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0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윤 스포츠센터와의 협상 조건에 대한 높으신 분들의 허락이 떨어졌다. 하루라도 빨리 이번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서 윤 스포츠센터로 갔다.
“허락이 떨어졌나보지?”
“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죠?”
“그래 조건을 말해보게.”
“지분은 6 : 4, 담보물은 인천에 있는 300억 상당의 땅과 동지 호텔▪리조트의 주식 2%입니다. 현재 2%면 주식가치야 800억이지만, 미래가치를 생각한다면 훨씬 큰 금액이 될 것입니다.”
우리 호텔▪리조트는 비상장 주식이지만, 2조원 정도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상장을 하게 되면 그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호오.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은 이성적인 조건이군.”
이성적인 조건? 아니다.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어차피 이번 사업이 호텔▪리조트와 큰 연관이 있는 사업이라고 주식을 내건 것이다. 이번 사업이 성공하면 주식에 대한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고, 그 시점에서 정말 두 회사가 결별한다고 해도 윤 스포츠 센터에게 큰 이득이 생긴다.
“지분 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아무리 노하우를 전수한다고 해도 대단한 특허기술을 가진 것도 아닌데, 호텔 주식까지 담보물로 걸겠다는 것은 끝까지 믿고 가겠다는 소리겠지?”
회사에서 호텔주식을 담보로 걸었다는 것은 오너의 뜻이 들어갔다는 소리다. 두 회사가 협력을 하는데, 51:49나 60:40이나 그게 그거다. 무조건 한쪽이 더 많은 지분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한쪽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분율이 중요한 것은 이익분배의 중요한 측도라서 그렇다. 지금이야 가볍게 시작한다고 해도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해외로 진출하게 되면 우리 회사 입장에서도 엄청난 금액을 쏟아 부었을 시점이다. 노하우와 명성을 이용을 한다고 해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벌어들이는 수익의 40%를 가지고 간다면 나쁘지 않은 조건임은 분명하다.
양 팀장이 6 : 4 로 지분을 조정하려고 했으면, 확실한 담보물을 제공했어야 했다. 그런데 100억도 될까 말까한 땅을 던져줬으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나도 솔직히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지켜보고만 있던 회장님의 질책일 수도 있다. ‘지분 조정도 제대로 못하는 한심한 것들. 너희는 지금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모르는 멍청이들이야. 괜한 시간 끌지 말고 주식 줄 테니 얼른 해결해라.’는 뜻이 강하게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윤 사장님은 내가 호텔 주식 이야기를 할 때 그 속내를 이미 알아차린 것이다. 주식을 담보로 할 만큼 윤 사장님 측 노하우와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니 겉으로야 ‘조금’이라고 표현하셨지만 상당히 마음에 드셨을 것이다.
“네. 제가 보고서를 올리고 이틀 만에 결정이 난 사안입니다. 사장님께서도 누가 개입하셨는지 눈치를 채셨을 것이고, 이정도면 일단 믿고 가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흠. 내가 아무리 잘난 척을 한다고 해도 그 양반이 직접 나섰으니 찍소리 말고 진행해야겠지. 나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으니. ‘까불면 혼난다.’ 이런 말을 하고 계신 것 같아서 무서운 걸.”
무섭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장난을 치신다. 윤 사장님의 말씀도 맞다. 내가 이렇게 양보했으니 윤 사장님도 그만 재고 협상을 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럼 협상 진행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래. 앞으로 내게 직접 올 필요 없이 행정실 직원들과 교섭해. 수고 했네.”
이제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 될 것이다. 회사에 보고를 하고 협상만 마무리하면 된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완전히 나와 과장님 공이 되는 것인데, 결국 이번일의 가장 큰 공로자는 스페셜 원이다. 직원들이 자리싸움 하느라 아웅다웅 하고 있을 때 스페셜 원이라는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나타나서 브레스로 시원하게 한 방 갈겨버리고 상황을 종료시킨 꼴이 되었다. 그래도 조금만 있으면 양 팀장과 이 대리와는 바이바이다.
Rrrr
회사에 들어와서 간단한 보고를 하고 협상을 위한 자료 정리를 하고 있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얼마 전에 잠깐 얼굴만 보고 여행 선물을 전했는데 무슨 일일까 싶었다.
“그래. 무슨 일이야?”
“흐흐흐. 딸이야.”
“응? 진짜? 벌써 그렇게 됐어? 아 그러고 보니 작년 말에 임신해서 9월이 산달이었구나. 아 내가 요즘 바빠서 신경을 못 썼네. 제수씨는 괜찮고?”
진짜 깜박했다. 지금쯤이면 아이를 낳을 때가 됐다고 잠깐 생각하기는 했는데 이리저리 일에 치이다 보니 잊고 있었다. 갑자기 조카가 궁금해졌다. 아들밖에 없는 우리 집안에 태어난 여자아이라서 더욱 그렇다. 아마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실 것이다. 특히 어머니는 집안에 딸이 없는 것을 항상 아쉬워하셨다. 아들은 키우는 재미가 없다면서 우리를 구박하곤 하셨다.
“응. 건강해. 애도 건강하고.”
“축하한다. 이제 아빠가 됐네. 병원은 어디야? 산후조리원은 좋은 곳으로 예약했어?”
“신도림에 있는 OO산부인과야. 산후조리원은 병원 바로 위에 있어서 거기로 예약했어.”
“알았다. 내가 좀 이따 가볼게. 부모님도 올라오신다고 하시지?”
“응. 비행기타고 바로 오신데. 이따 시간이 되면 형이 좀 모시고 와.”
“그래 알았다.”
부모님께 전화를 하니 벌써 공항에 예약을 했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퇴근하고 바로 오신다고 하시니 8시면 김포공항에 도착하실 것 같다. 이따 모시러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 내 자식은 아니지만 내 혈육이라고 생각하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과장님께는 일을 보고 바로 퇴근하겠다고 거짓보고를 하고 집으로 왔다. 일단 차부터 바꿔 타야 할 것 같았다. 어머니께 차를 드렸는데 괜히 한 대 더 샀다고 하면 무슨 말씀을 들을지 모른다. 로또가 당첨되면서 거짓말도 아주 능숙해졌다.
“형. 벌써 왔어?”
아이야 신생아실을 통해 보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일부러 다시 샤워도 하고 병원에 도착하니 동생이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분만실에 들어갔으면 연락 좀 하지.”
“에이. 요즘 형 바쁘잖아. 됐어.”
“조카는?”
“신생아실에 있어. 보러 갈래?”
“당연하지. 임마. 나도 그것 때문에 궁금해서 일부러 빨리 왔어.”
신생아실 유리 앞에는 제수씨 부모님과 감격어린 표정을 하시고 안을 들여다보고 계셨다. 첫째 딸이 유산을 하는 바람에 처음 맞는 손주였으니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았다. 인사를 먼저 하고 나도 조카를 바라봤다. 아직 부기도 빠지지 않아 쭈글쭈글한 아기였다. 그런데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내 혈육이 생긴다는 사실이 이렇게 감동적일지 몰랐다. 조카도 이럴 진데 하물며 자기 친자식을 보면 얼마나 감격스러울지 예상도 하기 힘들었다. 저 아이를 낳느라 고생했을 제수씨가 너무 고마웠다.
제수씨 얼굴이 보고 싶어서 물었더니 아직 검사 받을 것이 있어서 조금 이따 조리원에서 제공하는 방으로 옮긴다고 했다. 혹시나 싶어 동생을 앞세워 제수씨가 당분간 산후조리를 할 방을 구경했다. 솔직히 그냥 평범했다. 깔끔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편해보이지도 않았다.
“여긴 이런 곳 밖에 없어?”
“아니. 여기는 일반실이고 특실하고 VIP실도 있어. 근데 가격이 좀 비싸서.”
“얼만데.”
“일반실은 250, 특실은 300, VIP실은 나도 몰라.”
“그냥 특실로 하지.”
“형. 선생 월급 얼마나 한다고. 조금 과장하면 우리 둘 연봉이 형 연봉이랑 비슷해.”
나도 교사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른다. 그래도 그렇지 둘이 버는데, 좀 좋은 곳을 예약하면 얼마나 좋은가? 내가 돈이 있는데, 조카 낳느라 고생한 제수씨가 이런 평범한 방에 있는 게 싫었다.
“나 이번 달에 성과급 많이 받았으니까 내가 낼게. 일단 접수실인지 거기부터 가보자.”
“정말?”
정말 내 동생이지만, 공짜를 좋아한다. 동생이라서 그런지 내가 뭘 해주는 것에 대해서 전혀 거부하지 않는다. 그래도 전혀 밉지 않다. 혈육이 이래서 혈육 아니겠는가.
“어떡하죠. 특실은 예약이 꽉 찼는데.”
동생을 데리고 직원에게 물었더니 방이 없다고 했다.
“그럼 VIP실은요?”
“형. 거긴 엄청 비싸데. 됐어.”
“있어 봐봐. 방은 있어요?”
“네. 있어요. 그런데 가격이 좀.”
“그럼 그 방으로 주세요. 얼마에요?”
“500만 원요.”
직원이 내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비싸긴 하다. 그러니 방이 비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방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원래 일반실 금액은 차감해주시는 거죠? 여기 결제해주세요.”
“형.”
내가 카드로 계산하려는데 동생이 말렸다. 이럴 동생이 아닌데, 금액이 너무 과한가 싶었다.
“괜찮아. 돈 많이 받았다니까? 그냥 받아.”
“아니. 현금으로 내주면 안 될까? 공제라도 받게.”
역시 내 동생이다. 그래 기특한 녀석. 형이 현금을 인출해서 내주고 만다. 산후조리가 공제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벌써 그 법률이 통과되었나 싶긴 했다. 그거야 동생이 알아서 할 일이다.
“현금으로 내시면 10만원 할인 해드려요.”
옆에서 직원이 재빨리 동생을 도왔다. 결국 나는 근처 은행에 가서 현금을 인출해서 240만원을 찾아서 냈다. 동생은 직원과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영수증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 녀석은 정말 뭘 해도 잘 살 녀석이다.
원래 배정된 방에서 짐을 빼서 VIP실로 옮겼다. 역시 돈값을 했다. 넓이도 비좁던 예전 방에 비해 훨씬 넓어졌다. 전자제품들도 다 좋은 것으로 구비되어 있고, 개인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있었다. 역시 돈값을 했다. 잠시 후 내가 돈을 내서 더 좋은 방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제수씨가 미안해하는 것을 괜찮다고 달래고 부모님을 모시러갔다.
“이 차가 바로 그 찬갑네?”
어머니는 내 차를 타시기도 전에 관심을 보이셨다.
“응. 좋지?”
“아이구야. 아들아. 내사 이래 좋은 찬줄은 몰랐지. 이렇게 돈을 막 써가꼬 니 장가갈 생각은 있나?”
“엄마. 일단 타요. 내가 설명해줄게.”
점잖을 빼시며 뒤에서 지켜만 보고 계시던 아버지는 어머니를 버려두고 조수석에 앉으셨다. 그러고 나서는 열심히 차 내부를 구경하셨다. 아버지도 역시 남자였다. 차안에서 나는 또 거짓말을 시작했다. 그냥 로열티를 받게 된 시기를 조금 바꿨다. 윤 사장님 덕분에 이렇게 거짓말 할 핑계가 생겨 왠지 더 고마워졌다. 부모님은 내가 로열티를 받게 된 경위를 들으시면서 정말 기뻐하셨다.
“내사마 이제 이자뿌렸다. 서울 물가가 높다고 해가꼬 우리 아들이 돈이 없어서 장가를 안가나 걱정했는데. 그럼 이제 니 장가는 가는 거제?”
“아이참. 아직 여자 없다니까. 난 장가 늦게 갈 거니까 자꾸 재촉하지 좀 마요.”
“와? 니 좋다는 여자 음나?”
“응. 없어.”
아직 시연이 이야기를 밝히기가 애매했다.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정말 시연이와 결혼을 한다면 5년이나 지난 다음의 일이다. 나이도 좀 걸렸다. 가족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솔직히 부모님은 좋아하실 것이다. 그런데 제수씨가 신경 쓰였다. 물론 가족 중에 누가 반대를 한다고 해도 결혼에 대한 확신만 든다면 진행할 생각이다. 그래도 7살 어린 사람을 ‘형님’ 대접해야 한다는 사실을 좋아할 여자는 없다.
안 그래도 요즘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결혼은 몇 년 뒤의 일이니 빨리 소개시켜서 언니 동생으로 친하게 만들면 좀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최대한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겨서 결혼직전에 폭탄 선언하듯 밝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은 당연히 전자다. 서열문화라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입장은 아니다보니 결혼해서도 언니 동생으로 지냈으면 싶었다. 나이 어린 사람을 윗사람으로 대하는 고충은 내가 가장 잘 안다.
이것도 오지랖일 수도 있다. 그냥 강압적인 방법으로 ‘앞으로 깍듯하게 대해주세요.’라고 한다고 하면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따를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게 예의라며 당연하게 생각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때부터 서로 간에 벽이 생길 수 있다. 가족의 평화는 정말 여자하기 나름이다. 고부간에 사이가 좋고, 동서지간에 사이가 좋으면 집안에 갈등은 생기기 힘들다. 시연이가 어리다보니 가족들에게 어떻게 소개할지도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 작품 후기 ============================
저는 코멘트에다가 의견을 남겨주시는 것이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초보자라서 그런지 독자님 의견이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렇다고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고 합당한 의견이면 적극 수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분의 견해에 대해서 너무 과격한 표현은 참아주세요. 그냥 작가와 독자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요트 이야기는 결론 짓겠습니다. 주인공은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예측하는 모든 것이 맞아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저도 예전에 어떤 제품이 너무 가지고 싶어서 덜컥 샀는데, 막상 사용하면서 굉장히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요트도 그럴 수 있겠죠. 자세한 내용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서 여기까지만 언급 하겠습니다. 스포에 주의하는 척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분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항상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