 2천만 원 정도 날리자고 하면, 들은 척도 안하겠지?

형진 : 흠. 그래? 생각보다 저렴하네. 솔직히 나도 땅기긴 한다. 그런데 재형이 말고는 힘들지. 5천 날리고 싶다며? 2년 후면 3천 5백 날리니까 세 명이서 지를까?

동수 : 잠깐만. 재형이도 꼬셔보자.

재형님이 초대되었습니다.

재형 : 뭔 일이야?

동수 : 재형아 우리 요트사서 놀자.

재형 : 미친. 갑자기 뭔 요트? 그거 비싸지 않아?

형진 : 동수 말로는 중고가 5억 정도 한데. 다른 놈들은 들은 척도 안할 것 같고. 어떠냐? 두당 1억 7천이다. 2년 놀다가 3천 5백씩 손해보고 팔자는데.

재형 : 그래? 생각보다 얼마 안 하네. 나는 몇 십억씩 하는 줄 알았지. 그런데 손바닥만 한 것 아냐?

동수 : 아냐. 길이가 42피트 정도 돼. 대략 13.5미터고 폭이 4미터니까 15평정도 되겠다. 침실과 화장실도 두 개 있고, 아무튼 웬만한 편의 시설은 다 있어. 밤에 처량하게 한강공원 바닥에 앉아서 술 마시지 말고 요트 안에서 마셔도 좋잖아. 굳이 배 몰고 나갈 필요도 없이 가끔 밤에 와서 자고 가도 괜찮을 것 같고.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나 요트 위에서 술을 마시나 별로 상관도 없다. 그래도 재형이를 꼬시기 위해 나는 뭔가 말도 안 되는 없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유혹했다.

재형 : 그런데 왜 팔아? 2년인가 지나면 인천 뱃길도 열린다고 그러던데. 배타고 일본이나 가봐야지. 나도 캐나다 가서 타봤더니 놀만하더구먼.

형진 : 5억 짜린데, 일본까지 가겠냐? 그때까지 요트 운전 실력이나 키우다가 재미있으면 좀 더 좋은 것으로 사면되지.

재형 : 운전은 막 해도 되는 거야? 물위에서 핸들 돌리는 거 별로 어렵지도 않잖아.

형진 : 아니. 나도 지금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면허증 따야한데. 학원 다니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나와 있네.

이건 뭐 나는 끼어들 틈도 없다. 둘이서 알아서 아주 척척 이다. 기특한 녀석들.

재형 : 그럼 나는 찬성. 차로 여자 꼬시는 것도 지친다. 나이도 있으니 차별성을 보여야 해. ‘오늘 밤은 한강에 있는 오빠 요트에서 보낼까?’ 캬아. 요트면 더 잘 넘어올지도 몰라. 거기다 2년이면 호텔비만 천만 원 넘게 깨진다.

형진 : 듣고 보니 그것도 괜찮네. 대신 뒤처리 깔끔하게 하기다.

아. 무서운 놈들이다. 나는 이제 솔로가 아니라 저런 식으로 이용할 생각은 전혀 못했다. 뭐, 나중에 시연이와의 진도가 더 나가면 또 모르겠지만.

재형 : 당연하지. 남자는 원래 뒤처리가 깔끔해야 아름다운 법이야. 좋다, 야. 사람 많으면 돌아가면서 타기도 번거로우니 세 명이 딱 이네. 근데 동수 너 무리하는 것 아냐?

동수 : 너희도 알지? 윤 스포츠센터 탁아소 생긴 것.

형진 : 응. 그거 반응 좋던데.

동수 : 그게 내 아이디어 아니냐? 로열티로 꽤 받는다. 계약금도 억대로 받았고.

복권이 아니라면 이런 정도의 이야기는 친구끼리 충분히 할 수 있다. 어차피 내가 내 능력으로 번 돈이다. 내 씀씀이도 키울 생각인데 적당한 핑계거리가 생겨서 다행이다.

재형 : 헉. 정말?

형진 : 로열티라면 지점별로 받을 것 아냐? 앞으로 더 늘릴 거라던데. 이거 우리 중에 제일 부자 되는 것 아냐?

회계사 녀석이라 그런지 확실히 계산이 빨랐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앞으로 돈 쓰기도 편하고 이래저래 좋다.

동수 : 뭐. 그렇다고 하더라. 지점 당 로열티가 내 연봉보다 많다. 그 정도만 알아둬라.

재형 : 축하하네. 그럼 뭐 고민할 것도 없네.

형진 : 그럼 결정한거다. 두당 1억 7천 콜?

동수, 재형 : 콜

다행히 집이 부유한 녀석들이라 시원하게 결론이 났다. 외국처럼 요트를 집처럼 이용할 것이 아니라면 여러 명이 같이 돈을 모아 사는 것이 현명한 방법 같다. 그래야 경비도 적게 든다. 일단 같이 놀아보고, 좋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면 된다. 실망하게 된다고 해도 큰 돈이 알아가는 것이 아니니 마음이 놓였다.

◆ 시연이의 방

시연은 문을 열고 거실 쪽을 살폈다. 아무도 보이지 않자 다시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눌러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옷장 구석에 둔 쇼핑백을 꺼냈다. 쇼핑백을 열자 여러 종류의 박스가 들어가 있었다. 시연은 그 중 하나를 들어 열었다. 그 안에는 야시시한 속옷이 들어있었다.

입고 있던 잠옷과 속옷을 벗고 새로 산 속옷으로 갈아입었다. 크고 볼륨 있는 몸이다 보니 속옷만 걸친 모습이 작은 나뭇잎으로 살짝 가린 것처럼 아슬아슬 했다. 그리고 쇼핑백을 뒤져 스타킹을 꺼냈다. 침대 위에 다리를 올리고 스타킹을 허벅지까지 천천히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장희가 알려준 가터벨트를 팬티위에 살짝 차고 스타킹을 고정시켰다.

“음. 아~”

시연은 자신의 방 전신 거울을 보면서 섹시한 포즈를 이리저리 취해봤다. 아슬아슬한 속옷에 허벅지까지 오는 밴드 스타킹과 가터벨트는 시연을 순식간에 도발적인 섹시미녀로 탈바꿈 시켰다. 일부러 입술만 빨갛게 색을 칠하기도 하고, 머리를 흐트러트리면서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우히히히. 간지러워. 장희 언니가 알려주긴 했는데 정말 이런 쑥스러운 포즈까지 취해야 좋아하실까? 언니가 미국에서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 건 아닐까? 너무 부끄러운데.”

시연은 조금 전까지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던 사람답지 않게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도 없는 방에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우리 선생님. 아. 아니지. 동수씨. 동수씨. 동수씨. 입에 익어야 해. 진경언니도 장희언니도 그랬으면 분명 틀린 말은 아닐 거야. 동수씨한테 괜히 요트는 사자고 했나. 요트가 부러웠던 게 아니라 요트 이름이 부러웠는데. 지선이 그 기집애가 배 옆에 자기 이름이 들어갔다고 자랑만 안했어도. 히잉”

============================ 작품 후기 ============================

요트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릴게요. 제대로 즐기려면 수십억에서 수백억이 든다고 하시는데, 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부자들이 10억짜리 자동차를 끈다고 우리도 10억짜리 차를 몰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그들이 10억짜리 자동차를 끌든 말든 천만 원짜리 경차를 몰수도 있는 겁니다. 천만 원짜리 경차는 자동차가 아닌가요? 초갑부들이 타는 수백억짜리 요트도 요트라고 하지만, 1억짜리 작은 요트도 요트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형편에 맞게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님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너무 눈높이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저렴한 요트도 많아요. ㅠㅜ

작은 요트를 통통배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갑부들의 요트들을 보고 '그게 무슨 요트야 유람선이지'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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