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1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부모님은 이제 갓 태어난 조카를 넋을 잃고 보고계셨다. 나도 그렇게 감동을 받았는데 부모님 마음은 더 할 것 같았다.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성장해서 다시 자식을 낳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대체 어떨까? 아마 내가 훨씬 나이가 들어 내 자식이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죽어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엄마. 이제 할머니가 됐는데 뭐가 그렇게 좋다고 넋을 읽고 봐.”
“이 놈아. 말도 마라. 내 저 놈의 상수자식이 커서 뭐가 될까 참말로 고민 많이 했다. 멀쩡한 지 엄마를 보고 계모라고 하지를 않나? 친구 집에 갔다가 커튼을 홀랑 태워먹지를 않나? 내사마 이제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된기라."
“에이씨. 엄마는 그게 언제 적 이야긴데 자꾸 해. 우리 딸 들어. 좀 조심해요.”
역시 어머니도 기억하고 계셨다. 하긴, 생때같은 자식 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렇게 말을 했으니 말씀은 안하셨어도 속이 많이 상하셨을 것 같다.
“퍽”
“윽. 아버지 왜요?”
“이 문디 자슥이. 어머니한테 에이씨가 뭐꼬? 니 딸이 듣는다믄서? 그러면 니 주디부터 조심해야지 않겠나?”
동생 녀석은 나이를 먹어도 아빠가 되어도 역시 우리 집안의 구박덩어리다. 그래도 저 녀석의 엉뚱한 짓 때문에 우리 가족이 정말 많이 웃었다.
“여보야. 내가 우리 집에서 이런 취급을 받는다니까.”
부모님께 구박받던 동생은 제수씨에게 쪼르르 다가가서 애교를 피웠다. 희미하게 웃고 있는 제수씨의 표정이 조금 피곤해보였다. 시간도 늦었고 해서 일단 오늘은 가고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동생집이 넓지만 주인도 없는 집에 가시는 것보다 우리 집으로 모시는 게 나을 것 같아 부모님과 함께 집이 있는 마포로 향했다.
“아버지는 출근 안 해요?”
“내일 휴가 내셨다. 내가 휴가 내라는 말도 안했는데 좋다고 휴가부터 내고 퇴근하셨지 않나? 일요일까지 있다 갈끼다. 여자 친구도 없다카이 괘안치?”
망했다. 주말까지는 시연이 얼굴 보기가 힘들 것 같다. 부모님을 모시고 집에 와서 이불을 펴 드렸더니 금방 잠이 드셨다. 겨우 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움직였을 뿐인데, 많이 피곤하셨던 것 같았다. 주무시는 부모님을 두고 몰래 밖으로 나왔다.
Rrrr
“네. 동수씨. 오늘 바빴어요? 아까 전화했었어요.”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자꾸 들으니 ‘동수씨’라는 호칭도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아까 부재중 전화를 보고 제수씨가 아이를 낳은 이야기와 부모님이 오셨다는 말을 할까 고민을 했었다.
“응. 부모님이 올라오셨거든. 그래서 아까 전화 못 받았어. 미안.”
“아버님, 어머님이 올라오셨어요? 무슨 일 있어요?”
벌써 아버님, 어머님이란다. 아주 쉽게 나온다. 이런 뻔뻔한(?) 시연이의 행동에 내가 자꾸 세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러다 보면 또 그러려니 할 것 같았다.
“그게. 동생이 딸을 낳았거든.”
“네? 동생이 여자였어요?”
“아. 그건 아니고. 제수씨가 아기를 낳은 거지.”
“정말요? 누굴 닮았어요? 전에 집에 가서 앨범 봤을 때 동수씨랑 동생이랑 많이 닮았던데. 동생 닮았으면 완전 귀엽겠다. 어떡해. 저 막 궁금해요.”
“딸이라니까? 딸이 나나 동생 닮으면 큰일 나. 남자라서 남자답게 생겼다고 인정해주는 거지. 여자면 곤란해.”
눈썹은 시커멓고, 눈이 부리부리한 여자 곤란하다. 우리 어머니가 약간 그런 느낌인데, 그래도 눈썹을 좀 뽑으시고 나서는 많이 괜찮아 지셨다.
“히히히. 그래도 전 괜찮을 것 같은데. 귀엽잖아요. 저도 아기 보고 싶어요.”
역시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나중에. 산후조리 끝나고 제수씨가 몸 추스르고 나면 그때 생각해보자. 응?”
“네. 원래 생후 몇 주인가는 낯선 사람이 방문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아버님, 어머님은요? 제 이야기 했어요? 전 너무 보고 싶은데.”
“아니. 아직 못했어.”
“그래요?”
부모님께 시연이의 존재를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하자 시연이의 목소리는 금방 풀이 죽었다. 이 녀석은 너무 빨리 간다. 아직 3달도 되지 않았는데, 남자 친구 부모님을 보는 것은 너무 빠르다.
“우리 아직 오래 사귄 사이도 아니잖아. 벌써 얼굴 보는 건 좀 빠른 것 같은데.”
“그래도 동수씨는 우리 부모님 만났잖아요. 그리고 전에 동수씨 어머님이 동수씨보고 선보라고 하셨다면서요. 그것 때문에라도 말씀드려야 하는 것 아니에요?”
내가 시연이 부모님을 만난 것은 시연이와 사귀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리고 선은. 음. 그러고 보니 전에 시연이가 건 전화에다 대고 선 안본다고 이야기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게 말이지 시연아. 아직 네가 어리잖아. 우리 부모님은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시거든. 그런데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하면 금방 결혼부터 서두르실 거야. 1학년도 끝나지 않았는데, 결혼 이야기 나오는 것 좀 이상하지 않아?”
“전 빨리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나운서 하고 싶다며?”
“네. 하고 싶어요. 그러네요. 걱정 마세요. 제가요. 조기 졸업하고 빨리 아나운서 될게요. 3학년 마치고 바로 붙으면, 마지막 학기는 리포트로 대체 해준다고 했어요.”
“그래? 매학기 들어야 할 학점이 많을 텐데.”
“그래서 21학점 꽉꽉 채워서 듣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방학 때 계절학기 들으려고요. 그러면 마지막 학기가 많이 편하대요.”
“방학이면 좀 놀기도 해야지.”
“어차피 계절학기도 2~3주면 끝나잖아요. 괜찮아요.”
그때부터 시연이는 우리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았다. 저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니, ‘응’, ‘그래’말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시연이의 말에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흐뭇한 미래였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니었다. 통화를 거의 2시간가량 했을 때,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는 신호가 들려왔다. 정말 이 녀석과 전화를 하면 2시간이 5분 같이 짧게 느껴진다. 아쉽게 전화를 끊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들. 밖에서 뭐하고 이제 오노?”
“어? 엄마 아직 안 잤어?”
집에 들어오니 어머니가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계셨다. 역시 우리 어머니는 커피 마니아셨다. 잘 밤에도 커피를 드셔야 잠이 잘 온다는 알 수 없는 체질을 가지고 계시다. 그런데 어머니가 들고 있는 저 머그컵이 좀 불안했다. 밑동밖에 보이지 않던 머그컵이 식탁에 놓였다. 시연이가 머그컵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저께 집에 초대 했을 때 시연이가 선물로 가져온 컵이었다. 점심 때 전화해서 집에서 보자고 했는데, 선물로 저 머그컵을 가져와서 깜짝 놀랐었다. 시연이 말로는 근처에 있는 팬시점에 사진만 가지고 가면 금방 만들어 준다고 한다. 커피 마실 때 시연이 얼굴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주방 건조대 위에 올려놨었는데, 잠깐 눈을 붙이셨던 어머니가 컵을 찾다가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 처자는 누꼬?”
“여. 연예인.”
“그래? 참말로 곱네. 혹시나 우리 아들 섹시감인가 했지. 그래도 좀 어려보이긴 한다. 그런데 니는 나이도 많은 아가 이런 것도 가지고 다니나?”
“그럼. 요즘 엄청 인기 있는 가. 가수야. 얼마나 인기가 많다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거짓말에 돌입했다. 그래도 그렇지 연예인이라니. 사실 그것 말고는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기도 했다. 시연이야 원래 연예인 이상의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아들.”
“응?”
“니가 어릴 때부터 방에다가 천날만날 연예인 사진 붙이고 다녔으면 내도 그런갑다 했을끼다. 그란데 우리 아들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거든. 갑자기 나이 서른 먹고 연예인을 따라댕긴다꼬? 아들.”
“으. 응”
“좋은 말로 할 때 이야기해라. 뭐하는 아가씨고?”
역시 우리 어머니께는 통하지 않는다. 당황한 표정을 어머니께 들킨 것 같았다. 시연이와 통화를 할 때까지도 머그컵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아니. 정말이라니까?”
“내일 데려 온나. 얼굴이나 보구로.”
“진짜. 연예인이야. 이름이 윤시은이야.”
“나이는 참말로 어려 보이는데.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겠네. 몇 살이고?”
“엄마. 가수라니까?”
“아부지는 뭐 하시는 분이고?”
“아이돌 가수라니까?”
나는 열심히 동문서답을 했다. 어머니의 눈빛이 점점 강렬해지셨다.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네. 아이고, 동수 아부지요.”
“엄마. 잠깐. 잠깐만.”
잘 주무시고 계시는 아버지까지 깨우려는 기세에 화급히 어머니를 막았다. 아닌 집도 있겠지만, 내게 아버지는 쥐약이다. 고3 시절 12시에 하교하고, 7시까지 등교를 하다 보니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침이면 매일 나를 깨우기 위해 고생을 하셨다. 물뿌리개로 얼굴에 물을 뿌리기도 하셨고, 꼬집거나 등짝을 때리기도 하셨다. 그래도 잠은 쉽게 깨지지가 않았다. 그럼 보다 못한 아버지께서 조용한 목소리로 ‘고만 일어나라.’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군대 간 이등병처럼 벌떡 일어나곤 했었다. 나이가 드셔서 많이 자상해지셨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존재는 어렵다.
“그럼 내일 얼굴 보는 기가?”
“몰라. 그. 그런데 나이가 좀 어려.”
“그래 좀 나이가 어려보이기는 하더라. 직장인일 테니, 24정도 먹었나?”
“아니. 학생이야.”
“아따. 내가 우리 아들을 도둑놈으로 낳아 뿌렸네. 아직 학생이면 23살이겠네? 그럼 7살이나 차이네. 니 제수가 쪼매 당황시럽겠다. 호호호”
“그게. 엄마. 좀 더 어려.”
“뭐? 니 똑디 이야기 안하나? 오메야, 설마 고등학생은 아니제?”
“엄마는! 내가 무슨 범죄자야? 대학생이야. 20살. 대학 1학년.”
“...”
“뭐야? 놀란 거야? 엄마. 내가 그래서 말을 안 하려고 했다니까.”
“퍽”
“윽. 엄마. 말로 해. 응? 말로 하자고.”
잠깐 침묵하시던 어머니는 갑자기 내 등판을 사정없이 내리치셨다.
“고3 이나 대학교 1학년이나 뭐가 다르노? 이놈의 자슥이 참말로 미쳤나보네. 이렇게 어린 아를 뭐할라꼬 만나는 기고? 그냥 데불꼬 놀라고 그러는거가?
“아냐. 진지해. 정말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어. 엄마도 만나보면 알겠지만 정말 괜찮은 애야.”
어머니의 과격한 발언에 생각지도 않았던 결혼이야기까지 꺼냈다.
“진짜가?”
“그럼.”
“그래도 결혼할라면 4 ~ 5년은 기댕겨야 하는 거 아이가?”
“4년. 걔가 엄청 똑똑한 애거든. 졸업도 빨리 할 거야. 걱정 마. 엄마.”
나는 그때부터 시연이가 얼마나 예쁘고 똑똑한 아이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과외 했던 인연과, 우리 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한 사연 등등 최대한 좋게 생각하시도록 시연이를 포장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한참 들으시고 나서야 만족스러워 하시면서 잠을 주무시러 가셨다.
다음날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에 잠을 깼다. 어머니는 고향에서 가지고 오신 몇 가지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어제 곤혹을 좀 치르기는 했지만, 엄마가 해주시는 된장찌개에 금방 마음이 행복해졌다.
“동수야.”
“네. 아버지.”
식사 도중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나를 부르셨다. 원래 식사 시간에는 거의 말씀이 없으신 편인데, 어머니께 뭔가 이야기를 들으신 모양이었다.
“오늘 볼 수 있는기가?”
“글쎄요. 일단 말은 해볼게요. 그 친구도 아직 어려서 갑자기 부모님 얼굴을 보자고 하면 당황할지도 모르잖아요. 하하하.”
“와? 4년 후에 결혼한다면서? 니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어느새 나의 결혼은 4년 후로 결정이 돼버렸다.
“아뇨. 아직 부모님이 오셨다는 말을 못해서. 일단 말은 해보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자 옆에 계시던 어머니는, 아버지 밥 위에 계란말이 하나를 올려놓으시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역시 배후인물은 어머니가 분명했다.
차를 쓰시라고 놓고 가려고 했는데, 택시가 더 편하시다면 서 내가 차를 몰고 출근하는 것까지 지켜보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X5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회사 근처에 있는 유료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출근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윤 스포츠센터와의 협의를 위해 강남으로 넘어갔다. 과장님과 함께 가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을 시작하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생기긴 한다.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많이 친해졌지만, 협상 내용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가칭 ‘D&Y 휘트니스 클럽’의 운영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생기지 않았다. 실무 쪽은 윤 스포츠센터에서 담당하고 행정은 우리 회사에서 맡기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수익의 배분 문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수익의 기준을 매출이익,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 중 무엇으로 잡을지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매축이익을 기준으로 잡으면 직원의 월급을 따로 주겠다는 이야기다. 완전히 두 개의 회사로 나누어 운영하자는 의미인데, 그랬다가는 일하는 직원끼리도 서로 갈라설 위험이 있다.
우리 회사에서 원하는 것은 일단 순이익 기준이다. 그렇게 해도 땅값 상승을 비롯한 몇 가지 이익들은 현실화하기 어렵다. 땅값이 100억 올랐다고 해서 지분율에 따라 40억을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복잡한 이야기를 집어 치우고, 순이익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배당금과 유보액의 합산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배당금을 얼마나 할지 결정하면 되는데, 갑자기 매출이익이니 영업이익이니 하면서 시비를 거니 나도 환장할 노릇이었다. 분명히 윤 사장님의 심술이 숨어있다는 증거였다.
자신들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것은 아는지 한참을 설득하자 겨우 순이익을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윤 사장님의 심술도 숨어있었겠지만, 사실 기세 싸움이다. 계속 그렇게 양보를 했으니 배당금은 두둑하게 결정하라는 의미였다. 사장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윤 사장님이 꼭 문명5라는 게임에서 나오는 간디 같았다.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겨주지 않으면 협상은 여기서 끝이다.’라고 협박하는 셈이었다.
배당금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회사를 운영할 때 주주들에게 순이익을 전부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경우는 없다. 재투자를 해야 회사를 키울 수 있다. 그렇게 회사를 키우면 주가도 상승하기 때문에 주주들도 배당금을 무조건 많이 달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가칭 ‘D&Y 휘트니스 클럽’의 주주는 단 2곳이다. 만약 우리 회사가 독한 마음을 먹고 배당금을 0원으로 결정한다면, 윤 스포츠센터는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전 협상이 필요하다. 미리 배당률을 정해놓아야지 그런 일이 생길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회사 몫의 배당금은 당분간 전부 재투자할 예정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배당금을 줘버리면 가칭 ‘D&Y 휘트니스 클럽’에 대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많은 배당률을 지급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초기 투입금이 크기 때문에 처음 몇 년은 적자를 볼 수도 있다. 아마 이 문제로 며칠을 치고받으며 싸우게 될 것 같다.
◆ 시연이 집.
시연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윤 사장과 노 여사 둘이서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참. 그거 어떻게 됐어요?”
“그거 뭐?”
“그거 있잖아요. 마 선생에게 준다는 돈.”
“아 그거. 주면 받아야지 지가 어쩌겠어?”
“얼마나 줬어요? 우리 딸 고생하지 않으려면 넉넉하게 주는 게 좋을 텐데.”
“계약금 3억하고, 지점 당 매년 1억.”
“왜요. 좀 많이 주지.”
“그 놈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알아? 그게 딱 적당해. 괜히 없는 돈 만들어서 줬다가는 길길이 날뛸지도 몰라.”
“그런데 정말 눈치는 못 챘겠죠?”
“원래 그 정도는 줬어야 했어. 혹시 우리가 도와줬다고 생각하지 말어. 오히려 우리가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니까. 알고 보니 거기가 물 반, 고기 반인 곳이었어. 정말 잔머리 하나는 기가 막힌 녀석이라니까.”
“일을 그렇게 잘해요?”
“몰라. 괘심한 녀석. 살랑거리면 좀 좋아. 지점에 탁아소 세운다고 소문만 났는데, 벌써 다른 클럽 회원계약 해지하고 우리 클럽에 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어. 정당한 몫을 주려면 더 줘도 모자란데, 오히려 시연이하고 얽혀서 많이 못 주는 거야. 이건 뭐 당연히 줘야 하는 돈을 줄때도 눈치를 봐야하니. 원. 심술이라도 부리고 싶다니까”
============================ 작품 후기 ============================
몰랐는데 코멘트를 보니 화장실 갈 때 불편해서 가터벨트부터 먼저 착용한다는 군요. 가터벨트는 제가 실제로 본적은 없어서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찾아봤습니다. 결혼도 안한 30대 아저씨가 인터넷 창을 열고 열심히 가터벨트를 구경하는 모습이란 ㅠ 사진들을 보니까 이해가 가더군요. 그래도 몰라 또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니 팬티위에 살짝 걸치는 고무 밴드형식의 가터벨트도 발견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불편함이 없겠죠? 아무튼 코멘트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후기에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좀 민망하네요. 하하^^
남겨주신 코멘트 덕분에 주인공 제수씨와 시연이 관계에 대한 감이 왔습니다. 여러분의 조언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